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47화 (247/350)

제247화

이 X랄맞은 일의 끝이 보이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순 없다. 도대체 왜 내 행적에 대해 궁금한 건진 모르겠…… 아니, 생각해 보니 찔리는 게 무지 많네. 단절의 도시 지하 시설을 박살 낸 것 하며, 괴물 쥐쟁이와 싸우면서 마을에 악령을 흩뿌린 것…….

……일이 틀어지면 혜영이에게 물건만 던지고 토껴야지.

“대화를 나눌 만한 장소가 있나? 좀 컸으면 좋겠군. 우리들이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아, 예예……! 이쪽으로 오시죠!”

내가 수락하자 오크 기사가 하프 오크를 보며 말하고, 그에 하프 오크는 황급히 고갤 끄덕이며 앞장선다. 나중에 도착한 무리의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는 오크 기사, 그 등을 바라보며 난 짧게 <과거시>를 사용했다.

그와 함께 과거의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쭈욱 스쳐 지나간다.

나와 만나고 나서 내 몽타주를 그린 것, 이종족 지구에서 벌어진 사고의 조사단이 된 것, 쥐쟁이를 발견한 것, 나와 화약에 관련된 보고서를 올린 것, 뜬금없이 호출받고 갔는데 ‘오크 전쟁 군주’를 만난 것, 그에게 팔찌와 임무를 받은 것, 그동안 내 행적을 좇은 것…….

“후우.”

크게 숨을 내쉬며 <과거시>의 반동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혔다.

어떤 목적으로 날 쫓아왔는지 알겠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내 ‘무해함’을 설득할지도 감이 잡히고. (근데, 승강기를 타고 내려온 건 좀 꼴 받네……. 그런 거 있는 줄 몰라서 아주 개고생을 했는데 말이지. 어쨌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찬찬히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려 했는데-.

“……뭐 하세요?”

내 뒤에 있는 오크 영감님과 드워프 친구가 움직이지 않았다.

해쓱하게 굳은 얼굴, 고갤 돌려 바라보자 눈이 걷잡을 수 없이 동공 지진을 일으킨다. 딱 봐도 겁에 질린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선 제압을 위해서 살기를 내뿜었는데, 오히려 우리 팀의 기세가 꺾였네.

-탁!

“……윽!”

가볍게 창으로 영감님이 든 방패를 ‘툭!’ 쳤다.

그에 ‘움찔!’하며 움직이는 영감님,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하며 앞장서자 그제야 천천히 긴장한 채로 살짝 거리를 두고 날 따라왔다.

6.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뉴 송파구에 오셨소? 그리고, 저 뒤의 일행들은 또 무엇이고?”

하프 오크의 안내를 받아 한 회의실에 도착하고, 내가 적당한 의자에 앉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는 오크 기사님. 그에 난 대답하는 대신에 팔걸이에 걸친 손으로 턱을 괴면서 다리를 꼬았다.

“다짜고짜 질문이라니…… 그보다도 먼저 ‘왜 절 쫓는 건지’ 말해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요?”

“…….”

“이렇게 순순히 협력해 드리는데.”

내가 듣기에도 참 싸가지가 없게 느껴지는 생글생글한 말투, 그에 오크 기사의 뒤에 도열해 있는 ‘늦게 와서 내 살기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경호원들’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하지만-.

“그만, 무례하게 굴지 말도록!”

오크 기사는 다급히 손을 들어 올려 경호원들을 제지하곤 한탄하는 것처럼 대꾸한다.

“규격 외의 강자가 나타났는데, 우리로선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소.”

“흐음, 그렇긴 하죠.”

“게다가 ‘단절의 도시’의 지하 시설과 건물 몇 채를 박살 내고, 그 지하에 있던 쥐쟁이들을 학살했으며, 황금 여명회가 있는 중층 마을에서 테러까지 저지르셨으니 시선이 안 가려고 해도 안 갈 수가 없지.”

내가 벌인 일에 대해 말하는 오크 기사, 하지만 이미 어떻게 변호할지 생각해 둔 것들이기에 난 곧바로 한숨을 내쉬는 척하며 대답했다.

“하아, 언급하신 것들에 제가 휘말리긴 했는데…… 그건, 제가 벌인 일이 아니라 전부 ‘쥐쟁이’와 엮이면서 벌어진 ‘사고’예요. 저도 일종의 피해자랍니다.”

