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53화 (153/350)

< 31화. 참 잘했어요! 그러니까... >

확실히 전투력 면에선 이견이 없다.

엄청 든든하다. 평범하게 훈련받은 마력 각성자가 맨손으로 중대형 맹수 수준의 위험도를 가진다고 하면, 전투 마법 사용자들은 맨손으로도 최소 총을 든 사람과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인정하기 싫다는 느낌이 뚝뚝 떨어지는 그 대답에 세영은 씨익 웃었다.

“그래, 에이스들이지. 전투에 능숙하고, 살상 마법까지 사용하면서, 살인까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어린 싸이코패스들. 최고의 칼날이나 다름없어. 특히나 백발 아이는 우리 ‘전력 분석과’에서 극찬하더라.”

“한새벽 말입니까?”

“그래, 한새벽.”

막대 사탕을 ‘와그작!’ 씹은 후, 막대를 입에서 빼며 그녀는 이전에 본 한새벽의 프로필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번에 온 영상 자료를 보니까, 저번 테스트 때 실력을 숨겼어. 1급 마법사는 될 것 같더라. 게다가 독이란 특성 때문에 골치 아파. 대량살상 능력을 가졌으니까. 양우영이란 놈도 만만치 않더라. 3급 마법사긴 하지만 장래가 기대되고.”

“...”

“아니야? 너도 인정하잖아?”

백미러를 통해 세영이 뚱한 표정의 전찬휘의 얼굴을 보며 실실 웃자 전찬휘는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다고?”

“예. 제가 정신분석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새벽 생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느껴지는 분위기도 심상치 않고, 실제로 저지른 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수틀리게 해서 수백 명을 죽인다? 아무리 북쪽의 범죄자라고 해도?”

“흠.”

그 대꾸에 그녀는 작게 침음성을 흘리며 창문을 열어 막대를 내던진다. 품 안에서 새로운 막대 사탕을 꺼내 포장지를 뜯는 세영을 향해 전찬휘는 설득하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녀석의 사고방식이 일반인과는 다릅니다. 전 직접 봐서 알 수 있...”

“찬휘야.”

오른손으로 새로 꺼낸 검은색 막대사탕을 입에 넣으면서 전찬휘를 향해 왼손 갈고리 의수를 들어 올려 제지하는 세영, 그에 전찬휘가 입을 다물자 그녀는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갤 끄덕였다.

“나도 알아. 너가 찍은 피라미드의 바디캠 영상도 봤고, 녀석의 진료기록을 봐서 치료가 전혀 듣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 자칫 잘못해서 건드리면 터질 폭탄과도 같다는 거 다 인정해.”

“...”

“하지만, 그래서 이번 일 핑계로 가둬두자고?”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일단 이렇게 중요한 일에...”

차분하게 백미러에 비친 전찬휘의 얼굴을 바라보는 세영, 그와 함께 묘한 힘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와 서서히 전찬휘의 몸을 압박한다.

거대한 소용돌이 파도에 몸이 휘감기는 것 같은 감각

나름 정예로 꼽히는 전찬휘였지만 그녀가 뿜어내는 무형의 압박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이건 그냥 힘이 아니라... 그가 느끼기에 거의 ‘자연재해’ 같은 수준이었다.

“끄으으으...”

그렇게 전찬휘가 말도 제대로 못 끝내고 운전대를 잡고 페에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비틀거리고 있을 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허어어억! 허억! 허억! 허어억!”

그녀의 말과 함께 풀어지는 압박, 그에 전찬휘가 가쁜 숨을 내뱉는 가운데 그녀는 막대사탕을 빨며 싱긋 웃는다.

“찬휘야.”

“...”

“대답해라. 찬휘야.”

“네. 과장... 세영 선배.”

과장이란 말에 얼굴이 찡그려자 재빨리 칭호를 바꾸는 전찬휘, 그에 살짝 표정이 풀어진 그녀는 빙긋 웃었다.

“그건 ‘경찰’의 방식이지 ‘회사’ 사람이 해야 할 방식이 아니란다.”

“...”

“이해는 해. 넌 경찰이었으니까. ‘집단 내에서 최대한의 치안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회사는 달라. 회사는... ‘모든 걸 써서라도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야.”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내 까닥이면서 그녀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 짓하면 ‘적’만 쓸데없이 늘려나간단다. 물론, 이번 일을 핑계로 가둘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걔가 앙심을 품는다면? 그리고 걔는 강수영 연금술사의 제자야. 너 수영이 알지? 걔가 보이콧하면 어쩔 거야? 아, DK그룹의 왕녀 남궁진아와도 심상치 않은 친분이 있네?”

