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막간. 배신자
1.
온갖 고난을 뚫고 간신히 ‘하프 오크 마을’에 도착했지만, 이 ‘엿 같은 뉴 송파구’는 끝까지 내게 엿을 먹였다.
“혜영 씨가…… 없다고요?”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두목 하프 오크의 ‘혜영이는 이곳에 없다.’라는 대답, 내가 허탈하게 중얼거리자 그는 고갤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간다.
“예,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니, 말이 안 되는데…… 3주 전에 뉴 송파구로 내려간 걸 확인했는데…… 여길 방문했을 게 뻔한데!?”
깊숙한 지하에 위치한 마을. 오크 기사의 기억을 읽지 못했다면 내려오다가 변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크 기사가 ‘승강기’를 이용해 내려온 걸 <과거시>로 확인했다. 아마 혜영이도 그런 승강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커!
근데, 여기에 없다고?!
그런 내 외침에 부두목이 살짝 몸을 움찔한다. 민감한 사람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떨림, 하지만 내 <눈>을 피할 순 없지. 당장 멱살을 틀어쥐고 ‘혜영이 어디 갔어!’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저 녀석들 때문인가요?”
“……예?”
“당신 뒤에 서 있는 오크들 말이에요.”
혜영이의 지인인 만큼, 다른 놈들에게 그 화살을 돌렸다.
‘호위’라는 명목으로 부두목에게 붙은 2명의 오크 전사들. 방 안에서 내 살기를 겪어본 놈들답게 내 시선이 향하자 뱀 앞의 개구리처럼 굳어버렸다. 그런 놈들을 응시하며 난 나지막이 속삭였다.
“원래, 이 마을에 저런 오크들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생겼다는 건…… 요즘 뉴 송파구의 사정을 생각하면 뻔하죠.”
“…….”
“저 오크들 때문에 혜영 씨가 이곳에 없는 겁니까.”
범인으로 단정 짓는 내 말에도 전사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떠는 가운데, 부두목인 하프 오크는 고갤 젓는다.
“아뇨, 이분들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예, 그보다도 왜 혜영이를 찾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부두목의 질문에 난 오크 기사에게 설명한 대로 ‘난 용병이고 오혜영 씨를 찾아서 안전하게 지상으로 데려오라는 의뢰를 받았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에 부두목은 작게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3주 전에 혜영이가 이곳을 방문하긴 했었습니다만, 그 뒤로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저도 알고 싶어요.”
“……그런가요.”
딱 봐도 뭔가 사정이 있는 게 뻔한 상황. 하지만, 더 추궁하진 않았다. 오크들이 있는 이상,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보였으니까. 지금 당장 오크들을 쫓아낸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굳이 추궁하지 않더라도 정보를 얻을 수단이 있거든.
부두목을 향해 <과거시>를 사용했다.
그와 함께 과거의 영상들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범위는 대충 3주 전, 역시나 혜영이가 보인다. 마을의 오크들을 보더니 불같이 화를 내는 것, 이 부두목 하프 오크에게 따지듯이 말싸움을 하는 것, 갑자기 벌어진 하프 오크와 유입 오크들 간의 싸움, 불길과…….
“혹시 더 물어볼 것이라도 있으신지……?”
“아, 아니. 없어요.”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부두목, 생각지도 못한 영상에 혼란스러워서 잠시 멍하니 있었는데 그런 내 반응이 불안했던 것 같다. 황급히 고갤 저은 후, 난 로브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여비로 챙겨둔 금 쪼가리를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받아두세요.”
“이건……?”
“금이랍니다. 대충 300g 정도 되는데 저희가 부순 벽을 복구하는 데 쓰세요. 마법적인 <굴착>으로 뚫은 거라서 자동으로 복구가 안 될 거예요.”
“예?! 아니, 이러시지 않아도…….”
쭈뼛거리는 부두목의 손에 억지로 골드바를 쥐여 줬다. 좋아, 이제 받은 게 있으니 다음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겠지.
“그리고, 여기서 며칠 머물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세 분이 머물 만한 방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먼저 가세요. 전, 잠시 생각 좀 하고 싶어서.”
