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화
6.
-털썩!
대장 약탈자의 몸뚱이가 힘을 잃고 쓰러진 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목덜미에 꽂힌 창을 뽑았다.
몸놀림을 보고 기사급이라고 예상했지만 훨씬 더 강한 놈이었다. 특히, <신성 강타>를 맞았을 때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어. 단순히 머리 위가 아니라 다른 공간 축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내리꽂히는데-.
그 한 방에 반 피 넘게 빠졌다.
내 체력 자체가 워낙 빈약한 데다가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흉악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맞았을 때 생각한 것처럼 ‘거인이 내 몸을 붙잡고 전신을 으스러트리는 것 같은 감각’, 연금술-<자가 회복>으로 전투를 속행할 수 있었지만 뼈가 몇 군데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됐다.
……아니, 왜 벌써부터 이런 놈이 나오냐.
힘든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각오는 해뒀지만 너무 시기가 빨라. 어떻게 새롭게 고안한 전투 방식-<독숨결> 연막을 이용한 교란으로 수월하게 처리했다만, <신성 강타> 같은 피하지 못하는 즉발기를 가진 놈이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뒤졌을 거다.
어쨌든 쩌릿쩌릿한 몸의 감각에 숨을 고르며-
“…….”
“…….”
“…….”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두 생존자를 응시했다.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날 경계하고 있는 두 사람, 살짝 고민하다가 대장 오크-쥬라카를 향해 <과거시>를 사용했다. 범위는 이틀가량, 그와 함께 쥬라카의 과거가 흘러나온다. 뒤앙밍크와 만나는 모습,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짧았기에 분석도 금방 끝났다.
-휘릭! 스스스슥!
적이 아니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난 손에 들린 황금 창을 허리띠로 변형시켜 착용하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빨리 정리하고 떠나도록 하지요.”
“……당신은 누구요?”
“뒤앙밍크 씨가 고용한 용병입니다.”
“난, 당신 같은 이들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
의구심 가득한 오크 영감님의 시선을 받아내며 난 생각해낸 ‘선의의 거짓말’을 이어 나갔다.
“베일렌 소일 공장에 미리 도착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도착한 뒤엔 그의 지시를 따르라고 하고.”
“……설마?”
뒤앙밍크가 원정대를 불러놓고 언급한 말, 그에 쥬라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난 어깰 으쓱였다.
“5km 방면에 있는 베일렌 소일 공장지대까지 당신들을 호위·감시하는 게 제가 받은 의뢰입니다. 오크들이 있을 땐, 쉽게 모습을 못 드러내지만 이런 경우라면 다르죠.”
“…….”
“이제 좀 믿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찬찬히 고갤 끄덕이는 오크 영감님은 작게 한숨을 내뱉곤 쓰러진 탱크로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트럭이 엎어졌으니 당장 아래로 내려가는 건 힘들 것 같소.”
“그럼 다시 뒤집죠.”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오크 영감님, 방독면 안쪽의 얼굴은 ‘그게 되겠냐?’는 표정이었다. 음, 확실히 저걸 사람의 힘으로 다시 뒤집는 건 웬만한 괴력으론 안 되겠지만…….
“저기, 약탈자 놈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보조하면 가능합니다. 어차피 텅텅 빈 탱크로리니 쉽게 뒤집을 수 있을 테고.”
내 말에 영감님은 침음성을 흘리며 픽업트럭으로 다가가 이리저리 살펴보곤 안 된다는 듯이 고갤 젓는다.
“차량은 멀쩡한 것 같지만 잡고 끌 만한 게…….”
“있죠.”
그 말을 도중에 끊으며 난 내가 착용한 굵직한 금속 허리띠를 풀어서 들어 올렸다.
+0 순수한 물 (Pure water)
독특한 황금빛 금속 덩어리, 하지만 이 금속은 사실 ‘금속 형태의 물’이다. 고도의 <연금술>과 <부여술>을 통해 물 분자 사이에 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작하면서 인위적으로 금속의 성질을 띨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금속은 <연금술>에 조예가 있다면 액체 형태와 금속 형태를 자유로이 전환할 수 있다.
·형태 변환 장비
·총 부피 3.5L
내 빈약한 근력을 생각해서 우리 싸장님이 건네준 귀중한 장비, <연금술>로 형태 조작이 가능한 ‘물로 만든 금속’ 덩어리 되시겠다. 가벼운 데다가 형태 변환이 자유로워서 대단히 쓸모가 많지. 무기, 방어구, 여러 생필품, 여장을 위한 보정 속옷…… 이거 하나 덕분에 짐 많이 뺐어.
