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화
39화. 우미다!
1.
차장님의 철권에 맞고 기절한 뒤, 난 월요일에 깨어났다.
그리고, 깨어나자마자 어떤 국정원 아저씨들에게서 심문 비스무리한 걸 받았다. 대충 ‘갑자기 발작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느껴지는 심연의 힘에 발작을 일으켰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행히, 별 의심은 하지 않더라.
심연 관련 물품이 어지간히 위험해야지.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곳곳에 각종 함정 문항이나 교차 검증 문항이 깔린 길고 지루한 심리 테스트가 이어졌다. 다행히 질문하는 국정원 아저씨는 들고 온 파일을 보며 말했고 그런 것들이 다 적혀져 있었지.
근데, 그걸 다 끝냈는데 안 보내주더라?
‘안정이니, 조사니, 혹시 모를 심연 기생체 감염 위협이니, 규정상 어쩌구~’하면서.
진짜 발광하듯 애원해서 전화를 빌려 양 씨와 통화하고, 양 씨가 어떻게 차장님에게 연락해서 간신히 나올 수 있었다.
“스읍, 하아. 하아. 하아…….”
김포 공항, 타고 온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전력으로 공항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확인한 비행기 시간은 11시 30분, 지금 시각이 11시이니 탑승까지 30분 정도 남았지만…… 탑승수속 같은 걸 생각하면 늦었다! 그렇게 공항 안쪽에 서서 <눈>으로 주위를 확인하는데-
“야, 한새벽!”
멀찍이서 날 부르는 괄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145cm 정도 되는 단신의 여자, 특유의 커다란 알의 안경에 하나로 땋은 갈색 머리칼. 지아라의 모습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다가갔다.
“하아, 하아. 안 늦었죠?”
“그래, 이 미친놈아. 도대체 뭔 짓을 했기에 휴대전화가 없다고…….”
투덜거리는 지아라에 난 쓰게 웃었다.
내가 쓰던 휴대폰은 섬에서 잃어버렸다. 도망치는데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어? 격리되어 있는 동안엔 휴대폰을 새로 달라고 말할 겨를이 없었고, 오늘 깨어나서도 살짝 험악한 분위기에서 심문받느라 말도 못 꺼냈어. 잠깐 휴대폰 빌려서 전화한 게 끝이다.
“일이 좀 있었죠. 그나저나 아라 양은…… 되게 예쁘네요? 힘을 빡 주고 나오신 듯?”
바캉스용 밀짚모자에 샌들, 그리고 하늘하늘한 나시티와 각종 액세서리까지. 지아라의 복장은 누가 봐도 ‘나 해변으로 여행 간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복장이었다. 그런 내 말에 지아라는 밀짚모자 위에 올려뒀던 선글라스를 끼며 씨익 웃는다.
“고럼~ 일주일 전부터 밖에 나와서 진아 언니랑 준비했다구? ……그나저나, 넌 X발 그 꼬라지가 뭐냐? 맞춤 양복?”
“하, 하하핳. 어쩌다 보니.”
내 복장은 신안 파견됐을 때 입었던 정장 형태의 방호구. 다른 옷을 입고 오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이걸 입은 채로 바로 왔다. 다행히, 세탁과 수선은 제대로 됐더라. 어쨌든 난 지아라와 함께 빠르게 국내선 탑승 수속을 밟고 안쪽 탑승 게이트로 들어섰다.
그리고, 탑승 게이트에 마련된 카페에 앉아있는 일행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 우리 왔다!”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애들을 향해 지아라가 다가가며 소리치자 일행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새벽 오빠!”
“저기 왔네요.”
“늦음.”
마빡이와 반귀쟁이들, 혜영이…… 서예린도 있네?
하긴, 서예린도 혼혈 애들이랑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 마지막으로 본 카톡에서 마빡이가 한 사람 초대한다고 했었고. 서예린은 그 비싼 60억짜리 복장이고, 다른 애들은 지아라처럼 ‘해변으로 가요~’라는 느낌의 사복을 입고 있었다. 음, 다들 보기 좋아.
“하아아, 진짜 겨우 왔네요. 못 오는 줄 알았어요…… 으으.”
한숨을 내쉬며 난 적당히 빈 곳에 껴서 앉았고, 그런 내 푸념에 마빡 아가씨는 스무디를 쪽 빨곤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리고 휴대폰도 박살 났다며?”
