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95화 (195/350)

제195화

-쏴아아아! 쏴아!

“햐, 날씨 좋다!”

“해변도 끝내줌다!”

차에서 내리며 감탄하는 마빡 아가씨, 이어서 소리치는 혜영이.

어제 비가 쏟아져서 그런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푸른 하늘, 늦여름이라서 그런지 마냥 무덥진 않고 살짝 서늘한 바람이 일렁이는……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옥빛의 바다!

“어때, 끝내주지? 응?”

씨익 웃으며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르는 양 씨, 그에 나도 멍하니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협재 해수욕장, 양 씨가 그렇게 자랑하던 이유가 진짜 있었다! 서해해서 봤던 바다와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 해외에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우리가 해변을 보며 들떠있을 때-.

-휙!

차에서 나온 서예린이 그대로 바닷가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어찌나 빠른지 해변에 얼마 없는 관광객들도 화들짝 놀란다. 그렇게 순식간에 치고 나간 서예린은 그대로 바다를 향해 도약-

-첨벙!

“하하하핳! 빨리 오셈! 빨리!”

풍덩! 빠진 뒤, 평소엔 절대 볼 수 없는 쾌활한 웃음을 터트리며 손짓했다.

해변에 갈 거라서 미리 스마트폰은 방수 팩에 넣었지만…… 그렇다고 수영복도 안 입고 저렇게 옷을 입은 채로 아이처럼 뛰어들다니? 그것도 60억짜리 옷을 입고 저런 짓이라니 믿기 힘들구만.

“하, 진짜 되게 좋아하네요.”

마빡 아가씨가 피식 웃는 가운데, 우린 서예린이 있는 해변 쪽으로 다가갔다. 밀려오는 파도, 종아리까지 적시는 파도가 시원하다. 좀 늦여름이라 살짝 서늘하지만…… 이 정돈 마력 각성자에게 별것 아니라고!

그렇게 우리가 해안가에 들어서자 먼저 헤엄치고 있던 서예린이 얼굴을 찡그린다.

“뭐함?”

“……네?”

“뛰어드셈!”

수면을 ‘팡! 팡!’ 두드리는 서예린. 그에 마빡 아가씨가 웃으며 어깰 으쓱였다.

“하하, 그래도 옷은 갈아입어야…….”

“그런 거, 신경 쓰면 언제 놈?”

마빡 아가씨의 말을 도중에 끊어버리며 서예린은-.

“옷은 어차피 언젠가 빨아야 함!”

수면을 손으로 강타해 우릴 향해 물을 튀긴다. 거의 물대포처럼 쏟아지는 바닷물 세례, 우린 기겁하며 뒤로 빠졌지만 일행 중심에 있던 혜영이는 피하지 못하고 쫄딱 젖었다. 그렇게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한 혜영이는 잠시 현타에 든 듯 멍하니 있다가 두 눈을 감았다.

“……음.”

정색하는 것 같은 모습에 서예린도 좀 찔끔한 표정으로 멈추고, 혼혈 애들은 시선을 교환하다가 조심스럽게 혜영이 옆으로 다가갔다.

“야, 왜 그…….”

-덥석!

말을 걸려는 순간, 번개처럼 움직여서 이경과 이영, 두 반 귀쟁이의 손을 덥석 잡는 혜영이. 그리곤 지금까지 현타에 빠졌던 얼굴이 거짓말이라는 것 마냥, 씨익 윗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혜, 혜영아……?”

“나만 당할 순 없슴다!”

두 반귀쟁이들을 바닷가 쪽에 내던지고 그대로 풍덩 빠진다. 그 광경에 서예린도 씨익 웃으며 번개처럼 모랫바닥을 박차면서 도약. 연이어서 빠져나온 발로 해수면을 박차며 2차 도약을 해서-.

“예, 예린아!? 자, 잠깐!”

뭔, 무협 영화처럼 마빡이 앞에 섰다.

아가씨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직감한 듯, 다급하게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피지컬로 서예린을 감당할 사람은 이곳에 없다. 번개같이 마빡이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은 서예린은-.

“꺄아아아아악!”

