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93화 (193/350)

제193화

5.

쓰레기 투척범의 등장에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낯짝을 보겠다 싶었는데-.

“뭐야!? 어디 갔어! 니들! 니…… 니들이 치웠어!? 어딜 치워! 내 집인데 어딜 주인 허락도 안 맡고 치우냐고 이 새끼들아!?”

봉고차에서 내려온 사람은 웬 할머니였다.

언제 씻었는지 꾀죄죄한 얼굴에 머리카락은 떡이 진 채로 산발해 있고 몸에선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딱 봐도 미친 할머니. 삿대질하다가 좀 이질적인 얼굴의 혜영이를 보곤 잠깐 흠칫했지만, 이내 미친 사람답게 계속 광분한다. 그러다가 뒤편의 양 씨를 보더니-.

“너, 너 이 배은망덕한 되놈 새끼!! 이제 왔구나!”

두 눈깔이 뒤집히며 달려들려고 하지만 혜영이가 그 사이를 가로막아 멈춰 세운다.

“할머니! 뭔지 모르겠지만 진정하세요!”

“놔라! 놔! 이 괴물 새끼야! 놔!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경찰 부른다! 놔! 놔!!!”

계속 발광하는 미친 할멈의 양팔을 붙잡는 혜영이,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양 씨는 한숨을 내쉬고 도대체 뭔 일인지 모르는 우리는 뻘쭘하게 서 있는 가운데-.

“흐윽, 흐으으윽! 어이구, 어이구구…….”

미친 할멈은 체력이 다 했는지 앓는 소리를 내며 축 늘어진다. 그에 혜영이가 그 붙잡았던 손을 부드럽게 놓는다. 하지만, 다시 달려들면 곧바로 제지할 수 있도록 허릴 숙인다. 그에 미친 할망구의 다음 행동은…… 봉고 뒤쪽으로 가서 적재함의 작은 쓰레기봉투를 하나 꺼낸다?

“저…… 저거!? 음식물 쓰레기……!”

“이 되놈 새끼!”

“꺄악!”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그 내용물을 양 씨를 향해 내던진다. 마빡 아가씨는 기겁하며 물러서는 가운데, 혜영이가 또 막아서다가 온몸에 음식물 쓰레기를 뒤집어쓴다. 그리고, 미친 노인은 계속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며 악에 받친 괴성을 내지른다.

“감히, 키워 주고 거둬 준 어버이 같은 우리 애를 죽여? 천벌 받을 거여! 죽어! 죽어! 죽어!!”

“X발! 도대체 뭔 소란이야!!”

그 악에 받친 X랄이 집 안쪽까지 들렸는지 현관문이 열리고, 지아라가 소릴 꽥 지르며 나타난다. 찡그려졌던 그녀의 얼굴은 곧 묵묵히 쓰레기를 맞고 있는 혜영이를 보곤 일그러진다.

“빠드득!”

그리곤 손에 쥔 장도리를 움켜쥐며 살벌하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지아라,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자 양 씨가 재빨리 왼손을 뻗어 가로막으면서 고갤 저었다.

“내가 있던 보육원 원장의 부모야. 원장이 죽고 나서 치매 끼가 있어서 저래.”

그런 양 씨의 말에 지아라가 멈칫한 가운데, 미친 할멈은 양 씨의 허전한 오른쪽 팔을 보곤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좋아 죽는 것처럼 반색한다.

“너…… 너! 팔 잘렸구나!”

“…….”

“그래! 잘 됐다! 천벌이다 이놈! 나머지 팔도 싹 잘려라! 콱 죽어버려라!”

미친 할머니의 악담, 멈칫한 지아라의 얼굴이 또다시 일그러지는 가운데 양 씨가 먼저 움직였다. 특유의 조용한 발동어를 외면서 룬 문자를 만들어내는 양 씨, <마법의 동면> 주문이다.

-털썩!

완성된 마법이 뻗어 나가고 미친 할멈은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두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진다. 그 광경에 살짝 패닉에 빠졌던 마빡 아가씨가 기겁한다.

“뭐…… 뭐하는 거예요?! 마, 마법으로 민간인을…….”

“걱정 마, 그냥 재운 거니까. 혜영아,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오물만 뒤집어썼네.”

“뭐, 샤워 한 번 하면 그만 아님까?”

오물을 뒤집어쓴 혜영이한테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양 씨, 그에 혜영이가 얼굴에 묻은 썩은 김치 조각을 떼어내며 쓴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양 씨는 그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미친 할매를 왼손으로 들어 올려 어깨 위에 걸친다.

