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33화. 섬으로 가요
1.
청춘물 러브 코미디에선 항상 해변을 방문하는 씬이 있다.
‘우미다~~’, ‘엣, 장붕쨩 난데 미즈기쟈 나이노.’, ‘셋가쿠노 우미다요?! 손나 캇코데 이이노?’, ‘하아……? 와타시 베쯔니 이이케도…….’하면서 나오는 거 있잖아. 그렇게 여캐들이 비키니 입고 수영하다가. 그래 밤에 바비큐 먹고 불꽃 놀이하다가 자기 전엔 베개 싸움하는 거. 아, 가끔은 온천욕 하기도 한다.
뎃? 이걸 내가 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지?
크흠, 어쨌든 간에 설령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한 번 동경하게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청춘 럽코가 잘 팔리는 거 아닐까? 이곳에 떨어지고 나도 한때 그런 걸 꿈꿨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찌 됐든 다시 고딩이 되는 비현실적인 ‘기적’이 벌어졌으니까 말이야.
근데, 항상 현실은 시궁창이다.
“뭘 봐?”
목포 앞바다 해변, 내 옆에 있는 건 컬러풀한 머리칼을 지닌 미소녀가 아니라 검은 정장 차림의 양아치였다. 쓰읍, 고딩으로 돌아갔는데 럽코의 생기발랄한 여캐는 온데간데없고 여주에게 찝쩍댈만한 양아치 새끼만 내 옆에 있구나…….
그런 내 반응에 양 씨도 살짝 빡친 듯, 얼굴을 구긴다.
“아니, 왜 날 보며 한숨 쉬는데?”
“벌써 8월, 슬슬 여름 끝물인데 방학 동안에 여자애들이랑 놀지도 못하고 웬 양아치 같은 인간이랑 해변에 왔다고 하니 좀 처량해서요.”
내 솔직한 답변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양 씨, 하지만 반박하진 못한다. 그래, 양심이 있다면 반박할 수 없겠지.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서니까. 그렇게 얼굴을 구긴 양 씨는 이내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어른이 되면 실컷 할 수 있으니까 아쉬워하지 마라.”
“쯧쯧, 뭘 모르시네요. 어른 되면 그 풋풋한 맛이 없다고요! 이맘때만 할 수 있는 낭만이란 게 있는데…….”
멋모르는 어린애의 대답에 난 한탄했다.
이번 여름방학은 <강령술>과 영혼연구로 나름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해변을 방문하니 마냥 아쉽다. 다음 해 여름방학엔 꼭 럽코물처럼 보내봐야지. ……근데, 여자애들이랑 친해지려는 건 어떻게 하냐? 아싸에겐 처음부터 난이도가 미쳤는데?
그런 연이은 내 반박에 양 씨는 얼굴을 꿈틀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뱉는다.
“아니, 여긴 놀만 한 곳이 아니야. 황해는 기본적으로 흙탕물이어서 탁하잖아? 게다가 짱깨새끼들이 황하강 쪽에 폐수를 줄줄 흘려보내서 중금속 수치도 높다고?”
“음, 그렇긴 하네요.”
탁한 색의 바다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내가 있던 세상에서도 황해 쪽 해수욕장은 그닥 인기가 없었지. 내가 수긍하자 양 씨는 해변을 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해변에서 놀려면 이런 곳이 아니라 제주도를 가야지. 특히, 우리나라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선정한 청정 해수욕장 1위의 협재 해수욕장!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주 예뻐. 주위 풍광도 동남아 못지않다니까?”
“오, 엄청 잘 아시네요?”
“내 고향이거든. 미르 입학하기 전엔 거기서만 시간을 보냈고.”
우리 양 씨 고향이 제주도였구나? 사투리 같은 건 전혀 안 써서 몰랐는데 말이지. 내가 고갤 끄덕이자 양 씨는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직 8월 초니까 해수욕장 갈만하지?”
“음, 갈 순 있겠죠? 근데, 혼자 가봤자 지지리 궁상맞을…….”
“그러니까 한 마디로 넌 여자애들이랑 가보고 싶단 거 아니야.”
한심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양 씨, 약간 배알이 꼴리지만 사실이기에 고갤 끄덕였다.
“그렇죠?”
“너, 해변에 같이 갈 여자애들이나 있냐?”
“그냥 일 때려치우고 돌아갈까요?”
……이 인간이 나랑 해보자는 거냐? 난 날 도와준 걸 생각해서 이렇게 PMC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렇게 긁고 있네? 그런 내 대꾸에 양 씨는 황급히 고갤 젓는다.