“검사 때문에 뉴 송파구 지하에 갇혀 있었어요.”
“검사……? 아, 그러고 보니 너도 신안에 있었다고 했지?”
내 대답에 고갤 주억이는 마빡이, 그에 테이블에 앉아있는 혼혈 애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신안? 새벽 오빠 신안에 있었슴까?”
“거기, 심연 기생체 나왔다고 또 그러던데! 군인 사상자 2,500명 넘고!”
흥미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아이들, 반면에 서예린은 움찔하더니 갑자기 떨떠름한 표정으로 먹고 있던 초코 쉐이크를 내려놓는다. ……그러고 보니 서예린도 사전 브리핑 때 왔었지? 신안에선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뭔가 있나?
“거기서 뭘 했기에 검사까지 받았냐? 뭔 일이 있었는데?”
마빡이의 질문, 대충 얼버무릴까 하다가…… 혼혈 애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곤 한숨을 내뱉었다.
“양 씨랑 같이 뒤질 뻔했어요.”
“어? 우영 오빠도 갔었음까?”
“네, 그 새로운 기생체 있잖아요? 타락체에 잠식된 연대 한복판에서 겨우 탈출했죠.”
전혀 모르는 눈치기에 난 천천히 방학 동안에 겪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풀어놓았다.
이야긴 간단했다. 막판에 익스트림~ 한 일이 벌어진 것을 빼면 그냥 온종일 타락체를 분류한 게 끝이었으니까. 대충 기계로 타락체를 분류하다가 섬에 파견됐고, 거기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구출 받아서 탈출했다고 썰을 풀었다.
“근데, 사실임까?”
“뭐가요??”
“아니, 국정원과 함께 일하다니 뭔가 이상해서 말임다.”
그런 썰을 다 듣고 난 뒤의 혜영이의 질문, 그에 나 대신 마빡 아가씨가 입을 열었다.
“우영 씨가 말 안 해줬나요?”
“뭘 말임까?”
“이종족 파견 회사, ‘그레이 쉴드’는 이번에 국정원의 하청을 받았어요. 지상에 진출했던 오크 용병들은 명목상이지만 전부 그레이 쉴드 소속이죠. 그리고, 대표인 우영 씨는…… 일종의 반 국정원 요원에 가깝고요.”
오렌지 스무디를 쪼옥 빨고 말하는 마빡이, 그에 혼혈 애들 사이에서 침묵이 감돌더니…….
“머, 뭐야. 양 씨가 국정원 요원?”
“말도 안 됨다! 그 양아치 선배가!?”
“…….”
“추, 축하할 일이네요.”
혼혈 애들이 경악한다. 양 씨의 평소 행실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반응이구만. 그렇게 내 간략하게 줄인 썰이 끝난 뒤, 지아라는 부르르 떨며 끔찍하단 듯이 입을 열었다.
“근데, 좀 무섭더라. 어떻게 타락체가 먹는 거로 감염되냐…….”
“그건, 별로 걱정 안 해도 돼요.”
내 대꾸에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바라보는 혼혈 아이들, 그에 난 어깰 으쓱였다.
“특수한 조치가 없는 이상, 먹는 타락체는 그냥 일반인의 위에서 소화될 정도로 약해요. 게다가 우리 같은 ‘마력 각성자’는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이상 심연 기생체가 파고들지 못하잖아요? 우린 그 알을 퍼먹어도 문제없어요.”
“아니, 아직 정확히 안 밝혀졌잖아? 그리고 정부 방송도 100% 믿을 수 없고.”
지아라의 대꾸에 고갤 끄덕여 동의하는 아이들. 그거 내가 제일 처음 발견했고, 네쉬라를 보며 습득한 심연의 지식으로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없네! 그렇게 애들의 의견이 ‘정부는 못 믿음.’으로 모이는 가운데-.
-아, 아. 제주도행 A-34의 탑승자분들은 터미널…….
“왔다! 비행기 타러 가자!”
비행기의 탑승이 시작됐다는 말에 반색하며 일어서는 지아라. 혼혈 애들은 반색하며 ‘룰루랄라~’ 터미널을 향해 앞장서는 가운데, 나와 마빡 아가씨는 한 발짝 일행과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사실, 나도 달려가고 싶은데 마빡 아가씨가 눈치를 줬어.
