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279화 (279/350)

제279화

59화. 일이 끝난 후에 (2)

1.

휴일이 끝난 뒤, 우린 미르로 등교했다.

편입반 교실엔 서예린이 먼저 와 있었다. 뒤쪽 창가 자리에 앉아서 특유의 뚱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서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일어서서 다가온다.

“잘…… 끝남?”

그 조심스럽게 묻는 질문에-.

“히히, 짠!”

“짠!”

나와 아가씨는 동시에 왼손에 낀 반지를 보여줬다.

커플링, 함께 토·일 나들이 가서 맞췄다. 비싼 건 아니고 가판대에서 흔한 걸로. 은연중에 우리를 흘겨보던 반 애들 사이에서도 놀라움이 퍼져나간다. 사실, 좀 구설수에 오를 것 같아서 커플인 거 숨기자고 제안했는데……. 우리 아가씨는 내 생각보다 더 거침없더라고?!

“허.”

그렇게 시시덕거리는 우리의 모습에 한 번 피식 웃은 서예린은 이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해할 수 없음.”

“뭐가 이해할 수 없어요?”

“진아가 널 좋아한다는 게. 생리적으로 무리 아님? 느껴지는 기질이 너무…….”

“어허! 사람 앞에서 그런 말하면 실례라구요!”

서예린의 말에 살짝 발끈했다.

내가 얼마나 일등 신랑감……. 아니, 그래 봤자 키가 155cm(그래도 이번에 신체능력이 대폭 상승하면서 5cm가량 자랐다)라서 다른 여자애들에겐 안 먹혔겠구나. 날 좋아하는 우리 아가씨가 특이한 거지. 어쨌든 아가씨도 ‘히히!’ 웃는 가운데, 서예린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킁킁……. 했음?”

냄새를 맡더니 우리를 향해 고갤 숙이고 조곤조곤 말한다.

나야 그냥 그런데, 아가씨는 한창때라서 그런지……. 좀 왕성했다. 그래서 오기 전에 한 번 하긴 했는데 그걸 냄새로 때려 맞추네. 그에 우리 둘이 대답을 못 하자 서예린은 과장되게 고갤 젖힌 채 두 눈을 갚고 왼쪽 손등으로 이마를 짚는다.

“참 빠름! 무서움!”

“뭐 어때서요! 사귀는데 그럴 수도 있죠!”

“누가 뭐라 그럼?”

우릴 놀리는 데 맛들인 듯, 서예린은 대꾸한 뒤에 아가씨 옆으로 가서 놀리는 듯한 얼굴로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

“그래서 어떰?”

“뭐, 뭐가……?”

“진짜 좋음?”

음흉하게 웃으며 검지와 엄지를 말은 구멍에 다른 손의 손가락을 넣는 서예린. 거, 그 노골적인 제스처에 아가씨의 귀와 마빡이 빨개진다. 내가 끼어들어서 그 서예린의 성희롱을 제지하려 했지만-.

“음, 엄청 좋아.”

아가씨가 먼저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엄청!?”

“어, 동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첫날에 뭔 6시간가량을 쉬지도 않고 계속 했어. 게다가 그 길이가…….”

그 설명을 듣자 ‘오호!’하는 경탄의 표정으로 음흉하게 날 보는 서예린, 남의 성생활에 대해 이렇게 떠들다니……. 요즘 어린것들은 이런 건가!? 몸은 어리지만 30대 아저씨의 사고방식을 가진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어쨌든 그 부적절한 광경에 둘 사이에 끼어들어 손을 휘저었다.

“그만! 여기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마요! 남사스럽게시리…….”

“뭐 어떰? 결국, 사람이라면 해야 하는 건데? 궁금할 수도 있지!”

“그만! 금지!”

내가 못 버틴다. 그렇게 둘 사이를 얼버무리자 서예린은 음흉하게 웃으며 아가씨에게 ‘툭하겠음!’이라면서 자리로 돌아간다. 그에 아가씨도 실실 웃는다. 이거, 수업시간 동안 아주 말이 오가겠구만.

“에휴.”

쓴웃음을, 하지만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난 내 자리를 향해 움직였다.

2.

미르 수업이 끝난 뒤, 우리 3인방은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수업 끝나고 동아리 방에서 공부&수다 떨기, 어쩌다 보니 습관이 된 루틴 중 하나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혜영이를 제외한 이종족 애들이 먼저 와 있었다.