며칠 머물러도 되냐는 내 요청에 살짝 불편한 기색이지만 결국 고갤 끄덕이며 허락하는 부두목. 그렇게 오크 영감과 드워프 친구를 먼저 숙소로 보낸 뒤, 난 연이은 <과거시>에 지끈거리는 머리통을 붙잡으며 한 손으로 내가 본 것들을 숙고했다.
일단, 예상대로 이 마을에 있는 오크들은 침략자다.
혜영이와 부두목 간의 단편적인 말다툼 내용을 보니 저 오크들을 끌어들인 것이 우릴 안내한 부두목이다. 나중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부두목의 반응을 보니, 이런 상황을 자체를 의도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결과적으론 ‘배신자’가 됐다.
혜영이는 유입 오크들과의 싸움 이후 부상을 입고 사라졌다.
내 목걸이가 터지지 않은 것을 보면 살아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부두목의 과거 영상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어쩌면 부두목만 모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현재, 녀석은 배신자 취급당하며 하프 오크들 사이에서 명백히 겉돌고 있으니까. 오크들에겐 바지사장 취급이고.
뭐, 여기까지라면 ‘오크들을 쫓아내고 하프 오크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하겠는데…….
“총이라.”
여기 오크 놈들은 ‘총’을 사용했다.
조잡한 수제 총이 아닌 우그 타람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썼던 것과 똑같은 AK 시리즈를. 그렇다고 한들, 이 마을의 오크 정도는 혼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보아하니 마을 놈들이 끝이 아니라 더 커다란 세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다른 곳 같으면 마을에 있는 약탈자들만 쓸어버리고 나 몰라라 하겠는데, 혜영이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외면하기 힘들다.
괜히, 건드렸다가 나중에 하프 오크들이 떼몰살 당하면 혜영이 볼 면목이 없어. 나도 일말의 양심이 있다구…… 이곳의 안전을 위해서 뒤에 있을 세력까지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할 텐데 애매하구만.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아니, 생각해 보니 굳이 내가 안 해도 되겠는데?
날 추적해온 오크 기사, 자그마치 전쟁 군주에게 직접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기사의 과거 영상을 보건대, 뉴 송파구는 ‘총과 폭약’에 대해선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놈들이 총을 썼다는 걸 증명한다면 충분히 관심을 보일 만해.
“흔적은 충분히 있고.”
방금 훑어본 기억을 토대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톤의 퇴적암 덕분에 언뜻 보면 티가 나지 않지만 분명 총탄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그 안에 총알도 남아있네. 저 정도면 충분히 증거가 되겠지.
“마을을 정리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혜영이를 찾는다. 음, 완벽해요. 완벽해.”
고갤 주억이며 난 막 회의장에서 나오는 공무원 오크들을 향해 움직였다.
2.
“저기요! 드라릭 씨?”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드라릭은 얼굴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멈춰 섰다.
황금 창을 쥔 괴인, 그 껄끄러운 괴물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경호 병력이 자연스럽게 드라릭을 보호하듯이 감싸는 가운데, 불청객은 회의실에서처럼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 좀 멀찍이 떨어져서 말을 걸었다.
“벌써 가시려고요?”
“그렇소, 이곳에서의 일은 다 마쳤으니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에 살짝 딱딱하고 거리를 둔 어조로 대꾸했지만, 괴인은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 말을 걸어왔다.
“하아, 일을 마쳤다니 부럽네요. 제가 찾는 하프 오크는 여기에 없다고 하거든요. 아마, 여기를 중심으로 다시 행적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소? 안됐군.”
“그래서 여길 쪼금 둘러봤는데, 좀 ‘특이한 걸’ 발견했어요.”
대충 고갤 끄덕이고 넘어가려 했는데, 특이한 걸 발견했다고 강조해서 말하는 괴인.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묘한 뉘앙스에 드라릭이 미간을 찡그리고, 괴인은 생글생글 웃는 것 같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수사관분도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서 이렇게 온 거랍니다.”
“……어떤 거요?”
“제 창끝이 가리키는 쪽의 벽면을 잘 보세요. 굳이 티를 내진 마시고요.”
