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화
7.
“[죽어라! 거짓된 우상아!]”
이전에도 오크로 보기 힘든 체격의 킬가레스, 악마가 되면서 한층 더 거대해진 그는 돌진하는 오무혁을 향해 흉악한 뼈 철퇴를 휘두른다. 그에 오무혁 양반은 방패를 치켜들었고-.
-콰앙!
덤프트럭끼리 부딪친 소음과 함께 철퇴와 맞은 방패에서 녹색 불똥이 튀겼다. 이전보다 X랄맞은 위력, 거의 10m 넘게 뒤로 주르륵 밀려난 뒤에 오무혁은 덤덤히 방패를 찬 왼팔을 털었다.
[역시, 힘 하나는 무지막지하군.]
방금 전, 오무혁은 단순히 막은 게 아니다.
몸 주위의 마력 작용으로 보건대, 자신의 육신과 장비에 탄성을 증폭시키고 시시각각 방패의 경사를 바꿔 힘을 사방으로 분산시켰다. 뒷걸음질 친 발자국에 따라 쩌적쩌적 갈라진 아스팔트가 그 증거, 참으로 놀라운 기교다.
하지만, 그렇게 힘을 분산시키고 분산시켜도 팔이 얼얼해 보인다.
“흡!”
그사이에 난 반지의 <투명화>를 걸고 기척을 죽이며 옆쪽으로 빠졌다. 내 분신들을 풀어 봤자 저놈에게 안 달려들고 근처에 숨어 있는 손쉬운 놈들을 살해하려 할 게 뻔해. 어쩔 수 없이 그냥 놈의 뒤쪽으로 가서 <광폭화> 쓰고 창이나 쿡쿡 찌를 생각이었는데…….
“[너!]”
<투명화>를 꿰뚫어 보는 듯, 킬가레스가 녹색 지옥불이 번들거리는 녹안으로 내 쪽을 응시하고 그와 함께 입 안에서-.
“데뎃-?!”
-푸콰아아악!
녹색 불길을 내뱉는다.
<눈>으로 그 작용을 한발 먼저 봤기에 잽싸게 방향을 틀어 건물 틈 골목으로 빠졌다. 불길에 뒤덮이는 건물, 수많은 인간·오크들의 얼굴이 절규를 내지르는 것처럼 너울거리는 불길은 비정상적 속도로 폐허의 건물 콘크리트와 그 안의 철골까지 부식시켰다.
[한눈을 파는가?]
놈이 내게 불을 뿜어내는 사이에 오무혁 양반이 다시 돌진한다.
그에 킬가레스도 고갤 돌려 내뱉던 숨결을 오무혁 양반에게 쏟아낸다. 하지만, 오무혁이 앞세운 대방패의 ‘매끈한 거울 같은 검은 표면’이 물결치며 그 흉악한 숨결을 쑤욱 삼킨다. 방패의 특수능력인 <주문 흡수>, 혜영이에게 건네줄 때 기능에 대해 말해 줬는데 잘 써먹으시네.
“[큭!]”
접근한 오무혁에 킬가레스가 다시 철퇴를 휘두르려 하지만, 오무혁은 한 층 더 가속해서 추의 궤적 안쪽에 파고들었다. 이어서 융기한 뼈 갑주의 틈 사이를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그에 킬가레스도 철퇴의 길쭉한 손잡이로 대응하는 대신 오른손을 휘둘렀다.
-투웅!
방패와 주먹이 닿고 커다란 종(鐘)이 울리는 것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진다.
지옥의 녹색 불길에 이글거리는 주먹, 살인적인 힘이었지만 전쟁 군주는 방패에 수직으로 내리찍는 힘의 방향을 신체의 마력으로 컨트롤 해 오히려 도끼의 기세를 올렸다. 무협 용어로 이화접목이라 해야 하나?
-콰득!
[흠.]
막는 순간, 쌍코피를 ‘주륵!’ 흘렸지만 기어코 킬가레스의 갑주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놈이 곧바로 발을 들어 걷어차려고 하자, 오무혁 씨는 쪼그리고 앉듯이 몸을 낮추며 머리 위에 들어 올린 방패를 45도 정도로 각을 세운다.