“오, 한새벽.”

날 보자마자 손을 흔드는 지아라, 그에 나도 빙긋 웃었다.

“잘 지내셨죠?”

“그래, 아무튼 너도 고생했다.”

“혜영이는 아직 등교 안 했나요?”

“응.”

내 질문에 씁쓸하게 고갤 끄덕이는 지아라, 반 귀쟁이들도 비슷한 표정이다. 하지만, 이전만큼 슬퍼하는 기색은 아니다. 어쨌든 살아있긴 하니까.

“뭐, 살아있으니까. 곧 만날 수 있겠지!”

“네, 그렇겠죠.”

“자자! 그건 그렇고 중대발표가 있으니 주목!”

박수를 치면서 말하는 아가씨, 이어서 아가씨는 내게 눈치를 주며 왼손을 들어올린다. 그에 맞춰서 나도 옆에서 왼손을 들었다. 약지에 낀 똑같은 모양의 밋밋한 반지, 별로 시선도 가지 않는 것이었지만 우리 둘 다 보란 듯이 보여주니 애들도 뭔 뜻인지 파악했다.

“……설마!?”

“……!”

“…….”

지아라, 이경, 이영의 반응. 그렇게 두 눈을 휘둥그레 뜬 혼혈 애들을 향해 아가씨가 당당하게 내 옆구리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우리 사귄다!”

“네. 뭐, 그렇게 됐답니다.”

그 선언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와 아가씨를 번갈아 바라본다.

“마, 맙소사……. 저런 볼품없는…….”

-철커덕-!

지아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체 수술 및 적응을 위해 장기 입원 중인 양씨와 행방불명인 혜영이를 제외한 인원들이 모두 모인 상태, 그에 우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관 쪽으로 쏠리고-.

“헤헤, 오랜만임다?”

그곳엔 깜장색 아디다스 츄리닝을 입은 혜영이가 있었다.

우릴 보며 어색하게 웃는 혜영이, 그에 지아라가 환한 얼굴로 달려가 혜영이의 복부에 가볍게 주먹을 뻗는다.

“야이……!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후후, 미안함다. 좀 복잡한 일이 있어서…….”

혜영이의 허리를 ‘꽈악!’ 끌어 앉는 지아라, 두 반귀쟁이들도 달려가서 혜영이에게 안긴다. 비슷한 아픔을 공유해서 그런지 되게 끈끈한 우정이구만. 보기 좋아. 그렇게 한 바탕 애들과 서로 얼싸안고 있던 혜영이는 우리를 향해 살짝 고갤 까닥인다.

“잘 추슬렀나요?”

“넵, 덕분에 잘 추슬렀슴다.”

내 말에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테이블로 다가와 앉는 혜영이, 다른 혼혈 아이들도 자리에 앉는다. 혜영이에게 그동안 뭔 일이 있었냐고 물어볼 만도 하지만……. 다들 질문하진 않았다. 어떤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내가 말해줬으니까. 언급하기엔 좀 그렇지.

“자자, 혜영이가 돌아왔으니 한번 축하해야지! 어디 다 같이 놀러가자! 어때?”

“좋죠,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

“노래방, 노래방.”

“어휴, 됐슴다.”

애들의 제안에 혜영이는 됐다는 듯이 손과 고갤 흔들지만 다들 그 말을 들을 리가 만무하다. 혜영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놀러가기로 결정된 가운데, 지아라가 허겁지겁 책가방을 챙기다가 기억났다는 듯이 공책을 꺼내 혜영이에게 내민다.

“옛다. 받아라.”

“뭠까?”

“뭐긴, 수업 필기 내용이지. 안 나온 동안 진도가 쫙쫙 빠졌거든.”

“…….”

“수업 진도 따라잡으려면 좀 고생해야할걸?”

말없이 노트를 바라보는 혜영이를 음흉하게 놀라는 지아라, 그에 잠시 묘한 얼굴로 있던 혜영이는 손을 뻗어 거절하며 고갤 젓는다.

“고맙슴다, 아라. 하지만, 필요 없슴다.”

“뭐야? 너 수업 무시하냐? 교과서만으로 안…….”

“저, 오늘이 미르 등교 마지막 날임다.”

