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05화 (299/350)

제305화

4.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이 없다.’는 내 말에 다들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하지만, 그 표정에 담긴 뉘앙스는 각자 달랐다. 전찬휘 경감과 차장님은 ‘그게 과연 가능한가?’ 하는 표정이고, 우리 싸장님은 ‘굳이 한국에?’ 하는 표정. 어쨌든 사람들의 시선에 가볍게 어깰 으쓱였다.

“아는 사람이 죄다 한국에 있는데, 헤어지긴 그렇잖아요.”

“오올……. 그렇게 여친이 좋더냐?”

“크흠, 큼…….”

내 대꾸에 음흉한 표정을 짓는 싸장님. 사실, 이 결정의 지분 대부분은 우리 아가씨가 차지하긴 하지. 그에 헛기침을 하고 있는데, 전찬휘 경감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잠시……. 잠시만요. 지금 한새벽이 정상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뭐, 적당히 일 덮으면 가능하잖아?”

“이건 덮을 수 있는 영역을 한참 지났습니다! 아무리 반무법지대인 북쪽이라고 해도 평양입니다! 게다가 이미 TV 방송에도 나왔고요!”

싸장님의 대꾸에 언성을 높이는 전찬휘 경감. 확실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긴 하네.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도 국가 기관을 습격해 뒤집어놓은 범죄자가 계속 한국에 머무르겠다니 말이야. 하지만, 싸장님은 물고 있던 전자 담배를 입에서 떼면서 고갤 젓는다.

“아니, 덮을 수 있어. 좀 대가를 크게 치러야 하겠지만.”

“그런 게 시스템적으로 가능할 리…….”

“국정원 요원답지 않게 좀 순진하네? 아, 원래 경찰이라고 했지? 하긴.”

경감의 말을 끊으며 대놓고 피식 비웃은 싸장님은 손에 쥔 전자 담배를 까닥이며 충고하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법원에서 죄가 아니라고 하면 무죄야.”

“……왠지 판사를 매수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맞아, 매수하겠단 거야.”

변명도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매수하겠다고 말하는 싸장님. 너무 당당한 대꾸에 경감이 말문이 막힌 가운데, 싸장님은 잠시 입에서 뗐던 전자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대법원 알지? 무죄·유죄를 가리는 최종결정기관. 거기까지 올라간 ‘상고심’에선 10명이 좀 넘어가는 대법관들이 죄의 유무를 결정해. 근데, 상고심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100%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서로 갈리지. 그래서 ‘다수결’로 결정돼.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어.”

“…….”

“첫째, 법치란 것도 사람이 판단한다는 것. 둘째, 그 판단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경감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발걸음을 멈춘 싸장님, 전찬휘 경감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분위기상 위축되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경감을 향해 싸장님은 전자 담배의 연무를 훅하고 뱉은 후, 특유의 비틀린 웃음을 흘리며 속삭인다.

“대법관들에게 ‘막대한 재물’을 약속한다면, 그리고 어째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를 대중들에게 변명할 만한 ‘그럴 듯한 근거’가 있다면……. 그들이 진짜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기자들이, 그리고 여론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살짝 억눌린 목소리로 반항하듯이 대답하는 경감, 드라마에서 나오는 정의로운 경찰의 표본 같아서 나름 보기 좋긴 하다만……. 여긴, 정의가 승리하는 경찰 드라마가 아니거든. 사악한 자본가인 우리 싸장님에겐 못 당하지. 그런 경감의 대꾸에 싸장님의 미소가 짙어진다.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

“여론에 알려? 그래 봤자 대중들이 며칠 화내거나 욕하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법치를 부정할 수 있어? 그 하찮은 분노도 쏟아지는 가십거리에 곧 싸악 잊을 게 뻔한데??”

그 노골적인 폭언에 완전히 압도당한 경감이 한 발자국 물러서자, 싸장님은 김이 샜다는 듯이 전자 담배의 연무를 빨아들이면서 어깰 으쓱였다.