-스스스스…….
<연금술>로 조작하자 허리띠는 물컹거리며 녹아내리다가 황금빛 사슬로 변화한다. 그 모습에 입을 꾹 다무는 오크 영감님. 그렇게 만들어낸 사슬을 흔들며 난 픽업트럭을 향해 턱짓했다.
“한번 해보죠.”
7.
“MA-LUN…….”
-휘오오오……!
터널에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친다.
터널에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바람은 넝마 같은 후드를 뒤집어쓴 괴인의 손바닥 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런 괴인의 손 위에 둥둥 떠 있는 액체 덩어리, 점점 바람을 빨아들이며 커지던 액체 덩어리가 그 성인 머리통만 한 수준이 되는 순간-.
“당겨!”
괴인이 고개를 살짝 까닥이고 쥬라카는 트럭 너머에 있을 픽업트럭을 향해 쩌렁쩌렁 소리쳤다.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웅!!
황금빛 사슬로 엎어진 트럭과 연결된 픽업트럭이 거친 엔진 소리를 토해내며 트럭을 끌어당긴다. 동시에 쥬라카가 이를 악물고 엎어진 트럭을 살짝이나마 들어 올리는 가운데-.
“TA!”
-파앙!
괴인의 외침과 함께 그 손에서 액체 덩어리가 산산이 조각나며 쏘아졌다.
살짝 들린 트럭의 밑바닥에 쏘아지는 액체 덩어리들은 바닥에 닿자 풍선 터지듯이 바람을 뿜어내며 ‘폭발’한다. 트럭을 들어보기 위해 용쓰던 쥬라카가 그 충격파에 휩쓸려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가는 가운데-.
-쿠웅!
탱크로리 트럭이 기우뚱하며 다시 제 자리에 선다. 그 모습에 공기 폭발에 휘말려 튕겼던 쥬라카는 천천히 일어서며 혀를 내둘렀다.
“허, 10톤짜리가 저렇게 뒤집히는군.”
“충분히 저희만으로 할 수 있다고 했잖습니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탁! 탁!’ 털던 괴인은 트럭 쪽을 턱짓했다.
“트럭이 움직이나 한번 체크 해보세요. 뭐, 안 움직이면 어쩔 수 없죠.”
“음, 알겠소.”
그에 쥬라카는 다시 일어선 트럭 쪽으로 향했다. 박살 난 유리창과 찌그러진 차체, 차량 안쪽에 있던 운전사의 시신은 이미 빼놨지만 피와 뇌수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가볍게 운전석 시트를 닦은 후, 그는 운전대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부릉! 부르릉!
정상적으로 걸리는 시동, 그에 만족하지 않고 쥬라카는 트럭에서 내려 꼼꼼히 점검했다. 그렇게 검사하는 사이에 픽업트럭에 타고 있던 방독면을 벗은 스툴라가 쥬라카 쪽에 다가왔다.
“괜찮겠습니까? 어르신?”
“음, 그래. 다행히 엎어졌지만 엔진 쪽에 무리는 없는 것 같아. 타이어도 준수하군. 차량 자체가 튼튼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저쪽 말입니다. 말로는 뒤앙밍크가 보냈다는데……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한쪽에 모아둔 약탈자들의 시신을 뒤적이는 괴인을 가리키며 속삭이는 스툴라, 그에 쥬라카는 씁쓸한 어조로 수긍했다.
“확실히, 수상하긴 해. 하지만, 어쩌겠나? 저 괴물을 떼어놓고 가자고?”
“…….”
“저자가 원하는 한, 떼어낼 수 없네. 마을 자경단은 물론이고 ‘질서 집행관’이 있더라도 불가능할 거야. 그 아자그도 순식간에 박살 났는데…….”
“아자그요? 트롤 학살자가 왜 나옵니까?”
아자그, 단절의 도시에 있는 그들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유입 오크들 중 하나였다. 뉴 송파구에 있던 최하층의 트롤 마을을 자신의 워밴드와 함께 몰살시켰다는 놈, 그래 봤자 트롤 거주지 중 가장 세력이 약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었다.
의아한 듯이 말하는 스툴라를 향해 쥬라카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를 습격한 녀석, 아자그야.”
“……네!?”