-푸콰아아악!
이어서 방패가 흡수한 <녹색 불길 숨결>을 방출한다.
가스 토치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것처럼 살벌한 녹색 불길이 킬가레스의 도끼가 박힌 흉곽 쪽에 작렬한다. 그에 킬가레스는 방패를 걷어차며 뒤로 쭈욱 물러난다.
“[크으으…….]”
왼손으로 녹색 피를 흘리는 상처를 붙잡으며 허릴 숙이는 녀석, 그 일격을 먹인 오무혁 씨는 잔뜩 박살 나고 녹아내린 아스팔트 위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허접하군.]
“[으드득.]”
코피를 닦으며 여유롭게 말하시는 오무혁 양반, ‘저 빈틈에 공격이나 하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눈>으로 자세히 보니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니라 몸에 축적된 피해에 열심히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왼팔 뼈도 부러진 것 같아.
워낙 공격이 막강해서 선방해도 저 꼴이네.
그렇게 오무혁 씨가 열심히 앞에서 어그로를 끌어 준 동안, 난 창에 <염기성 무기>를 바르고 건물을 뺑 돌아서 다시 놈의 뒤통수에 접근했다. 하지만, 꽤 정신이 없을 텐데도 놈은 기어코 내 기척을 포착한다.
“[ⶳⷄⷉⶻ]”
내 쪽을 보며 ‘경멸과 혐오’의 쇳소리를 내뱉는 킬가레스, 그와 함께 갑주에 융기된 뼈의 표면에 녹색 불길의 지옥어가 번들거리고 자동으로 마법이 완성된다. 이어서 놈의 전신에서 ‘역설적인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 반경 50m 주위의 바닥과 건물을 새카맣게 물들였다.
오스록의 꿰뚫는 혐오 (Osruk’s Aversion impale)
레벨 5 악마/주술
시전 소음 : 0
주문 소음 : 0
최대 SP : 200
최소 소모 마력 : 3, 혐오의 정수, 증오의 정수
특이 사항 : 영역 안의 적대적 대상을 향해 2d10 악마 대미지+감속 효과가 가진 가시를 솟구치게 한다.
효과 : 오크 악마술사, 오스록이 고안해 낸 <악마술> 마법. 몸에서 ‘증오의 감정’과 ‘혐오의 감정’을 뒤섞은 광채를 짧게 뿜어내서 주위의 영역을 타락으로 물들인다. 그렇게 물든 영역은 시전자의 ‘혐오’에 반응해 적대적 대상을 꿰뚫는다. 주문력이 강할수록 물들이는 영역의 넓이가 넓어진다.
‘갑옷? 그게 필요한 게 있나? 너희들에 대한 혐오가 그 무엇보다 훌륭한 갑옷인데.’
-오스록, 자신을 추적해 온 세로쉬의 사제들을 학살하면서.
-푸슉!
-푹!
검게 물든 영역에서 1~2m 굵은 검은 말뚝이 날 향해 기습적으로 솟구친다. 내려올 때, ‘그림자 꿰미’라고 불린 정령과도 비슷한 공격, 길이는 중구난방에 위력은 더 약하고 은밀하지도 않지만 숫자가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장애물을 잔뜩 깔아 둔 뒤에-.
“[죽어라!]”
킬가레스는 날 무시하고 오무혁을 죽이기 위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든다.
[쯧.]
그에 오무혁 양반도 혀를 차며 방패를 들어 올린다. 나완 달리 저 양반은 방패로 선제 대응하듯 검은빛을 막아내서 물든 영역 자체가 적었다. 추가로 뭔가 심상찮은 걸 잽싸게 눈치채곤 말뚝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도끼를 휘둘러 주변의 오염된 아스팔트들을 걷어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싸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넓이다.
-투웅-!
