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54화 (254/350)

제254화

3.

둔기류는 기교를 부리기 힘든 무기다.

끝에 달린 추의 무게를 이용해 정직하게 물리력을 때려 박는 것이 전부인 병기, 마력이란 힘 덕분에 ‘몇몇 물리법칙을 초월한 기교’가 펼쳐지는 전사 계급 이상의 싸움에서도 그러한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모르칸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킬가레스가 들고 있는 200~300kg은 나갈 것 같은 거대한 양손 철퇴, 그 파괴력은 확실히 어마어마하겠지만 필연적으로 동작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체급 간의 싸움에 저런 거대한 무기는 자살행위다. 무조건 선공(先攻)을 빼앗긴다.

그럼에도 킬가레스는 저 거대 둔기를 휘두르려 한다.

그 빈틈을 보완할 모종의 수단이 있다는 뜻, 킬가레스의 꿍꿍이가 뭔지 모르겠다만 모르칸쉬의 ‘직감’이 이대로 진입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에 모르칸쉬는 다리를 더 강하게 박차면서 양손에 쥔 도끼들을 ‘던졌다’.

“……?!”

-터엉!

흉악한 기세로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가는 모르칸쉬의 쌍도끼, 얼굴과 몸통을 노리며 날아드는 도끼에 킬가레스는 살짝 당혹스러워하며 하나는 몸을 틀어서 피하고 또 다른 하나는 둔기의 손잡이 부분으로 간신히 쳐내면서-.

“[불신자에게 징벌을!]”

모르칸쉬를 향해 ‘힘이 깃든 말’을 내뱉었다.

입으로 내는 것이 아닌 ‘찰나의 순간에 머릿속을 울리는 음성’. 그와 함께 모르칸쉬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압력을 느꼈다. 세로쉬의 사제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권능인 <신성 강타>, 같은 오크를 대상으로는 효과가 대폭 감소하는 세로쉬의 권능이건만-.

“까-득!”

무지막지했다.

강건한 전쟁 군주도 무시하기 힘든 압력, ‘어떤 수단’이 있을 거라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순간적으로 몸을 휘청거렸다. 그래도 모르칸쉬는 이를 악물고 계속 돌진했고, 킬가레스는 날아드는 도끼를 막아내느라 철퇴를 휘두를 타이밍을 놓쳤다.

그에 재빨리 철퇴를 놓고 대응하려 했으나-.

-뻐어-억!

그보다도 먼저 모르칸쉬의 주먹이 킬가레스의 머리통에 스트레이트로 꽂혔다.

가죽 북이 터지는 것 같은 소음과 충격파가 경기장을 울리고 킬가레스의 머리가 크게 꺾인다. 그에 그치지 않고 모르칸쉬는 증기 같은 숨을 뿜어내며 물 흐르듯이 킬가레스의 드러난 오른쪽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그 팔을 붙잡더니 순식간에 문어처럼 얽혀-.

-콰드-득!

암바를 걸고 완전히 꺾어버렸다.

그 오른팔을 분지르면서도 모르칸쉬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체격이 커서 그런 걸까? 육신이 무지막지하게 강건했다. 뉴 송파구의 다른 전쟁 군주들-무르굴과 제롬과도 한번 붙어서 그 팔다리를 꺾어봤지만 킬가레스의 것은 훨씬 터프하다. 거의 1.5배 정도?

연이어서 킬가레스의 목에 건 다리에 힘을 ‘꽉!’ 줘서 스스로 몸무게를 늘리고 경추를 박살 내려 했으나-

“[이곳은 불신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투-웅!

연이어 ‘힘이 깃든 음성’과 함께 킬가레스의 전신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마치, 격류에 휩쓸려 밀려 나가는 것 같은 감각. 킬가레스의 목에 다리를 걸고 문어처럼 꽉 얽혀있던 모르칸쉬였지만 그 속박이 한순간에 풀리며 뒤로 튕겨 나갔다. 경기장 바닥을 거칠게 구르며 일어선 모르칸쉬는 한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킬가레스의 안에 있는 2~3m 남짓한 구형의 ‘황금빛의 장막’.