쐐기를 박듯이 말하는 혜영이, 그에 지아라가 얼굴을 구긴다.

“……뭔 소리야? 등교 마지막!?”

“지금 자퇴서 내고 왔슴다.”

이어지는 폭탄선언에 나는 물론이고 동아리 인원 모두 몸이 굳는다. 자퇴……를 했다고? 그에 잠시 멈칫했던 지아라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빼액 소리친다.

“야, 머, 머 뭐하는 짓이야! 오크 새끼들이 그러라고 시키드나?! 이 개 같…….”

“아니, 아님다. 자퇴는 순전히 내 의지임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아니, 자퇴하고 뭐 하려고!”

지아라의 질문에 다들 똑같은 표정, 이 ‘대한민국’에선 미르에 입학하고 졸업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특권층이 보장된다. 혼혈이라고 해서 그 장점이 좀 희석된다고 한들, 그래도 자퇴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그런데 어째서??

그에 혜영이는 씁쓸하지만 결단을 내린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미궁으로 내려갈 검다.”

3.

혜영이의 두 번째 폭탄선언에 우리는 또다시 굳어버렸다.

미궁. 현 인류 문명을 파멸시킬 만한 괴물들이 있는 곳, 현실의 물리법칙을 초월하게 만드는 ‘마력’의 생산지이며, 지구상에선 발견되지 않는 진귀한 보물과 재료가 잠들어 있는 보고(寶庫)이자……. 살인과 약탈이 일상인 극한의 무법지대.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사실상 적이며, 인간으로 꾸려진 각국 정부 탐사대가 몇 번이나 탐사를 갔지만 대다수가 현실로 돌아오질 못했다. 돌아온 소수도 대부분 정신병에 걸리게 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미궁을 탈출한 이들에게 미궁이란……. 거의 지옥 같은 곳이었다.

-쿵!

“아, 아니……. 도대체 왜?!”

탁자를 내려치며 오혜영에게 따지는 지아라, 그에 혜영이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간다.

“저, 더 강해지고 싶슴다. 그래서 미궁으로 가는 검다.”

“미쳤어? 너 돌아버린 거냐고!”

지금껏 오혜영을 조심스럽게 대하던 지아라가 본격적으로 언성을 높인다.

하지만, 저게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 혜영이가 한 말은 내가 있던 세계의 말로 비유하자만……. 강해지기 위해 ‘소말리아 분쟁지역에 뛰어든다.’ 혹은 ‘탈레반이 점거한 아프간으로 간다.’는 말과 동급이니까.

아니, 오히려 더하지.

그렇게 지아라가 혜영이의 말에 광분하는 가운데, 우리 아가씨까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살짝 격해지고 있는 오혜영과 지아라 사이를 갈라 서로 떼어내면서 입을 열었다.

“둘 다 진정해요! 혜영 씨, 다시 생각해볼 수 있나요? 미르에 다니면서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잖아요?”

“과연 그럴 수 있겠슴까?”

아가씨의 말에 한숨을 내쉰 후, 혜영이는 우리를 한 번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미르에서 배우는 것들. 전투와는 관련 없는 게 99%지 않슴까? 도덕, 국어, 수학, 과학……. 물론, 사회와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개인의 강함과는 전혀 상관없는 검다.”

“그, 그렇긴 하지만…….”

미르는 ‘마력 관련 산업을 지탱할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지, ‘살벌하게 치고 박는 전투원’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그에 살짝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아가씨는 고갤 젓고 능숙하게 대답한다.

“그래도 강해지기 위해 미궁으로 간다는 건 너무 어처구니없는 말이에요.”

“하지만, 거기서 버티면 강해진다는 것도 사실 아님까? 무수한 실전을 겪으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극한 상황에 처해야만 강해진다는 건 너무 무식한 생각이죠! 미궁에 가지 않고 강자가 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지금 무작정 미궁으로 내려가서 감당할 수 있어요?”

아가씨의 말이 100번 맞다. 강해지기 위해서 미궁으로 내려간다는 건 그냥 자살행위야. 그 차분한 설득에 혜영이가 대꾸를 못 하자 아가씨는 기세를 타고 달래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강해지는 게 목적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전문적인 전투 교관을 구해다 드릴게요. 그러니까, 미궁으로 들어가는 건 그만두고 차근차근…….”

