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43화 (243/350)

제243화

막간. 잡힌 꼬리

1.

분신들이 일으키는 혼란을 틈타 빠르게 ‘식사’를 마친 뒤, 난 영감님이 향했던 쪽으로 움직였다.

빌린 집에서 50m가량 떨어진 마을 외곽 도로, 콘크리트로 마감된 게 분명해 보이는 한쪽 벽면이 뚫려있고 그 안쪽에는 피 칠갑이 된 영감님과 드워프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근처에 죽은 오크의 시신 몇 구가 너부러져 있네.

“……왔소?”

안으로 들어서자 퉁명스럽게 말하는 영감님, 고갤 끄덕이며 난 바닥에 쓰러진 오크의 시신을 향해 턱짓했다.

“이놈들은 뭔가요?”

“뭐긴, 그쪽이 흩뿌린 독 구름을 피해서 도망친 새끼들이지.”

너부러진 시체를 향해 가래침을 ‘퉷!’ 뱉는 영감님은 벗어둔 방독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이를 가신다.

“우릴 따라서 도망치는 것까진 눈감아주려고 했는데, 가져온 장구류를 보더니 ‘위기 상황이니 무기를 좀 빌려 달라.’며 다짜고짜 손을 뻗더군.”

“하하…….”

“아무리 봐도 그냥 우릴 죽이고 꿀꺽할 기색이기에 그냥 선빵 쳐서 죽였지.”

지하에 내려오면서 경험한 유입 오크 놈들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이상한 건 아니지. 쓰게 웃으며 고갤 끄덕이는데…….

“이보시오!”

옆에 앉아서 쉬고 있던 드워프 친구가 돌연 내 로브 자락을 붙잡곤 떨리는 눈으로 날 응시한다.

“그, 그……. 괴물 쥐쟁이, 죽였소? 저 장비들! 쥐쟁이의 것들로 보이는데!”

“네, 죽였어요. 그래서 전리품으로 챙겨온 거고요.”

“크으으! 당신 진짜 엄청나구만! 그 괴물을 죽이다니!”

내 대답에 벌떡 일어나 어깨를 꽈악 붙잡고 흔드는 드워프, 친구의 원수를 갚아서 그런지 되게 좋아하-.

“이제 다시 돌아갑시다!”

“……네?”

“금 챙겨야지. [금, 골드]!”

……는 게 아니라 돈 챙길 생각에 좋아하는 거였구만.

옆에 앉아서 쉬고 있던 영감탱이도 한국어로 떠드는 ‘금, 골드’란 끝말에 뭘 말하는지 파악하곤 혹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큰돈을 벌 생각에 들뜬 건 이해한다만……. 솔직히 금이건 뭐건 간에 피곤해 죽겠다. 날 바라보는 두 사람을 향해 난 고갤 저었다.

“……피곤하니까 좀 쉬었다가 나중에 찾아갑시다. 어차피 시간은 많아요.”

“시간이 많긴! 뒤앙밍크가 마수를 뻗었다고 하지 않았소?? 언제 또 쥐쟁이 같은 놈이 스리슬쩍 올 줄 몰라! 금광 자체는 포기한다고 해도, 보관된 금괴만이라도 챙겨놔야 하오! 어차피 우리 실력이면 쉽게 거기까지 갈 수 있지 않소?! [금! 많은 금! 지금! 나중 없다!]”

꽥꽥 소리치며 드워프는 도와달라는 듯이 오크 영감님을 향해 한국어로 소리친다. 서로 종족은 달라도 욕심이 그득한 건 똑같은지, 영감님은 그에 헛기침을 한 번 하곤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연다.

“크흠, 정확히 뭔 말을 떠드는지 모르겠다만 저렇게 절박하게 말하는데 한번 가보는 게 어떻소?”

“…….”

“솔직히, 난 이대로 단절의 도시까지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 힘드오. 거기에 내가 지금 걸친 장비를 팔아도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그, 하프 오크 마을의 길잡이를 구한다고 하지 않았소? 황금으로 한번 사람 구해 보는 게 어떻소? 내가 길을 알 법한 놈을 알아.”

말도 안 통하고 서로 데면데면하게 굴던 오크와 드워프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똑같이 눈을 빛내는 모습에 난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2.

전쟁 군주-모르칸쉬로부터 특명을 받은 뒤, 드라릭은 추적팀을 이끌고 움직였다.