세로쉬 교단의 분파 중 하나인 ‘세로쉬의 방패’, 그 교단의 특유 권능인 <세로쉬의 방벽>이다. 오크를 제외한 생명체를 영역에서 강제로 밀어내는 권능, 적대적인 오크도 어느 정도 약하게 밀어낼 수 있지만 저 권능 또한 말도 안 되게 강력했다.

“허를 찌른 건 좋았……!”

-콰앙!

킬가레스가 노호성을 다 내지르기도 전에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모르칸쉬의 ‘선물’들이 일제히 푸른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딱히, 세로쉬 교단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나 뉴 송파구에 쳐들어온 오크들을 다루면서 모르칸쉬는 그 권능에 대해 파악하게 됐다. 당연히, 킬가레스에게 밀려나면서 그것이 <세로쉬의 방벽>이란 걸 파악했고 ‘생명체만 밀어낸다는 허점’도 알고 있었다. 그에 바닥을 구르며 튕기면서 갑옷 위 전투 조끼에 달아둔 수류탄을 꺼내 깔아뒀다.

마력 각성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폭탄.

그 폭발력은 대전차 지뢰 수준에 지연 신관이 거의 1초 미만인 물건들이었다. 아무리 튼튼한 진주용 비늘 중갑을 입었다지만 무방비로 휩쓸린 공격에 킬가레스는 뒤로 퉁겨져 날아갔고-.

“우와아아악!”

모르칸쉬는 곧바로 <전투 함성>을 내지르며 다시 돌진했다.

일부러 강하게 ‘살기와 기세’를 폭발시키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과 함께 그는 양 팔뚝에 찬 토시에 강하게 마력을 밀어 넣었다.

-우웅……!

-웅!

그와 함께 각 토시와 쌍을 이루는 도끼가 나지막이 공명한다.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바닥에서 뽑혀 나와 양팔의 토시를 향해 소리 없이 날아가는 도끼들, 그 경로의 사이에는 킬가레스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킬가레스는 폭발 충격에 비틀거리며 일어나 다시 한번 ‘힘이 깃든 말’을 내뱉었다.

“[강건한 야성의 피가 내 심장에 솟구치니!]”

몸에 새겨진 경전의 문구들이 번쩍이며 그의 몸을 황금빛 불길이 뒤덮는다. ‘황금 여명회’의 <야성의 힘> 권능, 이어서 그는 분노한 얼굴로 꺾인 오른팔을 맞추고 달려드는 모르칸쉬를 향해 똑같이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

주먹을 날리는 게 아닌 갑자기 팔을 기묘하게 휘젓듯이 뻗는 모르칸쉬의 모습에 뭔가 싸함을 느꼈다. 이어서 곤두선 감각이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파악했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어 뒤통수를 노리는 도끼를 피했다.

-콰직!

하지만, 오금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갑옷이 감싸지 못하는 안쪽에 도끼날이 파고들며 한쪽 무릎을 꿇은 킬가레스, 그사이에 모르칸쉬는 오른손으로 날아온 도끼를 낚아채서 전력으로 내리찍었다.

-콰득!

머리통을 노렸지만 킬가레스가 다급하게 왼손의 완갑을 쳐내듯이 막으면서 도끼날은 왼 팔뚝에 꽂힌다. 전력으로 내리찍었음에도 갑옷과 팔을 완전히 절단하지 못하고 뼈에 박힌 도끼, 그에 도끼를 놓아버리며-.

-콰직!

니킥으로 킬가레스의 턱을 차올리고.

-퍼억! 펑!

연거푸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쳤다.

가죽 북이 터지는 소음과 함께 공기가 찢겨나가는 주먹질, 웬만한 오크 기사도 한 방에 절명시킬 만한 타격이 연거푸 내리꽂힌다. 머리뼈가 깨져나가고 왼쪽 안구가 터졌지만 황금빛 불길에 휩싸인 킬가레스는 정신을 잃지 않고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이……!”

다리에서부터 골반, 어깨, 양손까지. 전신의 근육을 일순간에 튕기며 모르칸쉬를 밀치듯이 후려친다. 반쯤 발악하는 듯한 대응, 그러나 각성제 약물과 전투로 극도로 활성화된 모르칸쉬의 반사 신경은 그 모습을 포착하고 반응했다.

