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59화 (259/350)

제259화

막간. 자 드가자~

1.

대한민국 정부는 ‘지하 송파구’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궁이라는 미지의 공간과 연결된 곳, 어떤 위협이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 감시 체계를 완성했다. 지하 송파구의 돔형 천장에 수천 대의 CCTV를 설치해 지하 송파구 전역을 감시했고, 그 정보의 일부분을 이종족들에게 제공해 사전에 위협을 차단하는 등의 ‘나름의 관리’를 계속해 나갔다.

그런 지하 송파구의 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25구역의 ‘정찰·정보실’.

“하아아함…….”

상황 장교를 맡고 있는 대위는 나른하게 하품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임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의 근무 태도는 태만하기 그지없었으나-.

어차피 큰 차이는 없었다.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둔 감시 AI 프로그램이 24시간 돌아가고 있고, 수십 명의 병사들과 괴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CCTV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가 좀 나태해도 감시는 철저, 긴급 상황만 아니라면 빈둥거려도 괜찮았다.

그렇게 멍하니 폰 게임을 키려 하는데-.

“상황 장교님, 화면 분석 AI에 ‘경계’ 떴습니다!”

“음? 뭐, 위험도 높은 괴물끼리 싸움 났냐?”

한 병사가 다급히 손을 들어 이상을 알렸다.

나른하게 기지개를 켠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를 한 병사 곁으로 가서 그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 화면엔 200명가량 되는 인간형 병력들이 무장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수백 명의 군집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하나의 동조차도 안 되는 조그만 땅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고받는 살육전도 흔한 곳이 여기였으니까. 하지만-.

“저놈들, 총을 쓰고 있습니다.”

“뭐?”

이건 또 다른 이야기다.

CCTV 화면을 확대하자 갑옷을 걸친 ‘인간 닮은 오크’들이 총을 쏘면서 마주치는 괴물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현대 화기로 무장한 ‘완편 중대급 병력’, 간혹 가다가 접근한 괴물을 도끼를 휘둘러 죽이는 걸 보면 ‘마력 각성자’까지 포함된 집단이다.

“AI의 경로 분석 결과, 놈들은 ‘25구역의 입구’로 향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빨라서 이대로 가다간 1분 뒤에 도착합니다.”

“……!?”

게다가 인간들이 차지한 ‘뉴 송파구 25구역’의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정부의 공작 덕분에 그 근방은 지하 송파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곳’으로 알려졌다. 쓸모없는 콘크리트 폐석이 쌓인 폐허, 주기적으로 바닥에선 괴로운 악취·독가스가 솟구쳐서 정착할 수도 없다. 근데도 저놈들은…….

“무장 드론 띄우고 가스 살포 준비해! 농도를 높여서 ‘퇴치용’이 아닌 ‘살상용’으로 전환하고!”

정찰·정보실에서 할 수 있는 선제조치를 한 후, 그는 자기 자리로 달려가 상위 기관과 전투실에 현 사태의 자료와 함께 경보를 보냈다. 이어서 전방의 대형 스크린에 입구 쪽 화면을 띄우고 뚫어져라 확인했다.

얼마 가지 않아 신원 미상의 거수자들이 조심스럽게 폐석 지대에 들어서고-.

-푸쉬이이이익!

돌연 바닥 곳곳에서 자욱한 회색 가스가 솟구치고-.

-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득!

-탕! 탕!

이어서 숨겨진 격납고에서 나온 드론 3대가 떠올라 사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20mm 기관포탄에 정체불명의 무장 세력 수십 명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다. 침입자 놈들의 대응사격에 드론은 얼마 안 가 날개가 박살 나 추락했지만, 녀석들은 솟구치는 독가스와 드론의 등장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허겁지겁 쓰러진 패거리를 수습해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후우.”

그에 대위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처음 겪는 돌발 상황에 긴장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좀 싱거웠다. 기관포탄에 맞고도 터프하게 움직이는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가 오히려 더 까다로울 정도. 그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다음 지시를 내리려고 할 때-.

“몇 명이 문에 접근합니다!”

“뭐? 살상용 독가스인데? 버틸 정도로 강한 놈인가?”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켓발사기를 들고 있습니다!”

