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62화 (262/350)

제262화

5.

가까이에서 확인한 결과, 올림픽 공원을 감싸고 있는 ‘안개 같은 악마’는 육체적인 피해를 입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안개에 노출되면 그 마력이 서서히 뇌의 영역을 파고드는데, 가장 먼저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이어서 다른 감각들이 차례로 잠식되며, 나중엔 공포의 영역을 자극해 꿈과 현실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트라우마와 연관된 ‘생생한 악몽’을 만들어내려 했다.

그래, 한마디로 ‘정신 공격’에 특화된 놈이었다.

그리고, 난 [신을 목도한] 돌연변이-‘정신 공격 면역자’지.

어떻게 내 트라우마를 묘사해내려고 했지만, 그 어떤 물리적 기억과 정신적 기만으로는 내가 목도했던 ‘끔찍한 존재’를 모방하기란 불가능했다. 육체적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불완전한 것들이 진창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너무 조악해서 속으려 해도 속을 수가 없더라.

……그저 기분만 좀 더러워졌을 뿐.

그래도 방향 감각이 뒤틀리고 환각과 환청이 날 방해했지만, <눈>은 여전히 내게 정보를 제공해줬기에 주입되는 감각을 무시하며 혜영이를 찾을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기에 곧바로 전력 질주해서 간신히 구해냈어.

“하아, 진짜……. 더럽게 손이 많이 가요.”

창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한숨을 내뱉으며 푸념했다. 진짜 보모도 아니고 이게 뭔 짓인지……. 그런 내 모습에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던 혜영이는 이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입을 연다.

“새벽 오빠……?”

“왜요, 보면 몰라요?!”

그리고, 난 퉁명스럽데 대꾸했다.

살짝 도착이 늦어져서 동료 하나가 죽었지만……. 다행히, 날 그리 원망하는 기색은 아니네. 하긴, 혜영이는 그런 배은망덕한 애는 아니니까. 그런 내 대답에 혜영이는 침을 꿀꺽 삼키곤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 도와주러 오신 검까?”

“……공짜로 도와주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온 시점부터 호구나 다름없긴 한데……. 그래도 호구도 ‘상호구’는 되지 말아야지. 나름 단호하게 고갤 저으며 난 혜영이를 바라보며 창대를 ‘쿵!’ 내리찍었다. 그런 내 행동에 혜영이가 찔끔하는 가운데, 난 속사포처럼 불만을 쏟아냈다.

“젠장! 아는 사람 죽게 내버려두는 건 찝찝해서 오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공짜로 도와줄 순 없어요! 아니,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혜영 씨를 찾아달라는 것도 의뢰를 받고 움직인 거라고요!”

“…….”

“그러니까 내놔요! 아무거나! 가치 있는 걸로!”

홧김에 뭔가 내놓으라는 듯이 손을 뻗었다.

……말재주가 없어서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말을 내뱉었는데, 말하고 나니 진짜 나 쓰레기 같네. 지금 혜영이 처지와 평소에 동아리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내놓을 만한 재산 같은 것도 없을 텐데 말이지.

그런 내 요구에 혜영이는 멍하니 있더니 이내 피식 웃는다.

“솔직히, 오빠에게 드릴 수 있는 게 없슴다. 유튜버 하며 번 돈도 마을에 투자하느라 없고……. 남은 건 이 몸뚱이뿐이네요.”

“…….”

“그, 혹시 잠자리는…….”

“뭐, 뭐요?! 아니! 잠깐! 잠깐만!”

가진 게 몸뚱이뿐이라는 말에 ‘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인 줄 알고 오만정이 다 떨어지려고 했는데, 이어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혜영의 말에 식겁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내가 당황하며 손을 내젓자 혜영이는 살짝 풀이 죽은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제가 못생겨서 그렇습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처녀인데…….”

“아니, 매력 없다는 게 아니라……!”

혜영이 정도면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도 미녀다.

좀 이질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심하진 않아. 안 그러면 구독자 30만의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수 없지. 그래도 좀 과한 근육질이라서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어리고 예쁘면 ok아닌가? 그냥 눈 딱 감고 한번……. 아니, 아니야! 난 그 정도까지 쓰레기는 아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협박하는 충동을 억누르며 난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꼭 몸을 노리고 제가 협박하는 것 같잖아요! 난, 그 정도까지 쓰레기는 아니라구요…….”

“…….”

