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문 뒤쪽에서 손을 대고 있던 양 씨도 튕겨 나간 건 덤. 그와 함께 머리통 대신 거대한 문어 다리가 달린 것 같은 타락체가 문을 뚫고 나온다. 그 숫자만 무려 다섯 마리, 특유의 괴력으로 놈들은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뻐-ㅇ!
그보다도 먼저 내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액체 질소 대포>에 고대로 안쪽으로 퉁겨져 날아간다.
선두가 날아가면서 뒤에 서 있던 놈들도 함께 뒤로 밀려 나뒹군다. 다행히 놈들이 정체를 드러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없구만.
“문 쪽에 <서리 고리>! 최대한 넓게!”
“쓰읍……!”
이어진 내 재촉에 문짝과 함께 튕겨 나갔던 양 씨도 정신을 차리고 양손을 뻗으며 <서리 고리>의 룬문자를 만든다. 익숙한 마력의 파동에 재빨리 뒤로 빠졌고 이어서 박살 난 문을 중심으로 지면에 은빛의 광채가 퍼져나간다. 나도 다시 <액체 질소 대포>를 준비했다.
“G̸̦͍̤͍̬̤̩͗̐͒̇̓́͜͡u҉̨̤̪̟͇̩̰̣͂̅̀̈́̔̌͠ŗ̷̪̙͍͇̗͓̱̫̀̇̉́̕-̷̧͍̖͙̪̫҇͐̈G̶̤͍̱̬̥͐̌̆͑̌̇̌̅͜͞ȑ̵̡̲͚̉̾̋͗́͞n҉̨͕͚̱͆̔͐̐̏̏̈́͡!̸̫͔͎̯̋̓̊͜͠”
“G̷̨̲̮̗̬̅̊̓̒́͡u҉̞̙͙̘̠̙̪̂̂͐̀͜͞ͅr̴͔̯̯̔̍̿̈́͐̑̌͢͝-̴̨̦̥̤̯̱̦҇̊̈͑͗͆̆̐ͅG҈̢̮̪͔͎̪͐̽͡r҈̤̰̣͓͓̪̙҇͛̍̉̀̋̐̍͊͢!̶̜̲̥̞͍̖͉̥͋͑̊͑͢͞”
그리고 튕겨 나갔던 타락체가 기괴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돌격한다.
<서리 고리>가 작용하는 은빛의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쩌저적!’ 소리와 함께 아직 인간 형상을 한 신발과 다리가 얼어붙지만 그런 거론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는 듯이 달려온다. 옷과 피부가 뜯어진 놈들의 다리 근육은 붉은 것이 아니라 문어처럼 회백색으로 꿈틀거렸다.
그렇게 놈들이 전부 <서리 고리>를 밟았을 때-
-뻐-ㅇ!
손바닥에 맺힌 액체 질소를 ‘위쪽’에 발사하고 터트렸다.
얼어붙는 다리를 무시하며 돌격하던 놈들이었지만, 내리꽂히는 <액체 질소 대포>의 충격파에 패대기쳐진 것처럼 지면에 꽉 눌어붙는다. 대리석 바닥이 살짝 금이 갈 정도로 강한 충격, 게다가 지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냉기에 놈들의 몸이 굳어간다.
“S̸̨̲̖̬̣͇̟̞͙̿̾͂̑̽̌͊͡a̷̢̛̭̘͕̙̰̾͆̐ͅͅl҈̧̠͍͎̎̏͡-̵̝̩̌̀͜͡R҉̧͖͇͔̪͕̃̂͝u҉̡̱͍̮͓̩͖̔͂̍͗͠…….”
“G̶̨̖̰̉̆́͗̊͊̓̕R̷̦̘̫̾͂͢͡r̴̨̥̰̳̞҇̈̅̐͋̿́́r҈̧͖͓̫̠͎̝͛̑̕ͅ”
어떻게 살기 위해 꿈틀거리지만 눌어붙은 몸에서부터 광범위하게 치밀어 오르는 냉기에 체액이 빠르게 얼어붙어 세포 단위부터 찢어져서 둔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타락체들이 땅에 처박혀서 허우적대는 사이에-.
“허억, 허억. MA-LUN-TA!”
난 또다시 <액체 질소 대포>를 만들었다.
휘몰아치며 손바닥 안에 모이는 액체 질소, 그 모습에 타락체들이 어떻게 일어서기 위해 발악한다. 피부와 근육이 뜯어지고 그 안의 역겨운 체액을 쏟아내며 몸을 일으켰지만 양 씨의 <서리 고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놈들을 향해 난 최대한 질소를 모으고 또 모아서-.