드라릭이 받은 용의자의 행적에 관한 단서는 ‘뒤앙밍크가 보낸 원정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마을의 자경대 도움을 받아 원정대 트럭을 추적해본 결과, 그 흔적은 ‘트롤의 습격’이 이뤄진 한 마을에서 끊겨있었다.

트롤과 모종의 접촉이 있던 게 확인된 상황

마침, 트롤 측과 협상을 하려고 파견된 뉴 송파구 정부 측의 인원들이 근처에 있기에 추적팀 일행은 협상단 측과 접촉해서 트롤들에게서 단서를 얻으려 했다. 다행히, 협상단 측은 흔쾌히 협력해줬지만-.

-그워어어어억!

-그어어어!

“미친 트롤 새끼들이……!”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밀려드는 트롤들을 향해 드라릭은 이를 악물고 도끼창을 휘둘렀다. ‘트롤어’를 하는 정부 측 인사가 나서서 협상이 되는가 싶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싶더니 트롤 측의 괴성과 함께 갑작스럽게 싸움이 벌어졌다. 협상단 측도 기사와 전사들이 다수 포진된 20명가량의 만만찮은 무리였으나-.

-콰직!

-콰드드득!

여기 트롤들은 엄청 강했다.

섬뜩한 소음과 함께 머리통부터 으깨지는 협상단 소속의 기사. 죽기 전, 기사가 도끼창으로 트롤의 모가지를 내리찍긴 했지만 그 목은 절단나지 않았다. 삐쩍 마른 미궁의 트롤이었다면 그 일격으로 죽었다만, 여기 트롤은 매우 뚱뚱하고 근육질에 그 피부는 암석에 가까웠다.

“잠시 이탈한다!”

그에 가까이 있던 드라릭이 상대하던 트롤을 추적팀의 인원들에게 맡기고 상처를 감싸려는 트롤에게 달려가 도끼창을 휘둘렀다.

-콰득!

“그르륵…….”

정확히 상처에 도끼창이 내리꽂히며, 반절가량 잘려나간 목이 겨우 떨어지는 가운데 드라릭은 재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그워어어어억!

-그어어어!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사방을 포위하며 달려드는 트롤들, 추적팀과 타고 왔던 배틀 바이크를 주차한 곳은 이미 트롤들이 점령했다. 아무리 봐도 빠져나갈 만한 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그에 드라릭은 슬쩍 자신의 왼 팔목에 끼워진 소집의 팔찌를 훑었다. 이 전장에 전쟁 군주가 나타난다면…….

“젠장!”

고갤 저으며 드라릭은 유혹을 참았다.

임무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냥 불렀겠으나 이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그리고, 차라리 뒤졌으면 뒤졌지 이런 위험한 공간에 전쟁 군주를 부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있지 않나 필사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차에-.

-부릉! 부르르릉!

-쿠웅!

“그르르륽!?”

기적이 나타났다.

다른 마을과 연결된 커다란 도로 터널에서 범퍼를 개조한 트럭들이 튀어나와 그대로 트롤들을 향해 꼬라박는다. 바윗덩어리에 부딪친 것처럼 오히려 트럭이 형편없이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웬만해선 끄덕도 하지 않던 트롤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뒈져라! 이 흉물들아!”

이어서 트럭 안에서 오크들이 쏟아져 나와 트롤들에게 반격한다. 오크 기사를 포함한 전사와 사제 무리들, 사제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석판을 하나씩 쥐고 있었는데-.

-세로쉬의 땅엔 오직 오크만이 있을 지어다!

-이곳은 너희들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다!

사제들이 기도를 할 때마다 석판에서 황금빛 장막이 뿜어져 나오며 반경 5~10m가량을 구형으로 뒤덮는다.

그 안에 있는 오크들을 별 이상이 없지만 트롤들은 커다란 물결에 휘말린 것처럼 휘청거리다가 밀려난다. 어떻게 버티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 상태에서 오크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버티질 못했다.

“세로쉬의 방패! 세로쉬의 방패다!”

종파 특유의 권능과 트럭에 새겨진 문장, 협상단이 접촉하기 전부터 트롤과 전쟁 중이던 유입 오크 세력 중 하나인 ‘세로쉬의 방패’였다. 그에 드라릭을 포함한 협상단 측이 반색하는 가운데, 트럭에서 한 오크가 나와 이쪽을 향해 소리친다.

“이쪽! 이쪽으로 오시오!”

일행은 유입 오크들이 나타난 도로 터널을 향해 움직였다. 트롤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 막으려 했지만, 트럭들의 연이어 돌진하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바리케이드 사이에 사제들이 목숨을 걸고 펼치는 방벽은 광분에 날뛰는 트롤들을 막아낼 정도였다.

