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78화 (278/350)

제278화

3.

아무래도 난 전 세상에서 동정이었던 것 같다.

택시를 타고 아가씨의 집으로 가는 길, 뒷좌석에서 아가씨와 은근히 손을 맞잡는 와중에도 기억을 뒤져 봐도……. 여자와 잤던 적은 없었다. 야한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쓸데없는 야동 기억은 잘만 났거든. 이건 분명, 르피너스의 음해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내가 경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가씨도 경험이 없던 것 같았다.

당당하게 말을 꺼냈던 것과는 반대로 말이지. 집에 도착한 뒤에 왼 손바닥의 상처를 소독하고 난 뒤에 좀 망설이다가 서로 씻기로 했다. 그 뒤, 묘한 분위기에 침대로 들어갔다. 서로 뻣뻣하게 말이 없는 상태에서 난 ‘일단 서로를 모르니 알아보자’고 했고 아가씨도 동의했지.

그렇게 순서를 두고 상대방의 몸에 대해 알아갔다.

<눈>을 최대한 사용해서 아가씨의 몸속의 반응까지 볼 정도였다면 말 다 했지. 난 진지하게 미지의 영역을 탐구했고, 아가씨도 나에 대해 알아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자-.

나는 본색을 드러냈다.

나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상대방에 대한 질투와 시기, 그런데도 나를 좋아한다는 모순적인 상황. 내 안의 살인적인 질투심은 그대로 욕망이 되어 솟구쳤다. 이전까지의 부드러운 접촉에만 익숙해져 있던 아가씨는 살짝 놀라서 저항했지만 약점을 속속 알고 있는 내겐 소용없었다.

그렇게 난, ‘약탈자’가 되어 아직 아무도 밟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들을 유린했다.

손가락들은 붉은 자국을 남기며 봉우리 끝을 할퀴었고, 몸 내부에 스스로 <연금술>을 걸어서 살점을 해체해 만든 말뚝으로 드리워진 비밀의 장막을 헤쳤다. 미지의 두려움에 발버둥치려는 손목을 짓누르며 그 눈에 맺힌 눈물은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런 내 모습은……. 내 스스로가 봐도 악귀 같았지.

그래도 즐거움에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신체적인 쾌락? 그딴 것보다 아가씨가 내 손에 이리저리 희롱당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저열한 감정에서 끓어오르는 가학적인 쾌락에 사로잡혀 끝없이 아가씨를 괴롭혔다. 계속해서 치닫는 쾌락에 비명을 지르며 날 떼어내려고 해도, 결국 나중 가선 두 눈을 까뒤집고 덜덜덜 경련하며 실금해도.

그렇게 새벽이 되고 내 체력이 다하고 나서야 난 아가씨를 괴롭히는 걸 그만두었다.

“…….”

내 옆에 실신한 채로 등을 드러낸 채 누워있는 아가씨, 그 등을 계속해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이건 환상일까? 문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이 유리창 너머로 비춘다.

그와 함께 드러나는 등을 드러낸 여체의 실루엣을 보며 나는 감탄했다.

이불을 덮지 않아서 드러나는 등과 허리의 부드러운 굴곡, 그 아래에 있는 골반, 엉덩이와 살짝 꼬인 허벅지 사이에 보이는 붉은 피와 하얀 액체 자국……. 검지를 뻗어 그 엉덩이를 살짝 찔러 보았다.

찹쌀떡처럼 보드라운 감촉.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탄탄한 근육의 탄력은 손가락을 밀어낸다. 유린에 집중했을 땐 전혀 못 느꼈던 감각이다. 새로운 재발견에 난 무릎 아래에 걸친 얇은 면 이불을 떨쳐내고 그 곁에 붙었다. 그리고, <눈>으로 그 앞모습을 감상하면서 그 배에 오른손을 뻗었다.

“흐음~”

몇 번이나 만졌지만 정말 기분 좋은 굴곡이야. 그렇게 배꼽에서부터 천천히 가슴께로 올라오는데…….

-덥석!

약탈자가 움직이기 전에 원주민이 움직였다.

어느새 아가씨가 부스스하지만 두 눈을 뜨고 있었다. 울어서 그런지 눈가가 살짝 빨개지셨네. 그에 내가 찔끔한 사이, 아가씨는 내 손을 낚아챈 채 천천히 몸을 돌려 날 바라본다.

“하, 아하하하……. 좋은 아침이죠?”

“…….”

대답 대신 눈가를 좁힌 채 날 빤히 바라보는 아가씨. 음, 왠지 화가 나신 것도 같은……. 어떻게 그 분노를 풀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아가씨는 날 추궁한다.

“너, 이런 거 몇 번 해봤어?”

“……네?”

“처음이 아니잖아?”

“아뇨, 처음인데요?”

그런 내 대꾸에 아가씨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내 위아래를 훑으며 말한다.

“진짜? 인터넷 글에선 이런 거 익숙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힘들다던데…….”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내가 초보자 같지 않아서 이런 눈초리를 보내신 것 같다. 으음, 질투인 건가? 귀엽네. 히히 웃으며 난 아가씨에게 활짝 미소 지었다.