“하아! 혜영 양은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니까! 마음의 빚으로 달아놓을 게요! 나중에 갚아요! 아, 진짜! 누구 닳았는지 아주 사람 엿 먹이는 데는 도가 텄어…….”

결국, 상호구 인증을 해버렸다.

X발, 이렇게 될 줄은……. 근데, 제주도의 해변에서 봤었던 혜영이의 비키니 차림이 계속 떠오르네. 음, 예뻤지. 근육에 어울리지 않게 가슴도 컸고. 지금이라도 그냥 받는다고 할……. 아니, 아니야. 사람이 가오가 있……. 아니, X발! 가오 따질 땐가? 내 인생에 저런 미녀와 잘 기회가 있을까? 게다가 처녀인데?? 내가 처녀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내가 심각하게 고뇌하고 있을 때-.

“어떻게 안개 속을 걸어갔소? 총도 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과장이 섞인 건가?”

오크 기사가 내게 질문한다. 그래, 이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악마 주입하는 웃기는 악몽보다 ‘더 강력한 번뇌’를 떨쳐내기 위해 세차게 고갤 저은 뒤 난 입을 열었다.

“아뇨, 함부로 나갔다간 고통스럽게 죽을 거예요. 저 안개 같은 건, 사실 ‘악마’거든요.”

“……악마?”

“예, 꽤나 강력한 놈이에요. 환각과 고통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트라우마도 자극하죠. 전 ‘특별한 감각’이 있어서 그런 걸 무시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악몽이 현실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거예요.”

나도 <눈>+돌연변이가 있어서 버텼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그런 내 대답에 오크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뒤쪽에 뭉클거리는 타르 같은 <독숨결>을 보며 아쉬운 듯 바라본다.

“그, 다 죽였소?”

“아뇨, 한 놈 남겼죠.”

해제 마법으로 뱉어낸 <독숨결>을 없애버린 후, 바닥에 쓰러진 가죽 경장의 오크를 가리켰다.

기사님과 함께 활동했던 요원, 다른 놈들처럼 모가지를 치는 대신에 신경 써서 팔과 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리고 곧바로 <독숨결>의 범위 밖으로 내던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독숨결>에 노출돼서 고통스럽게 피가래를 쏟아내는구만.

“이 개자식아!”

놈을 보자마자 오크 기사님은 분노한 얼굴로 달려든다.

두 사람이 알아서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배려한 뒤, 난 총에 맞은 하프 오크들을 살피는 혜영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잠시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요.”

“어? 오빠 뭘…….”

“급하게 오느라 안개 속에 던져두고 온 것들이 있거든요.”

질문하는 혜영이를 내버려두고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싸움이 벌어지는 걸 보고 급한 김에 짊어졌던 짐들을 몽땅 내던지고 전력 질주했거든. 다시 죽어라 뛰어가서 배낭과 짐들을 되찾은 후, 난 다시 복귀해서 혜영이 앞에 쏟아냈다.

“이, 이게 뭠까?”

애들에게 공산품 포션을 맥이고 붕대를 감다가 내가 쏟아낸 것들을 보곤 휘둥그레 눈을 뜨는 혜영이, 그에 가볍게 턱짓했다.

“여기 내려오면서 얻은 제 전리품이에요. 방패하고 무기, 그리고 갑옷까지. 빌려주는 거니까 착용하세요.”

“정말 써도 됨까? 어, 엄청 대단해 보이는데?”

총 맞고 비실거리고 있는 하프 오크들도 대단히 혹하는 표정. 확실히, 겉으로 보기에 하나같이 비범하기 그지없는 장비들이다. 그 능력도 실제로 비범하고. 당연히 고갤 끄덕였다.

“혜영 씨 장비는 너무 부실해요.”

“아니, 그래도 나름 괜찮은…….”

“솔직히,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죽는 건 몰라도 혜영 씨가 죽으면……. 많이 슬플 것 같거든요.”

내 대답에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짓는 혜영이, 그에 나도 빙긋 웃으며 양손 도끼-저주의 혼합체를 가리켰다.

“아, 참고로 도끼는 마력으로 동기화시킨 후에 장착 해제하면 부서지는 종류라서 빚에 달아놓을 겁니다.”

“……이거, 진짜 갚을 수 있는 검까?”

“혜영 씨라면 갚을 수 있을 거니까 걱정 마요.”