또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방사능 처리 시설에서나 볼 법한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있는 거수자들, 마력 각성자인 듯 커다란 로켓 발사기를 들고도 빠르게 접근한 놈들은 지하 송파구를 감싼 외벽으로 위장된 입구를 향해-.

-콰앙!

“망할……!”

기어코 어깨에 걸치고 있는 로켓발사기들을 발사했다.

불꽃과 자욱한 먼지와 함께 휩쓸리는 25구역 입구의 모습에 장교는 이를 악물었다. 잠시 뒤, 카메라에 드러나는 입구의 위장은 다 박살 나 있었다. 물론, 안쪽의 ‘진짜 문’은 흠집만 있을 뿐 멀쩡했지만 그래도 ‘위협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로켓을 쏘고 허겁지겁 도망치는 적들의 모습에 그는 상황병에게 소리쳤다.

“1종 경계령, 뉴 송파구-이종족 정부에게도 연락해서 자료를 넘기고 확인·사살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그리고, 놈들의 본거지는 어디 있지? 급작스럽게 등장한 놈들인가?”

“……뉴 송파구에서 나온 놈들입니다.”

AI의 경로 분석 결과를 확인하던 병사의 보고에 대위는 이빨을 ‘뿌득!’ 갈았다.

“한 줄 더 추가해라! 그쪽에서 나온 무리가 우릴 향해 총과 로켓을 쐈다고!”

2.

지하 송파구에 진입한 뒤, 오혜영과 드라릭을 포함한 5명은 일행들과 갈라졌다.

폐허가 된 지하 송파구 시가지, 질서 집행관으로서 지하 송파구도 몇 번 와본 드라릭은 이종족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약속으로 형성된 ‘안전한 길’로 일행들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그는 옆에서 걷는 오혜영에게 지나가듯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전투 함성>을 내지를 수 있을 줄은 몰랐소.”

“……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갤 갸웃하는 오혜영, 다른 반푼이들도 똑같은 기색이기에 드라릭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뭔가 연설을 듣고 나서 투쟁심이 솟구치고 힘이 세지는 듯한 게 있지 않았소?”

“우리 대장이 말을 잘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전투 함성>이 섞여서 그렇소. 몇몇 ‘특별한 오크’만이 구사하는 기술이지.”

드라릭의 말에 다른 반푼이들은 ‘역시, 대장.’하면서 고갤 끄덕였지만 정작 오혜영은 시큰둥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드라릭은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근데, 연설을 참 잘하더군. 어디서 말하는 방법을 배웠소?”

“딱히 배운 적은 없습니다만.”

“……없다고?”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하는 것뿐이에요. 그런 것도 배우나요?”

주위를 경계하면서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는 오혜영, 그에 드라릭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성자의 자식’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드라릭이 홀로 생각에 잠긴 사이, 일행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진짜 안개가 자욱하군요.”

안개에 휩싸인 올림픽 공원, 그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때때로 꿈틀거렸다. 그 불길한 모습에 분대원으로 뽑힌 하프 오크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장, 진짜 저기에 진입해야 합니까?”

“왜, 겁나냐?”

피식 웃으며 말하는 오혜영, 그에 부하는 순순히 고갤 끄덕인다.

“네, 겁납니다.”

“…….”

“딱 보기에도 심상찮으니까요.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되게 불길해요.”

“솔직히, 나도 그렇긴 해.”

“그, 우리가 안에 들어간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 없잖습니까? 뉴 송파구 병력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본대가 소동을 벌였으니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올 텐데.”

살짝 겁에 질린 부하의 말에 오혜영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갤 저었다.

“나도 그 생각 안 해본 게 아니야.”

“……그럼?”

“놈들과 한패였던 재석이가 녀석들에게 직접 들었대. 여긴, 병력이 많이 몰려와 봤자 소용없다고, 랜턴이 없는 이상 무조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동안, 커다란 짐꾼 배낭을 내려놓고 뒤적거리던 하프 오크가 그 속에서 찾던 물건을 꺼냈다.