움직일 만한 영역이 줄었기에 오무혁은 철퇴에 힘이 다 실리기 전에 돌진해 선제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다시 덤프트럭끼리 부딪친 것 같은 굉음이 울리는 가운데, 오무혁은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왕창 토해 냈다. 그러나 아득바득 방패로 막아냈다.
“흐으읍!”
그 광경에 난 <광폭화>를 사용했다.
바닥에서 가시가 무작위로 솟구치는 것 같지만 사실 <눈>으로 보면 거기에 고인 ‘감정과 마력’으로 대충 어떤 형상인지 파악 가능하다. 솟구칠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그 길이가 어떨지……. 한결 더 빨라진 몸놀림으로 숙이듯이 질주하면서-.
-푸슉! 피융!
-푸슉! 푸슉! 푸슈슈슉!
가시가 솟구치기 전에 돌진해 회피, 굵게 솟구친 가시를 디딤돌 삼아 근처 건물 벽에 도약해 회피, 높이뛰기 하는 것처럼 창대를 대고 뛰어올라 회피, 빛이 안 닿은 건물 안쪽을 따라 질주……. 생각할 게 더럽게 많아서 머리가 핑핑 돌지만 그래도 이것만 하면 끝이니 참아야지!
“[?!]”
[날…… 봐라!]
오무혁을 으스러트릴 듯, 뼈 철퇴로 짓누르던 킬가레스가 내 접근을 눈치챈 듯 얼굴을 꿈틀거리고 그에 맞춰서 오무혁 양반이 어그로를 끌기 위해 무리하게 도끼를 휘두른다. 그렇게 인근 건물 4층 창문에서 튀어나와, 녀석의 뒤통수에 창을 뻗으려는데-.
-퍼엉-! 슈우우우!
놈은 등에 솟구친 ‘검은 피막의 날개’가 장식이 아니라는 듯, 활짝 펼치고 그대로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날개에 느껴지는 마력의 형상은……. 그래, 여의도에서 <과거>를 훑었을 때 황금의 악마가 썼던 <비행> 마법과 되게 유사하네.
[포션.]
“거, 누가 맡겨 놓은 건 줄 알겠어요.”
날 보자마자 말하는 오무혁, 그에 로브 품 안에서 전리품으로 챙겨 둔 공산품 포션 2병을 던졌다. 재빠르게 포션을 입안에 털어 넣은 오무혁이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그 사이에 킬가레스는 거의 80m에 가까운 상공에서 둥둥 떠 있었다.
“……날개를 꺾을 만한 공중 공격기 있어요?”
[있을 리가? 난 전사야. 그런 건, 마법사인 그쪽이 해야지.]
-슈우우우우…….
왼손에서 형광빛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만들어 내곤 이쪽으로 내던지는 킬가레스, 그 불길은 도중에 쪼개져 광범위하게 폭격이 쏟아지는 것처럼 퍼져 나간다.
[옆은 네가 막아라.]
그에 오무혁 양반이 방패를 지면에 대고 ‘긁어내며’ 가까운 5층짜리 폐건물 쪽으로 돌진한다. 검게 물든 영역에서 일제히 가시가 솟구쳤지만 방패를 뚫진 못했고, 옆에서 솟구치는 말뚝들은 내가 창으로 쳐냈다. 그렇게 창을 휘두르며 난 항변했다.
“전 <독마법> 전공이라서 애매해요. 민간인 대상으로 대량살상은 가능해도 저렇게 떠오른 놈을 요격할 만한 마법은 몰라요!”
[뭐? 그 악마를 터트린 마법 있잖아?]
안전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날 바라보는 오무혁, 그에 난 한숨을 내뱉었다.
“그건, 일종의 <고문> 반격기랍니다. 그것도 근접해야 쓰죠. 그리고, 마법 쓰려면 지금 쓰고 있는 <광폭화>를 풀어야 해요. 아마, 1~2분간 탈진 상태라서 기동성 대폭 떨어질 듯?”
[허, <광폭화>인데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놈은 또 처음이군.]