-뻐-ㅇ!
-우지지직!
또 한 번 위에서 짓누르듯이 터트렸다.
한 번 금이 간 대리석이 쩍쩍 갈라지고, 지면에 달라붙어 꿈틀거리던 타락체는 살점이 으스러지며 깨져나간다. 하지만, 타락체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아직까지도 죽질 않는다. 많이 끈질기구만. 잠깐 숨을 고르면서 난 품 안에서 컴뱃 나이프를 꺼냈다.
“RA-TI-AM!”
그리고, <염기성 무기> 주문을 걸고 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서리 고리> 안쪽으로 도약했다. 지면 바닥에 서린 냉기는 확실히 살인적이다. 그러니까 바닥에만 ‘안 닿으면’ 된다.
“흡!”
넘어져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타락체의 등짝을 밟고 이어서 그 갈비뼈 사이의 심장에 단검을 내리꽂았다. 연이어서 등을 보인 다른 놈에게 도약해 똑같은 칼찌를 먹여줬다. 운 좋게 등판으로 엎어진 놈이 있었지만 그래 봤자 무저항인 건 똑같다.
“하아, 하아, 하아. 다 죽였으니까 풀어요!”
그렇게 일일이 심장에 칼찌를 먹여서 완전히 죽인 뒤, 그만하라고 손짓하자 양 씨가 <서리 고리>를 해제한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잠깐 숨을 헐떡였다. 4 위계 마법을 거의 연속해서 4번 쓰고 마무리로 3 위계 마법까지 썼으니 골치 아플 만도 하네.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니 힘내야…….
“……저건 뭐냐.”
강당 안을 보곤 반쯤 넋이 나간 양 씨, 그에 나도 시선을 돌렸다.
급박한 상황에 <눈>을 근접 배치하고 싸우느라 몰랐는데, 안을 보니까…… 상황이 끝났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던 민간인들은 모두 주저앉아서 벌벌 떨고 있고, 정체를 드러내며 날뛰던 타락체들은 손질된 산낙지마냥 토막 난 채 강당 바닥에 꿈틀거리고 있다.
그 중심엔 차장님이 피와 체액에 흠뻑 젖은 채, 막대사탕을 물고 있었다.
전찬휘 경감을 제외한 국정원 아저씨들의 무기는 모두 마법적 처리가 적용된 삼단봉 형태의 전기 충격기니까…… 아니, 그런 걸 몰라도 국정원 아저씨들도 반쯤 넋이 나간 채 차장님을 보고 있는 걸 보면 누가 저 타락체들을 죽인 건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빨고 있던 막대사탕을 깨물어 먹은 후, 차장님은 막대를 바닥에 뱉으며 충격과 공포로 침묵에 빠진 이들을 향해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디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뒤지기 싫으면.”
7.
차장님이 보여준 ‘압도적인 폭력’에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됐다.
타락체들의 음파 공격에 패닉에 질렸던 생존자들은 ‘더 강력한 차장님의 협박’에 곱게 찌그러졌고, 대기 중이었던 의료 지원 병력이 투입되어 부상자와 사망자를 수습했다. 아직까지도 정체를 숨기고 있는 타락체들이 생존자들 틈에 섞여 있었기에 상황이 종료됐어도 함부로 쉴 수가 없었지만 말이지.
“이거 되게 맛있네요.”
생존자들이 격리된 임시 치료소 건물 안, 국정원 아저씨가 수고했다면서 건네준 소프트 아이스크림콘을 할짝대며 난 작게 감탄했다. 전문점에서나 팔 법한 아주 달콤하고 농밀한 우유 맛 아이스크림을 여기서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내 소감에 옆에 앉아서 똑같이 아이스크림을 할짝대는 양 씨가 입을 열었다.
“이거, 우리가 타고 왔던 국정원 버스 안에 있던 아이스크림 기계에서 뽑아온 거야.”
“버스 안에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 국정원 아저씨들에게 왜 이런 게 있냐고 물어보니까 일종의 스트레스 관리용이라고 하더라. 이런 게 은근히 위안이 된대. 참고로 아무 때나 먹진 못하고 작전 끝났을 때만 먹는다고 하더라.”
그 대답에 난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쌩고생하고 난 뒤에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핥으니 위안받는 느낌이야. 그렇게 입안을 간질이는 차가운 달달함에 취해 열심히 핥고 있는데, 임시 진료소 안쪽 진료실 문이 열리며 전찬휘 경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새벽 대원.”
“아, 넵.”
“차장님이 부르신다. 따라오도록.”