그렇게 옆에 서자 마빡 아가씨가 작게 속삭였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뉴 송파구 지하까지 가서 검사받은 거면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날 향해 질문하는 아가씨, 그에 잠깐 고민하다 아가씨의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 껐어요? 도청 위협이 있는데.”
“날 뭐로 보고! 내 커스텀은 그런 거 못 해. 빽도어는 완전히 막아놨지.”
당당하게 자기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말하는 마빡이, 그러고 보니 우리 마빡이 전자장비에 빠삭하지??
“그거, 저도 하나 만들어줄 수 있어요? 최소한 도청 같은 거 당할 때, 알 수 있도록.”
“도대체 뭔데?”
“저, 감시 대상 됐어요. 어떻게 된 거냐면요…….”
내 대꾸에 영문을 눈을 똥그랗게 뜨는 아가씨, 그에 난 간략하게 입을 열었다.
내 능력으로 타락체를 구분한 것에서부터, 섬에서 타락체들과 싸운 것, 나중에 온 차장님에게 구출된 것까지. 좀 부도덕한 부분(포션을 구하기 위해 기지로 쳐들어간 것)만 빼고 그냥 다 말했다. 어차피 양 씨도 알고 있는 건데 뭐.
그렇게 말을 다 듣고 난 뒤, 아가씨는 탄식했다.
“하, 내가 가장 먼저 눈치챘는데…… 국정원이 침 바르려고 하네?”
“그나저나 이런 능력 때문에 저에게 사회적인 족쇄? 를 채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족쇄?”
“네, 제가 일하던 싸장님의 예시를 들면서 멋대로 활동할 수 없도록, 동시에 인재 유출을 막는다면서요. 국가가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는데…… 뭘 요청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네요.”
“흐음, 글쎄.”
내 질문에 턱을 쓰다듬으며 같이 고민하는 마빡 아가씨, 그 와중에 우린 비행기 탑승장에 다다랐다.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제주행 비행기의 모습에 혼혈 애들은 평소의 어른스런 모습은 보이질 않고 아이처럼 들떴다.
“오오, 비행기!!”
“신기하다. 어떻게 저 거대한 쇳덩이가 마법 없이 하늘을 날지?”
“…….”
“와아.”
방실방실 웃는 그 모습에 마빡이도 피식 웃었다.
“일단, 놀고 난 뒤에 생각하자.”
2.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만에 우리는 제주도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내려가자마자 서울과 김포보다 확연히 덥다. 이 세상에서도 내가 있던 세상에서처럼 기후변화가 문제라던데…… 좀 과장되게 진짜 동남아처럼 후텁지근하다. 공항 밖에 있는 나무들도 그냥 평범한 나무가 아니라 죄다 열대수다.
그렇게 우리가 공항 밖에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여기다!”
터미널 방향. 검은색 밴 옆에서 헐렁한 꽃무늬 티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양 씨가 웃으며 왼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짜, 뒤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저렇게 쌩쌩하다니…… 믿기질 않네. 그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난 활짝 웃었지만-.
“…….”
“…….”
“뭐……뭔?!”
다른 애들은 그렇지 못했다.
양 씨의 오른손의 팔꿈치 아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양 씨의 모습에 들떠서 달려가려던 애들도 그걸 눈치채자 분위기가 착 가라앉다. 그러건 말건, 양 씨는 의기양양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왼손 팔꿈치로 내 어깨를 가볍게 친다.
“건강해 보이네.”
“저야, 항상 건강하죠. 그나저나 양 씨도 건강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선글라스 너머의 오른쪽 눈도 푹 꺼졌다. 뭐, 그래도 여기까진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긴 했다. 총알 파편이 눈에 박힌 걸 직접 봤으니까. 하지만-.
“눈은 그렇다고 쳐도 그 오른팔은 왜 잘린 거예요? 손가락 몇 개가 완전히 날아가긴 했어도 팔꿈치 아래 전체를 자를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 질문과 애들의 시선에 양 씨는 쓰게 웃으며 고갤 끄덕인다.
“깨어나고 보니 오른손 엄지하고 새끼손가락만 남아있더라.”
“그럼?”
“잘랐어. 손가락 의수보다는 그냥 손 전체를 의수로 하는 게 더 빠르다고 해서 그…….”