“난 이 할머니 집에 던져놓고 올게. 바비큐 재료도 가지고 올 테니까 씻고 있어.”

“어, 그럼 운전은…….”

“걱정 마, 혼자서도 운전할 수 있으니까.”

쓰레기가 가득한 봉고의 조수석에 할머니를 태운 양 씨는 곧바로 운전석을 타고 도로를 따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6.

갑작스런 일에 분위기가 다운됐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외곽 정리가 끝나자 곧바로 외부인원들까지 내부로 들어갔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마빡 아가씨가 콘센트를 갈아 끼우고 전선 작업을 도와줬고, 난 열심히 싱크대와 하수구에 <연금술>로 가공한 락스와 연마제를 퍼붓고 <액체 질소 대포>를 뚫어버렸다.

그렇게 집 안의 청소와 대략적인 인테리어를 완전히 끝냈을 땐, 밤 9시가 넘어서였다.

벽돌과 시멘트로 꾸며진 살짝 빈티지 카페 스타일의 집안 내부,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쓰레기가 가득했던 폐건물이었다고는 믿기 힘든 환골탈태였다. 가구가 없어서 좀 미진한 느낌이지만 그건 나중에 천천히 장만하면 되겠지.

그렇게 완전히 달라진 내부를 보며 자축한 뒤-.

“아하하하! 말이 안 되지 말임다! 어떻게 두 달 동안 풀만 먹고 살수 있슴까? 거짓말 치지 마심쇼! 그러다 죽슴다! 죽어!”

“됨, 내가 해봄. 죽진 않음. 보셈. 체중이 쫙 빠짐.”

우린 집들이 기념, 집 밖의 잔디 정원에서 광란의 술 파티를 시작했다.

서예린이 광고 찍기 위해 두 달 동안 풀만 먹었다는 썰을 풀자 혜영이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대꾸한다. 다행히, 서예린도 혼혈 애들과 잘 어울렸다. 그렇게 서예린과 혜영이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맥주잔을 든 지아라가 끼어든다.

“됐고! 일단, 받아!”

투명한 슬러시 같은 액체가 가득 찬 맥주잔, 그 안에 있는 건 소주도 아니고 40도짜리 보드카다. 냉장고가 없어서 양 씨가 마법으로 얼리면 지아라가 깨서 저렇게 나눠준다. 그렇게 나에게까지 맥주잔에 가득 채운 보드카를 넘겨준 뒤-.

“자자, 주목!”

목청을 높이며 애들의 이목을 끌어모은다.

“그럼 양 씨네 집 인테리어 기념! 그리고, 이종족 문화교류회의 친목을……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예비 부원인 예린 언니를 위하여!”

“위하여!”

‘이종족 문화교류회를 위하여!’ 하며 잔을 들려다가 서예린을 보곤 급선회하는 지아라. 어찌 됐든 간에 서예린도 피식 웃으며 보드카가 가득 든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 같이(겉보기엔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반귀쟁이들도)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으윽!”

마법적인 효과 때문일까? 살짝 두통이 날 정도로 차갑다.

곧바로 내 몫의 종이 접시 위에 담긴 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양 씨가 미리 구해놨다는 제주도 흑우의 소고기와 곱창인데…… 솔직히 뭐가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만 맛있긴 하다. 시원한 술에 기름진 고기라니…… 이게 섹X지! 그렇게 오물거리고 있는데-.

“소 곱창 보니까 생각나는 건데, 내가 처음으로 곱창 먹을 때 저 새끼가 똥 얘기를 하더라고!?”

“새벽아, 너 진짜 개악질이구나?”

그 와중에 마빡이가 날 보며 썰을 푼다.

그런 마빡이에게 동조하며 선 넘었다는 듯이 말하는 지아라, 솔직히 난 기억 안 나는데 말이지.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우린 고기와 술을 맹렬하게 박살 냈다.

“한 잔 더!”

“새벽아, 너 너무 들이키는 거 아니냐?”

300cc 맥주잔으로 보드카 5잔째, 그런 내 모습에 양 씨가 얼린 보드카를 담아주면서도 좀 걱정된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에 난 씨익 웃으며 고갤 저었다.

“괜찮아요. 별로 안 취하거든요.”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술을 마신 날, 소주 2병에 떡실신이 된 후에 내 주량을 알고 조절했는데 오늘은 기묘하게 취기가 잘 안 올라왔다. 처음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좀 생각해 보니 당연한 거였다.

‘레벨 업’.

불과 서너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무지막지한 차이가 있었다. 내 현 레벨은 17, 작전에 들어가기 전보다 4단계나 더 올랐다! ‘르피너스의 장난감’에서도 주인공이 레벨업하고 신체능력이 좋아지면서 ‘술이 안 취한다.’는 푸념을 했던 걸 떠올리고 퍼마시기 시작했다.

