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화
53화. 광신자 킬가레스
1.
트롤피 농장에 파견된 ‘협상단’이 무참히 살해당한 후, 오크들은 트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게 절멸시킨다는 말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자금이 바짝바짝 마르는 상황, ‘귀중한 돈 통’을 무작정 박살 낼 순 없었다. 어떻게든 자금원을 복구시켜야 했고, 그에 최대한 트롤을 덜 죽이며 제압한 뒤 사태의 주동자를 처리하고 온순한 놈을 우두머리로 올려놓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강성한 트롤 세력을 ‘압도’하기 위해선 보통의 병력으론 불가능했고…….
“진짜 어찌된 게 일이 끝도 없이 계속 생기냐…….”
그에 졸지에 토벌대를 이끌게 된 모르칸쉬는 어깨를 살짝 늘어트리며 작게 푸념했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1,000여 명의 오크들, 그들은 손에 익숙한 냉병기가 아니라 트롤에게도 통할 만한 ‘굵직한 개조 샷건’을 들고 있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지상 진출을 위해 시가전 군사훈련을 받은 오크 병력들. 그렇게 모르칸쉬가 투덜거리고 있던 와중-.
-우우우웅……!
그의 왼 손목에 걸린 팔찌가 빛을 뿜어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신호에 발걸음을 멈추며 한숨을 푹 내뱉은 모르칸쉬는 몸을 돌려 뒤따라오던 여비서에게서 팔찌 낀 왼 손목을 보여줬다.
“오르나, 신호 왔다.”
-쿠웅! 철커덕!
경장 갑주를 입고 따라오던 여비서가 곧바로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골프백 크기의 직육면체 금속 덩어리를 바닥에 세워놓았다. 이어서 그 금속 덩어리 같은 가방을 개봉했다.
그와 함께 드러나는 가방 안.
조그만 사탕 형태로 가공된 ‘각종 포션’, 마력이 깃든 재료로 강화한 ‘특수 수류탄’, 찢는 것만으로도 내장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두루마리’. 그 외에도 다양한 전투용 소모품들이 안에 가득했다. 그에 뒤따라가던 선임 기사가 의아한 얼굴로 고갤 갸웃했다.
“모르칸쉬 님? 트롤의 점거 지역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
“잠시 보류한다. 근처 마을에서 대기해. 난, 일이 생겨서 잠시 다른 곳에 가봐야 할 것 같거든.”
얼굴을 찡그리는 선임 기사를 향해 모르칸쉬는 신중하게 가방 안에서 소모품들을 고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뉴 송파구 내에서 유통되는 총기와 폭약에 관련된 일이다. 추적팀을 꾸려서 용의자를 추적 중인데, 용의자의 무력이 기사급으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서 혹여 일이 틀어지면 나를 부를 수 있는 장비를 줬지.”
“……허, 추적팀의 대장이 누구인데요?”
“드라릭이라고 하는 기사야.”
그 말에 선임 기사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갤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우리 계파에 있던 애가 아니야. 중층에서 질서 유지관을 하던 녀석인데, 용의자를 한 번 직접 본 적이 있어서 추적팀의 대장으로 발탁했지. 그게 확인도 편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는 모르칸쉬, 그에 선임 기사는 주먹으로 이마를 짚었다. 질서 유지관? 기사급 실력자들을 배치하는 곳이긴 하다만, 슬슬 힘이 부쳐서 기량이 떨어지는 이들이 가는 자리 아니던가? 게다가 처음 보는 녀석에게 자신을 소환할 수 있는 장비를 맡겨?
쓴소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결국 선임 기사는 한숨을 내뱉으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너무 무모하신 거 아닙니까!? 혹여 놈이 배신자면 어쩌려고요!?”
“그럼 녀석을 택한 내 안목이 틀렸던 거겠지.”
어깰 으쓱인 후, 모르칸쉬는 아직도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한 선임 기사를 향해 피식 웃었다.
“잘하면 단숨에 개수작을 부리는 놈을 박살 낼 수 있는데, 위험은 조금 무릅쓸 만하잖아?”
“……우리 전쟁 군주님이 방식이 이렇잖아요?”