“야, 이 미친놈아!! 그렇다고 멀쩡한 손을 잘라!?”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는 양 씨의 말을 끊으며 ‘꽥!’ 소리를 지르는 지아라, 확성기로 튼 것처럼 쩌렁쩌렁한 그 목소리에 안 그래도 이질적인 모습에 쏠려있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더 쏠린다.
그에 멈칫한 양 씨는 지아라를 향해 피식 웃었다.
“마력 각성자에게 이런 건 장애도 아니야. 요즘, 좋은 골렘 의수 많다구? 게다가 시야가 보이는 의안도 있고. 걱정 마, 일반 마력 각성자는 못 쓰는 아주 좋은 거로 달기로 되어 있으니까.”
“…….”
“너희들에겐 말 안 했지? 나 이제 국정원 하청이다? 그래서 받을 수 있었지. 나중에 착용한 의수·의안을 보면 오히려 부럽다고 할걸?”
“…….”
“……하아, 뭔지 모르겠지만 내게 화났다면 미안하다.”
계속 침묵하는 지아라를 향해 고갤 꾸벅 숙이는 양우영, 그 사과에 지아라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쉰다.
“X발. 내가 사과받으려고 한 건 줄 아냐? 좀 몸을 소중히 하라고…….”
“흐, 네가 날 걱정해 줄 줄은 몰랐는데?”
“…….”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반갑습니다. 예린 씨.”
또 빡치려는 듯한 지아라를 향해 씨익 웃곤 이어서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서예린에게 고갤 까닥여 인사하는 양 씨, 서예린도 살짝 고갤 끄덕이자 그는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하며 검은색 밴으로 향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좀 누그러지자 오혜영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검까? 새벽 오빠 말로는 국정원 하청으로 들어갔다가, 간신히 섬에서 탈출했다는데.”
“맞아, 진짜 죽을 뻔했지! 사실, 새벽이 아니었으면 난 죽었어! 진짜 타락체들 되게 무섭더라. 군인들이 작정하고 쏘는데 대응을 할 수가 없더라니까? 역시, 총 앞에서 인간은 평등해.”
주절주절 썰을 풀면서 차량 문을 열어주는 양 씨, 그렇게 우리가 다 차에 타자 그도 태연하게 운전석에 앉으려는데-.
“차 운전해도 되는 건가요?”
마빡 아가씨가 미간을 찡그리며 태클을 건다. 그에 양 씨는 보란 듯이 차를 두드린다.
“아, 걱정 마십쇼 아가씨. 일부러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차량으로 샀거든요! 왼손 하나만으로도 변속기와 핸들, 충분히 조종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 오른쪽 눈이 실명해서 원근감이 사라졌을 텐데요?”
이어지는 지적에 찔끔하는 양 씨, 그에 아가씨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리더니 비키라는 듯이 손짓한다. ‘여기까지 나름 잘 운전해서 왔다.’면서 양 씨가 항변했지만 아가씨는 기어코 양 씨를 뒷자리에 보내고 자기가 운전대를 잡았다.
“자, 그럼 어디로 가면 되죠?”
“펜션을 잡아놨으니까, 일단 그쪽 주소를…….”
“뭔 소리 함까?”
양 씨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하프 오크-혜영이, 그에 마빡이가 백미러로 바라보자 혜영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영 오빠네 집에 가는 거 아님까? 작년에 되게 자랑하지 않았슴까? 드림 홈 샀다고. 카톡에서도 자기네 집에서 숙박한다고 했으면서!”
“맞아! 그러고 보니 이 새끼 작년에 벼르던 집 샀다고 했지? 사진도 보여줬잖아! X나 예뻐서 짜증 났는데! 왜 거기 안 가냐?”
어느새 다시 쌩쌩해져서 자기 옆에 앉은 양 씨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지아라. 그에 양우영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오랜만에 가보니까, 상태가 안 좋더라.”
“뭐?”
“내가 제주도에 올 일이 있겠냐? 그거 산 뒤로 계속 방치하다가 이번에 가보니까 머물 만한 곳이 못 돼.”
양 씨의 해명, 하지만 혼혈 애들은 뭔가 불만인 기색이다. 그에 마빡 아가씨가 묘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양 씨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갤 끄덕였다.
“한번 가보면 알겠지. 새벽아, 내비 찍어라.”
“넵!”
주소를 불러주는 양 씨, 조수석에 앉은 난 양 씨가 불러주는 주소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