“...”

“미쳤어도 걔는 ‘우리의 말을 듣는 미친놈’이야. 그리고, 지금까지 언론에 노출될 만한 큰 사고도 안 저질렀지. 그 정도면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 인재야. 우리 일은 고작 그런 것들로 사람을 가려 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아.”

까닥 거리던 막대사탕을 다시 입에 무는 세영, 그 뒤 그녀는 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는 전찬휘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정부가 오크들을 앞세워서 북한을 개척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전찬휘, 아직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신참이지만 그래도 국정원 내부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대답에 세영도 고갤 끄덕였다.

“그럼 너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솔직히, 남쪽에 밀입국한 북쪽 출신 범죄자들에 대해 알고 있어도... 북쪽 그 자체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개판이야.”

살포시 미간을 구기는 세영,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왼쪽 갈고리 의수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군벌이 북쪽을 나눠서 지배하는 중이야. 황해북도, 황해남도, 강원도 쪽의 군벌들은 남한과 완전히 붙어있어서 그나마 잠잠하고 정부에 친화적이지만... 다른 곳은 완전히 달라. 무법지역에 중국과도 붙어먹은 놈들이 많지.”

“...”

“그런 놈들이 우리가 합병을 시도하는 걸 가만히 놔둘까?”

가만히 안 놔둘 거다. 자기네들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니까. 그래봤자 일개 군벌이긴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중국이 버티고 있었다.

북한이 무너지고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려고 할 때는 떠밀듯이 책임지라고 했으면서, 요즘은 한국의 북한 지역 통치가 너무 강압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압박을 넣고 있는 중국이.

전찬휘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대답에 그녀는 고갤 끄덕였다.

“그래, 반대하겠지. 그리고 방해하겠지. 오크를 앞세운다고 해도 힘들어. 우리도 놀고 있을 순 없어. 너, 경찰이니 멕시코 카르텔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멕시코 정부가 왜 놈들을 지금까지 토벌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자금줄을 카르텔이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무고한 시민들의 인명 피해 때문이죠.”

전직 경찰다운 대답, 그에 세영 또한 고갤 끄덕였다.

“맞아, 카르텔 놈들은 그냥 인명피해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쏴 갈기지. 경찰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잔혹하게 죽여. 국정원에서 예상하는 놈들의 반격은 그런 것과 비슷한 ‘테러’야.”

“테러를요? 그놈들이?”

“그래, 자기네들을 침략한다고 서울에 와서 총 쏘며 학살극을 벌인다고 생각해봐.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처음엔 분노하겠지만 계속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북한 따위 그냥 버리자.’고 하겠지.”

미간을 찡그리는 전찬휘, 그의 표정이 서서히 심각해져 가운데 세영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한새벽과 양우영, 두 사람이 증언한 ‘북쪽 폭력 조직’의 구성원에는 마력 각성자들이 심심찮게 포진했어. 어느 정도 예상한 바긴 했지. 표본 연구에 의하면 마력 각성이란 건, 척박한 환경에서 최대 2배가량 더 높게 발현된다고 하니까.”

“...2배 말입니까?”

그녀의 말에 전찬휘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건...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에 그녀는 씨익 웃었다.

“그래, 2배. 최신 연구결과야. 지옥 같은 아프리카에 마력 각성자가 많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그리고 미궁 출신들이 말하는 것도 고난에서 각성한다는 말도 있고.”

“...”

“우리나라의 마력 각성자들 중 1/4 가량이 북쪽 출신이지. 북쪽이 아무리 인구가 남쪽에 비해 절반이라고 해도 너무 적어. 발생률이 똑같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1/3은 북쪽 출신이어야 하잖아? 우린 최악을 가정해서 2배 가량 더 높게 발현한다고 치자. 그럼...”

“1/4이상이 북쪽에 잔류해 있단 거군요.”

전찬휘 대꾸에 그녀는 한숨과 함께 고갤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전부 전투원으로 생각해도 될 거야. 북쪽은 남쪽과는 달리 마력 각성해서 벌어먹을 수 있는 분야가 ‘폭력’과 관련된 것뿐이니까. 걔들이 벌이는 테러를 우리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

“알고 있겠지만 짱깨새끼들도 은연중에 나설 거야. 근래 북쪽에서 나타났다는 ‘백두혈통’과 ‘북한 재건 운동’의 배후는 놈들이 확실하니까. 정체를 숨긴 중국 국안부 소속의 암부 요원들과 아주 피 튀기게 싸우게 될 테지.”