“아, 혜영 양! 제가 고기 구울 테니까, 얘들이랑 함께 술 마시세요.”

“음? 왜 그러심까? 저 괜찮슴다!”

옆에 온 내 제안에 고갤 젓는 혜영이, 진짜 하프 오크가 아니라 천사야 천사……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다니? 그에 난 고갤 저으며 고기를 굽고 있는 혜영이의 손에서 집게를 억지로 빼앗았다.

“더 이상 고기를 안 먹을 거라서 그래요.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된답니다! 아, 가끔 술잔만 좀 리필해 주세요!”

신장 150cm짜리 위장에 들어가 봤자 얼마나 들어가겠냐? 알딸딸하려면 술을 더 많이 마셔야 하는데 고기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 고기는 이제 그만 먹어야지. 그런 내 주장에 혜영이는 ‘헤헤, 그럼.’ 하면서 물러서더니 본격적으로 애들과 함께 떠든다. 음, 보기 좋아.

그렇게 밤이 무르익었다.

술과 고기를 먹고, 양 씨가 가져다 놓은 휴대용 노래방 기계를 붙잡고 지아라와 마빡이가 술에 취해 ‘꽥! 꽥!’ 노래를 부르고, 갑자기 감성에 젖어서 정원에 누워 보름달이 떠오른 해변도 보고…… 그렇게 서예린과 나를 제외한 모두 꽐라가 됐다.

새벽 2시쯤에 애들이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난 혼자 남아서 정리를 끝냈다.

정리는 나중에 하자고 했는데, 어차피 잠도 자지 않을 거 내가 끝내기로 했다. 사실, 할 게 없어서 그런 거다. 남의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것도 좀 찔려서.

“후우.”

그렇게 광란의 술판이 벌어졌던 뒷자리를 정리한 뒤, 난 보드카 술병을 쥔 채 정원의 풀밭에 누워서 해변을 바라보았다.

환한 보름달 밤에 술을 홀짝이며 혼자 현무암 해변을 내려다본다…… 아주 낭만이 넘치네.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기분, 살짝 서늘한 바깥 공기가 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식혀주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보드카를 홀짝이며 내려다보고 있는데-.

“혼자 뭐하냐?”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고갤 돌려 바라보자 양 씨가 씨익 웃는다.

“할 일도 없으니 술 마시는 거죠 뭐, 그나저나 그쪽은 잠 안 자고 뭐 해요?”

“흐, 침대 체질이라서 그런가? 요에 누웠는데 별로 잠이 안 오네. 아, 나도 술 좀 줘라.”

양 씨의 말에 옆에 가져다 놓은 보드카 한 병을 넘겼다. 그에 양 씨는 왼팔로 받고 이빨로 호쾌하게 뚜껑을 따고 홀짝인다. 보름달이 비치는 밤에 해변을 내려다보며 남정네 둘이 술을 마시다니…… 뭐,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구만.

“괜찮아요?”

“뭐가?”

“팔.”

“아…… 좀 익숙하진 않아. 오른손잡이니 말이야. 골렘 의수를 하면 나아지겠지.”

어깰 으쓱이며 병나발을 부는 양 씨, 취기가 올라서일까? 왼팔로 술을 마시는 그 모습을 보며 난 맨정신이면 절대 꺼내지 않았을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계속 용병 일 할 건가요?”

“……왜?”

“아니, 보통 소설이나 영화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 생각이 달라지곤 하잖아요. 정착하려고 하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내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던 양 씨는 이내 마시던 보드카를 내려놓곤 웃는 목소리로 고갤 끄덕였다.

“당연하지! 계~속 할 거야! 죽을 뻔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 사실, 이 정돈 별것 아니지!”

“그래요?”

“그래, 그리고 난 돈을 아주~아주 많이 벌 거야.”

“굳이 용병질 아니더라도 양 씨 정도면 돈 벌 구석은 많을 텐데요?”

“하, 입에 발린 칭찬은 그만둬.”

내 말에 실소하며 잔디밭에 드러눕는 양 씨, 곧 술병을 내려놓고 공해가 없어 별이 반짝반짝 보이는 밤하늘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난, 다른 분야에선 난 별다른 장점이 없어. 솔직히, 말해 평범하지.”

“제가 단언컨대 ‘절대’ 평범하지 않아요. 머리 돌아가는 것 보면 아주 비범해.”