푸른빛이 반짝이는 신기한 랜턴

마을을 점령했던 약탈자 대장 놈의 거처에 딱 하나밖에 없던 물건이었다. 랜턴을 든 짐꾼을 중심으로 서며 그녀는 불안해하는 부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중에 올 병력을 위해서라도 이 안개를 걷어내야 해. 못해도 랜턴을 몇 개 더 얻어 오거나. 그 정도의 공은 세워야 우리 마을의 취급에 대해 말이라도 꺼낼 수 있어.”

“…….”

“준비됐지?”

스스로를 세뇌하듯 말하는 오혜영, 그에 굳은 얼굴로 수하들도 고갤 끄덕이며 소총과 무기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에 그녀는 고갤 돌려 드라릭에게 고갤 끄덕였다.

“가시죠.”

“음.”

드라릭을 선두로 그들은 자욱한 안개 안으로 들어섰다.

3.

밖에서 들리는 ‘혜영이의 선동’을 무시하기 위해 시작한 샤워

기왕 물 뒤집어쓴 김에 벗어놨던 장비와 옷들도 가져와서 빨았다. 싸우는 도중에 하도 피와 오물을 뒤집어써서 좀 역겨운 냄새가 났거든. <연금술>로 비누의 유기물질 분해 성능을 잠시 대폭 높여서 박박 씻으니 어떻게 빨리더라.

“휴우, 개운하다~”

샤워도 끝내고 빨아놓은 장비들을 바닥에 널어놓은 후, 다시 침상에 드러누웠다. 조금 전과 달리 아주 조용한 게 마음에 든다. 이제야 제대로 쉴 수 있겠네!

……근데, 너무 조용한다.

슬쩍 <눈>을 옮겨 밖을 훑어보니 마을엔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없다. 좀 이상해서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찝찝함에 침대에서 일어난 후, 곧장 문을 열고 나가 근처에 있는 영감탱이의 방을 찾아갔다.

-쿵! 쿵!

“영감님! 있어요? 들어갑니다.”

“자, 잠깐만 기다리쇼!”

뭔가 허겁지겁 말하는 영감탱이, 궁금해서 <눈>으로 안을 살펴보니 부단하게 자리 정리를 하고 있네. 잡지도 이불 속에 숨기고. 영감님이 가진 짐 중엔 저런 잡지는 없었는데? 궁금해서 제목을 보니 PLAY ORC인데…….

흐음, 오크들은 저런 걸 좋아하는구만.

표지부터 비키니를 입은 오크 여자들이 있는데……. 혜영이처럼 ‘인간이 보기에도 예쁘다.’는 그런 몸과 얼굴이 아니라 뭔 스테로이드를 과하게 빤 것 같은 괴물이 있어. 뭐, 취향은 존중해야지. 어쨌든 들어오라는 말에 난 안으로 들어섰다.

“웬일이시오? 피곤해서 쉰다면서.”

의외라는 듯이 물어보는 영감에 난 어깰 으쓱였다.

“그래서 샤워도 하고 장비도 빨았죠. 근데, 밖이 너무 조용해서요. 여기 있는 하프 오크들 어디 갔어요? 하나도 보이질 않네?”

“20~30분 전에 대부분 나갔잖소.”

“……진짜 나갔어요?”

얼굴을 팍 구기는 영감님, 내가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그런지 좀 뿔이 나신 것 같네. 살짝 고갤 끄덕인 후, 밖으로 나왔다. 흐음, 진짜 급박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것도 날 꿰어내려는 수작인가?

“쓰읍…….”

눈으로 방 안을 일일이 훑으며 마을을 거닐었다.

진짜 근처에 남은 하프 오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상층인 5층에 하프 오크 몇 명이 보인다. 이번에 잡힌 30명가량의 약탈자 포로들을 가둬둔 커다란 객실 앞, 하나뿐인 입구에 참호를 만든 뒤에 아예 기관총과 수류탄까지 거치한 채로 경계하고 있네.

“읏차!”

곧바로 도움닫기로 층을 올랐다.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화들짝 돌아봤다가 날 보곤 더 기겁하는 하프 오크들, 가볍게 인사하며 난 본론부터 꺼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는데, 질문 좀 해도 되나요?”

“네, 넵!”

“혜영이하고 마을 주민들, 전부 어디 갔나요?”