“마을에선 워낙 긴장해서 몰랐는데, 시체를 살펴보니 확실해. 드러난 왼쪽 옆통수의 번개 흉터, 트롤 가죽과 뼈로 만들어진 방어구들, 매고 있어서 못 봤던 검은 방패, 무엇보다 기도술을 전문적으로 연마한 사제도 아닌데 세로쉬 님의 권능을 능숙하게 사용했어.”
“어째서 이런 곳에 그런 괴물이…….”
“소수로 움직이는 건, 막을 만한 명분이 없잖아. 아무튼, 미래의 전쟁 군주 감이라고 떠받들어지던 놈인데 저 괴인에게 걸려 허망하게 죽었지.”
쥬라카의 말에 한군데에 가지런히 모아둔 동료의 시신 쪽을 응시하며 입술을 질겅이는 스툴라, 그런 어린 오크의 모습에 쥬라카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게다가 우리가 지금 껄끄러운 거 따질 텐가? 뒤앙밍크가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은 임무의 완수야. 어찌어찌 되돌아간다고 해도 제자리, 그럴 바엔 난 도전하다가 죽겠네. 저렇게 죽더라도 고문받다가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저 정도면 호상(好喪)이야.”
“제길, 그렇긴 하죠.”
<사신의 빚>, 이 악랄한 낙인이 찍힌 이들은 함부로 죽지도 못한다.
낙인이 발동하기 전에 자살하려고 하면 ‘계약 불이행’으로 영혼이 속박되어 좀비로 일으키니까. 이렇게 싸우다 죽는 것도 어떻게 보면 특혜에 가까웠다. 최소한 무력하게 <고문> 당하다가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좋게 생각하도록 하지. 어쨌든 굉장히 강한 일행이 생겼으니까. 잘하면 임무에 성공할 수도 있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아, 저 픽업트럭은 어떻게 할까요?”
“……골치 아프구만. 일단, 저쪽에게 물어보지.”
심호흡을 한 후, 쥬라카는 벗어뒀던 방독면을 끼고 괴인을 향해 다가갔다. 죽은 약탈자들의 시신을 벗기고 있는 괴인이 고갤 돌려 바라보고 쥬라카는 살짝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큼, 트럭은 문짝 하나가 좀 찌그러졌지만 정상적으로 운전 가능하오.”
“다행이네요. 그럼 내려갈 수 있는 거죠?”
“그렇소. 그나저나…… 어떻게 차량하고 시체들은 어떻게 하시겠소?”
왜 물어보냐는 듯이 바라보는 괴인, 그에 쥬라카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지만 아까 떠나왔던 마을에 저놈의 패거리들이 더 있소. 이대로 두고 가면 우리가 녀석을 죽였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리고 추적할 테고. 하지만, 시체를 싣고 가는 것도 좀 애매해서 말이오. 다음번 마을에서 추궁당할 게 뻔해.”
“음, 시체는 ‘마법’으로 제가 핏자국까지 전부 처리할 수 있어요. 차량은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 가져가도 되고, 아니면 놓고 가도 되고…….”
“그럼 차량까지 가지고 가지. 이거, 따돌리기 훨씬 수월해지겠군.”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에 쥬라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가운데, 괴인은 약탈자들의 시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근데, 시체를 없애려면 장비 같은 게 없어야 하거든요? 좀 벗겨주실 수 있나요?”
“뭐, 알겠소.”
“그리고, 나머지 장비들은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
괴인의 말에 쥬라카는 잠시 이해하지 못하고 두 눈을 끔뻑였다. 장비들은 알아서 해라? 그에 괴인은 아자그가 착용하고 있던 ‘검은 대방패’와 반지, 목걸이 등만 챙기곤 자리에서 일어서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방패하고 장신구 정도만 챙기면 돼요. 더 챙기기엔 이미 짐이 많아서…… 핏자국을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시체를 다 벗기면 부르세요.”
트럭 옆에 둔 가방과 파란 비닐로 감싼 양손 도끼를 가리키는 괴인. 그에 쥬라카는 크게 숨을 들이쉰 후-.
“스툴라! 트럭에 가방 가져와라!”
쩌렁쩌렁 소리치곤 반색하며 약탈자의 장비를 벗겼다.
그가 착용한 장비들도 나쁘진 않지만 약탈자들의 것과 비교하면 흠이 많았다. 마법적으로 처리된 트롤 가죽 갑옷이라니! 뒤늦게 합류한 스툴라까지 전리품 회수에 열을 올리는 사이, 괴인은 황금빛 사슬을 회수해서 커다란 배낭 위에 도끼와 방패를 둘둘 묶는다.
