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08화 (208/350)

제208화

“……네?!”

내가 기겁하자 싸장님은 삐딱하게 고갤 기울이며 날 바라본다.

“너, 이곳이 지상처럼 ‘법치’가 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아니, 그렇긴 해도…….”

“여긴, 진짜 CCTV나 주민등록번호 없고 그냥 무법지대야.”

내 말을 도중에 끊으며 싸장님은 손에 쥔 전자 담배를 까닥이신다.

“오크 기사단이 치안을 잡는 상층부와 미궁 식물을 대량으로 기르는 사업체 농장 같은 곳은 그래도 괜찮지만 다른 중층과 하층은 그냥 막장이지. 하프 오크 하나 정도는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너 ‘미트바’라고 아냐?”

“……아뇨.”

“미궁 출신들이 지상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요리’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종족은 한 번이라도 입에 대봤지. 인간 출신들도 먹어봤을 거고.”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는 싸장님, 왠지 불길하게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하지만, 그 착각이 사실이란 걸 증명하듯 싸장님은 질색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신다.

“일종의 꼬치 케밥 같은 거야. ‘다진 고기’에 MSG와 맛소금, 각종 지상의 향신료를 뿌리고 모닥불로 구워 불맛을 입힌 거지. 우리 입장에선 ‘저질 숯불구이 핫바’지만 그걸 처음 먹는 지하 출신들에게는…… 진짜 천상의 맛이라더군.”

“…….”

“그 다진 고기는? 굴러다니는 고깃덩이-시체를 갈아서 만든 거야. 종류를 불문하고 말이야. 당연히, 인간이나 아인종의 시체도.”

“으으윽.”

“오크들이 단속하고 있긴 해. 뉴 송파구에 인구 비율이 오크가 대다수니 ‘오크로 만들어진’ 미트바가 많이 팔리거든. 동족 포식은 종교적으로 안 된다나? 하지만, 하프 오크? OK야. 다른 종족? 당연히 되고. 그게 버젓이 팔리는 곳이 뉴 송파구야. 야만의 땅이지.”

북한의 꼴을 봤을 때도 막장이라 생각했는데, 한층 더한 지옥이 여기 있었네. 하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혜영이가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력 각성자에 꽤 잘 싸우는 아이니까.

“하지만, 혜영이는…….”

“너, 여기서 좀 살아가 보면서 느꼈지? 오크들이 혼혈에 대해 되게 언짢게 생각한단 걸.”

연거푸 내 말을 끊는 싸장님, 턱을 괸 채 빤히 바라보는 그 시선에 난 항의는커녕 멍하니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한 달 넘게 살아본 결과, 오크들은 혼혈에 대해 좀 싫어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히려 순수 인간인 나보다 하프 오크를 더 싫어하는 걸 느꼈다고 하면 과장이려나? 그에 싸장님은 한숨과도 같은 연무를 뱉는다.

“다른 이종족들도 그렇지만 오크들은 혼혈에 대해 더더욱 안 좋게 봐. 오히려 ‘죽여 버리려고’ 하지.”

“그 정도까진 아니던데요.”

“여긴 상층부니까 그래. 지상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인식도 부드러워졌으니까. 하지만, 밑은 다르지. 내가 한 번 가봐서 알아.”

“…….”

“왜 오크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느냐고 제롬에게 물어본 적이 있거든? 들어보니까, 다른 이종족이 인간 혼혈을 대충 ‘부끄러운 성욕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반면에 오크들은 ‘자신들에 대한 조롱과 모독’이라고 본다 하더라고.”

“조롱과 모독?”

“그래, 조롱과 모독. 아, 커피 한 잔 타와.”

설거지를 다 끝내자마자 커피를 주문하는 싸장님, 그에 난 내 몫까지 2개를 타서 싸장님에게 하나 내드리고 맞은편에 소파에 앉았다. 그에 싸장님은 커피를 홀짝이며 말을 이어나가신다.

“지상의 인간들이나 다른 이종족들의 평가로는 ‘탐욕스럽고’, ‘아둔하고’, ‘더럽고’, ‘힘만 센’ 놈들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오크들은 스스로 신성한 종족이라고 여겨. 세로쉬의 축성을 받은 이들이라고. 프라이드가 강하지. 그 축복 덕분에 자신들이 강인하다고 말이야.”

“실제로 그렇긴 하죠?”