내 말에 한숨을 내뱉는 오무혁 양반, 그동안에 킬가레스가 지상에 흩뿌린 형광빛 불길은 모든 것을 불태우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퍼져나간다. <감정>해 보니 지독하게 안 꺼진다는 설명이 붙었다.
“케켁! 게게게겍!”
“게게겍!”
주위가 빠르게 형광빛 불길로 뒤덮이자 반경 50m 안쪽에 숨어 있던 온갖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래 봤자 불길에 닿아서 옮아 붙고 발광하며 동료들에게 불길을 전파한 뒤에 노릇노릇 타오른다. 게다가-.
“[그 낡은 건물이 너희들을 숨겨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비웃음이 섞인 노호성과 함께 킬가레스가 손에 쥔 거대한 뼈 철퇴를 휘두른다. 그 철퇴가 번쩍이며 <힘의 강격>이라는 장비에 내장된 역장 마법이 여기로 날아와 부딪친다.
-콰앙! 쿠르르르!
“……진짜 무지막지하네요.”
[동감이다.]
건물 철거용 철구에 부딪친 것처럼 그 부위가 박살 나고 우리가 숨은 5층 건물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부르르 떨린다. 이거, 기둥의 철골까지 휘었구만.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놈의 망치가 연거푸 빛나며 투명한 역장이 폭격처럼 내리꽂히기 시작한다.
-펑! 콰앙! 쿵!
“끼이이익!”
“Grrr!”
놈이 내뱉는 공포의 염파와 무력 행사에 우리가 숨은 건물 곳곳에 숨어 있던 괴물들과 아인종들이 발광하며 형광빛 불길이 이글거리는 밖으로 뛰쳐나가는 가운데-.
[쯧, 내가 길을 뚫지.]
오무혁은 다시 방패를 다잡으며 결의를 다진다. 그에 난 그 양반의 한쪽 어깰 붙잡고 고갤 저으며 로브 안쪽 주머니에서 가져온 물건을 꺼냈다.
“그럴 필요 없고, 땅굴이나 파서 도망치죠.”
[그건……. 늙은 트롤 놈의 것 같은데?]
“예, ‘진동의 에메랄드’라는 물건이죠. 마력을 넣으면 빛이 나는데, 그게 벽하고 바위를 자갈로 잘게 쪼개 버려요.”
곧바로 층계를 내려가 지하실 쪽으로 향했다. 도중에 공포에 질려서 굳어 버린 고블린 무리를 마주쳤지만, 오무혁이 가볍게 도끼를 휘둘러 쓸어 버렸고 그에 난 <광폭화>를 해제하며-.
“실례.”
-콰드득! 콰득!
그 시신들을 단숨에 씹어 먹었다.
그 광경에 오무혁 씨가 얼굴을 찌푸리는 사이, 열심히 <피의 승화> 마법으로 마력을 회복하며 <눈>을 굴려 그나마 굴 파기 적당한 위치를 찾아냈다. 그리고, 빠르게 식사를 마친 뒤에 에메랄드에 마력을 불어넣어 굴착을 시작했다.
[그놈에게 이런 걸 받아 낼 줄은 몰랐군. 그 녀석, 너무 쫄아서 거의 방구석 겁쟁이가 됐는데 말이지.]
“아, 그 양반 죽었어요. 추가로 그 트롤 마을은 폭동이 일어나서 오크들을 덮치는 중이고.”
[…….]
“제가 벌인 일 아니에요. 정말로.”
혜영이의 얼굴로 ‘이 새끼가?!’ 하는 표정을 짓기에 서둘러 말했다.
어쨌든 난 땅을 뚫고, 오무혁 양반은 그렇게 생긴 흙과 자갈들을 빠르게 방패로 삽질해 퍼냈다. 우리 둘 다 거의 건설 기계급 피지컬을 발휘했기에 건물이 완전히 박살 나고 형광빛 불길에 타오르기 전에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 새끼, 진짜 게임 X같이 하네요.”
불길이 닿지 않은 건물로 피신한 후, 난 떠 있는 놈을 보며 이를 갈았다. 떠 있는 새끼에게 공격 수단이 없다는 것도 X같은데, 더 X같은 건 저 일방적인 딜 교환을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저게 말이 됨?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빡치는 건…….