그에 드라릭은 슬쩍 괴인의 창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응시했다. 딱히 특이한 건 없어 보이는 바윗덩이, 잘 모르겠다는 드라릭의 반응에 괴인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두운 퇴적암에 남겨진 흔적이라서 티가 안 나지만 자세히 보면 구멍이 뚫려 있답니다. 그 안에 탄환과 혈흔도 보이고요.”
“……뭐요?”
그에 드라릭은 심각한 표정으로 괴인이 가리킨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력 각성자, 신체의 강화가 유별나게 뛰어나 ‘기사’의 칭호를 받은 이가 시야가 나쁠 리 없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리 봐도 모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하지만 그의 시야는 어두운 암석 위에 뭔가 손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걸 포착했다.
생각지도 못한 총기의 흔적, 다가가서 보려는 드라릭이었지만 옆에 서 있던 요원이 황급히 손을 뻗어 제지했다.
“드라릭 경, 대놓고 보면 들킬 겁니다.”
“후우.”
요원의 말에 드라릭은 작게 숨을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힌 후, 앞에 서 있는 괴인을 바라보았다.
“이걸 말해주는 이유가 뭐요?”
“저기에 있는 오크들, 침략자인 것 같죠? 여긴 점령당했고.”
드라릭과 요원도 들어올 때부터 눈치챈 사항이었다. 드라릭이 고갤 끄덕이자 괴인은 어깰 으쓱였다.
“아무래도 제가 찾던 하프 오크가 없는 건 저 침략자 오크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선 저놈들을 정리해야 할 텐데…… 아무래도 총을 사용하는 놈들인 만큼, 그 뒷배가 있을 것 같거든요? 저 혼자서 처리하기엔 좀 걸려서.”
그에 요원과 눈빛을 교환한 후, 드라릭은 고갤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요. 마을에 있는 놈들이 끝이 아니겠지. 그러니 함부로 죽여선 안 되오. 총기에 관련된 흔적이 있는 만큼, 살려서 심문과 조사를 할 필요가 있소.”
“그럼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위로 가서 추가 병력을 끌고 오겠소. 승강기를 이용해서 얼마 안 걸릴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주시오.”
“흐음, 좋아요. 그럼, 그쪽에게 맡길게요.”
자기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살짝 목 인사를 한 후에 그들을 지나쳐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괴인. 그 뒷모습을 슬쩍 바라본 후, 드라릭은 서둘러 일행과 함께 마을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3.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요.”
하프 오크 마을에서 빠져나온 뒤, 요원은 긴장이 풀어진 듯 크게 숨을 내뱉었다. 난데없이 발견된 총기의 흔적, 자칫 잘못하면 총을 맞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에 드라릭도 고갤 끄덕였다.
“그래, 여러모로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용의자를 쫓다가 이런 곳에서 총의 흔적을 보게 되다니.”
“근데, 헛발질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유입 오크들이 몰리던 초창기에 이런 일이 많았잖습니까?”
미궁을 통해 뉴 송파구로 밀려들어오는 세계 각지의 오크들, 그중에선 총기가 흔하게 풀린 지역에서 오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로 인해 유입 오크들이 몰려오던 초창기엔 총으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했고.
그런 요원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드라릭은 이내 고갤 저었다.
“근데, 그건 아닐 것 같아.”
“어째섭니까?”
“나오면서 마을에 있는 총탄의 흔적들을 자세히 봤는데, 몇몇 유입 놈들이 가진 총을 쏜 거라고 보기엔 흔적이 너무 많아. 최소 몇 탄창은 갈겼을 텐데, 총알 보급이 안 되는 이곳에서 그런 낭비를…….”
-투웅!
말하던 도중에 뒤쪽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음, 그와 함께 드라릭은 몸을 휘청였다.
등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 무방비로 등판을 둔기로 후려 맞은 느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폐가 찢어진 듯한 느낌에 숨을 들이켤 수 없었다. 옆에서 같이 걷던 요원이 경악하는 얼굴로 부축하려는 듯이 다가왔으나…….
“……!”
빠르게 그의 왼 손목에 걸린 팔찌를 요령 좋게 빼냈다.
-부웅!
그에 드라릭이 반사적으로 손에 쥔 도끼창을 휘둘렀지만 요원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도끼날은 헛되이 허공만 갈랐다.