-첨벙!

가벼운 가방을 던지는 것처럼 멀리 날려버린다.

그 모습에 나도 피식 웃었다. 항상 뚱하고 시큰둥한 얼굴, 아니면 쿨~해 보이는 이미지인데 저렇게 아이처럼 좋아하다니 의외네. 그렇게 ‘현실 우미다~’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

서예린은 곧바로 고갤 돌리곤 내게 달려든다.

“자, 잠깐! 나 수영 못…….”

“슈웅!”

입으로 효과음까지 내면서 내 손목을 낚아채며 내던지는 서예린.

“에게게게겍!”

-퉁! 퉁! 퉁!

그래, 인간으로도 ‘물수제비’가 가능하단 걸 증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수십m를 통! 통! 거리다가 바닷물에 처박혔다. 그동안, 혜영이는 유일하게 바닷물에 빠지지 않은,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는 지아라에게 따라붙어 백허그를 감행했다.

“야, 이거 안 놔! 어딜!?”

“히힣! 못감다!”

-첨벙!

떼어내려고 하는 지아라를 안은 채, 그대로 뒤엉겨 엎어지는 혜영이. 그렇게 지아라도 바닷물에 쫄딱 젖었다.

“이이이익! 야, 서예린! 에엑!”

-철퍽!

“하하핳!”

내던져진 마빡이가 서예린을 향해 빼액 소리치지만, 한 번 더 서예린의 물보라 대포에 맞고 휘청이며 침몰한다. 그 모습에 서예린이 웃는 가운데, 물밑에서 올라온 마빡이는-.

“한번, 해 보자는 거지?”

“오!?”

그 이마에 핏줄이 솟구쳤고 끼고 있는 푸른색 헤어밴드에선 정전기가 ‘빠직! 빠직!’ 흘러나온다. 이어서 부드러운 밤색 머리칼이 삐죽삐죽 치솟으며-.

-파앙!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빠른 움직임으로 물을 후려친다.

서예린 곁에 있기에 좀 부각되지 않지만 마빡 아가씨는 평범한 마력 각성자보다 신체능력도 월등하다! 피지컬 상승한 아가씨의 반격, 그 물의 크기는 서예린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만만찮았다. 한 방 맞은 서예린이 씨익 웃는 가운데-.

“MA-LUN-TA!”

“?!”

나도 가세했다.

<액체 질소 대포> 주문, 급작스런 대기와 마력의 유동에 서예린이 움찔하며 바라보고 난 씨익 웃었다. 다른 사람도 다 보고 있는 바깥, 함부로 마법을 썼다간 지탄받고 경찰 조사받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거든!

“얍!”

티 나지 않도록 모인 질소 구체를 터트리며 나도 서예린에게 물세례를 끼얹었다.

10.

난데없는 해변의 물싸움 양상은 서예린+오혜영 vs 나머지로 펼쳐졌다.

숫자상으론 2 대 5, 하지만 5쪽이 불리했다. 다른 사람도 다 보고 있는 바깥, 함부로 마법을 썼다간 지탄받기 일쑤다. 마법이나 신의 권능을 주로 사용하는 나와 마빡 아가씨, 두 반귀쟁이들은 시선이 쏠리자 행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두 피지컬 괴물의 폭거를 막지 못하고 나를 포함한 5명은 사실상 판정패로 비척거리며 해변 밖으로 나와야 했다.

“잘 놀았냐?”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우리와는 달리 차 앞에서 아주 여유롭게 음료를 홀짝이고 있는 양 씨, 가져가라는 듯이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턱짓하자 지아라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음료수를 꺼낸다.

“시잇X…… 꼴 받아. 넌 왜 안 왔냐?”

“차를 지켜야지! 그리고 전 환자입니다만?”

그 의기양양한 모습에 지아라가 꿈틀거렸지만 이내 양 씨가 호주머니에서 꺼내는 황금색 카드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늘내일, 남은 2박 3일은 저기 호텔에서 잘 거야. 호캉스도 좀 해봐야지? 스위트룸으로 해놨다.”

“오오옷!”