생각지도 못한 차장님의 호출, 양 씨가 가보라는 듯 손을 흔드는 가운데 난 살짝 떨떠름함을 느끼며 전찬휘 경감의 뒤를 따랐다. 임시 치료소로 쓰이는 3층 건물 최상층, 낡은 문을 열자 거기엔 차장님이 전투용 의족과 의수를 벗은 채 간이 병상에 걸터앉아 있었다.
“어, 그래. 찬휘야 고생했다. 너도 이만 가봐.”
내가 들어가자 경감에게 가보라는 듯이 손짓하는 차장님, 그렇게 경감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차장님은 맞은편 의자에 앉으라는 듯이 턱짓한다. 그에 내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자 차장은 걸터앉은 침상 위에 놓인 차트를 집어 들면서 입을 여신다.
“그래, 흰둥아.”
“넵.”
“우영이와 함께 아주 잘해줬다. 대처가 훌륭했어. 그리고 네가 가진 ‘감각’이 대단히 많이 도움이 됐다. 이번 지역 사회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색출 작업 결과가 아주 좋아.”
차트를 보며 차장님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153명 중에서 44명 사망, 33명 중경상. 44명의 사망자 중에서 타락체로 판명된 이들이 25명이고, 그 25명 모두 네가 말한 30명의 명단 속 사람이었어. 나머지 5명도 현재 주의 깊게 관찰 중이지. 한솔이가 타락체의 정신에 대해 연구 거리 생겼다고 특히 좋아하더라.”
“헤헤, 도움이 많이 됐다니 저도 기쁘네요.”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칭찬에 내가 웃으며 머릴 긁적이자 차장님은 차트를 내려놓고 실명한 왼쪽 회색 눈으로 날 빤히 응시한다. 뭔지 모르겠다만 시선이 좀 심상찮은데? 슬며시 입을 다물자, 괴물 차장은 품 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며 말을 이어나간다.
“나머지 사람의 검사결과를 올리고 작전을 바꿔볼 예정이다. 무차별적인 격리 살상보단 좀 더 정밀한 색출탐색으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넌 아마 좀 빡세게 타락체를 분류해야 할 거야.”
“음, 보너스 없나요?”
“없단다. 이건, 엄연히 계약 범위 내의 작업이거든. 다음번에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단 것에 만족하렴.”
막대사탕을 문 채, 씨익 웃는 차장님. 하아, 쪼잔하긴.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괴물 차장은 돌연 손을 뻗어 내려놓은 차트에 붙은 메모지를 보란 듯이 가리킨다. 그리고…….
“아뇨, 없어요. 지금은.”
“그래? 그럼 편하게 말해도 되겠다.”
메모지에 쓰여 있는 내용은 ‘지금 스마트폰이 있냐? 티 내지 말고.’였다. 내 대답에 차장님은 의외라는 듯이 날 바라본다.
“근데, 스마트폰을 왜 안 가지고 다니냐?”
“전투할 때, 잘못하면 박살 나잖아요? 버스에 두고 왔죠. 그리고 상황 끝난 뒤엔 곧장 이곳으로 와서 가지러 갈 짬이 없었고.”
“음, 그렇긴 하네.”
수긍한다는 듯이 고갤 끄덕이는 차장님, 어쨌든 차장님은 날 보며 말을 꺼냈다.
“자, 이전까지는 국정원 차장으로서 하는 말이었고 이제부터는 ‘개인적으로 하는 충고’야. 사실, 이거 말하려고 불렀지. 아, 참고로 너도 이제 스마트폰 쓸 때 주의하렴.”
“……네? 제가요?”
“그래. 사실, 스마트폰이란 게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장치거든. 도청, 촬영, GPS 추적, 인터넷 개인 성향 파악 다 가능하지. 뭔가 비밀스런 일을 할 생각이면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으면 안 돼.”
담담히 스마트폰의 위험성에 대해 말해주는 차장님. 아니, 파일을 훔쳐봤을 때 내 스마트폰을 도청할 거라곤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말해주니 좀 요상하네? 그런 내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차장은 씁쓸하게 웃는다.
“물론, 일반인에겐 그런 짓 안 하지. 해봤자 별 이득도 없고 번거로우니까. ‘특정 키워드’가 발견되면 분석하는 정도? 근데, 넌 이미 일반인이 아니야. 짐작하고 있겠지만 미르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 이후로 회까닥할지 모르는 ‘위험인물’인 동시에 ‘중요 관리 인물’로 분류되어 있단다.”
“음…….”
“그리고 이번 일로 아주 중요한 인재인 게 확실해졌지. 넌 앞으로 이민 같은 거 못 갈 거야. 훌륭한 인적자원을 놓칠 순 없는 법이거든.”