“어휴.”
씁쓸한 표정의 여비서의 말에 또 한숨을 내뱉는 선임 기사, 그렇게 걱정하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모르칸쉬는 모든 준비물을 챙긴 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빙긋 웃으며 팔찌에서 올라오는 마력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그럼 금방 끝내고 오마.”
그리고,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2.
<순간이동>으로 공간을 찢고 나오며 모르칸쉬는 쌍도끼를 꽉 쥐고 사방을 경계했다.
감각에 걸리는 기척은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오크 한 명뿐, 다짜고짜 공격이 날아오지 않는 걸 보면 함정은 아닌 듯했지만……. 안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을 소환했다는 것은 근처에 적이 있다는 뜻이었고 무엇보다 주위 환경이 심상치 않았다.
주위를 뒤덮은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회색 안개’.
딱히 몸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여러 감각이 안개 너머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꼭 벽 속에 갇힌 느낌, 아니 벽 속에 갇히더라도 이것보다는 더 얻는 정보가 많았을 거다. 그렇게 인위적이고 불길한 안개에 모르칸쉬가 사방을 경계하고 있을 때-.
“모르칸쉬 님.”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오크가 고갤 들었다. 그에 모르칸쉬는 오크를 내려다보았다.
“……드라릭이 아니군?”
손목에 ‘소집의 팔찌’를 끼고 있었지만 드라릭이 아니었다. 입고 있는 특수한 가죽 재질 방어구를 보니 뉴 송파구에서 육성한 ‘요원’이라는 마전사, 그런 모르칸쉬의 말에 요원은 공손하게 고갤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바소즈라고 합니다. 드라릭 경의 추적팀에 함께 합류해서 추적하던 요원이죠.”
“드라릭은 어디 있나?”
“……죽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이걸 맡기셨죠.”
팔찌를 찬 손목을 들어 올리는 요원, 그 손에 걸린 팔찌를 잠시 바라보던 모르칸쉬는 이내 오른손을 까닥였다. 그 순간, 모르칸쉬의 도끼는 어느새 요원의 목의 바로 앞에서 서늘하게 존재감을 내뿜었다.
“믿을 수 없군.”
“……어째서입니까?”
“그냥. 감이지.”
시큰둥하게 대꾸하는 모르칸쉬, 당황해하는 요원을 내려다보며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네 말이 진짜일 확률이 높지. 오무혁이 뽑아서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키운 ‘요원’이 하는 말이니 말이야.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딱히 정신이 제압되어 움직이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
“하지만, 넌 왠지 모르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아.”
그와 함께 모르칸쉬의 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살기, 전쟁 군주의 기세에 요원의 몸이 제멋대로 떨리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크게 숨을 내뱉은 후 차분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래도 이번 일을 꾸민 자가 근처에 있단 건 ‘진실’입니다.”
“…….”
“딱히, 함정도 없고요.”
그 대답에 잠시 고민한 모르칸쉬는 이내 요원의 목덜미에 댄 도끼를 떼며 기세를 거두곤 가볍게 턱짓했다.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옆에 내려놓은 푸른 불길이 일렁이는 랜턴을 들고 일어선 요원은 공손하게 고갤 한 번 숙이고 앞장선다. 그 뒤를 따라가면서 모르칸쉬는 자신이 소환된 장소-폐건물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이렇게 관리가 안 된 건축물이 뉴 송파구에 있었나?”
“뉴 송파구엔 없지요. 이곳은 지하 송파구, 오륜동의 ‘올림픽 공원’ 안입니다.”
요원의 말에 모르칸쉬는 머릿속 한구석에서 박혀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올림픽 공원이라……. 그래, 몇 달 전 지하 송파구 동향보고에서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주기적으로 안개가 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했었지. ‘강력한 물의 정령’이 등장한 것 같다고 추정 보고를 받았고. 이 안개는 그거군.”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긴,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라는 곳입니다. KSPO돔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리모델링하다가 미궁이 부상해서 지하에 처박혔다더군요.”
흉하게 드러난 철골과 시멘트벽을 보며 모르칸쉬는 작게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푸른 랜턴을 든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스하하하하…….