떨떠름한 얼굴로 묻는 혜영이에게 대답한 뒤, 고갤 돌려 오붓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크 기사님과 배신자를 바라보았다.

“말해! 새끼야!”

-퍼억! 퍼억! 퍼억!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주먹질’로 팔찌와 모르칸쉬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기사님, 하도 맞아서 벌써 얼굴 한쪽이 무너져 내리고 그 눈알까지 터졌다. 으음, 바지의 가랑이 사이. ‘남자로서 소중한 그곳’이 납작해진 채 피가 흐르는 걸 보니 절로 섬찟하며 공손해지네.

“크, 크흐흐…….”

하지만, 배신자 놈도 독종이다.

무자비한 구타에 피를 토하고 신음을 흘리면서도 웃으며 버틴다. 아무리 마력 각성자라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고는 해도 대단하구만. 아마, 지금 당장 저 입을 열게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흐음.”

가볍게 놈의 <과거>를 훑어보았다.

3~4시간 정도 과거, 범위가 작은지라 평상시보다 부담은 적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나가는 과거의 기록들, 처음 보는 ‘오크 전쟁 군주’, 모르칸쉬의 소환, 싸움, 제압, 소집, 집회, 그리고 알력 다툼에 밀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후우우…….”

피곤함이 밀려들지만 한숨을 내뱉은 후, 찬찬히 머릿속에 욱여넣어진 정보들을 구분했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오크 전쟁 군주’가 연관됐을 거라고 짐작은 했다. 공원의 한 건물에서 전쟁 군주가 흩뿌리는 세로쉬의 신성과 아우라가 흉악할 정도로 이글거리는 것이 보였거든. 보통 전쟁 군주들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인상 깊었지.

……세로쉬를 섬기는 전쟁 군주라니.

신자에게서 느껴지는 ‘코드 108의 신성’을 강함의 척도로 따질 수는 없지만, 그 순수함과 세기는 지금까지 본 코드 108 추종자들 중에서 수위를 다툰다. 굳이 비교하면 ‘국정원 차장’님이나 ‘닥터 크림슨’ 정도? 모르칸쉬를 이긴 걸 보면 평범한 전쟁 군주보다 더 강하겠지.

근데, 지금 내가 얻은 정보를 말해 봤자 내 능력을 모르는 기사님으로선 못 믿을 테니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데-.

-콰득!

그건 간단하지.

배신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후, 아직 멀쩡한 한쪽 눈을 향해 오른손에 쥔 창을 내리꽂았다. 그대로 머리가 관통되고 뇌가 박살 나서 숨이 끊어지는 배신자. 그에 놈의 가슴팍 위에 올라타고 있던 오크 기사님이 두 눈을 부릅뜨며 ‘왜 죽였냐!’는 듯이 날 바라본다.

많이 빡친 듯한 모습에 난 룬문자를 만들며 어깰 으쓱였다.

“급하니까 좀 ‘난폭하게’ 가려고요. ᛯᛰᛡ ᛯᛰᛡᛢ…….”

장송곡 같은 주문의 운율, 그 선율에 담긴 마력에 기사님이 침묵하는 가운데 마법의 기운에 잠식된 왼손을 휘저었다. 그와 함께 시체에서 희끄무레한 연기와 비슷하지만 연기는 아닌 것이 내 손짓에 딸려 나온다.

“……!?”

배신자의 오크의 면상이 꿈틀거리는 기운, 그 모습에 시체의 가슴팍에 앉아있던 기사님이 흠칫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갑옷을 갈아입는 혜영이를 피해 이쪽을 보고 있던 하프 오크들도 비슷한 반응, 다행히 혜영이는 갈아입느라 여길 안 보고 있구만.

“스으으읍……!”

내 손아귀에 걸려든 영혼의 찌꺼기를 탐욕스럽게 들이켰다.

<소환 : 검은 독기의 망령>을 쓰기 위해 ‘영혼의 영액’을 시체에서 흡입하는 과정, 하지만 이렇게 보면 좀 섬뜩한 면이 있지. 그렇게 영혼을 빨아먹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뒤, 잠시 음미하는 것처럼 뜸을 들이다가-.

“……모르칸쉬는 현재 정신을 잃은 채 미궁 입구 쪽에 있어요.”

날 괴물을 바라보는 듯이 응시하는 오크 기사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빨리 가서 구하지 않으면 곧 변천 시간이니 사라질 겁니다. 아니, 벌써 사라졌으려나? 위치는 몽촌토성 쪽에 있는 미궁의 입구예요.”