“몸은 괜찮소?”

지원 병력의 지휘자로 보이는 오크 사제가 드라릭을 포함한 협상단 측에 묻고, 그에 협상단 측의 대표가 고갤 끄덕였다.

“정말 고맙소! 설마, 트롤 새끼들이 저 지랄을 할 줄은…….”

“너무 섣부르게 잡것들을 믿으셨소. 이종족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오! 언젠간 말살해야 할 것이지.”

“하하…….”

그에 협상단 측 기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노포비아적인 성향이 뚜렷한 ‘세로쉬의 방패’ 소속다운 말. 하지만, 반박하진 못했다. 다시 교역을 시작하자는 뜻에서 막대한 고기와 술을 싣고 갔는데도 이런 꼴을 당하다니…….

“모두 후퇴! 차량으로 막아낼 거다!”

그렇게 협상단과 인원들이 어느 정도 대피하자 오크 사제가 소리치고, 트럭과 병력들이 후퇴하기 시작한다. 터널 입구를 끌고 온 트럭으로 닥치는 대로 막 틀어막은 후, 협상단 측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을 때 오크 사제가 턱짓한다.

“아직 안심해선 안 되오. 저 녀석들은 바위를 뚫고 다녀. 금방 터널에 다시 나타날 수도 있소. 뒤쪽 마을에 ‘성전 연합’이 대기 중이니 함께 갑시다.”

“고맙소, 그리고 지원해준 건 잊지 않겠소. 뉴 송파구 정부에 보고해서 박살 난 차량이나 목숨 같은 건 갚도록 하지.”

“그런 건 필요 없고 성자께서 강림한 땅에 좀 올려줬으면 좋겠소! 아니면 그분이 사용했던 성유물을 좀 보여주든가! 성지순례를 하러 왔는데, 몇 달 동안 못 하고 있으니 원…….”

협상단 측 대표의 말에 투덜거리며 사제가 대꾸하는 가운데, 일행들은 곧바로 터널과 연결되는 반대쪽 마을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드라릭 경, 어떻게 하실 겁니까?”

추적팀의 일원 중 하나인 마법사의 질문, 그에 드라릭은 함께 달리는 추적팀을 보곤 한숨을 내뱉었다. 출발할 때는 총 8명이었지만 불과 하루 만에 기사와 마법사, 정탐 요원 3명밖에 남지 않았다. 보조 인원으로 파견된 전사들은 싸그리 죽었다.

“……일단, 트롤들을 토벌해야겠지.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 모르겠지만 뉴 송파구 정부의 통첩을 거부했으니 화기 허가 떨어질 거야. 그 뒤에 주동자급 트롤 포로로 잡아서 물어보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드라릭의 대꾸에 살아남은 두 사람이 고갤 끄덕였다. 그들이 보기에도 그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달린 지 얼마나 됐을까? 다행히, 트롤들의 습격 없이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분위기가 좀…….”

트롤들의 무차별적인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모였다는 유입 오크들의 ‘성전 연합’, 그 분위기는 묘하기 그지없었다. 서로 무기를 겨누기 직전인 느낌? 도로에 죽은 오크들도 몇몇 보였다. 그에 달려오면서 숨을 헐떡이던 사제는 땀을 닦고 한숨을 푹 내뱉는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수준은 아니었소.”

“그럼?”

“새벽에 ‘황금 여명회’가 차지한 아래쪽 마을이 습격당했다고 하오. 숙적인 ‘울락 순교회’ 놈들이 짓이라고 발작해서 싸우려는 걸 겨우 말렸지. 울락 순교회 측에선 자기네들 짓이 아니라, 여명회 놈들의 자작극이라고 항변하고.”

‘황금 여명회’와 ‘울락 순교회’, 협상단 인원들도 잘 알고 있는 서로 앙숙인 종파였다. 그에 협상단 인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사제는 어깰 으쓱인다.

“근데, 정황상 울락 순교회 놈들이 통수 친 것 같소. 여명회를 습격한 놈들은 영체에 가까운 악마였거든.”

“허, 그럼 빼도 박도 못하겠군요.”

“그런 더러운 걸 다루는 새끼들은 이 근처에 놈들밖에 없지. 황금 여명회 놈들도 좀 과격하긴 한데, 울락 순교회 놈들은 아예 세로쉬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사악한 놈들 아니오? 아니, 악신의 종자도 아니고 악마를 소환해 사역하는…….”

