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45화 (145/350)

< 29화. 목장 체험 학습 >

-드르르르륵!

연발로 총을 갈기면서 활기차게 말을 거는 백발 소년, 그 광경에 <서릿발 투척>에 주춤했던 큰 체격의 남자가 빠르게 그 궤도를 가로막는다. 밖으로 나온 그 남자의 정체는 양의 낙원의 대표 ‘김명섭’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에 젤랴가 경악하는 가운데-.

“!”

백발 소년은 총질을 멈추고 가방에서 꺼낸 전자 담배를 쓰읍 빨고는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몸을 가로 막은 남자가 주춤 거리며 이동하지만 냉법의 주변에서 가느다란 푸른 바늘들이 7~8개 나타나 좌우로 넓게 퍼지며 그 뒤에 숨은 김명섭 대표를 집요하게 노린다.

「모여라! 모여서 나를 지켜라! 그리고 너는 저놈을 계속 몰아붙여!」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김명섭 대표가 소리를 내지른다.

독가스에 목소리가 잔뜩 쉬고 갈라졌다곤 해도... 평소의 자상한 음색과는 너무나도 다른 음성, 게다가 마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젤랴가 듣기에도 심상치 않은 힘이 깃들었단 걸 알 수 있었다.

-투둑. 사사삭!

-사사삭!

그에 <서리 고리>에서 벗어난 인간 닮은 것들은 박살난 팔다리로 바닥을 벌레처럼 기며 김명섭의 근처로 모여들어 바리케이트를 만들었고-.

“...”

-아니, 왜 나야?!

총탄과 냉법의 마법세례를 받고도 멀쩡하던 덩치 큰 남자는 냉법을 향해 돌진했다.

그에 냉법이 기겁해 도망치면서 푸른 바늘을 난사하는 가운데, 반대쪽의 백발 소년은 다 쓴 소총을 옆에 내던지고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부패 구름> 맛은 어떠셨나요? 좀 매콤하죠?”

“흐, 흐흐흐... 왠 미친놈이 개성 근방의 조직들을 박살내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너희들이었구만 기래?”

시체 바리케이트 뒤에서 들려오는 김명섭 대표의 음성, 그 살기어린 질문에 백발 소년은 가방에서 커다란 술병하나를 꺼내며 즐겁다는 듯 소리 높여 웃는다.

“하하! 네, 저희가 좀 날뛰었죠. 아, 참고로 당신 부하들은 다 죽였어요! 글쎄, 통제실에 있는 놈들도 자고 있더라니까요? 그래서 독가스로 한 번 훑어줬죠. 헤헤.”

“...하, 쓰레기 같은 놈들은 어쩔 수가 없구만.”

“그런 부하들 곁으로 보내드릴 테니 걱정 마시길!”

떠드는 동안, 술병을 붙잡은 손에서 기묘한 자색의 광채를 뿜어내던 소년은 그 술병을 시체들이 모여 있는 방향을 향해 던졌다. 날아가던 도중에 ‘쨍그랑!’하며 깨지는 술병, 그 내용물은 부풀어 올라 시체들은 물론이고 반경 5~6m 가량을 끈적한 자색의 거품으로 뒤덮는다.

“이 뭔?!”

“마력 가공한 초 고압축 우레탄 폼이랍니다! 가성비 때문에 건설현장에선 아무도 안 쓰지만 진압용으론 딱이죠!”

“이딴 걸로...”

“추가로 성질을 몇 개 추가시켰어요. 더 끈적하고 초강염기성으로! 닿으면 살이 질질 녹아내리죠.”

김명섭의 기겁하는 목소리에 의기양양하게 대꾸하는 백발 소년,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치즈 같은 폼 사이로 드러난 아이들의 팔다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기 시작한다. 무표정한 아이들은 어떻게든 자색의 치즈 같은 것을 떼어내 보려고 하지만 점점 더 달라붙는다.

「나약한 영혼은 오직 희생으로만 그 쓸모를 증명할 지니...!」

그에 안쪽에서 기묘한 힘이 담긴 음성이 다시 울려 퍼지고, 자색의 거품 안에서 발버둥 치던 아이들의 움직임이 ‘딱’ 굳는다. 그리곤 그 얼굴이 일제히 공포에 질리기 시작한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엄마! 아빠!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아아악! 아아아아아!

되살아나는 것처럼 생기를 되찾는 아이들의 얼굴, 죽은 것이 되살아나는 듯한 광경은 오히려 더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그런 필사적인 절규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도자기 같았던 하얀 피부가 빠르게 흑색으로 물들어가더니-.

-콰-ㅇ!!

-뻐-ㅇ!

수류탄이 터진 것처럼 불길을 뿜어내며 살점과 뼛조각을 사방에 흩뿌리면서 아이들이 폭발(爆發)했다.

백발 소년은 아이들의 시체가 움직임을 ‘딱!’ 멈췄을 때부터 뭔가를 느낀 듯, 멀찍이 떨어져서 근처의 설비의 뒤편으로 숨었기에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냉법도 눈치 빠르게 근방에서 벗어나는 모습에 젤랴도 어떻게든 벽 뒤편에서 숨었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그 폭발력으로 자색의 거품을 몽땅 걷어냈다.