“아, 차량 조수석엔 제가 앉아도 될까요? 불완전하지만 <투명화>를 쓸 수 있으니 잘 안 들킬 거랍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아, 트럭에 앉는 게 좋을 거요. 차고가 높아서 잘 눈에 안 띄니까.”
쥬라카의 대답에 고갤 까닥이곤 트럭 조수석 쪽으로 향하는 괴인, 그 뒷모습을 보며 시신을 헤집던 스툴라가 옆에서 속삭였다.
“좋은 놈일까요? 이런 걸 공짜로 주다니…….”
“저쪽 입장에선 별 필요 없는 거겠지. 저 해골 투구하고 자유자재로 변하는 황금빛 창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진짜 비범하니까. 어찌 됐든 간에 우리로선 행운이긴 하군.”
만족스런 표정으로 쥬라카는 아자그가 쓰던 한손 도끼를 들어 올렸다. 깔끔한 공장제 도끼에 비하면 투박한 외형, 하지만 쥐는 순간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단 게 느껴진다. 그가 일평생 만져봤던 무기 중 가장 좋다. 이것 외에도 마법 장비들이 널렸다.
“이대로 그냥 복귀해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트롤 가죽, 그것도 주술로 제대로 가공된 방어구라니……! 어르신, 우리 그냥 되돌아갈까요?”
“과연 저놈이 허락하겠냐?”
멍청한 소리를 하는 어린놈을 향해 쥬라카는 슬쩍 턱짓했다. 조수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바닥에 핏자국이 있는 곳에 가서 ‘마법’으로 보이는 모종의 조치를 최하는 괴인, 어깰 축 늘어트리는 어린놈에게 장비나 주우라고 재촉하려 했는데-.
“아니, 잠시만? 잘하면 가능하겠어.”
“네?!”
돌연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반색하는 어린놈을 뒤로한 채, 쥬라카는 마침 핏자국을 다 지우고 마침 터벅터벅 걸어오는 괴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보시오.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오?”
“그냥 용병이라고 부르세요. 장비 회수는 다 끝나셨죠?”
“그렇소! 그리고, 건의할 게 있소.”
그에 해보라는 듯이 바라보는 괴인, 그에 쥬라카는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이 약탈자 놈들에겐 동료가 있소.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되면 뒤쫓을 수도 있지. 물론, 당신의 실력이면 다 죽일 수도 있지만 점점 내려갈수록 놈들의 편이 많아지니 쉽게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 거요.”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놈들이 추적해오지 않게 미끼를 뿌릴 필요가 있소.”
옆에 있는 스툴라의 어깨를 붙잡으며 쥬라카는 입을 열었다.
“이놈은 어린놈이요. 전사도 못 되는 햇병아리지. 솔직히, 데리고 가봤자 유입 오크들이 널려있을 곳에선 전투원으론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소! 하지만, 운전은 할 수 있지!”
“그럼……?”
“이 녀석이 약탈자 놈들의 차량을 끌고 다른 곳으로 빠지면 약탈자 놈들도 혼란이 생길 거요. 최소한 추격해오는 병력이 쪼개지겠고. 이 녀석을 위쪽으로 보내서 적들의 추격을 늦추는 게 어떻겠소?”
쥬라카의 의견에 스툴라는 반색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방독면을 쓰고 있어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 그에 괴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음, 알겠소. 그럼, 잠시 이 녀석과 대화 좀 하겠소. 이놈이 올라가는 길은 모르거든.”
시체에서 물러서라는 손짓하는 괴인, 이어서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뭉클거리는 검은 연기를 시체 쪽에 내뱉곤 그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괴인이 보이지 않는 장막에 들어간 사이, 두 사람은 멀찍이 픽업트럭 쪽으로 향해 움직였다.
“감…… 감사합니다! 어르신! 진짜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반색하며 환호하는 스툴라, 그에 쥬라카는 고갤 저었다.
“이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한 거야. 아무튼, 올라가서 해야 할 것들을 가르쳐주마. 일단, 올라가는 방법은…….”
-으적! 와그작! 와그작!
검은 장막에서 들려오는 소음, 잘 모르는 어린 오크는 그냥 시끄러워서 얼굴을 찡그렸지만 쥬라카는 그 ‘뼈 부러지는 소음’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앞으로 3개의 마을을 지난 뒤에…….”
-으적! 으적!
그리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빠져나가는 방법을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