“뭐, 뭐요! 이……!”
-콰득!
난데없이 벌어진 소동에 드라릭의 오른편에 있던 마법사가 당황하다가 뒤에서 내리꽂히는 도끼질에 그대로 뒤통수가 쪼개져 쓰러진다. 그와 함께 뒤쪽에서 느껴지는 무기를 휘두르는 인기척, 드라릭은 이를 악물고 원형으로 도끼창을 휘둘렀다.
-콰작!
“……!”
앞세우던 방패가 도끼창에 우악스럽게 갈라지자 경호원들은 움찔하며 물러선다. 그렇게 주위에 있는 경호원…… 아니, 배신자들을 물러서게 한 후, 드라릭은 숨을 헐떡이며 상황을 파악했다.
보아하니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요원의 편인 것 같았다.
그중 하나가 들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총, 박살 난 쥐쟁이의 폐허에서 나왔었던 것과 똑같은 트리플 액션 썬더(Triple Action Thunder)라는 육중한 단발 권총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오크 고위층들의 암살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던 총이기도 했고.
“으드득……!”
이 개 같은 상황에 드라릭은 이를 갈았다.
이 녀석들이 그동안 고위층 오크들 사이에서 분쟁을 일으키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팀에 배신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 대다수일 수가 있는…….
그 순간, 드라릭은 깨달았다.
단절의 도시에 올라가고 난 뒤, ‘지원 요청’을 하러 가겠다는 요원에게 모든 일을 맡겼다. 자신은 질서 집행관을 하다가 우연히 전쟁 군주의 눈에 들어서 이번 임무를 하게 됐을 뿐, 자세한 실무에 관한 건 잘 몰랐으니까.
그런 배신자가 모아온 놈들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마법사를 죽인 것도 이해가 됐다. 마법사는 저 배신자 요원이 끌어들인 인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죽인 거다.
“죄송합니다, 드라릭 경. 하지만,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정말 유감이라는 표정을 짓는 요원, 그에 드라릭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피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고통스러운 것처럼 가슴팍을 움켜쥐다가-.
갑옷 사이에 껴둔 양피지를 찢었다.
“순간이동!?”
“제기랄, 스크롤이다. 머리통을 날렸어야지!”
“가까이 가서 조준했다간 들킬 것 같아서…….”
순식간에 사라진 드라릭, 그와 함께 전사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쏟아지는 동료들의 타박에 총을 든 오크가 움츠러들었지만 요원은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차분한 얼굴로 고갤 저었다.
“괜찮다. 어차피 이 근처에 떨어졌을 테고, 등뼈와 폐가 작살났을 테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다.”
“하지만, 그 기사가 혹시라도 살아서 도망치면 어떡합니까?! 여기로 총을 들여온다는 걸 들킨다면 끝장입니다. 망할 새끼들! 하루 전에 방문한다고 알려줬는데도 흔적을 지우지 못해서 이 사달이 나다니…….”
“설령 놓쳐도 상관없다. 이미 대어를 낚았으니까.”
“네? 그게 무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에 요원-바소즈는 피식 웃으며 드라릭에게서 빼낸 팔찌를 들어 올렸다.
“소집의 팔찌라는 한 쌍으로 이뤄진 고대의 마법 장비다. 다른 한쪽을 낀 자를 <소집>이라는 마법으로 순간 이동시켜서 불러올 수 있지. 그리고 지금, 이 팔찌의 다른 한쪽은 모르칸쉬 님이 끼고 있다고 한다.”
“그런……! 킬가레스 님이 기뻐하시겠군요.”
반색하며 수군거리는 전사들, 그에 요원-바소즈도 고갤 끄덕였다.
“그래, 필요한 일이라며 말은 하셨어도 ‘세로쉬의 세례’를 받은 이를 없애야 한다는 걸 되게 언짢아하셨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평화적으로 모르칸쉬 님을 제압할 수 있어.”
“그렇다면…….”
“뉴 송파구를 정리하는 데 못해도 수개월은 걸릴 거라 하셨지만, 잘하면 얼마 가지 않아 그분이 전면적으로 나올 수 있을 거다.”
팔찌를 품에 넣으며 바소즈는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분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