환호성을 지르는 혜영이, 그에 양 씨는 빙긋 웃는다.

“일기예보 보니 내일부터 다시 비 온다니까, 오늘은 해변에서 놀고 내일 호캉스를 하자고. 니들 먼저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어라. 우리 둘은 좀 있다가 갈게.”

“어, 호텔에서 잠시 유튜브 영상용 vlog 찍어도 됨까?”

“애들 허락받으면 상관없지?”

그에 여자애들이 호텔 로비로 향하고, 남은 양 씨와 난 차를 타고 호텔 지하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조수석에 앉아서 쫄딱 젖은 날 보며 양 씨가 씨익 웃는다.

“그래, 만족하냐?”

“헤헤, 재미있긴 하네요.”

여자애들과의 물싸움이라. 생각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눈요깃거리가 없다는 게 일말의 아쉬움이었지. 뭐, 이제 눈요기도 되겠지만 말이야! 근데 이후엔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애니에선 눈감고 수박 깨기 같은 거 하던데…….

“다 갈아입었단다. 가자.”

그렇게 차를 세우고 호텔 로비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다 갈아입었으니 오셈. 아 사놓은 수영복 올려놓음.’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에 룰루랄라 하며 스위트룸에 올라갔는데…….

“……머…… 머임?”

양 씨네 집 가구 산다고 제주도 백화점에 들렀을 때 샀었던 내 수영복이 없다. 대신에 침대에 쪽지와 함께 요상한 옷차림이 있다. 마빡이의 글씨체인데…….

“마…… 마음에 안 드니 이걸로 바꿈? 내가 사줬으니 바꾸는 것도 내 맘이겠지?!”

뉴 송파구에서 워낙 급하게 온지라 내가 가진 거라곤 국정원 아저씨에게서 택시비로 빌린 5만 원뿐이었다. 그래서 양 씨와 아가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꿀꺽.”

쪽지를 구기며 마빡이가 준 수영복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이…… 이거? 어쩐지 수영복 없다고 했을 때 음흉하게 웃더니만……! 이…… 이런 걸…… 그렇게 내가 마빡이가 남긴 ‘함정’을 보며 부들거리고 있을 때 양 씨가 힐끗 이쪽을 바라본다.

“안 갈아입고 뭐 하냐?”

“……양 씨 돈 좀 빌려줄 수 있어요? 근처에서 수영복 좀 사게.”

“뭔데? 백화점에서 트렁크 샀잖아?”

다가와서 침대에 있는 함정을 보곤 침묵하는 양 씨, 하지만 이내 내 어깨를 친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한번 입어봐라. 언제 이런 거 또 입어보냐!”

아니, 못한다. 이건 내 남성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야. 차라리 벗어놨던 젖은 옷을 입고 말지! 집어치우고 벗어놨던 젖은 옷을 그냥 입으려 했는데…… 고갤 돌리니 양 씨가 벗어놓은 내 옷을 줍고 있었다. 그리곤 은근슬쩍 뒷걸음질 친다. 저, 저 얼굴……!

“소…… 속였군요! 그…… 그쪽도 한패……!”

“먼저 갈 테니 짐 들고나와라!”

어떻게 붙잡기도 전에 옆구리에 내 옷가지를 회수한 채 쌩하니 밖으로 나간다. 빤스까지 다 벗어 던진지라 차마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난 마빡이가 남겨놓은 옷가지와 함께 방에 남았다. 카드나 휴대폰도 안 들고 온 난…….

“시X.”

침몰했다.

11.

양 씨가 남겨놓은 짐의 양은 장난이 아니었다.

얼음과 맥주가 가득 든 아이스박스, 10kg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 수박 한 통, 파라솔 하나, 그리고 튜브나 각종 물놀이 도구가 든 방수 백까지…… 원래대로라면 2명이 나눠 들었겠지만 양 씨가 내 옷을 들고 빤스런치면서 그걸 다 들고 가야 했다.

“끄으으응…….”