“……뭐?”

“그, 전쟁 군주들 있잖아요? 그들에게서 진짜 코드 108의 힘이 느껴지거든요.”

내 말에 커피를 마시다 말고 두 눈을 똥그랗게 뜬 채 끔뻑이는 싸장님, 하지만 이내 ‘거 놀랍네.’라며 쿨하게 납득하시곤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오크들 입장에선 하프 오크는 불결한 피가 섞인 모조품이야. 인간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면 동족을 빠르게 늘릴 ‘임신 주머니’로 혼혈들을 살려두겠지만, 오크들은 상황이 달라. 혼혈은 오히려 순혈 오크보다 성장이 느리고, 신체적 조건도 평균적으로 떨어지지.”

“흐음…….”

이종족 문화 교류부에 처음 갔을 때, 양씨가 언급했었던 말이다. ‘쿼터(quarter)’가 없는 신비한 유전법칙 때문에 번식기가 느린 이종족은 미궁에서 인간을 사용했다고. 오크는 오히려 혼혈보다 성장이 빨라서 배척했다고 말이다.

수긍하는 내 기색에 싸장님은 어깰 으쓱인다.

“어쨌든 그러한 종교적·실리적 이유로 오크 혼혈의 취급은 안 좋아. 그리고 지상에 올라와도 사라지지 않았지. 우리가 10일 전에 겪었던 테러도 그런 ‘하프 오크 혐오 범죄’에 가까웠고. 집중적으로 하프 오크들부터 죽였잖아?”

“음, 미국에 하프 오크 혐오 범죄가 많은 것도 그럼…….”

“맞아,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하프 오크의 숫자가 많으니까, 혐오 범죄 당하는 것도 많다.’는 게 아니란 거지. 일부 지식인 오크들 사이에선 악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혐오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는 없잖아?”

고갤 절레절레 저으시며 싸장님은 입에 문 전자 담배를 크게 빨아들이곤 한숨 같은 연무를 내뱉었다.

“그나마 오무혁 그 양반이 어떻게 인간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죽이지 않도록 배려해뒀지만, 요즘엔 그 양반의 순교 덕분에 세로쉬 교단이 강성해지면서 혐오 분위기가 더 강해졌지. 일주일이나 하층에 있다? 그것도 강성 꼴통들이 많은 그곳에? 그리고 거기서 못 돌아왔다?”

“…….”

“생존확률은 희박해.”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어쩐지 위에서 혼혈 애들의 반응이 거의 부정에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씁쓸하네. 미르가 유혈에 잠겼을 때도 살아남았던 혜영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믿기질 않는다.

“……저도 한 대 피워도 돼요?”

“그래.”

울적한 기분에 담배 펴도 되냐고 묻자 고갤 끄덕이며 허락하는 싸장님, 그렇게 말없이 맞담배를 피운 지 얼마나 됐을까? 싸장님이 돌연 침묵을 깨셨다.

“전쟁 나면 여기 애들도 전사로서 참전하겠지.”

“참전…… 이요?”

“그래.”

여기 애들이 전사로? 신체적으론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미 웬만한 인간 성인 남성을 능가하니까. 그리고 몇몇은 마력 각성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굳이 싸워야 하나? 나름 가려 뽑은 인재인데 전쟁터에 보내?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싸장님은 쓰게 웃었다.

“사실, 난 북한의 개척 선발대에 넣어주겠다고 했는데 애들이 반대하더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리는 책임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야. 싸워서 자신들의 지위를 쟁취하겠다고 하더라고. 하하.”

“……대견하네요.”

“그래, 대견하지. 그것과는 별개로 되도록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커피를 마시며 푸념하는 싸장님. 뉴 송파구에서의 전쟁이라…… 안타깝긴 하지만, 나로선 딱히 할 건 없을 것 같다. 관계자도 아닌데 싸울 이유는 없잖아? 물론, 용병으로 뛴다면 가능하겠다만 너무 날뛰면 시선이 안 좋을 테니 좀 자제해야지. 그냥 후방에서 물품이나…….

“아!”

“……뭔 일 있냐?”

갑자기 든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자 싸장님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날 올려다본다. 그에 난 다시 천천히 앉으며 고갤 끄덕였다.

“마법 장비를 받아야 할 걸 깜빡했어요.”

“마법 장비?”

