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체험 학습 소감문 >
3.
그냥 억지로 떼쓰는 것에 가까운 부정
그에 호위 겸해서 따라온 철수와 보육원 아이들의 얼굴이 꿈틀거린다. 그냥 놔뒀다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게 뻔해보였기에 먼저 선수를 쳐서 고갤 끄덕였다.
“음, 좋아요! 그럼 다른 증거들을 찾아볼까요?”
어차피 이곳 말고도 증거는 많거든.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한 뒤, 난 앞장서서 지하실의 가장 커다란 중앙 공터로 안내했다. 농구장 하프 코트만한 크기의 공터, 콘크리트 벽을 따라서 곳곳에 피가 묻은 녹슨 고문기구들이 늘어서 있고 한켠에는 전문적인 촬영장비와 컴퓨터가 있었다.
“...”
“...”
사용 흔적이 명백히 남아있는 피 묻은 고문 기구들을 보며 목장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보육원 애들까지 침묵했다. 그 가운데, 양우영은 눈치 챈 듯 복면 안의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본다. 그에 나도 쓰게 웃으며 살짝 고갤 끄덕였다.
그래, 여긴 진짜 한새벽이 나왔던 비디오의 그 장소다.
양의 낙원, 멋진 목장이지만 그 실체는 스너프 비디오 촬영지. 대부분 남쪽의 부호들, 자극적인 쾌락을 원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사람을 납치해 가축처럼 기르고 죽였지. 그렇게 고문기구들을 힐끗힐끗 훑어보며 아이들이 침묵하는 사이-
“흠~♬”
난 컴퓨터가 놓인 책상에 다가가 컴퓨터를 켰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컴퓨터, 하지만 며칠 전 과거만 훑어봐도 다 나오지. 의자에 앉은 후, 거침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별 다른 것이 깔리지 않은 컴퓨터에서 폴더를 찾아냈다.
“자자! 다들 주목! 여기 동영상 파일이 있는데, 한 번 같이 보시죠!”
박수를 몇 번 쳐서 아이들을 모은 뒤, 곧바로 폴더 안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시켰다.
영상을 켜자 방금 전 박제실에서 봤던 여자 아이가 나온다. 벌거벗은 채로 이곳에 있는 형틀에 팔 다리가 묶여 있는 상태, 별로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영상을 촬영하기 전 고문을 받은 듯 잔뜩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띵동! Smile Dentist님이 5,000$ 후원 하셨습니다. [어금니를 뽑아주세요. 그 뒤에 신경치료 해주시고.]
영어로 된 후원을 받자 양 가면을 쓴 남자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 고갤 끄덕이더니 옆에 있는 수술 트레이에 있는 공구들 중 펜치를 쥐고 소녀에게 다가간다.
-우웁, 우우우웁! 아악! 아아아악! 아저씨! 아저씨! 잘못했어요!
“우읍...”
재갈이 풀리자마자 소녀는 공포에 부르짖었지만, 남자는 태연하게 할 일을 한다. 그 영상을 보며 얼굴이 헤슥해진 젤랴가 시선을 돌리며 헛구역질 한다.
“빨리 보죠.”
거의 2시간에 가까운 영상을 태연하게 다 볼 순 없기에 5배속을 틀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 도네이션이 뜨고 가면 남자가 움직이면 소녀는 발광한다.
“저게... 뭡니까?”
의외로 산전수전 다 겪은 애늙은이 철수도 창백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그에 난 고갤 갸웃했다.
“엥? 스너프 비디오 몰라요?”
“스너프 비디오...?”
“아니, 요즘 초딩들도 그 정도는... 아, 여긴 인터넷이 없죠. 남쪽이라고 착각했어요.”
말이 통일이지 강도 높은 폐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그 덕분에 여기선 인터넷도 귀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몇몇 보육원 애들은 어른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상식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정말 이전 북한이랑 똑같게도 말이지.
날 바라보는 애들을 향해 난 친절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음, 스너프 비디오란 건 일종의 ‘살인 영상’이에요. 이건, 상업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런 걸... 산다는 말입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철수에 난 고갤 끄덕였다.