과장해서 내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짐. 레벨업을 해서 힘 자체는 많이 좋아졌지만,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가는 터라 무거운 걸 드니 몸이 휘청거렸다. 자연스럽게 짐이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허리가 굽어진 채 질질 끌고 밖으로 나서야 했다.

이 고생과 망신을 하며 나가는 이유?!

당연히 애들의 수영복 보러 가지!

남자가 바다에 왔으면 비키니는 봐야지! 애들이 싼 짐 사이에 있는 수영복을 보며 얼마나 고대했는데! 난 포기하지 않아! 어느새 사람으로 가득 찬 해수욕장, 이를 악물고 짐을 질질 끌고 해변을 거닐며 애들을 찾았고…… 얼마 안 가 서예린과 마빡이를 찾을 수 있었다.

“…….”

파라솔 아래에 있는 두 사람, 마빡이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고 서예린은 그 옆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밀짚모자를 쓴 채 드러누워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몸매가 예술이다.

빨간 비키니의 마빡이는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몸이고, 서예린은 미국에서 촬영한다고 극한의 다이어트를 한 덕분에 이전보단 호불호가 안 갈리는 근육질이었다. 진짜, 두 사람 모두 모델처럼 예쁘다. 근처의 모두가 은근슬쩍 두 사람을 힐끗거리고 있단 걸 느낄 정도로.

“음? 저기 옴.”

그렇게 잠시 입을 ‘헤~’ 벌리고 눈요기하고 있는데, 서예린이 날 발견하고 마빡이의 허벅지를 찌른다. 그리고 마빡이가 날 보고…….

“푸, 푸흡! 새벽아, 너 X나 잘 어울린다!”

“…….”

빵 터졌다.

쓰읍, 마빡 아가씨가 내게 입으라고 내준 수영복은…… 숏팬츠 같은 하의에 예쁜 러닝셔츠 모양의 상의, 투명한 재질의 선캡까지. 아주 ‘성 중립적인 수영복’이었다. 나도 내 모습을 보면서 ‘가…… 가능?’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하아.”

그나마 색이 군청색이어서 마지막 존엄은 지켰지. 핑크색 같은 거였다면 그냥 나오는 걸 포기했을 거야. 어쨌든 난 힘겹게 짐을 질질 끌며 두 사람 곁에 도착했다.

“시이X…… 사람 놀려먹으니 좋으시겠어요?”

“당연하지! 하하핳! 참고로 그거 엄청 비싼 거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뒤, 비서실을 시켜서 가져온 거야!”

확실히, 비싸 보이긴 했다. 재질이 안 입은 것처럼 편했으니까. 미궁의 신소재가 들어간 게 분명해. 어쨌든 한숨을 내뱉으며 끌고 온 짐을 풀고 있는데, 마빡이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한 손은 내 손을, 다른 한 손은 서예린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

“다른 애들 보러 가자!”

서예린이 따라 일어서고 당연히 난 질질 끌려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종족 애들이 모여 있었는데, 혜영이가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켜고 방송 중이었다.

검은색 스포츠 탑 형태의 비키니를 입은 혜영이.

웬만한 헬창 남자 뺨칠 근육질이긴 한데…… 얘도 예쁘다. 너무 우락부락해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며 아슬아슬하게. 뷰티 셀럽이라고 하더니 역시 대단해. 두 반귀쟁이들은 어린애용 수영복, 하얀 이경은 푸른색 프릴 비키니, 가무잡잡한 이영은 그냥 평범한 수영복이다.

그리고 노란색의 치마 비키니를 입은 미친 땅꼬마 지아라는…….

“오우…….”

나보다 살짝 작은 키에 좀 통통하다고 생각했는데…… 옷 아래로 드러난 몸매를 보니 통통한 게 아니었다. 그…… 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왔고…… 머…… 머리가 3개네? 저런 몸매면 남자들은 누구라도 ‘가능! X가능!’이라고 하지 않을까?

실제로 <눈>으로 본바, 셀카봉에 낀 스마트폰에도 나랑 비슷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엄마! 전 며느리를 이종족으로 데려올래요!

-오크…… 매력 있다.

-ㄴㄴ. 하프 오크만 그런 거임. 진짜 오크는 저러지 않음. 얼굴도 좀 못생겼고.