-턱!

허리를 뒤로 빼며 밀치는 손바닥을 피하면서 그 손을 붙잡았다. 이어서 허릴 튕겨 ‘뽑아내듯이’ 잡아당겼다. 그에 마력이 동조하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힘의 방향 변화’가 이뤄진다. 뼈가 지탱하고, 관절이 회전하며, 근육이 힘을 가속한다.

-쾅!

“……커헉!”

그렇게 킬가레스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박살 나며 킬가레스가 피를 토하는 가운데, 모르칸쉬는 오른손의 토시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킬가레스의 왼쪽 팔뚝에 박혀있던 도끼가 오른손에 빨려 들어와 잡히고, 이어서 무방비로 있는 킬가레스의 머리통에 내리-.

“[시르카그!]”

“……흡!”

찍으려 했으나, 그보다도 먼저 ‘힘이 깃든 말’이 킬가레스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뒤쪽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모르칸쉬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뒤쪽을 베었다.

하지만, 베이는 것은 없었다.

대신에 경기장 밖에 있었던 ‘회색 안개’가 섞인 돌풍이 그 몸을 휩쓸었다. 뭔가가 끈적끈적하게 몸에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 반사적으로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려 저항했지만 모르칸쉬는 어떤 힘이 제 몸으로 파고드는 것을 실감했다.

-하하하하하!

-깔깔깔깔!

-끼아아아아악!

가장 먼저 귓가에 불길한 소음이 울리고 이어서 눈앞에서 달려드는 악귀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모르칸쉬는 ‘불협화음’을 느꼈다. 들리는 소음과 시야와는 별개로 피부의 촉각에서 느껴져야 할 ‘미미한 공기의 진동’은 없다. 환청과 환상, 이전의 안개가 감각을 교란·차단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감각을 억지로 ‘집어넣고’ 있었다.

“쯧……!”

몸을 찢어발기는 환상을 무시하며 모르칸쉬는 다시 몸을 돌려 킬가레스가 쓰러져 있던 바닥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도망친 걸까? 그에 왼손의 토시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킬가레스의 오금에 박힌 도끼를 불러냈다.

-휘릭휘릭휘릭!

-휘리리리릭!

-붕붕붕!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환상이 뒤섞여 곳곳에서 수많은 도끼가 날아온다.

금방이라도 몸을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오는 도끼들, 하지만 모르칸쉬는 아직 상대적으로 멀쩡한 피부의 촉각에 곤두세워 자신에게 쏟아지는 도끼의 환상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 낚아챘고-.

“우와아아악!”

회수된 도끼가 날아온 ‘방향’과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계산해 적의 위치를 계산하고 안개를 뚫고 돌진했다. 그러나 여전히 킬가레스는 보이지 않는다. 그에 모르칸쉬는 입술을 질겅였다. 뒤쪽에서 뭐가 느껴지든 간에 놈부터 족쳤어야 했는데…….

“후우.”

공격의 템포를 이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재빨리 허리춤에 챙겨둔 커다란 알사탕 형태의 포션을 꺼내 입에 털어 넣고 와그작 깨물었다. 마법의 효과를 중화시키는 ‘해제 포션’, 미리 먹은 도핑제의 마법적 효과도 같이 없애버려서 먹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와 함께 감각의 혼란이 서서히 잦아든다.

워낙 강력한 힘인지 해제 포션으로도 완전히 환각과 환청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훨씬 나아졌다. 그렇게 감각의 혼란을 없애자 ‘어떤 불길한 존재감’을 느꼈다.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눈처럼 깜빡거리며 그를 보는 노란 발광체.

반사적으로 도끼부터 던졌다.

-터엉!

하지만, 그 눈에 닿기 전에 쇠끼리 부딪치는 둔중한 소음과 불똥을 튀기며 튕겨 나간다. 이어서 노란색 눈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 ■■■!

고통스런 비명의 합창과도 같은 소음을 뿜어내며 주위에 깔려있던 모든 안개가 뭉쳐져 ‘상반신만 있는 외눈의 안개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반신의 높이만 7~8m가량, 그런 거인의 아래에 킬가레스가 서 있었다. 오른손은 거대 철퇴의 손잡이를 쥐고, 왼손에서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며 망가진 얼굴을 붙잡고 있는 모습. 그에 모르칸쉬는 과감하게 다시 돌진하며 남은 도끼를 내던졌다.