“네, 보세요. 후원도 하잖아요? 원래 세상은 미친놈이 많아서 이런 걸 좋아하는 놈들이 있거든요. 근데, 생각 외로 이런 거에 내성이 없네요? 북쪽에서 자랐으니 죽음은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다들 충격을 받은 모습. 아니,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긴 한데 워낙 험악한 곳에 사는 애들이라서 이런 거에 내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의문에 철수가 영상에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살기 위해서, 혹은 겁을 주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많이 봤지만... 저렇게 고통만을 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리 도움이 되질 않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하긴, 먹고 살기 바쁜데 이런 거 할 생각이 있는 이들은 별로 없겠지. 고갤 끄덕인 후, 난 천천히 그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영상은 2시간이지만 실제로는 2시간 이상 찍은 듯, 고문 말고도 다른 영상도 나온다.
팔다리를 썰고, 불로 상처를 지지고, 이빨과 눈알을 뽑고, 망치로 손톱을 뭉개고, 강간도 하고, 자기 팔다리 고기도 구워서 먹이고...
으음, 진짜 종합 범죄 세트구만. 고어 만화에서나 볼 법한 걸 다 했어. 그렇게 시큰둥하게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데-.
-야, 너 그거 계속 볼 거냐?
“네?”
-아니, 그 정도면 된 거 아니야? 여기서 벌어진 게 확실한데?
지금껏 침묵하던 양우영이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구긴 채 날 바라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애들을 둘러보니 나를 제외하고 다 영상을 안 보는 것 같았다. 하긴, 이런 걸 맨 정신으로 보긴 힘들지.
어쨌든 난 영상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아, 죄송해요. 그래도 이것마저 조작이라고 하진 않겠죠? 이런 곳과 똑같은 곳을 만들고 찍었다고요? 하루 만에 여기에 설비를 가져다 놓아서 꾸몄고? 아니, 아니죠! 그건 불가능해요!”
“...”
“몇몇 분은 눈치 챘겠지만 여기는 창녀를 만드는 곳이에요. 북쪽 애들은 죄다 삐쩍 말라서 매력이 없으니까 일단 좀 예쁜 애들을 ‘오통통’하게 살찌우는 거죠. 남자애들이 적은 이유? 남창은 별로 수요가 없으니까요.”
“...”
“그러다가 몇 명은 아까 전의 방에서 봤다시피 도살 영상으로 팔아먹고, 그 시체는 잘 가공해서 썩지 않는 좀비 러브돌로 팔아먹죠. 이 정도면 증거는 충분하지 않나요?”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을 애들을 피한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창백한 얼굴의 젤랴가 한 발자국 나서며 내게 질문한다.
“우리를 어떻게 할 거야?”
“...음, 글쎄요?”
젤랴의 돌발 질문에는 난 머릴 긁적였다. 솔직히, 여기 있는 애들의 처우는 잠입하면서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마음 보육원’을 공격할 만한 근처의 조직들을 선제 타격하면서 ‘몇 개의 전리품’도 챙겼는데, 그 전리품의 과거를 훑어보다가 여기가 스너프 영상이 촬영되는 곳이란 걸 알게 되었고, ‘혹시 영상이 여기에도 보관되어 있지 않을까?’+‘기억을 훑으니 박범기 상장이 변태인데, 그 새끼도 비디오를 찍지 않았을까?’해서 온 거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다가 난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도 최소한 죽진 않도록 노력은 해볼게요.”
“...”
“그러니 돌아가서 다른 애들을 다독여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부탁 하나 할게요! 죽인 시체들을 어디 한곳에 모으고 그 흔적들을 최대한 치워주세요! 그리고, 혹시 출퇴근 하는 민간인들에겐 오늘 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돌려보내시고! 그 정돈 할 수 있겠죠?”
아이들의 면면을 훑으며 부탁하자 애들도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그에 난 철수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철수씨, 이분들 데리고 기숙사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혹시, 여기 잔당이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애들 몇 명은 목장 입구를 막고 철저히 경계시키고요.”
“알겠습니다.”
고갤 끄덕이곤 포로 끌고 가듯이 목장의 아이들을 향해 턱짓하는 철수, 그에 순순히 아이들이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냉법씨, 당신은 남아요. 나랑 같이 여기 좀 정리하죠. 얘기할 것도 좀 있고.”
-왜에? 나 뒤질 것 같아. 좀 쉬자! 내일하자고!
“안 돼요. 안 돼.”
애들과 함께 뒤섞여 나가려는 양씨를 붙잡았다.