「모라티온님의 권능으로 명하노니, 너희들은 생기를 바칠 지어다!」

-슈화아아악!

이어서 김명섭 대표의 ‘힘이 담긴 음성’이 공장 안에 울려 퍼진다. 그와 함께 심장에서부터 벌레 떼가 몸을 파먹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 젤라의 전신을 관통했다.

“...!!”

그에 반사적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달려드는 벙어리 아저씨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냉법도 가슴을 붙잡고 휘청거리다가 따라잡혔고 백발 소년도 얼굴을 찡그렸다. 그 가운데,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희뿌연 연기 같은 것이 김명섭의 몸에 파고들었다.

“봤느냐! 버러지들아! 그래, 이제 니들을 박제로 만들어 영원히...”

“역시, 모라티온이군요. ‘수집가’가 모셨던 신. 고문과 관련 있을 때부터 좀 싸했는데 말이죠.”

백발 소년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곧바로 손가락만한 흑자색 대못 같은 것들을 만들어 김명섭을 향해 날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인 듯, 의기양양하던 김명섭은 얼굴로 날아오는 물체들에 기겁하며 손으로 막아냈지만0.

“RI-TA-MA!”

그 사이, 백발 소년은 어느새 가방의 옆 포켓에서 꺼낸 군용 컴뱃 나이프를 들고 김명섭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 미친...!?”

“RI-TA-MA!”

김명섭 대표가 당황해서 손을 휘적대지만, 그 사이를 뚫고 자색으로 물든 단검이 무자비하게 그의 복부를 훑는다. 복부를 길게 가로로 휙 긋자 근육이 허무하게 갈라져 내장이 쏟아지고, 그 충격적인 광경에 김명섭이 굳은 사이 가슴팍을 두 번이나 푹푹 꽂는다.

「내가 모은 고통을 너에게 주노니!」

하지만, 김명섭 대표 또한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내장을 쏟아냈음에도, 가슴팍에 칼을 맞았어도 그는 기어코 움직였다. 이전의 특별한 음성을 내뱉자 그의 손이 새카맣게 물들었고, 뒤로 빠지려는 소년의 오른손을 스친다.

-뿌드득! 드득!

그러자 스쳤던 단검을 쥔 소년의 오른손이 손가락부터 역으로 꺾이고 그 뼈가 돌출되어 피부를 뚫고 나온다. 자연스럽게 손에 쥔 단검 또한 놓쳤지만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왼손으로 바닥에 흘러내린 김명섭의 구불구불한 창자를 훑듯이 쥐곤 뒤로 빠졌다.

“히힣! 그다지 맛있진 않네요!”

“...!”

그리곤 보란 듯이 내장이 흘러나온 복부를 붙잡고 있는 김명섭 대표를 향해 그 길쭉한 내장을 이빨에 물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 광기 어린 조롱에 김명섭은 격노했다. 이미 내장을 쏟아낸 상황, 마력 각성자라도 이런 상처면 살기 힘들다.

포션이라도 있다면 모르겠다만 안타깝게도 그에겐 포션은 없었다.

그 사실에 그는 독한 표정을 짓더니-

「제 영혼까지 두 개의 영혼을 당신께 바치옵나이다! 그러니 잠시나마 저 발칙한 것을 짓밟을 하나의 영혼을 주소서...!」

그의 신을 향해 기원했다.

그 기도를 끝으로 그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털썩 뒤로 고꾸라진다. 냉법을 코너에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던 거한 또한 무너지듯 쓰러진다. 그에 젤랴와 냉법이 안도하는 것 같았지만-.

“트럭으로 도망쳐욧! 걸리면 우리 뒤져욧!”

백발 소년은 오히려 더 기겁했다.

입에 문 창자를 뱉곤 젤랴가 있는 문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는 소년, 그에 냉법도 재빨리 복면을 올리곤 후드티 안쪽 주머니에서 꺼낸 힙 플라스크 빨며 젤랴를 향해 뛰어왔다. 그 다급한 모습에 젤랴도 뭔가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움직여지질 않았다.

-읏챠!

그런 젤랴를 단숨에 오른쪽 어깨에 짊어지는 냉법, 어느새 따라붙은 백발 소년과 함께 타고 왔던 트럭을 향해 내달리며 그는 힙 플라스크를 내던지고 다시 복면을 내린 뒤 소리를 지른다.

-뭐야?! 왜 도망치는 거야?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요. 놈이 외친 말을 보아하니 뭔가를 소환하는 것 같은데...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해요! 아, 저 손이 박살나서 그런데 그쪽이 운전 좀 하시죠?”

-개X발!

태연한 백발 소년의 음성에 욕을 내뱉는 냉법. 그렇게 두 사람이 밖의 트럭으로 내달리는 동안, 보쌈하듯 들린 젤랴는 그 덕분에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쓰러진 김명섭 대표의 몸에서 김명섭 대표의 모습과 똑같은 반투명한 형체가 일어선다. 꼭 Tv영화에서 묘사하는 ‘영혼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 영혼의 얼굴은 후회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이어서 벙어리 아저씨의 영혼이 날아온다. 그리곤-.