“진짜 처음이에요. 믿어도 좋……. 아니, 아니겠네요. 그 동영…….”

“그건, 말하지 마.”

여름방학 당시에 봤었던 스너프 비디오가 생각나서 말하자 내 입술에 검지를 대며 막는 아가씨. 이어서 아가씨는 내 양 뺨에 손을 얹고 살짝 쭈욱 잡아당긴다.

“난, 지금의 너-한새벽을 좋아하는 거니까.”

“하, 하하. 네.”

그에 빙긋 웃으며 난 말을 이어나갔다.

“최소한 ‘지금의 제 기억’엔 없어요. 하지만, 전 ‘감각’이 있죠. 서로 ‘탐색’을 하기로 했잖아요? 아가씨가 어떤 거에 민감한지는 알 수 있죠.”

“하아, 이건 사기야.”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붙잡은 내 양 뺨을 놓는 아가씨, 그러곤 추욱 늘어진 채 날 바라본다.

“진짜 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어. 그만하라고 해도 그렇게 달라붙어서……. 으으, 시트 축축해. 설마 동 트기 전까지 이럴 줄은. 아우, 얼얼하네.”

“음, 미안해요. 너무 흥분해서.”

“흠, 당연하지. 이 몸이라면 흥분할 만하지!”

내 대꾸에 침대보를 보며 불평하다가 당당하게 가슴을 쭈욱 펴는 아가씨, 그와 함께 가슴이 부각된다.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을 봤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생각보다 묵직한 가슴이야……. 그에 시선이 쏠리는 와중에-.

“악!”

돌연 기습을 당했다.

손을 뻗어 내 가슴의 꼭지를 잡고 꼬집는 마빡이.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드네! 내가 펄쩍 뛰며 가슴팍을 움츠리며 떨쳐내자 아가씨는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뾰족하게 소리친다.

“그래도 이건 너무했지! 나중 가선 아팠다고!”

그 목소리에 지난밤을 떠올렸다. 비명을 지르고 애원했지만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나중에 가선 진짜 내 손을 벗어나려고 했다. 살짝 공포에 질려 흐르는 눈물……. 너무 과했단 생각에 어색하게 웃었다.

“헤헤, 미안해요, 아가씨. 정말로.”

“…….”

“다음번엔 안 그럴게요.”

“…….”

“삐지진 않으셨죠?”

“하, 진짜.”

내 고해성사에 피식 웃으며 끌어안는 아가씨, 자연스럽게 난 두 가슴팍에 파묻혔다.

그에 두 눈을 감고 얼굴을 부비작거리며 보드라운 그 골짜기의 느낌과 살 내음을 음미했다. 진짜 부드러운 찹쌀떡에 푹 파묻히는 것 같은 느낌, 가학적 감정에 사로잡혀 유린했을 땐 몰랐던 거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네.

이렇게 아름다운 걸 제대로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다니. 좀 더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내가 부드러움에 취한 사이, 날 끌어안은 아가씨의 손끝은 내 엉덩이를 더듬는다. 변태 아저씨처럼 조물조물하시네. 그에 나도 모르게 아래쪽에 피가 쏠린다.

“한 번…… 더 할까요? 가볍게.”

“……좋아. 근데, 이번엔 급발진하지 마라. 정말 화낼 거야!”

“넵!”

“넌 날 알았지만, 난 널 못 알았다고. 이건 불공평해.”

작게 투덜거리면서 아가씨는 오른손으로 내 가슴팍-갈비뼈-배꼽 순으로 쓸어내린다. 그 묘하게 희롱하는 듯한 감각에 내가 움찔하자 아가씨는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지난밤엔 날 가지고 놀았으니까……. 이번엔 내가 널 가지고 놀 차례지?”

“끄응, 제가 잘 해드릴 수 있는데…….”

“가만히 있어, 가만히.”

내 배꼽 주위를 희롱하다가 서서히 아래쪽으로 향하는 섬세한 손길, 그에 난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아가씨?”

“응? 왜?”

“저, 아가씨가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당연히 전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진짜임!”

이어지는 첨언에 말해보라는 듯이 바라보는 아가씨, 그에 난 아가씨의 등을 감싸고 있던 손을 놓고 내 앞에 있는 봉우리를 감쌌다. 그러곤 그 찹쌀떡 같은 촉감을 즐기며 손을 조물조물 움직였다.

“여기다가 끼워서……. 그 핥아주실 수 있나요?”

“……끼우는 건 해줄 수 있어도 핥는 건 좀 찝찝한데.”

“힝.”

내 요구에 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짓는 아가씨. 윽, 하긴. 그럴 만도 하지. 그 프라이드 높은 아가씨가 쉽게 그런 걸 해줄 리가 없지. 이렇게 나랑 같이 잔 것도 기적인데 말이야.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걸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아가씨는 내 실망한 모습을 보더니 결국 한숨을 푸욱 내뱉곤 고갤 까닥였다.

“하아, 그래! 좋아! 해줄게!”

“와!”