“네, 전쟁 터지면 받기 힘들 텐데…….”

오무혁에게 맡겨놨던, 그리고 오태산 씨가 되돌려 주겠다고 했던 장비들. 지금은 딱히 보관할 곳이나 쓸 곳이 없어서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전쟁 터지면 그것들 받기 힘들 거다. 아니, 상황이 이렇게 험악하면 은근슬쩍 꿀꺽해버릴지도 몰라!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바라보는 싸장님을 향해 난 사정을 설명했다.

“미르가 유혈에 잠겼을 때, 괴물들이 떨어트린 마법 장비들을 몇 개 챙겼거든요?”

“그런데?”

“어차피 생도 신분에 그런 거 가지고 있으면 뺏길 게 뻔해서…… 오크들에게 맡겨놓았어요. 잊고 있었는데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니 받아놔야겠어요.”

“파하!”

그런 내 대답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는 싸장님, 그리곤 내 옆에 다가와 앉으시며 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어이구, 븅X 같은 내 새끼…… 그런 건 먹는 사람이 임자야! 넌, 오크에게 공짜로 기부한 거고!”

“그 돌려주겠다고 연락 왔는데요.”

“……뭐? 구라치지 마라.”

주먹을 살짝 말아 쥔 채로 엄지는 혓바닥에, 그리고 새끼손가락은 이마를 찍는 ‘특유의 손동작’으로 진짜임을 보여주자 괴상한 표정을 짓는 싸장님, 그 상태에서 ‘진짜예요.’라고 한 번 더 말하자 싸장님은 헛웃음을 짓는다.

“하, 진짜라고? 그게?!”

“네.”

“어처구니가 없네. 그냥 꿀꺽할 거면 모르는 척할 텐데…….”

“사실, 좀 복잡한 사정이 있거든요. 어쨌든 상황이 흉흉한데 빨리 돌려받으려고요.”

“사실이라면…… 돌려받는 게 좋지.”

아직도 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이는 싸장님, 그리곤 날 보며 말을 이어나가신다.

“근데, 그거 정부에게 들키면 ‘비인가 마법 장비’라며 압수될 거다. 특히나, 저번 유혈 사태에서 나온 것들이라면 절대 허가 안 내줄 거야. 유혈과 관련되면 살인마로 변하는 마법 장비가 많이 나오거든. 실제로 끼면 미쳐버리는 것이 있어서…….”

“나름 껴도 괜찮은 것들을 구분할 순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일단 여기로 가져와도 되나요? 지상에서 쓸 일이 없어서 말이죠. 어디에다 보관도 힘들고.”

반지 같은 거라면 몰라도 투구나 방패 같은 것들은 몰래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 북한이라면 몰라도 남한에서 그런 흉흉한 장비를 쓸 일도 별로 없고. 그런 내 부탁에 싸장님은 쿨하게 고갤 끄덕이셨다.

“뭐, 너무 민폐 끼치는 물건만 아니면 보관해줄게.”

“그러고 보니, 연구하고 싶은 물건도 같이 있어요. 먹는 순간, 흡수되는 일종의 음식인데…… 제가 보기에 거기에 <피의 승화>라는 마법을 좀 응용하면 마력 각성을 인위적으로 촉진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어느 정도 영혼의 개화가 이뤄진 상태여야겠지만.”

“호오?”

내 말에 싸장님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비볐다.

“좋아, 그럼 빨리 가져와.”

4.

싸장님의 물건 반입 허가가 떨어진 다음 날, 난 곧바로 오태산 씨에게 받았던 명함으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안 가서 전화를 받으셨는데, 일 때문에 전화했다고 하니 곧바로 미르로 달려오셨다. 그 뒤에 간단히 커피숍 가서 담소를 나누면서 ‘맡겨놓은 것들을 받고 싶다.’고 했지. 정확히 말하면 ‘우그 타람’에서.

다행히, 오태산 씨는 가능하다고 했다.

저번 테러 이후로 우그 타람이 되게 삼엄하게 지켜지는 터라 못 온다고 할 것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었지. 하긴, 오크들에게 성자로 취급받는 분이 가져다주라고 한 약속이니까! 그렇게 우그 타람에서 출근한 뒤, 난 즐거운 마음으로 택배를 받아볼 수 있었다.

싸장님과 함께 배송된 금속 상자를 열고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X발? 이거 뭐야?!”

“헤헤.”