“어, 인질들을 구하고 위에서 오크들을 부르기 위해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한 녀석이 오크 군대가 오면 보여주라고 한 자료가 있다며 옆에 둔 태블릿 PC를 건넨다. 켜서 살펴보니 메모장에 드라릭이라는 기사의 공증과 사인이 사진으로 찍혀있고 대략적인 현 상황의 요약이 있었다.

“흐음.”

핵폐기물을 통해 총기를 밀수하고 있던 것, 혜영이가 그들을 토벌한 것, 나에 관한 이야기도 있네. 급하게 작성해서 중구난방이지만 대충 한마디로 ‘하프 오크들은 범인이 아니다. 전쟁 군주가 위험하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휘갈기듯이 쓴 작전 계획서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혜영이는 진짜 날 빼고 인질들을 구하러 간 것 같다.

그냥 한숨밖에 안 나오네.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하지만, 혜영이가 세운 작전 계획과 그 이유를 보니 급하게 출발한 것도 이해는 된다.

그래, 내가……. 졌다!

친자식 아니랄까 봐 아버지처럼 진상력은 개오져요! 자기 목에 칼 들이밀고 ‘안 도와주면 죽어버리겠어!’하고 협박하는데 이걸 어떻게 당하냐! 그냥 하는 척도 아니고 진짜 찌른다고!

태블릿 PC를 되돌려준 후, 곧바로 1층을 향해 뛰어내려 착지했다.

벗어놓은 장비들을 챙기기 위해 움직이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영감탱이 방을 향해 꺾었다. 혜영이가 입고 있던 장비들,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 봤자 전부 잘 만들어진 공산품이었지.

그래, 어차피 내 전리품인데 영감탱이보단 혜영이에게 입히는 게 낫지.

-쾅!

“우와아아악! 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시오!”

펄쩍 뛰어오르더니 잡지를 접으며 허겁지겁 고간을 가리는 영감, 항의를 무시하며 난 성큼성큼 들어가 영감이 근처에 벗어놨던 내 전리품 갑옷을 들어올렸다.

“이거, 가져갈게요. 아, 그리고 방패도요.”

+5 검은 거울 (Black mirror)

테두리는 정교하게 세공된 은으로, 그 중심은 알 수 없는 검은 재질로 만들어진 매끈한 곡면의 타워실드. 그냥 방패로도 훌륭하지만, 그 진가는 마법적인 공격을 막을 때 드러난다. 이 방패에 마력을 주입할 시, 방패 중앙의 물질이 요동치며 마법을 흡수한다. 강력한 마법일수록 흡수하는 데 많은 마력이 들어가지만, 그렇게 흡수한 마법은 원하는 때에 방출해낼 수 있다.

대형 방패, 타워 실드

방어 수치(SH) 13, 방해 수치 15

·냉기 저항+, 화염 저항+, 음에너지 저항+

·특수능력: 주문 흡수·방출(방패로 방어 성공 시, 주문을 흡수해 저장한다.)

·저장된 주문 : 없음.

자그마치, 이름이 달린 아티팩트 방패. 내가 쓰기엔 너무 컸지만, 워낙 아까워서 억지로 챙겼지. 혜영이 체격이면 쓸 만할 거다. 아니, 잠시만. 혜영이 무기도 좀 별로였지?

“아, 그리고 이 도끼도 잠깐 빌…….”

“지랄하지 마쇼! 이건 내 거잖소!”

도끼도 챙기려는데, 영감탱이가 ‘꽥!’ 소릴 지르며 바디 태클 하듯이 몸을 던져 도끼를 챙기려던 날 막는다. 소중하게 도끼를 끌어안는 영감, 방패완 달리 아티팩트 정도는 아니어도 강화 속성이 달린 마법 도낀데…….

생각해보니 ‘저주의 혼합체’라는 도끼가 있다.

커다란 양손 도끼지만 무게가 엄청 가벼워서 한 손으로도 쓸 만할 거야. 취급주의-‘장착 해제 시 장비 파괴’라는 개 같은 속성 때문에 일회용이지만……. 저 도끼를 끌어안고 쉬익쉬익거리는 저 영감탱이 걸 빼앗으려면 더 힘들 것 같구만.

“아무튼 가져갑니다.”

분노에 치를 떠는 영감탱이를 뒤로한 채, 난 전리품을 가지고 내 방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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