“…….”

“그리고 이번 사태를 벌인 자는 ‘킬가레스’라는 오크입니다. 기억을 보건대, 전쟁 군주인 것 같아요. 굉장히 강하네요. 모르칸쉬를 제압한 것도 그자고.”

“킬가레스?! 광신자 킬가레스 말이오!”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전 처음 듣는데.”

유명한 오크인 듯, 그 이름을 듣고 휘둥그레 눈을 뜨는 오크 기사님. 어쨌든 난 나머지 알아야 할 사실까지 말했다.

“아, 추가로 놈들은 이 ‘안개 속에 있는 랜턴의 위치’를 파악할 수단이 있어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랜턴을 들고 있는 이들은 전부 따로 다니게 되어있고요. 방금 전에 습격이 들킨 이유는 별다른 이유 없이 랜턴 2개가 함께 움직여서랍니다.”

“…….”

“이 정도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정해졌겠죠?”

내 말에 잠시 침묵하던 오크 기사님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쉰 후, 결연한 표정으로 바닥에서 일어섰다.

“좋소, 어서 모르칸쉬 님을 구출하러 갑시다.”

6.

앞으로의 일정을 담담히 선언한 뒤, 킬가레스는 단상에서 내려와 모인 동지들과 가볍게 담소를 나눴다.

동지라는 이름으로 대우해주고 있지만 사실상 전쟁 군주의 페로몬에 이끌려 부하나 다름없는 이들, 그냥 지시만 해도 충분히 따랐겠지만 킬가레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들을 치하하고 어울렸다.

오크는 본능적으로 전쟁 군주의 아우라에 이끌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따르는 어리석은 존재는 아니다.

더 믿을 수 있는 이에게, 그리고 자신을 잘 대해주는 이에게 더 이끌린다. 모든 오크 전쟁 군주들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매력을 하나씩 지니고 있지만, 킬가레스는 지상에 나온 후에 엄청난 무리를 짓는 지상 인간들과 그들의 종교 등을 보며 리더십에 대해 여러모로 분석했다.

그렇게 배운 여러 노하우들과 세로쉬에 대한 신앙을 합쳐 킬가레스는 휘하의 이들에게 ‘광신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신앙’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살짝 철저하고 강압적으로, 하지만 평소에는 차근차근 유화한 모습으로.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가 터득한 리더십의 정수였다. 그렇게 킬가레스가 짧게 담소를 나누며 집단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있을 때-.

“킬가레스 님.”

“음, 시로카?”

울락 순교회 계열의 사제, <악마술>에 더 심취해 세로쉬를 배신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킬가레스를 만나 구원받은 시로카가 강당의 무리 속에 있었다. 시로카가 풍기는 껄끄러운 느낌에 다른 오크들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킬가레스는 거리낌 없이 웃었다.

“웬일로 이곳에 있는가? 평소엔 나오라고 해도 혼자 있더니만.”

“잠시, 이상하게 움직이는 랜턴이 있어서 보고드리려고 왔습니다. 제압하기 위해 바소즈를 보냈고요.”

“바소즈를?”

그 말에 살짝 묘한 표정을 짓던 킬가레스는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피식 웃었다.

“너무 괴롭히진 말게. 경륜 있는 사람이 참아야지.”

“하하…….”

“뭐, 그래도 가끔 젊은이에게 쓴맛을 보여주는 것도 어른으로서 필요하겠지만. 이거, 그 친구를 소개시켜주려고 했는데 좀 애매하게 됐군.”

“아, 제가 불러오겠…….”

시로카의 말에 킬가레스는 부드럽게 고갤 저었다.

“됐네. 내가 직접 가도록 하지.”

“아니, 그러실 정도까지는…….”

“그 정도의 공은 세운 이야. 내가 직접 가야 그나마 감사를 제대로 표할 수 있겠지. 어디 있는지 확인하게 지도 좀 펼쳐주게.”

“……알겠습니다.”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순순히 지도를 펼치는 시로카, 다른 오크들의 얼굴에서도 희미하게 질투심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쟁심을 부추기면서 지도를 확인한 후-.

“잠시들 기다리게. 곧 이번 거사의 주인공을 데려오지.”

킬가레스는 자신의 무기를 쥔 채로 강당 밖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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