세로쉬를 섬기는 수많은 분파들, <신성 강타> 같은 권능은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종파에 따라 권능도 조금씩 달랐다. ‘울락 순교회’의 사제 같은 경우, <지배의 힘>이라는 세로쉬의 권능을 사용한다.

오크를 제외한 지성체를 노예로 굴복시키는 힘

문제는 그렇게 굴복시켜 부리는 지성체가 대부분 ‘악마’라는 거다. 울락 순교회 측에선 식량도 들지 않고 강력하니까 사용한다지만, 악마 자체가 지닌 껄끄러운 기질과 악마를 사역하면서 배우게 되는 각종 사악한 지식에 사고방식이 뒤틀리며 대다수의 오크가 꺼린다.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드라릭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악마’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겠소?”

“어, 나도 정확히는 듣지 못했소.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아주 광범위하게 지독한 맹독을 다량으로 살포했다는 것 정도? 그 희생자들의 모습이 끔찍해! 그냥 곱게 무기에 찢겨지는 게 나을 정도야! 고름이 잔뜩 솟구친 게…….”

진저리 치는 사제의 묘사, 그에 드라릭은 단절의 도시에서 봤었던 쥐쟁이들의 시신을 떠올렸다. 추적팀의 동료들을 바라보자 두 사람 모두 고갤 끄덕인다. 광범위한 독의 살포와 악령을 소환하는 능력까지……. 분명, 그들이 쫓던 용의자의 능력과 일치한다.

“그, 어쩌면 울락 순교회의 짓이 아닐지도 모르오.”

“……무슨 소리요?”

“사실, 나와 저 2명은 수사관이오. 한 ‘반귀쟁이’ 용의자를 쫓고 있는데, 트롤들이 점령한 마을 쪽에서 그 흔적이 끊어졌지. 지금, 그 말을 들어보니 놈이 벌인 짓과 비슷하오. 그놈은 독을 사용하는 악령을 사역하거든.”

“…….”

“참고로 놈은 ‘오크들 사이에서 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소.”

그에 ‘저 친구들이 수사관인 건 맞소.’라는 대꾸와 함께 고갤 끄덕이는 협상단 측 대장, 그에 사제의 표정이 황망하단 듯이 변하는 가운데 드라릭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제를 응시했다.

“한번 확인하고 싶은데, 황금 여명회 쪽의 인원을 소개시켜줄 수 있소?”

3.

서예린과 남궁진아, 그리고 한새벽.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미르가 유혈에 잠기고 함께 역경을 뛰어넘은 뒤부터 세 사람은 미르에서 거의 붙어 다녔다. 식사도, 교실 이동도, 심지어는 방과 후 활동까지. 그에 뒷담이 돌았지만-.

세 사람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한새벽은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고, 서예린도 비슷하게 누가 뭐라 떠들든 간에 관심이 없었다. 남궁진아는 그런 소문을 흘리는 ‘쭉정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단 두 사람과의 친분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쓰읍, 이 새끼는 왜 문자도 씹는 거지. 답장 하나를 안 하네.”

미르의 점심시간,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남궁진아는 순대를 씹으며 스마트 폰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 메신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답장 하나 없다. 그런 그녀의 투덜거림에 맞은편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던 서예린은 어깰 으쓱였다.

“머, 좀 고생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겠음? 뉴 송파구 지하인데.”

“……그래도, 최소한 문자라도 보낼 수 있잖아. X발 새끼. 오면 뒤졌다.”

서예린의 대꾸에 투덜거리며 스마트 폰을 교복에 쑤셔 넣는 남궁진아, 그에 서예린은 뭔 말을 하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인터넷 안 되지 않음? 뉴 송파구 하층일 텐데.”

“……뭔 소리 하는 거야. 지금 강수영 연금술사 밑에서 공밀레당하고 있을 텐데? 거기 인터넷 통해.”

“그거, 표면상의 이유잖음.”

어묵 국물을 마시며 대꾸하는 서예린, 그에 남궁진아가 ‘뭔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이 바라보자 서예린은 미간을 동그랗게 뜬다.

“……너 모름?”

“뭐가?”

“걔, 일하러 간 거 아님.”

“……?”

“혜영이 찾으러 갔음.”

서예린의 대꾸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남궁진아, 왠지 잘못 말한 느낌에 서예린은 두 눈을 또르륵 굴리며 침묵했다. 그렇게 몇 초 동안 어색한 침묵이 감돈 뒤-.

“말해봐, 도대체 뭔지.”

남궁진아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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