“...”

“참고로 걔네들 무지 강하다? 걔들 하나가 우리 전투원 2~3명과 맞먹어. 숫자도 훨씬 많고. 우리 이능력자 전투 요원들로는...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이능력자 전투원 80%가 북쪽 출신 아니냐? 걔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녀가 말해주는 절망적인 현실에 전찬휘도 암담하다는 듯이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한숨을 내뱉자 세영은 씨익 웃었다.

“쟤들 덕분에 북한 놈들의 마수가 뭔지 알게 됐어. 내심 예상은 했지만... 허허, 스너프 비디오라니? 그리고 그런 걸 억지로 찍게 해서 약점을 잡다니? 물론, 대놓고 사보타주를 하진 않겠지만 목줄을 잡힌 채 나태하게 만드는 건 충분하지.”

“절망적이군요.”

전찬휘의 대꾸에 그녀도 씁쓸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 절망적이야. 그냥 북한을 흡수 통일 하는 것도 지옥 같은 난이도인데 방해 공작까지 널렸으니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해. 안 하면 오크들이 폭발할 거니까. 우린 여유가 없어. 쓸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써야해.”

“...”

“쟤들도 그렇고, 박범기 상장도 그렇지. 스너프 비디오를 찍기까지 한 놈이지만... 우리 개새끼니까.”

“...후우.”

“익숙해져야 할 거야. 언젠간 ‘우리 개새끼’를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일도 받게 될 거야. 이게 음지에서 양지를 지키는 우리의 일이다.”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침묵하는 전찬휘, 그 모습에 그녀는 쓰게 웃었다.

“뭐,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으면 그냥 다른 일을...”

“아뇨, 하겠습니다.”

도중에 세영의 말을 끊으며 말하는 전찬휘, 그는 백미러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절 배려해줘서 이 일을 맡긴 것 아닙니까. 고분고분한 마력 각성자 애들 관리하는 거, 이 정돈 해낼 수 있습니다.”

“하, 그래. 애들 관리 정도는 잘 하겠지. 그럼 이만 회사로...”

-♬

전찬휘의 대꾸에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던 도중에 울리는 전화, 그에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를 품 안에서 꺼냈다. 그리곤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원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나세영 차장, 지금 당장 목포 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목포요?”

다짜고짜 목포 쪽으로 가봐야 한다는 말에 그녀의 미간이 좁혀지는 가운데, 전화기의 목소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목장에서 찾은 스너프 비디오 관련된 증거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좀비 인형’이 남쪽으로 수입되는 통로가 발견됐다.

“뭐, 좀비 인형 정도야 괜찮지 않습니까? 그놈이 판 거, 대부분 소년소녀를 이용한 러브돌이라면서요? 그래봤자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것일 텐데요?”

시큰둥하게 대꾸하는 세영, 이번에 발각된 ‘모라티온 교단’의 행동방식은 좀 추잡하긴 하지만 솔직히 사회에 별로 커다란 피해를 입히진 않는다. 고작해야 납치, 고문, 스너프 비디오 및 좀비 인형 판매 정도?

그 대꾸에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만이라면 별 말 안 해. 문제는 그 수입 경로에 ‘네쉬라 교단’-심연 기생체 놈들도 함께 흘러들어간 게 확인됐다는 거야. 거의 확실해.

“X발.”

그 말에 나세영은 욕설을 내뱉고 옆에서 듣고 있던 전찬휘는 식겁한다. 그도 나름 마력 각성자 범죄와 관련된 일을 했기에 ‘네쉬라 교단’이 뭔지 잘 알았다.

미궁 출신들도 기겁하는 심연의 악신-네쉬라

대부분 개인적인 범죄를 일으키는 악신의 신도들과는 달리 이놈들은 ‘포교’-인간을 기괴한 ‘심연의 괴물’로 변이시키는 게 목적인 미친놈들이다. 가만히 뒀다가 아프리카 중심부가 괴물 소굴이 돼서 ‘핵폭격’한 건 이미 유명한 일. 때문에 모든 국가기관의 제 1순위 경계대상이다.

-도시에 심연의 타락이 퍼졌을 수도 있다.

“하, 망할. 북쪽 평정 프로파간다는 확실해지겠네요.”

-그렇지. 대통령 각하께 보고됐고 현재 타락을 색출할 방법들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 가서 미리 대기하도록.

“네, 네.”

곧바로 스마트폰을 끄는 세영, 그녀는 굳은 표정의 전찬휘를 향해 턱짓했다.

“가자고 신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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