돌연 안개가 걷히며 신기루처럼 내부의 모습이 나타났다.
“…….”
피비린내 나는 경기장, 거인에게 맞은 것처럼 으스러진 오우거와 트롤의 시신이 주위에 널려있었다. 몇몇 시체는 오래전에 죽은 듯, 그 부패 정도나 악취가 심했지만 신기하게도 날파리 같은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칸쉬는 그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경기장 중심에 있는 ‘살색 피부의 오크’, 아직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우거의 시신 위에 앉아 두꺼운 양장본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존재감에 다른 주위의 풍경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모르칸쉬는 저자가 자신과 똑같은 ‘전쟁 군주’란 것을 느꼈다.
“아, 미안하네.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에 심심해서 말이야.”
모르칸쉬가 나타나자 그는 책을 덮고 빙긋 웃으며 일어섰다.
2m 40cm는 될 것 같은 장대한 체구, 진주빛 광택으로 빛나는 갑주, 어깨에 걸친 거대한 은빛 양손 철퇴, 왼쪽 허리춤 벨트에 걸려있는 커다란 양장본 책……. 그리고 무엇보다, 드러난 목덜미와 머리 쪽 피부 위에 새겨진 황금빛 오크 문자와 은은한 황금빛 후광.
전 세계에 활동하는 오크 전쟁 군주만 백여 명이 넘었지만 저런 전쟁 군주는 딱 하나밖에 없다.
“킬가레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오크 전쟁 군주.
그에게 붙은 칭호들만 봐도 매우 화려했다. ‘광신자’, ‘통합의 주먹’, ‘교단 파괴자’, ‘세로쉬의 적자’, ‘소말리아의 정복자’, ‘에티오피아의 악몽’, ‘최초의 이종족 인터폴 적색수배자’……. 지금은 무르굴에 빼앗겼지만 ‘세로쉬의 성자’라는 타이틀까지.
쌍도끼를 꽈악 쥐며 모르칸쉬는 살기를 피워 올렸다.
“허,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나오실 줄은……. 그래, 이 ‘모든 일’을 네가 꾸민 거였나?”
“흠, ‘모든 일’이란 범위를 잘 모르지만 총기 관련된 일은 내가 꾸민 거라네. 그리고, 부득이하게 뉴 송파구에 벌인 혼란도.”
모르칸쉬의 추궁에 순순히 고갤 끄덕이는 킬가레스, 그에 모르칸쉬는 피식 웃였다.
“흐, 그래도 내기는 내가 이겼군.”
“내기?”
“제롬과 내기를 했거든. 난, 이번 일에 다른 전쟁 군주가 개입한 것 같다고 예상했지. 반면에 제롬은 들어오는 총기나 폭약을 보건대, 인간 측이 우리를 분열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고.”
“하하하!”
그 대꾸에 킬가레스가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내 그는 뭘 모른다는 듯이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전쟁 군주 휘하의 오크를 인간이 돈으로 포섭한다? 재미있는 농담이야.”
“…….”
“뭐, 가능하긴 하겠지. 하지만, 전쟁 군주에게 칼을 들이밀게 하진 못할 걸세. 우리는 세로쉬 님에게 오크를 이끌어갈 선택을 받은 선지자들, 본능 수준에서 거부감을 가지겠지. 같은 ‘전쟁 군주’가 아니라면 말이야.”
부드럽게 웃으며 그는 어느새 모르칸쉬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요원을 향해 턱짓했다.
“저 친구도 이곳을 조사하러 온 걸 직접 설득했지. 영리해서 그런지 내가 말해주는 좀 더 나은 ‘오크의 미래’를 잘 이해하더군. 그걸 위해서 불가피한 희생이 필요하단 것도 이해하고.”
그에 요원은 엄숙한 얼굴로 세로쉬를 상징하는 특유의 성호(聖號)를 긋는다. 그 꼬라지에 모르칸쉬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어쩐지 위협을 해도 묘하게 초연하더라니……. 죽음을 불사하는 광신도였다.
염병할 성령, 그리고 지랄 같은 세로쉬.