“쥐쟁이와 엮이면서 벌어진 사고?”

고갤 끄덕이며 찬찬히 변호를 시작했다. 우연히 들은 뒤앙밍크의 지하 개척단 소식, 이종족 지구로 향하려 했지만 들어가지 못한 것, 그에 어쩔 수 없이 지하 기반 시설 통로를 따라 몰래 들어가려고 한 것, 그 과정에서 마주친 쥐쟁이들, 그리고…….

“폭발했단 말이오?”

“예, 그 쥐쟁이 암살자들이 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어요. 빠르게 눈치채지 못했으면 진짜 죽을 뻔했죠.”

“…….”

“그때, 폭탄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광역으로 마법까지 동원해서 불태웠답니다. 그게 연쇄 작용을 일으킨 것 같아요.”

팩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실이다. 난 건물 무너트릴 생각 따윈 1g도 없으니까! 그런 내 주장에 오크 기사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가운데, 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마을에서 벌어진 테러라는 것도 쥐쟁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또 쥐쟁이 때문이란 말이오?”

“네, 제가 박살 낸 쥐쟁이 소굴의 대장이 살아 있었거든요.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 쫓아왔죠. 지네들이 절 먼저 공격해 놓곤 말이에요.”

“흠.”

“어쩔 수 없이 거기서 싸우게 됐는데, 워낙 강해서 수단을 가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가진 마법을 닥치는 대로 써야 했고요. 그 과정의 여파가 마을에 퍼진 거죠. 솔직히, 마을에 있던 놈들이 깡패 같은 놈들이니 그리 신경 쓰진 않았답니다.”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의 오크 기사, 그에 난 내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영감님을 톡톡 노크하듯 두드렸다.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여기 이 갑옷이 증거랍니다. 절 쫓아온 괴물 쥐쟁이가 입었던 갑주거든요.”

“……저게?”

내 말에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뜨는 오크 기사, 이어서 드워프 친구에게 말해 가방에 있던 칼-‘부정한 삼위일체 시리즈’도 꺼내서 보여 줬다. 자기 것이 아니라지만 좋은 무구에 대한 탐심(貪心)은 어쩔 수 없는 듯, 오크들의 눈빛이 살짝 번들거리는 가운데-.

“진짜입니다. 칼의 특징이나 형태가 보고된 것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기사의 옆에 서 있는 경장 차림의 오크가 속삭이듯이 말한다.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죽인 쥐쟁이가 유명했던 놈인 것 같다. 하긴, 그 정도 실력이면 이름이 알려질 만하지. 침묵하는 오크 기사님을 향해 난 빙긋 웃었다.

“좀 믿으시겠나요?”

“확실히, ‘스미릭’의 장비들이군.”

고갤 끄덕인 오크 기사님은 곧장 시선을 돌려 내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뒤에 있는 이는 ‘쥬라카’겠군.”

“예, 뒤앙밍크가 파견한 원정대의 대표자시죠. 트럭 기사라서 그런지 지형에 빠삭하시더라고요? 길잡이로 매우 뛰어나기에 제가 잠시 고용했죠. 안 그런가요? 영감님?”

“……어쩌다 보니 같이 움직이게 됐습니다.”

오크 기사를 향해 한숨을 내쉬듯이 말하는 영감님, 그에 오크 기사는 반대편에 있는 드워프 친구에게도 시선을 보낸다.

“저 드워프는 누구요?”

“아래에서 구출한 드워프랍니다. 무리가 몰살당했는데, 단절의 도시로 데려가 준다고 약속하고 지금은 임시 짐꾼으로 쓰고 있죠.”

의심스럽다는 듯이 드워프를 바라보지만, 오크 기사는 드워프 말은 하지 못하는 듯 딱히 말을 걸진 않는다. 드워프가 눈을 끔뻑이는 가운데, 오크 기사는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뭐, 좋소. 일단, 그 혐의들에 대해선 당신이 어쩔 수 없이 대응하느라 그런 거라고 인정하겠소.”

“넵, 양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뉴 송파구에 온 목적은 말하지 않으셨소.”

진중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오크 기사는 말을 이어 나갔다.