“니가 잘 몰라서 그래. 나 같은 애들은 많고 많아! 굳이 마력 각성자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나름대로 경험이 담긴 의견이었지만 양 씨는 고갤 저으며 부정하곤, 마법 영창을 흥얼거린다. 만들어지는 룬 문자의 형상을 보건대 <서릿바늘>, 그렇게 만들어진 대침 같은 송곳을 왼손 위에 띄운 채 양 씨는 주절거렸다.

“마력 각성자에 마법 사용자, 그리고 살인에 거리낌 없는 마음가짐…… 이런 내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용병질이야.”

“흠.”

“그리고 지금, 내 사업은 궤도에 들어섰어! 고대하던 이종족 고용의 토대가 마련됐고, 실질적인 국정원 하청이 되었지! 그 어느 때보다 내 꿈에 다가선 거야!!”

웃으며 만들어 낸 마법을 해제하곤 왼손을 꽈악 틀어쥐는 양 씨, 도대체 고 2짜리가 저런 비정상적인 집착을 지니다니……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구만. 그래도 그러려니 해야지. 어깰 으쓱이며 술을 마시는데, 양 씨가 하늘을 계속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국정원 아저씨에게서 들었다. 너, 날 구하겠다고 그 연대 하나를 몰살시켰다면서?”

“……들었어요?”

“어. 진짜 상상도 못 했어. 북한의 나이트클럽 영상을 봤을 때부터 심상찮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특급 경계 대상이 될 만한 실력일 줄이야…….”

그 말에 머릴 긁적였다. 뭐, 좋게 끝났으니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너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 성향이나 그런 것들. 그리고, 뭔가 너에 대한 이상 조짐 같은 거 보이면 바로 알려 달라고 그랬어.”

“하아, 거지 같네요.”

이어지는 말에 한숨을 내뱉었다.

쯧, 벌써부터 마수를 뻗치는구나. 내심 각오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또 말을 들으면 엿 같네. 그래도 날 위해서 그걸 솔직하게 말해주다니 의외구만. 그렇게 한숨을 내뱉자 양 씨는 고갤 돌려 날 바라보며 쓰게 웃는다.

“고맙다. 살려줘서. 그리고, 미안하다. 숨기고 싶어 한 것 같은데, 괜히 나 때문에 드러내게 해서.”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이건 순전히 제 선택이었으니까.”

“하하, 그래?”

“네, 제주도 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양 씨를 버렸을 지도?”

“하하하하핳!”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듯 웃는 양 씨.

하긴, 생각해보면 제주도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양 씨를 구하려고 했을 것 같긴 하다. 정확히 말하면 ‘살육’을 하고 싶지만 내 얼마 없는 조그만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서 ‘양 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걸 방패 삼았겠지.

……근데, 생각해 보니 갑자기 좀 괘씸하네?

“근데, 속았어요. 여자애들이랑 해변에 가서 ‘꺄르륵!’ 놀 줄 알았는데, 설마 양 씨네 집 청소&리모델링 잡역부가 될 줄이야.”

“하하, 걱정 마! 내일부터 제대로 제주도 투어를 해 줄 테니까.”

“확실하죠?”

“그래, 진짜 진짜! 이번에 받은 돈 다 때려 박아서 확실하게!”

호언장담하는 양 씨의 대꾸에 고갤 끄덕였다. 그래, 저렇게 말하니 믿음이 좀 가는구만. 그나저나…….

“데려다 준 미친 할망구 어떻게 했어요?”

“뒤에 실린 쓰레기는 쓰레기장에 던져두고, 집에 던져두고 왔어. 동면에서 깨서 움직이겠지.”

“흠, 내버려 둬봤자 계속 테러할 것 같은데?”

낮에 봤었던 미친 할망구를 떠올리며 난 얼굴을 구겼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를 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있는 사람에게나 통한다. 딱 봐도 미친 사람이 곱게 말로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둘 리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또 올지도 모르겠네. 그런 내 지적에 양 씨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뱉었다.

“뭐, 어쩌겠어. 그러려니 해야지.”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우리가 있는 동안 쓰레기 투척 같은 건 못할 거야. 내가 마법으로 트럭 엔진을 안쪽에서 박살 냈거든. 아예 엔진을 갈아야 하는 수준으로. 고치려면 시간 좀 걸릴걸?”

씨익 웃으며 말하는 양 씨, 그에 나도 고갤 끄덕였다. 하긴, X같이 구는 새끼에겐 나이 상관없이 그렇게 대응해 줘야지.

“도대체 그 할망구는 왜 X랄한대요. 짜증 나게.”

“그럴 만도 하지.”

“……?”

“아들인 고아원 원장, 내가 죽였거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