이어지는 투정에 단호하게 고갤 젓곤 애들이 밖으로 나간 뒤에 그를 끌고 복도로 향했다. 이곳, 양털 세척실에 숨겨진 지하 시설은 복도 끝에 위치한 커다란 ‘고문실’과 복도 한켠에 있는 ‘박제실’로 구성되어있다.
겉으로 보기엔 말이지.
흑색 벽돌로 지어진 복도, 어두컴컴한 그 복도의 중간 지점에 섰다. 그리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쪽에선 그 어떤 이상도 없는 것 같지만 이 벽 너머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그래, ‘벽으로 위장한 문’이지. 그리고 문을 여는 방법은...
“여기에다가 마법 좀 갈겨주세요. 벽을 부술만한 걸로.”
-뭐?
“이쪽 벽이 이상해서 그래요. 제 감각으로 느껴보니, 이 안쪽에 공간이 있거든요.”
벽으로 위장한 문을 ‘톡톡!’ 두들기며 어깰 으쓱였다. 이쪽에서 이 문을 여는 방법은 없다. 안쪽에 엠버밍 처리된 좀비가 한 마리 있는데, 그 좀비가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거든. 그런 내 말에 양우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돌을 두들기더니 이내 고갤 끄덕였다.
-가방에 생수 있냐?
“음, 물은 없지만 스테미나 드링크는 있어요.”
-줘봐, 그리고 문의 정확한 형태를 말해봐.
양우영의 말에 패트병에 담긴 내가 직접 만든 ‘시제품 DX’를 건네줬다. 그 뒤, 양씨는 패트병의 내용물을 내가 알려준 문 틈 사이로 열심히 흩뿌리곤 어느 정도 스며들었을 때 단숨에 냉각시켰다. 그에 철문의 경첩부분이 살짝 틀어지고-
“후우, 몸이 아플 때 이런 짓하긴 싫었는데...”
이어서 얼굴을 구기며 진지한 얼굴로 룬어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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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외골격 (Frozen Exoskeleton)
레벨 3 얼음/변이술
시전 소음 : 8
주문 소음 : 0
최대 SP : 100
지속시간 : 18 + 2d(Spell power) 턴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3p
<신체 강화 효과>
언암드 대미지 = 6 + 스킬 레벨(냉기)
독 저항+, 냉기 저항+++, 화염 저항-
일반적인 AC 증가량 : 5 + 4×(Spell power/50) AC
갑옷 방해도(ER) 수치가 높아질수록 AC 상승폭이 줄어듬.
힘+3, 느려짐
특이사항
과격하게 움직이면 마법이 해제됨
효과 : 이 마법은 일시적으로 시전자의 몸에 외골격을 만들어 보호하는 주문이다. 시용 시, 시전자의 피부 표면과 내부의 혈액을 마법적인 냉기로 얼어붙는다. 그 효과로 시전자는 단단한 방어력과 냉기저항력, 소소한 독저항과 일시적인 힘 증가등 각종 강화 효과를 얻는다.
다만, 불에 취약해지며 행동 자체가 느려지고 과격하게 움직이면 몸에 깃든 마법적인 효과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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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영의 몸에서부터 얼음 얼어붙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옷을 입었기에 그리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안쪽의 피부는 핏줄에서부터 푸른 파도가 타오르며 인간으로 보기 힘든 푸른 아우라가 물결쳤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닌 듯, 몸이 가늘게 경련한 양씨는-.
-흡!
강하게 도약해 벽에 어깨를 부딪쳤다.
쇳덩이가 부딪친 것처럼 둔중한 ‘쿵!’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깨져나가는 벽돌, 살덩이가 부딪친 것 같은 소리는 전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을 어깨로 들이받자 문으로 위장하고 있던 안쪽 철문 또한 조금씩 찌그러졌다.
하지만, 다 박살나기 전에 양우영의 몸에 흐르던 마법적인 힘이 빠르게 사그라졌다.
-하아, 젠장! 다음에 하자!
“왜요?”
-해골 기사에게 맞았던 거, 좀 과격하게 움직이니까 다시 도지는 느낌이야. 환상통인 거 알아도... 너무 아파.
실제로 많이 아픈 듯, 복면 뒤의 얼굴엔 팥죽 같은 땀이 흘러내린다. 그럼 어절 수 없지. 비키라는 제스쳐를 보낸 뒤, 난 철문을 속으로 한 번 훑어보곤 고갤 끄덕였다.