무르굴이 죽으면서 남긴 유언-세로쉬의 축복 덕분에 전쟁 군주가 된다-에 간신히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참았지만 아주 개떡 같기 그지없다. 그런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킬가레스는 왼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근데 내기에서 자네가 100% 이겼다고 보기엔 좀 그래.”
“……?”
“제롬이 추측했다는 ‘인간’ 말이야. 그들도 뉴 송파구의 혼란에 한 지분을 차지하거든.”
얼굴을 찡그리는 모르칸쉬를 향해 킬가레스는 빙긋 웃었다.
“제롬이 구상한 사업은 정유회사와 석유회사의 이득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이미, 음과 양으로 많은 견제가 들어오고 있어. 그런 그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면 그 사업을 박살 내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면?”
“하.”
“참고로 총기와 폭약은 그들이 제공했다네. 핵폐기물을 버리는 곳을 이용해서 전달해달라고 하니 알아서 잘 보내더군.”
인간도 얽혀있다는 말에 더 골치가 아픈 느낌, 관자놀이가 지끈거렸지만 모르칸쉬는 고갤 세차게 저으며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훌훌 털어냈다. 그건 나중에 제롬이 따져야 할 문제, 지금 자신이 생각할 건 그 앞에 있는 녀석이다.
오른손에 쥔 도끼를 들어 킬가레스를 겨누며 모르칸쉬는 살기를 피워 올렸다.
“다 집어치워. 니가 여기서 수작 부리면서 지랄한 목적이야 뻔하지만 그래도 형식상 물어보지. 여기를 ‘정복’하러 왔나?”
“맞아.”
“그래, 당연한 걸 괜히 물어봤네. 좋아, 그럼 한번 붙어…….”
“근데, 뉴 송파구가 목적은 아니야.”
고갤 저으면서 말하는 킬가레스, 그 대답에 모르칸쉬가 도핑 약물을 꺼내다가 멈칫하는 가운데 킬가레스는 검지로 위를 가리키며 웃었다.
“성자가 강림한 땅은 지상이지.”
“미친 새끼.”
지상, 송파구를 노린다는 그 말에 모르칸쉬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허리띠에서 꺼낸 주사기를 꺼내 목 동맥에 찔러 넣고 빈 주사기를 바닥에 던졌다. 차라리 뉴 송파구는 이해라도 한다. 송파구 정복? 미친 소리도, 그런 미친 소리가 없다.
하지만, 킬가레스는 오히려 고갤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왜 미쳤다고 생각하지?”
“진지하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여기,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뉴 송파구의 오크들은 죄다 몰살당한다. 16년 전에 있었다는 독가스 살포처럼…….”
-쿠웅!
거대한 철퇴로 바닥을 내리찍어 모르칸쉬의 말을 끊은 후, 킬가레스는 두 눈을 부릅뜬다.
“하지만, 세로쉬께서 우릴 보우하신다면 어떨까?”
“…….”
“성자가 강림한 땅이다. 세로쉬 님께서 점지해주신 오크의 땅이란 거다.”
황금빛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는 모르칸쉬를 바라보았다.
“난, 이미 한번 인간의 땅을 손에 넣었어. 그리고, 이번에도 쟁취하는 것뿐이야.”
“…….”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힘들겠지. 하지만, 이성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서나 쓸모가 있는 거야. 이건,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것이다.”
그 선언과 함께 킬가레스의 몸에서 황금빛 후광이 점점 짙어진다. 이글거리는 몸의 문자들, 은은한 세로쉬의 신성을 내뿜으며 킬가레스는 살짝 멍하니 천장-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며 속삭였다.
“솔직히, 일을 벌이면서도 계속 마음이 걸렸지. 같은 ‘선택받은 동포’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자네가 혼자만 뚝 떨어졌어! 이건 ‘징조’야. 자네의 무모한 결단, 기사의 실수 모두…….”
“아니, 실수가 아니야. 드라릭은 내가 맡긴 일을 충실하게 해냈어.”
말을 끊는 모르칸쉬, 킬가레스가 고갤 내려 바라보자 그는 증기 같은 숨을 내뱉으며 이죽였다.
“이렇게 훌륭하게 내 앞에 범인을 데려왔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모르칸쉬는 킬가레스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