“도대체 왜 이곳에? 그것도 이 반푼…… 아니, 하프 오크 마을을 찾으려고 한 건지 말이오.”

뒤에 있던 영감님도 궁금해하는 눈치, 얼버무리고 말 안 해도 되긴 하겠다만…… 그냥 말해 줘도 상관없을 것 같다. 솔직히, 딱히 숨겨야 할 이유도 없어. 숨겨 봤자 오히려 의심만 하겠지.

“제 목적은 한 ‘하프 오크’를 찾는 거예요.”

“……하프 오크를 찾는다고?”

“예, 이름은 ‘오혜영’. 지상의 미르에서 생도로 있는 사람이죠.”

내 목적에 대해 말하자 벙쪄 하는 오크들, 잠시 말문이 막혀 있던 오크 기사님은 이내 황당하다는 기색으로 되묻는다.

“아니, 고작 그 하프 오크 하나를 찾기 위해 온 거라고?”

“전, 그냥 의뢰를 받아서 일하는 일개 ‘용병’이에요. 시킨 일을 성실히 할 뿐이죠.”

“누가 그런 일을 시켰소?! 아니, 그게 당신 같은 실력자가 나설 만한 일이란 말이오?”

“의뢰자에 대해선 비밀입니다. 그건 제가 공개할 만한 사안이 아니에요.”

고갤 저으며 의뢰자에 대한 건 말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혜영이가 사실은 오무혁의 사생아고, 그 오무혁 양반의 꼬장에 내려왔다!’라고 말해 봤자 오히려 조롱하는 줄 알고 격분할 테니까. 어쨌든 내 고백에 황당해하는 그들을 보며 난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전, 제게 맡겨진 일만 하고 나면 뉴 송파구에서 사라질 겁니다.”

“…….”

“이 정도면 충분히 말한 것 같은데, 이만 가봐도 될까요? 저도 의뢰를 끝내고 싶거든요.”

내 요청에 멍하니 있던 오크 기사님은 이내 살짝 허탈하단 표정으로 고갤 끄덕인다. 그에 고갤 숙여 목인사한 후, 의자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 생각지도 못한 오크들 때문에 잠시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제 끝이다.

마을 어딘가에 있을 혜영이에게 목걸이 던져주면 지난 일주일간의 여정이 끝나. 살인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건 좋았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시궁창 같은 곳이었다. 금괴를 챙기고 나면…….

“아니, 이보시오. 진짜 반푼…… 아니, 하프 오크 하나 찾으러 오셨소?”

밖에서 뭐 할지 생각하는데 뒤따라오던 오크 영감님이 질문한다. 목소리에 당혹감이 서린 걸 보니 내 말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듯싶네. 그에 고갤 까닥였다.

“당연히, 진짜죠. 제가 괜히 영감님에게 하프 오크 마을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라고 시켰을까요?”

“허, 맙소사.”

“오크분들이 왜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만…… 하프 오크 차별하지 마세요. 그거 안 좋은 버릇이랍니다. 저와 영감과 똑같은 ‘사람’인 걸요?”

“…….”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금괴 회수하러 올라가도록 하죠.”

이왕 온 김에 혜영이를 위해 ‘마을 청소’도 한번 해 줘야겠다. 같은 제주도에 가서 논 우정이 있는데 서비스는 확실히 해야지! 오크 공무원이 있는 지금 일을 벌이기엔 좀 찔리니 사라진 뒤에 움직여야지. 여기 점령한 오크 새끼들 다 뒤졌다!

“히히.”

작게 웃으며 난 근처에 서 있는 하프 오크를 향해 움직였다.

7.

용의자가 밖으로 나간 뒤, 드라릭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어처구니가 없군. 마을의 우두머리라지만, 고작 하프 오크 하나를 찾으러 온 거라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릭의 혼잣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갤 끄덕이며 대꾸하는 요원, 그는 입고 있던 회색 가죽 경갑의 틈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곤 동영상 녹화를 종료했다.

“영상 녹화는 정상적으로 끝났습니다. 놓친 내용이 있는지, 한 번 더 체크해 보고 보고서를 작성하겠습니다. 근데, 딱히 눈에 띄는 수상한 점은 없습니다. 용의자의 말은 전부 저희가 알아낸 사실과 일치해요.”