싸장님이 쌍욕을 내뱉고 난 헤픈 웃음을 흘렸다.

푹신한 검은 스펀지 안에 끼워져 있는 마법 장비들, ‘손가락과 머리칼이 뒤엉킨 나무 방패’같이 볼품없는 것도 있었지만 나머지 장비들은 보기에도 살벌한 흉흉한 마력을 풍긴다.

“도비야.”

“넵?”

“너, 뭔지 모르지만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다.”

그 말과 함께 뼈로 만들어진 장갑을 들어 올리면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을 이어 하신다.

“이건, 단순히 호의로 되돌려 줄만한 게 아니야. 정밀 감정을 해야겠지만…… 이 두개골 투구와 장갑은 최하 1급 혹은 특급 장비들이야. 게다가 오크들이 환장할 만한 전사형 무구들, 아마 유혈의 저주가 있겠지만…… 그걸 감수하더라도 쓸 오크가 널렸어. 욕심에 살인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야.”

“음, 그렇긴 하죠?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아니,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제가 부탁했던 오크가 ‘오무혁’ 씨였거든요.”

그 말에 멈칫하며 날 바라보는 싸장님, 이미 내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말했기에 난 ‘물건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 순순히 실토했다. 이 물건의 출처, 피라미드의 붕괴와 대탈출, 도망치다가 만난 쓰러진 오무혁…….

“그러니까, 네가 닥터 크림슨보다 더 강한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 오무혁에게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해본 거라고?”

“네, 훔친 장비들 중에서 코드 108을 숭배하는 제기(祭器)가 있었거든요. 혹시나 해서 그거 건네주고 신에게 기도해보라고 했죠. 코드 108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니 일단 해보면 안 될까 싶어서.”

“그리곤…… 그 양반이 초사이언이 됐다?”

“넵, 그리고 유혈의 거인을 향해 걸어가시는 그분한테, 장비 다 강탈당할 위기니 도와달라고 굽신거렸죠.”

적당히 각색한 내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싸장님은 이내 날 보며 입을 여신다.

“생각해보니까, 너 없었으면 미르 망했겠다?”

“……뭐, 굳이 따지면 그렇죠? 불길한 느낌에 발작한 덕분에 유혈에 대비할 수 있었고, 오무혁 아저씨의 각성까지 끌어냈으니까요.”

그 말에 난 가끔 싸장님이 스스로 자랑할 때 하던 포즈-허리에 양손을 올리곤 당당하게 가슴을 쭉 폈다. 그래! 전부 내 덕이긴 하지. 르피너스의 말대로라면 미르는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당할 운명이었으니까. 그게 깨져서 칸이 행패 부린 거고.

그런 내 어필에 싸장님은 피식 웃는다.

“진짜, 알면 알수록 네 능력은 규격 외네. 룬 문자를 대략적으로 보고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코드 108이라는 운명 같은 힘을 보다니…….”

“헤헤.”

“물론, 밝혀지면 전 세계가 널 어떻게 해보려고 할 테지만.”

거, 뒷말은 좀 안 해도 되는데 꼭 초를 치시네. 어쨌든 싸장님은 온 무구들을 살펴보며 혀를 찼다.

“하아, 고작해야 별 볼 일 없는 전리품인 줄 알았는데…… 보관에도 신경 써야겠다. 어디 보자, 투구에 장갑, 방패…… 어? 이거 상자가 2단 구성이네?”

투구와 장갑, 방패가 있는 상자를 꺼내자 안쪽의 두 번째 상자가 드러난다. 그 아래에 있는 건, 2개의 반지와 뾰족한 은빛 말뚝, 핏빛 쿠키가 든 봉지, 그리고…….

“어라?”

‘신앙의 목걸이’가 있었다.

코드 108을 함부로 믿지 못하게 하는 바깥에선 기껏해야 관상용 정도의 물건. 그냥 맨입에 부탁하기 애매해서 이 목걸이를 주겠다고 했었는데 이것도 같이 왔네? 근데, 이전에 봤던 것이랑 좀 다르다. <눈>으로 보니 막대한 힘이 이글거리는 게 보인다.

“싸장님, 이게 제가 말한 제기인…….”

싸장님에게 말하면서 난 오크의 얼굴로 바뀐 그 목걸이에 손을 뻗었고-

“어?”

닿는 순간, 어느새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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