“그래도 경첩 부분이나 잠금 장치 쪽이 망가졌으니... 가능할 것 같네요.”
-뭐가?
“마법으로 날려버리려고요. 비키세요. 그리고, 숨도 잠깐 참으시고. MA-LUN-TA!”
-쭈와아아아악!
4개의 룬 문자가 완성되자 주위의 공기가 요동치며 용오름처럼 나를 중심으로 빨려 들어온다. 통로에 부는 돌풍, 환풍구와 입구에서 맹렬하게 바람이 밀려온다.
-머... 머임!
환상통에 끙끙 대고 있던 양씨가 그제야 기겁하며 허겁지겁 도망치는 가운데, 난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내게 빨려든 대기 중 질소는 <연금술>로 끌어온 다른 세계의 법칙이 적용되어 내 왼손바닥 위에서 둥둥 떠오른 채 응결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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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질소 대포 (Liquid Nitrogen Cannon)
레벨 4 독(연금술)/대기
시전 소음 : 15
주문 소음 : 0
대미지 공식 : 8 + 1d(2 + sp/7)
돌풍의 사거리 : 최대 전방 30m
최대 SP : 200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4p
효과 : <대기 마법>으로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연금술>로 그 성분 중 질소를 액체로 바꿔서 투사하는 강수영의 오리지널 마법. 시전자의 손바닥에서 발사된 액체 질소 투사체는 생명체에게 닿을 시, 일시적으로 부여된 법칙을 잃고 다시 ‘폭발적으로’ 기체로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강렬한 충격파가 발생한다.
살상력이 좀 부족하고 주위 공기를 모으는 선(先) 과정이 필요해서 주력 공격 마법으로 사용하기엔 애매한 편이나, 이 마법의 진가는 기화 하는 액체의 분출 방향을 조절해서 상대방을 ‘밀어내는 것’에 있다. 충격과 함께 상대방이 날아가며 벽과 부딪칠 시 더 큰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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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오른손바닥은 왼손등 위에 포개고, 왼손바닥은 문으로 위장한 벽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주위 대기의 흐름이 변화하고 테니스공만한 액체 질소 덩어리는 날아가 벽으로 위장한 철문에 작렬한다.
-ㅃㅓ-ㅇ!
풍선 터지는 소리의 x100 한 듯한 소음과 함께 폭발하는 액체 질소 덩어리. 로켓 추진체처럼 벽을 후려치는 공기 폭발에 안쪽의 문짝 또한 뜯겨져 넘어갔다. 바로 뒤에 있었던 좀비 또한 그 문에 깔린 것은 덤. 그렇게 드러난 통로를 보며 양우영이 감탄한다.
-...이건 뭐냐?
“싸장님에게 배운 지 얼마 안 되는 마법이에요. 공기를 모은 뒤, 질소를 뭉쳐서 날리는 거죠.”
-이거, 새벽에 그 해골 기사 녀석에게 갈겼으면 되지 않았냐?
고문 속성의 공격을 당한 게 어지간히 트라우마인지 얼굴구기며 살짝 따지듯이 물어보는 양씨, 그에 난 가볍게 어깰 으쓱였다.
“쓸 수 있으면 진작에 썼겠죠. 이건, 공기를 모아서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집중이 필요해요. 덜컹거리는 트럭 위 같은 상황에선 못 써먹는 반쪽짜리 기술이랍니다.”
-끄응.
내 대꾸에 살짝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는 양씨, 별 다른 함정이 없단 걸 알기에 난 거침없이 드러난 통로 안으로 들어섰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그곳에서 숨겨뒀던 것들을 조우할 수 있었다.
가로세로 3~4m정도 되는 작은 방
사방의 벽은 선반들이었는데 각종 상자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방의 중심에 덩그러니 있는 2m가량의 커다란 비석이었다.
“우으으으...”
“으어어어...”
“크륵, 크르르...”
움직이는 말라비틀어진 시신이 3구가 쇠사슬에 묶여있는 형상.
<눈>으로 보자 그 비석 주위에는 영혼이 배회하며 고통어린 형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환이의 머리통에서 봤었던 것과 유사한 균열이 비석에 있었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비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복면 안쪽의 양우영의 눈이 커진다.
-야, 이거 설마...
“네, 코드 108의 제단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