“그럼 답변이 진짜인 건가…… 아, 그러고 보니 너무 긴장해서 녀석의 이름도 못 물어봤어.”

미흡했던 점들을 뒤늦게 떠올리곤 투덜거리는 내뱉는 드라릭, 그에 요원은 빙긋 웃으며 고갤 저었다.

“그래도 물어봐야 할 것들은 다 물어봤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상은 없어요. 게다가 이름을 물어봤자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을 겁니다. 심문받는 주제에 투구로 자기 얼굴을 가린 반귀쟁이인데요 뭐.”

“……뭐,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뉴 송파구의 골칫거리가 하나 사라졌군요. 스미릭이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입맛을 다시는 요원의 말에 드라릭도 고갤 끄덕였다.

암살자 주제에 오크 토벌대의 고위 기사와 마도사가 포함된 토벌단을 정면에서 혼자서 회 쳐 버린 괴물, ‘소리 없는 죽음’이라고 불리던 그 괴물이 이렇게 죽다니 어처구니가 없긴 했다.

“아무튼, 심문한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지상 측 인간이 보낸 거겠지?”

“예, 어찌 됐든 간에 ‘오혜영’이라는 하프 오크는 미르에 다니고 지상에서 활동하니까요. 갑작스럽게 단절의 도시에부터 행적이 확인된 것도 설명이 됩니다. 아마, 인간들이 차지한 25구역 쪽의 비밀 통로를 통해서 들어왔겠죠. 이렇게 몰래 사람을 보내다니 참…….”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던 요원은 이내 드라릭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녀석이 가진 무력을 생각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어.”

자리에서 일어서며 드라릭은 요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금방 왔다 갔다 할 수 있잖아? 올라가서 곧바로 알아낸 내용을 보고하자고. 윗선에서 결론을 내려 주겠지.”

“예, 지금 저희끼리 뭘 하기엔 그렇죠.”

“이만 돌아가자고.”

그 말에 요원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장서서 걷는 드라릭, 그 뒤를 따라가던 요원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아참, 드라릭 경?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음? 어떤 거지?”

“그 팔찌는 뭡니까? 용의자와 대화하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계속 팔찌를 만지작거리시던데…… 좀 많이 티 났습니다.”

드라릭의 왼 팔목에 낀 팔찌를 가리키는 요원, 그에 드라릭은 쓰게 웃었다.

“허, 그렇게 티가 났나? 워낙 긴장해서 모르고 있었군. 이건, 이번 일을 맡으면서 받은 ‘비장의 무기’라네.”

“비장의 무기요?”

궁금하다는 듯이 되묻는 요원에 드라릭은 살짝 고민했다. 전쟁 군주를 소환할 수 있는 팔찌, 악용하면 큰일이 날 수 있으니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일이 다 끝나고 엘리베이터만 타면 되는 지금은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

그에 드라릭은 살짝 자랑하듯이 팔찌를 낀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건 ‘소집의 팔찌’라고 하네.”

“아, 들어본 적 있습니다. 한 쌍의 팔찌로 구성된 고대의 마법 장비, 다른 팔찌를 낀 사람을 소환할 수 있다고…….”

“그래, 맞아. 뉴 송파구의 적인 것이 확실하면 사용하라고 전쟁 군주 ‘모르칸쉬’ 님께서 직접 빌려주셨지.”

“모르칸쉬 님이요? 아니, 그럼 설마?! 이거 모르칸쉬 님이 내린 임무였던 겁니까? 게다가 모르칸쉬 님이 직접 건넸다는 건…….”

같이 작전을 뛰긴 했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작전이 정확히 어떤 임무인지 몰랐다. 그나마 앞의 요원이 다른 팀원들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그조차도 전쟁 군주가 직접 내린 명령이었다는 건 몰랐던 것 같다.

경악하는 요원의 모습에 드라릭은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허, 맙소사.”

“좀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이번 임무는 중요했잖나? 정체불명의 강자, 그리고 화약과 연관됐으니 전쟁 군주께서 직접 나서실 만도 하지. 그나저나 저 용의자가 폭약과 관련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디서 폭약과 총이 왔는지 모르겠군.”

고갤 절레절레 저으며 드라릭이 앞장서서 걷는 가운데-.

“…….”

요원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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