내가 이전에 봤던 파일의 내용을 담담하게 말해주는 차장님, 그에 난 난처하게 웃었다.
“그렇군요. 근데, 이런 거 알려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말했잖아. ‘개인적으로 하는 충고’라고.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는 것도 확인했고.”
어깰 으쓱이면서 차장님은 말을 이어나가신다.
“아무튼 난 네가 ‘유능한 똘마니’로서 되도록 오래 굴려 먹었으면 좋겠단다.”
“……저 단기 알반데요.”
“흐, 알아. 그 정도만 해도 만족해. 하지만 말이야, 몇몇 미친놈들은…… 특이한 게 있으면 원리를 분석해보려는 부류가 있거든.”
살짝 혐오스럽다는 듯이 미간을 찡그리는 차장님은 이어서 한숨을 내뱉었다.
“수영이도 그런 재수 없는 이들에게 한 번 걸렸었지.”
“……혹시 싸장님?”
“그래, 네 이전 사장님 말하는 거야. 미르…… 그러니까, 지금의 미르가 미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같이 배웠던 사이니까. 물론, 내가 10살이나 더 나이가 많지만.”
좀 초췌한 20대 중후반 누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실은 40대 중반 아줌마구만. 마력 각성자가 좋긴 좋네. 어쨌든 차장님은 머릴 긁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 수영이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아냐?”
“네. 좀 들었죠. 어려진 마력 돌연변이가 발생한 뒤에 납치당할 뻔했다고.”
“……그래, 맞아. 거기엔 국정원도 개입해 있었지. 알다시피 젊어진다는 게 엄청난 대사건이잖아? 늙어 뒤지기 일보 직전인 낙하산 국정원장이 눈 돌아간 거야. 그래서 쓱싹 넘기려고 했지. 그리고 그때 난…… 마력 각성자로 국정원 특채에 들어가 있었고.”
쓰게 웃으며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깨물어 먹고 막대는 버리는 차장님, 이어서 그녀는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옛날의 난 좀 순진했거든. 그래서 수영이를 팔아넘길 뻔했지.”
“…….”
“말하지만 고의는 아니었다.”
죄책감을 느끼는 듯, 살짝 고갤 돌려 창문을 응시하는 차장. 그다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어쨌든 잠시 창밖을 보던 차장님은 이내 다시 날 향해 고갤 돌리신다.
“너에 대한 정보는 아직 네 지인들하고 국정원 몇몇 인원들밖에 몰라. 그리고, 앞으로 기밀로 분류될 거고 최대한 숨길 거야. 너도 되도록 조심하렴.”
“아, 넵.”
“근데,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국정원에서도 정보가 새고 있어. 다른 곳에서도 샐 수 있고. 언젠가 널 상대로 작업하려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뭐, 어느 정도 전투력은 되는 것 같다만…….”
말하고도 멋쩍은 듯, 어색하게 웃으며 머릴 긁적이며 말하는 차장님. 어쨌든 조심하라는 어르신의 충고니까 고갤 끄덕였다.
“넵,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조심하렴. 너, 수영이 제자라고. 좀 잘 부탁한다고. 한솔이에게 부탁 받았거든. 니가 X되면 내가 한솔이 볼 면목이 없어요.”
내 정신과 담당 의사 양반이 날 신경 써줬구나. 내가 참 인복은 많구만. 그렇게 고갤 끄덕이다가……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입을 열었다.
“그…… 차장님?”
“왜?”
“그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좀 민감한 걸 수도 있는데?”
“뭔데?”
“싸장님이 납치될 뻔한 일 뒤에 어떻게 화해를……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내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차장님,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그 답변에 나도 얼버무렸다. 질문하기 민감한 거 알았지만…… 근데 궁금한 걸 어떡해. 하지만, 차장님은 한숨을 푹 뱉곤 이죽거렸다.
“너 같으면 널 팔아먹을 뻔한 새끼가 미안하다고 하면 용서하겠냐? 고의가 아니란 걸 알아도? 그건, 힘들지.”
“…….”
“이만 가봐. 새꺄.”
축객령 내리듯이 손짓하는 차장님. 그에 고갤 꾸벅 숙이고 문을 잡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잠깐!’을 외친다. 그에 뒤돌아보니까…….
“근데, 진짜 국정원 들어올 생각 없냐? 그러면 신변보호도 확실한데. 아, 이번에 요구한 추가 수당도 줄게.”
“아, 안 한다고요. 진짜.”
이어지는 영입 신청에 한숨을 내뱉으며 난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