“지하에 저런 게 나타났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이 세금 도둑 새끼들…….”
주위에 날아다니고 있는 커다란 드론들. 인간 측 지역에서 이 소동을 보고 있는 중일 텐데 대응을 안 한다는 거다. X발, 악마 나타났는데 뭐 함? 공격 안 함?! 세금 루팡질하냐?! 그런 내 의견에 오무혁도 쓰게 웃는다.
[그건 나도 좀 화가 나는군. 허구한 날, ‘재난 공동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우리 기사단을 호출해서 지하 송파구에 나타난 까다로운 괴물들을 처리하게 만들더니만…….]
“직접 드론 앞에 가서 한 번 시위할……. 아니, 그래선 안 되죠.”
고갤 저으며 충동을 다잡았다.
혹여 내 정체가 드러날지도 몰라. 이 저주받은 체형만으로도 눈치 깠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숨길 수 있으면 숨기는 게 좋다. 또 무슨 추궁을 당하거나 족쇄가 늘어날 순 없지. 물론, 진짜 다급하면 드론 앞에서 ‘도움!’ 하면서 버둥대야겠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
“[나와라! 죽지 않은 걸 알고 있다! 오무혁!!]”
건물이 완전히 다 박살 나고 불길에 휩싸인 걸 보고 나서야 지상에 착지하는 킬가레스, 형광빛 불바다 속에서 놈은 쩌렁쩌렁 공포의 염파를 내뱉는다. 어찌나 강렬한지 송파구 전역이 그 염파의 범위 내에 들어올 정도. 그 모습을 보며 오무혁은 고갤 저었다.
[어떻게든 저 날개를 꺾어야 한다.]
“동의해요.”
우리 중 하나가 1:1로 저놈을 죽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진짜 무지막지하게 강력해. 사실, 2:1로도 이쪽이 불리하다. 근데, 놈은 2:1로 되는 것조차도 피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접근하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경계했다 아마, 내 ‘르카스 투하’ 장면을 봐서 그런 것 같더라.
“흐음, 날개라.”
가진 무기로 공중에 떠 있는 놈을 떨어트리는 건 사실상 완전 불가능. 좋든 싫든 마법밖에 없다. 근데, 내가 아는 마법 중에서 저놈에게 피해를 먹힐 만한 마법은 분신+<독의 연소> 콤보밖에 없…….
아니, <녹색용의 포효>도 먹히려나?
혹시나 해서 가져온 ‘용숨결 물약’은 아직 3개나 남아 있었다. 등에 날개란 것이 구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어서 한 번 작렬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아니, 그냥 저 마력 패턴만 어떻게 흩뜨려 놔도 떨어질 거다.
……근데, 이것도 닿질 않는 건 마찬가지다.
쓰읍, 내 분신들이 하늘을 날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설령 날아간다고 해도 근처에 있는 다른 생명체를 노릴 게 뻔하니 바뀌는 게 없었으…….
“……어?”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잠시만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폐에 고인 ‘영혼의 영액’으로 <소환 : 검은 독기의 망령> 주문 ‘일부분’을 사용해 봤다. 망령으로 만드는 최종 단계는 하지 않은 상태, 내 감정이 옮겨진 그 물질을 약간 뱉어 내고 <독의 연소> 주문을 사용했다.
-화르르르르륵!
영혼의 찌꺼기가 담겨서 그런가? 아니면 가공 과정에서 내 감정-영혼 결손에 의한 질투심과 살의를 담겨서 그런가? 폭발적으로 타오른다. 저 형광색 불길보다 훨씬 더 맹렬하게. 굳이 망령으로 가공하진 않아도 폭발물질로서의 ‘폭발력’ 자체는 충분했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근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말해 봐라.]
그에 내가 생각해 낸 방식에 대해 짧게 설명했고-.
[좋아, 나 혼자서 시간을 끌어 보지. 포션 전부 줘 봐라.]
오무혁은 고갤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