두 개의 희뿌연 영혼이 소용돌이치며 한 곳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두 영혼 모두 잔뜩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며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른다. 그에 생리적인 거부감과 공포에 젤랴가 신음을 흘리자, 냉법 보다 살짝 뒤쳐져서 뛰고 있는 백발 소년은 생긋 웃는다.

“신기하죠?”

“빨리! 빨리! 빨리 도망쳐어!”

젤랴의 비명에 냉법은 타고 왔던 트럭의 짐칸에 젤랴를 던졌다. 반쯤 내동댕이쳐진 젤랴가 신음을 흘리는 가운데, 그런 그녀의 옆에 백발 소년이 탑승하곤 왼손으로 박살난 오른손의 뼈를 맞춘다.

-끼이이이익! 부아아아앙!

이어서 트럭이 급제동하듯이 움직이는 가운데, 공장 문 쪽에서 뭔가가 튀어나온다.

2m 남짓한 커다란 크기의 해골. 잔뜩 녹슨 갑옷에 손에는 커다란 양손 망치를 쥐고 있었는데, 그 겉의 몸체에는 금색의 문자가 적혀 있었고 몸 안 쪽에서부터 청록색의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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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청록색 불길에 휩싸인 이 해골 전사는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옛날에 죽은 고대의 챔피언이다. 오래 전 안식에 들어 무덤에 묻혔으나 모라티온의 추종자에 의해 도굴되어 그 골격 표면에 황금으로 모라티온의 진언(眞言)이 새겨지고 억지로 되살아났다.

그 덕분에 이 고대의 챔피언은 죽음의 권능 또한 휘두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고대의 챔피언은 자신의 안식을 방해 받은 것에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당신을 자신의 안식을 방해한 강령술사로 착각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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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머릿속을 울리는 처절한 영적 괴성을 내지르며 질주하는 트럭을 향해 내달리는 창백한 불길에 휩싸인 해골 전사, 그의 몸에 새겨진 금색의 진언들이 번뜩이며 해골 형상의 불길이 떠오르더니 이쪽으로 날아든다.

“흠, 토먼트 공격. 나쁘지 않죠. 내가 아니었다면.”

그 모습에 백발 소년이 재빨리 일어나 멀쩡한 왼손으로 앞으로 뻗어 불꽃 해골을 낚아챘다.

태연한 말과는 달리, 해골에 닿는 순간 소년의 전신은 청록색 불길에 휩싸인다. 하지만 소년은 살짝 얼굴만 찡그린 채, 멀쩡한 왼손으로 상의 앞주머니에 낀 전자 담배를 꺼내 크게 흡입한다. 그리곤 불길에 휩싸인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으으으!」

-쿵! 쿵! 쿵! 쿵! 쿵!

그 동안, 챔피언은 전신에서 맹렬한 청록색 불길을 피워 올리며 흉악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맹렬하게 거리를 좁힌다.

이젠 거의 100km/h가 넘는 상태로 질주하고 있음에도 달려오는 죽음을 떨쳐내기엔 부족했다. 서서히 죽음이 다가오는 광경에 젤랴가 실금하며 벌벌 떠는 가운데, 마침내 죽음이 그 트럭의 짐칸을 향해 뛰어오르는 순간-

“GAAR-LOOO-JAAR!”

가만히 있던 소년이 괴성을 내지른다.

갓 중학생이 된 것 같은 체형의 소년이 내질렀다고는 믿기 힘든 거대한 소음, 소총을 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날카롭게 퍼져나간 공기는 그 후폭풍만으로도 살인적이었다. 백발 소년이 뒤로 튕겨져 나가 운전석이 있는 곳과 부딪치고 차량이 순간 ‘기우뚱!’한다.

“...!!”

젤랴 또한 밖으로 튕겨나갈 듯이 나뒹굴었다.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짐칸의 모서리를 붙잡지 않았다면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한층 가라앉은 소음, 아니 지금 보니 한쪽 고막이 터진 것 같았다.

“우웨에에에엑! 헤엑! 헤엑!”

운전석 방향에 처박힌 백발 소년은 피를 한 바가지 토해냈다. 폐조각으로 보이는 고깃덩어리가 섞인 걸 보니 정상은 아닌 모양. 그렇게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소년은 웃는 얼굴로 두 눈을 까뒤집고 혼절했다.

쏜 측 방향도 이럴 진데, 그 폭풍을 정면에서 맞은 이가 멀쩡할 리 없었다.

「끄아아아아!!」

녹색 안개를 뚫고 영적인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달려오는 고대의 전사, 그 녹슨 갑옷엔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있었고 흙과 잔디가 붙어있었다. 여전히 산자를 죽이기 위해 다가오는 죽음, 그러나 그 거리는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도망...! 도망 가... 지마라!」

분노에 찬 괴성을 무시한 채, 젤랴는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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