-퍄, 하프 드웝 몸매 실화냐? 그 통짜 드워프가 맞나? 진짜 글래머 단신 거유가 있구나, 진짜 하프 드워프는 전설이다…….

이세계에서도 인방(인터넷 방송) 보는 놈들은 똑같구나…… 그렇게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마빡이가 달려와서 소리친다.

“얘들아! 드디어 새벽이 왔다!”

“아! 저기 일행 더 옴다!”

그에 우리 쪽으로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스마트폰에선 환호와도 같은 ‘감탄사’가 쭈우우욱 미친 듯이 올라간다. 그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인방 보는 백수 쉑끼들아! 니들이 부러워할 동안 난 진짜 여자애들이랑 논다!

그런데…….

-ㅗㅜㅑ. 쟤 하얀 머리도 혼혈임?

“아뇨. 같은 부의 새벽 ‘오빠’입니다.”

나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한 녀석, 내가 남자라는 게 밝혀지자 또 채팅창이 불타오른다.

-남자?? 옷 색 보고 설마 했는데?

-츄릅…….

-ㅈㄹㄴ. 남자가 왜 저렇게 입어!?

-남자? 쌉가능!

-Fuckable.

-イケる?

-むしろ良いです。

아주 각양각색의 언어가 올라온다.

이거 한국인뿐만 아니라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네? 근데, 여자가 날 향해 입맛을 다시는 건 봐줄 수 있어도…… 고추 새끼들이 그런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 그렇게 날 향해 츄릅 거리는 전 세계의 잉여 인간들을 향해-.

“닥치세요, 이 미친X들아! 난 여자가 좋아욧!”

보란 듯이 중지를 날리며 이죽댔다. 그에 혜영이가 찔끔하며 고갤 젓는다.

“오빠, 방송에서 욕설은 자제 좀…….”

“아, 미안해요.”

흥분에서 욕설을 날렸구만…… 그렇게 내가 혜영이에게 사과하는 와중에도 ‘업계포상’이니 ‘더 매도해줘, 헤으응.’ 거리는 놈들이 널렸다. 으휴, 한심한 쉑끼들!

-(Super Chat-Mission)これをしなさい!

그때, 갑자기 ‘슈퍼 쳇-미션’이라는 소리와 함께 전자음이 흘러나온다. 금액은 10만 엔인데…… 뭐라고 씨불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같이 나오는 영상-‘모에모에 뀽!’을 보면 뜻을 몰라도 뭔지 알 수 있었다.

그에 지아라가 음흉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해라!”

“안! 해! 요! 미쳤어요?!”

미쳤냐? 내가 저걸 왜 해! 난 이미 부자라고! 하지만, 나의 파멸을 원하는 건 지아라뿐만이 아니었다.

“하셈!”

“해!”

“오빠…….”

“…….”

“하면…… 좋지 않을까요.”

차례대로 서예린, 마빡이, 혜영이, 그리고 이영과 이경.

사실상, 나 빼고 모두 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 와중에 미션 금액은 다른 잉여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쭉쭉 올라가고 있었고 슈퍼쳇으로 ‘해라!’, ‘Do it!’ 등의 소리가 들려온다.

“해봐! 추억이잖아!?”

“새벽 오빠~ 저 채널~”

“알았어요! 할 테니까 그만해요!”

현실과 가상, 두 곳에서 들어오는 메시지에 구박당하는 펭귄처림 비틀거리던 난…… 결국 굴복했다. 혜영이가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포즈 동작을 확인하니 K-off라는 X덕 애니의 한 장면, 흑발의 여자애가 크게 하트를 그리며 ‘모에모에~’라고 말하다가 가슴팍에 손하트를 만드는 장면을 보니까…….

“저기…… 그냥 안 하면…….”

“…….”

“아, 알았어요! 할게요! 할게!”

싸해지려는 분위기에 한숨을 내순 후, 시작 포즈를 취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 아버지, 잘 계신지요?

“모에모에~”

이세카이에 떨어지는 저는-.

“큥!”

지금 이러고 있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