“아니, 그게 아니야. 이번 일 끝나고 우리 부원들끼리 한 번 모여서 갈까 하고 물어본 거야.”
“엥? 부원들이요?”
“그래, 우리 ‘이종족 문화 교류부’. 여름 막바지인데 네 말대로 한 번 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어차피 개학은 8월 20일이니까 시간은 충분하지? 그리고 너랑 나 빼고 죄다 여자애들이잖아?”
“……!?”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두 눈을 끔뻑였다. 부원들끼리 모여서 해변이라…… 이거, 완전 럽코 정석이긴 하네! 혼혈 애들도 객관적으로 예쁘지? 하프 오크 오혜영이 약간 여자 보디빌더 체형이긴 하지만 말이야.
-카톡~!
그런 내 혹한 표정이 드러났는지 양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다짜고짜 단톡방에 톡을 올린다. 그에 나도 훔쳐보고 있단 게 들키지 않도록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양가] : 슬슬 여름방학 막바지인데, 개학 일주일 전에 다 같이 모여서 제주도 함 가실? 일주일이나 이주일 뒤에 갈 것 같은데 내가 쏜다. 공짜임.
[반깜귀] : ??
[반귀쟁이] : ??
[혜영이] : 전 감다! 가요!
[미친 땅꼬마] : 갑자기 머임;
[양가] : 요즘 내가 준비한 PMC 사업이 잘돼서 말이지. 어찌 됐든 그 기념으로 한번 갈까 해서. 그동안, 우리끼리 모여서 어디 간 적 없잖아? 게다가 요즘 이종족 지상 체류 허가도 잘 나올걸? 충분히 가능할 거야.
[미친 땅꼬마] : 음, 그럼 나쁘지 않지. 니가 사는 거라면 나도 끼지~
[반깜귀] : 감.
[반귀쟁이] : 저도요!
[마빡이] : 음 나쁘지 않죠? 여름방학 때 너무 일하기만 했으니까. 아, 친분 있는 사람도 불러와도 되나요? 우영 씨 빼고 다른 친분 있는 사람 있는데.
[양가] : ㅇㅇㅋ
[혜영이] : 새벽 오빠는?
[나] : ㅇㅇ, 나도 간다.
단톡방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들 순식간에 ok, 나도 재빨리 승낙했다. 이…… 이것이 인싸의 행동력인가?! 이 놀라운 결과에 내가 양 씨를 보며 입을 ‘헤~’ 벌리자 양 씨는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훗, 이런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어쨌든 됐지?”
“……양 씨, 아니, 부장님. 당신은 정말 리더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에요.”
“X발, 소름이 끼치네. 그냥 양 씨라고 불러.”
내 진지한 존경의 말에 질겁하는 양 씨, 어찌 됐건 난 양손으로 따봉을 날렸다. 그 뒤, 생글생글 웃으며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래, 상상만 하던 버킷리스트 하나 지워보는구나! 어디 럽코처럼…….
아니, 생각해 보니 죄다 연애할 만한 애들은 아니네.
반 귀쟁이들은 진짜 초딩 체형, 지아라는 살짝 통통하지? 내 취향은 아니야. 혜영이는…… 음, 너무 강력하다. 진짜 여자 보디빌더 같아. 마빡이? 어휴, 연애감정이 싹트기엔 쵸큼. 그냥 여자애들이랑 놀러 간다는 거에 이의를 둬야겠다.
-카톡~!
그렇게 다시 찾아온 현실에 시무룩하게 고갤 숙이고 있는데, 양 씨의 스마트폰에서 톡이 울린다. 문화 교류부 단톡은 아닌데? 그에 양 씨가 그 내용을 확인하고 날 향해 고갤 돌렸다.
“진입준비 다 됐단다. 일하러 가자.”
2.
폐쇄적인 사회에선 외지인들을 상대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그래, 시골인심이 후하다는 것은 X구라고 실제론 X같다는 거지. 주민끼리 합심해서 외지인을 등쳐먹기 일쑤다. 시골 또한 그럴진대 쉽게 도망칠 수도 없는 폐쇄적인 섬 같은 데서는 더 심하다. 인권에 별 관심 없는 나조차도 ‘섬 노예’는 들어봤을 정도니까.
내가 있던 세계의 대한민국에서도 악명 높은 ‘신안’.
그곳에 심연의 타락이 뿌리내렸다.