와! 신난다! 생각해본 거 다 하네? 그렇게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아가씨는 진지한 얼굴로 사타구니 쪽을 가리킨다.

“하지만, 내 것도 핥아줘.”

“엑!?”

“왜? 내 것도 해줘야지?!”

솔직히, 아가씨의 것이라면 100번도 핥아드릴 수도 있는데……. 내 몸에서 나왔던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좀 그러네. 그에 난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그렇긴 한데……. 어젯밤에 제가 많이 해드렸잖아요?”

본격적인 침략을 위해 난 많은 공을 들였다. 본대가 진입하기 전에 손가락과 혓바닥을 사용해 난공불락의 성을 쉴 새 없이 두드렸지. 그때 처음으로 아가씨가 침대 시트를 적셨고. 그런 내 대답에 마빡 아가씨는 살짝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솔직히 지난밤엔 잘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어.”

“에, 그런가요?”

“그래, 그냥 날 먹잇감을 보는 것처럼 번뜩이던 자색 눈동자만 기억나. 무력하게 제압당한 채, 정신없이 치밀어 오르는 쾌락에 헐떡였다는 것 정도……. 막판에 정신이 백지처럼 하얗게 날아갔고.”

“헤에…….”

“아무튼 콜?”

당당하게 요구하는 아가씨. 으음…….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는 법! 고갤 끄덕이자 아가씨는 침대 밖으로 나가서 무릎을 꿇는다. 그러곤 앞에 앉으라는 듯이 턱짓한다.

그에 난 곧바로 <연금술>을 사용했다.

상처 회복 기술을 응용해 몸 내부의 혈류를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몸의 신체 조직을 억지로 해체해 끌어와 팽창시켰다. 지난밤, 상대방을 유린하고 싶다는 갈망에 악랄한 내 지성이 만들어낸 ‘걸작’. 그렇게 내가 만든 생체 연금술 걸작이 드러나자 아가씨는 좀 꺼림칙하단 표정으로 고갤 피한다.

“으으, 진짜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어. 왜 이렇게 커?”

“크흠. 실력이죠, 실력. 아니, 자존심이려나?”

그러곤, 지난밤의 흔적이 살짝 남아있는 보드라운 봉우리가 내 걸작을 포갠다.

이어서 촉촉하고 작은 분홍색이 살짝 닿는데……. 유린하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정신적 쾌락에 난 몸을 떨었다. 나를 위해준다는 그 느낌. 슬픔과 안도감이 날 적신다. 그와 함께 내 안의 저열한 감정이 들끓었지만…….

“후우.”

가라앉히며 <눈>도 없애고 내 끝을 살짝 서투르게 간지럽히는 그 감각에만 주시했다. 점점 차오르는 자극.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난 살짝 눈을 뜨고 신음했다.

“우웁……. 켈록켈록! 야!”

“아, 미안해요. 너무 좋아서 말하는 걸 깜빡했네요.”

그 폭발에 사레가 들린 듯, 입을 떼며 켈록이는 아가씨. 그 과정에서 그 얼굴에 묻은 흔적이 참……. 으음, 한 번 더 해달라고 하고 싶지만 참아야지. 그렇게 기침하던 아가씨는 혀와 얼굴에 묻은 것을 망설이다가 손가락으로 훑어서 입에 넣어 보곤 부르르 떤다.

“으으윽…….”

“그, 궁금해서 그런 건데……. 맛이 어때요?”

“맛?”

묘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던 아가씨는 이내 자기 사타구니 아래 바닥 쪽을 보며 씨익 웃는다.

“글쎄, 곧 맛보게 될 텐데 굳이 설명해줄 이유가 있을까?”

아가씨의 무릎 꿇었던 바닥에 흘러내린 백탁액, 진짜 알고 싶지 않아도 곧 자연스레 알게 되겠……. 아니, 잠깐만!? 저렇게 흘릴 정도로 많으면?!

“아, 근데 그 피임…….”

“걱정 마, 정전기를 사용하면 피임할 수 있어. 나도 아직 아이를 가지고 싶진 않거든. 감당할 자신도 없고.”

일어서며 고갤 젓는 아가씨, 그와 함께 안도와 좀 씁쓸한 마음이 든다. 냉정히 따지면 내 몸뚱이도 아닌데 말이지. 낳아 봤자 내 자식도 아니고. 그런 내 표정에 피식 웃는다.

“우리 나이에 애 가지면 사회적 시선을 무시할 순 없잖아?”

“뭐, 그렇긴 하죠.”

“그건, 미르 졸업하고 생각하도록 하고……. 이제 내 차례지?”

침대에서 내려오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닥이는 아가씨, 그에 무릎 꿇자 아가씨는 일어서서 내 앞에 다가왔다. 그러곤 내 머리를 한 손으로 거칠게 붙잡고 사타구니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가학적인 미소를 짓는다.

“핥아.”

“…….”

“개처럼.”

“멍멍!”

그렇게 난 재벌가의 개가 되어 열심히 혓바닥을 놀렸다.

아, 그리고 독한 약처럼 혀가 아릴 정도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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