“저도 지금 당장 미궁으로 간다는 건 아님다. 충분히 준비한 다음에 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가씨의 말을 도중에 끊는 혜영이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전, 차근차근 강해질 여유가 없슴다. 최대한 빨리 강해져야 함다.”

“왜죠?”

“복수를……. 해야 하니까요.”

복수란 말에 모두 입을 다무는 가운데, 혜영이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간다.

“저, 이번에 못 올라온 이유가 마을에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검다.”

“…….”

“제 동포들, 그러니까 저와 같은 하프 오크들과 함께 세운 마을인데……. 그곳이 오크 약탈자들에게 점령되었었슴다. 저를 포함한 고작 몇 명만 살았슴다. 다 죽었고.”

“…….”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꾸민 제 원수는 똑똑히 살아있슴다. 난……. 그놈을 죽일 검다.”

처음엔 담담하게 말했지만 나중에 가선 살벌하게 이를 ‘까드득!’ 갈며 살기를 뿜어내는 오혜영, 그 눈에는 슬픔과 울분의 감정 또한 함께 어려 있었다. 그 한이 서린 진지한 ‘복수의 맹세’에 아가씨가 말문이 막힌 가운데 지아라가 아가씨의 손을 뚫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그래, 복수한다는 네 마음은 이해가 돼! 근데, 마을을 점령했던 원수가 한두 명이 아닐…….”

“킬가레스.”

그 말에 혼혈 애들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다들 아는 눈치. 나랑 함께했던 드워프 친구도 알았던 걸 보면 이종족들에겐 굉장히 유명한 놈인 듯하다. 그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지아라는 발끈했다.

“아니, 소말리아에 있는 놈이 왜 나와!? 너 착각한 거 아냐?”

“4일 전까지 지하 송파구에 있었슴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고.”

“…….”

“지금은 미궁으로 되돌아갔슴다.”

담담하기 그지없는 혜영이의 얼굴, 그 표정이 발언의 진실됨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대답에 혼혈 애들이 침묵하고, 우리 3인조도 덩달아 조용히 눈치를 보는 가운데……. 지아라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 침묵을 깼다.

“그래, 놈이 온 줄은 몰랐어. 미안해. 착각이라고 말해서.”

“하하, 괜찮…….”

“야, 오혜영. 근데, 그놈은 인간들에게 표적이 됐잖아? 오크를 제외한 다른 이종족들에게도 적이고. 결국, 네가 굳이 안 나서도 알아서 뒤질 거야!”

그러면서 지아라는 앉아있는 혜영이의 손을 뻗어 ‘꼬-옥!’ 붙잡았다. 그러면서 애써 밝은 표정을 짓지만 그 안에 서린 울먹임은 감출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랑 같이 있자.”

“…….”

“솔직히, 그건……. 너무 희박하잖아. 미궁으로 가는 것보다 더한 자살이잖아……. 응?”

테러에 가족들을 잃은 고등학생이 그 테러리스트 수장을 죽이겠다고 나오는 꼴. 그래, 일반인은 상상도 하지 않는 방식이지. 하지만, 우리 혜영이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자기 손을 붙잡은 지아라를 향해 혜영이는 서글프게 웃는다.

“미안하지만……. 포기할 수 없슴다.”

“너 진짜 그러다 죽어! 미궁에서 나와도 죽는다니까!”

그 대답에 지아라가 혜영이의 멱살을 틀어잡고 흔드는 가운데-.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슴다.”

“…….”

“최소한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혜영이는 목에 걸린 투박한 검은 쇠사슬 목걸이를 만지며 냉소한다. 아무래도 킬가레스를 되살려준 아버지에게 아직 감정이 남은 듯하네. 그에 지아라가 빠득 이를 갈더니-.

-빠악!

“!?”

“뭔!”

오른손으로 혜영이의 아래턱을 ‘전력’으로 후려갈긴다.

혜영이가 휘청이며 의자에서 쓰러지고 다른 애들이 기겁하는 가운데, 지아라는 끼고 있던 똥그란 안경을 탁자에 올려놓곤 가볍게 손을 풀며 뚜둑 소리를 낸다.

“하, 진짜……. 그동안 걱정한 내가 X신이었네!”

“…….”

“개X아, 일어서. 그렇게 뒤지고 싶다면 미궁까지 갈 필요 없이 내가 여기서 죽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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