테스트가 끝나고 토벌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심연 교단이 숨어든 위치가 신안이란 걸 듣고, 그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웹서핑을 하게 됐는데…… 나쁜 쪽으로 발달한 이 소설 속 세계답게 이곳의 신안은 내가 알던 곳보다 훨씬 더 상태가 심각했다.
한 마디로 더 ‘폐쇄적’이었다.
내가 있던 세계의 신안은 가장 큰 섬인 압해도가 목포와 ‘압해대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또 그 압해도가 ‘천사 대교’라는 다리로 암태도와 연결되어 있고, 암태도는 다리로 근처의 작은 섬들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상, 커다란 메이저 섬은 육지처럼 되었다.
그러나 이곳의 신안은 그러지 못했다.
목포와 압해도를 연결하고 있는 300m 남짓한 짧은 ‘압해대교’까진 있지만, 압해읍과 암태면을 연결하는 7.5km가량 되는 ‘천사 대교’는 없다. 지어지고 있었지만 2016년에 미궁 사태가 발발하고 경제 위기에 건설사들이 줄지어 부도가 나면서 미완성의 흉물로 남았다.
그리고, 16년 동안 방치되었다.
거의 다 지어진 상태라 조금만 투자하면 완성되었겠지만 이 세상의 대한민국은 그런 거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거대한 폭탄까지 받으면서 신안은 완전히 방치되었다. 육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이 됐고.
“흐으으음…….”
압해대교를 지나 도착한 신안군청.
함께 온 국정원 아저씨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뒤, 난 3인칭으로 내 모습을 보면서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넥타이까지 있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 무려 국정원에서 대여해준 ‘마법 장비’다. 기존 방탄복의 설계에서 몇 가지가 미궁 재료와 마법적인 공정을 가해서 만들어진 건데…….
솔직히, X나 안 어울려.
위압감은커녕 그냥 어른 흉내를 내려는 소년소녀 같아 보여서 우습기 그지없다. 게다가 장비를 받으면서 키를 재보니까 최근에 체력 운동을 안 해서 그런지 150cm로 5cm가량 체격이 쪼그라들었더라고?! 시~잇X! X 같은 마력 돌연변이! 옆에 같은 복장의 양 씨가 나름 위압감이 드니 더 비참하다.
그렇게 볼품없는 내 모습에 한숨을 쉴 때-.
-끼이이익!
커다란 검은색 밴이 주위를 둘러싼 군인들을 뚫고 이쪽 앞에 멈춰 선다.
“아, 황금 같은 휴일에 이게 뭐냐…….”
그리고, 뒤쪽 문이 열리며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나온다. 너무나도 뻔하게도 국정원 차장님, 입엔 항상 빨던 막대 사탕을 물고 계셨는데…… 착용한 장비들이 좀 심하게 눈에 띄었다.
이상한 건 아니다.
함께 온 국정원 아저씨들만 하더라도 좀 눈에 띄니까. 누가 봐도 ‘나 수상한 사람입니다.’하는 깜장색 수트와 선글라스 차림, 도심 한복판에 던져놓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번 힐끗거리고 지나칠걸? 근데, 차장님의 수상함은 그런 ‘사회에서 용인될만한 범위’를 넘어섰다.
먼저, 왼손 팔뚝에 달린 의수.
전에는 평범한 손 크기의 의수였지만 지금은 ‘거대한 건틀릿’이었다. 얼마나 큰지 살짝 쥔 손이 무릎 아래까지 닿을 정도, 순수 쇳덩어리라고 한다면 무게만 200kg은 가뿐하게 넘어 보인다.
차고 있는 의족도 기괴하다.
이전처럼 구부러진 철판 같은 육상용 의족인데…… 그 은빛 철판의 모서리 부분이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고, 그 중심엔 펜싱 검 같은 뾰족한 쇠막대가 달려있다. 그래, 이전에 봤었던 영화 킹X맨의 여자 악당 의족과 비슷하네.
“와, 저건 뭐냐.”
비슷한 생각인 듯, 살짝 허릴 숙이며 속삭이는 양 씨. <눈>으로도 범상치 않은 마법적인 아우라가 느껴지기에 살짝 <감정>해봤다. 작은 두통과 함께 무기에 얽힌 대략적인 과거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그와 함께 빈 텍스트 창이 떠오르며 글자가 채워진다.
+6 초동역학 거대 의수 (Hyper-Kinetic Giant Arm)
‘국방 마법 과학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나세영 차장의 전용 의수(義手), 사용자인 나세영 차장은 ‘불편하더라도 다크 노바의 일격을 능가할 수 있는 위력의 무기’를 의뢰했고 그에 만들어진 무기다.