-터엉!

오금을 다친 게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 킬가레스는 철퇴의 손잡이를 움직여 도끼를 막아낸다. 조금 전에 울린 둔중한 소음이 다시 한번 울리는 가운데, 모르칸쉬는 주먹을 뻗으려 했지만-.

-■■!

킬가레스의 뒤에 서 있던 안개의 거인이 돌풍처럼 오른손을 뻗었다.

회색의 거대한 손길, 물리력이 없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쳤지만 모르칸쉬는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감각의 강제 주입’, 안개가 뭉쳐지면서 그 힘이 강해졌는지 단순히 혼란을 넘어서 신체 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자극’이 일순간에 머릿속에 작렬했다.

<고문> 마법.

이미 몇 번 경험해봤지만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지독한 통증’에 감각기관의 혼란으로 모르칸쉬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킬가레스가 주먹을 꽉 쥔 채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

-퍼엉!

이어서 스트레이트 펀치가 작렬했다.

황급히 양손을 교차시켜 막아냈으나 그 충격에 모르칸쉬의 몸이 ‘붕-!’ 떠오르며 거의 20m가량을 나뒹굴었다. 바닥을 구르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모르칸쉬는 가장 먼저 막아낸 손을 살폈다. <고문>의 여파 때문인지 모르겠다만…….

“제기랄.”

완갑이 찌그러지고 왼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토시에 다시 마력을 불어넣어 떨어진 쌍도끼를 불러내며 모르칸쉬는 냉정히 상황을 판단했다. 킬가레스와 그 뒤에 있는 안개가 뭉친 형상의 거인, 킬가레스가 병신이면 그래도 계속 싸워보겠으나 녀석은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고 있었다.

가장 온건적인 세로쉬 교단의 종파인 ‘보듬는 손’의 <안수 치료>.

오크‘만’을 치료하는 특수한 빛이다. 그래 봤자 미궁의 신 중 하나인 ‘생명과 치유의 아타샤’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져야 하건만, 저 광신도 새끼가 구사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터진 왼쪽 눈이 다시 복구될 정도였다.

역시, 계속 싸우는 건 불리하다.

그에 모르칸쉬는 도끼를 회수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갑옷 품 안에 끼워둔 ‘순간이동 스크롤’을 마력을 불어넣으며 찢었지만-.

-푸쉬쉬쉬…….

스크롤은 발동하지 않았다.

빛을 뿜어내다가 망가진 것처럼 불타오르는 스크롤, 그에 킬가레스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앞으로 1시간 이상은 이 경기장 안에서 도망치지 못한다네. 공간 왜곡을 막아내는 마법 물품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모르칸쉬가 허리춤의 벨트에서 뭔가를 꺼내 가볍게 던진다. 355mL 음료수 캔 정도 되는 원통형 금속 물체, 그에 킬가레스는 반사적으로 거대 둔기를 휘둘러 쳐냈다.

-콰앙!

쳐내는 순간, 충격파와 함께 퍼지는 타오르는 듯한 흰색 연기. 백린 연막탄이었다. 마법적인 강화 효과가 들어간 듯, 살짝 노출됐음에도 전신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이어서-.

-슝!

시간차로 날아오는 도끼, 연막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킬가레스는 다시 피해냈다. ‘그래,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연막에서 벗어난 킬가레스는-.

“……?”

등을 돌려 맹렬하게 경기장 출구 밖으로 질주하고 있는 모르칸쉬를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르칸쉬, 잠시 멍하니 잇던 킬가레스는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싸울 것처럼 굴더니 무기도 포기한 채, 등을 보이고 도망치다니……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진짜 허를 잘 찌르는 놈이다.

“[시르카그.]”

다시 한번 울리는 ‘힘이 깃든 말’, 그에 안개의 거인의 주위에 ‘황금빛 쇠사슬’이 떠오르며 꿈틀거린다. 이어서 킬가레스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놈을 쫓아.]”

그에 안개의 거인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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