이 건틀릿은 왼손 대신에 ‘오른손의 영체’와 강제로 연결되며 그로 인해 마법적 효과를 활성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궁에서만 출토되는 레어 메탈 중 하나인 ‘블라리움’으로 만들어졌으며, 마력 동력으로 움직이는 유압식 손가락 구조에 손바닥 부분엔 역장 생성 장치를 내재하고 있다. 특수한 마법 부여를 통해 마력 주입에 따른 무게 변화를 적용-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였다.
완성된 무기는 무거웠지만 착용자의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지 않았고, 그 위력 또한 철거용 중장비를 능가했다. 참관한 고위급 인사들은 모두 만족했지만…… 정작 나세영 차장은 살짝 실망했다.
다만, 억지로 왼손 부분에 마법적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하면서 사용자의 영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오른손에 착용하는 마법적인 물품은 착용할 수 없고, 신체에 마법 저항력을 떨어트리고 미세한 마법 오염을 서서히 쌓이게 한다.
초대형 한손 무기, 초동역학 거대 의수
대미지 22, 명중 -7
기본 공격속도 2.5, 최소 공격속도 1.
·파괴의 무기(Crushing), 힘+3, *소음, *마법 오염, 마법 저항-
·오른손에 적용되는 마법 장비(반지, 한손 무기 or 방패) 착용 불가.
·발동 기술 : 분쇄의 일격
+5 자르기 & 꿰뚫기 (Slice & Pierce)
나세영 차장의 전용 의족(義足)이자 무기, 이 얇으면서도 유연하고 물리적 충격에 상당한 내구성을 보이는 다중합금 의족은 ‘리브라소’의 희생으로 인해 다리에 적용될 영체(靈體)조차 없는 그녀를 위해 특수한 마법적 개조가 들어갔다.
이 의족은 다리 대신에 ‘머리의 영체’와 강제로 연결되며 그로 인해 마법적 효과를 활성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의족에 걸린 마법은 날아드는 공격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축전기 역할을 하여 착용자의 신체에 가해지는 타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충전’해 놓는다. 착용자는 그 축적되는 위치 에너지를 방출-폭발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억지로 다리 부분에 마법적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하면서 사용자의 영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머리에 착용하는 마법적인 물품은 착용할 수 없고, 신체의 마법 저항력을 떨어트리고 미세한 마법 오염을 서서히 쌓이게 한다.
신발
대미지 5, 명중 +6
기본 공격속도 0.7, 최소 공격속도 0.3
·쌍수 무기(Dual-wield), 신속, *마법 오염, 마법 저항-
·머리에 적용되는 마법 장비 착용 불가.
“……X나 강하네요.”
반쯤 넋이 나간 내 중얼거림에 ‘그래 보인다.’며 고갤 끄덕이는 양 씨, 하지만 난 양 씨와 같은 ‘추정’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나세영 차장님의 몸 곳곳에 나 있는 ‘거대한 균열들’을 보면서 강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만-.
맹세코 저런 괴물일 줄은 몰랐다.
난, 내심 ‘지상 출신 마력 각성자들의 전투력’과 ‘미궁 출신 마력 각성자들의 전투력’ 사이엔 넘사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봐온바, 수십 년간 목숨을 건 투쟁을 해온 미궁 출신과 나름 평화로운 밖에서 설레설레 훈련한 사람의 수준은 명백히 차이 났으니까.
근데, 저 무기를 쓰면서 날뛰는 차장은 각성 전 오무혁보다 강해 보였다.
왠지 사악한 느낌이 드는 마법을 사용하는 중국 측 마력 각성자 요원 수십 명을 혼자서 의족으로 회 쳐버리고, 불길에 휩싸인 3층 높이의 악마를 저 건틀릿 주먹으로 으스러트린다. 그 모습은 여의나루역에서 싸운 주인공과 데몬 스폰 4인방과도 비견될 만한 수준이었다.
……국정원 요원들이란 게 전부 저런 괴물들인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리랑 같이 버스 타고 온 국정원 아저씨 하나를 <게임 시스템>으로 확인해봤다. 역시나, 파악되는 능력치는 그냥저냥 평범하다. 그냥 차장님이 특이한 것 같네. 혹시, 저렇게 따로 온 것도 특별취급해서 그런 건가?
어찌 됐든 간에 생각지도 못한 차장님의 과거에 내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앞의 운전석에서 전찬휘 경감이…….
“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