“잠시 욕을 바가지로 처먹을 걸 감내할 만큼, ‘가치 있는 걸’ 준다고 하면 대법관들도 기꺼이 무죄를 내려줄 거야. 인간이란 그런 존재거든.”

그러면서 싸장님은 내 쪽을 힐끗 바라본다.

‘마력 각성제’ 이야기다. 내가 만들어내는 걸 성공한 순간부터 이런 걸 지겹도록 들었지. 꼿꼿한 척하는 인간도 결국엔 매수할 수 있단 걸. 어쨌든 싸장님은 적개심 어린 눈을 하고 있는 경감을 향해 시선을 돌리곤 혀를 차신다.

“내가 악당 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이 이런 걸 어떡해?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내가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건 다 그쪽 때문이니까.”

“뭔 개…….”

“난, 국정원한테 납치당한 적이 있거든.”

그 언급에 차장님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 가운데, 싸장님은 추억에 잠긴 것처럼 흐릿한 눈으로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며 전자 담배를 뻐끔였다.

“내가 나이가 어려진 <마력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난 뒤 납치 시도가 엄청났지. 그중에는 국정원 대가리도 있었어. 참, 나, 국정원을 믿고 갔다가 잠들었다니까?”

“…….”

“지금 미르의 교장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난 끌려가서 실험실의 생쥐가 됐을 거야. 후후.”

쓰게 웃는 싸장님, 난 이미 한 번 차장님에게 스쳐 지나가듯이 들어서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경감은 몰랐던 듯 표정이 굳어진다. 그런 경감을 향해 싸장님은 쇄기를 박듯이 속삭인다.

“근데, 날 납치하려고 한 그 새끼에게 어떤 ‘법원 판결’이 떴는지 알아?”

“…….”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떴어. 그때, 내가 세상이 만만찮다는 거 깨달았지. 그리고, 개지랄하면서 어떻게 든 ‘권력’을 좀 얻어 보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이렇게 나름 영향력을 가지게 됐지.”

입만 뻥긋거릴 뿐, 아무런 말을 못 하는 전찬휘 경감을 향해 싸장님은 연거푸 결정타를 먹였다.

“이번 일도 솔직히 따지고 보면 너희들이 건드려서 벌어진 일이잖아? 국정원 윗대가리가 중국의 스파이였고, 우리 도비를 붙잡아서 일반인은 병신이 될 수준의 고문을 했지. 그러고도 견책? 감봉? 그 정도로 유야무야 끝내려고 해서 우리 도비가 폭발했고.”

“…….”

“솔직히, 너무하지 않냐? 우리 도비에게 무작정 태클을 거는 것보단 최소한 말뿐이라도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젠 싸장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 하고 침몰하는 전찬휘 경감. 크으으으…… 속이 뻥~! 울컥울컥하구만. 우리 싸장님이 없었으면 난 그냥 ‘어버버’하다가 못된 경감에게 밀렸을 거야. 그렇게 싸장님이 국정원을 타박하자 지금까지 말이 없던 차장님이 입을 열었다.

“수영아, 걔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만해.”

“…….”

“그리고, 그때 일은……. 지금도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고갤 꾸벅 숙이는 차장님, 근데 아무리 봐도 사과를 받는 대상이 내가 아닌 싸장님이다. 지금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나인데……. 그래도 두 분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좀 알기에 조용히 아가리를 닥쳤다.

그런 차장님의 사과에 싸장님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전자 담배의 연무와 함께 한숨을 푹 내뱉었다.

“언니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그때, 언니도 속았을 뿐이라는 거니까.”

“…….”

“그동안에 언니가 절 얼마나 뒤를 봐주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알아요. 심지어 그 당시 납치와 관련된 상관을 직접 찢어 죽이기까지 했다고 들었고. 처음엔 언니를 원망했지만……. 지금은 그리 원망스럽진 않아요. 사실, 좀 껄끄러워서 지금까지 피했을 뿐이죠.”

머릴 긁적이며 대꾸하는 싸장님, 그에 차장님도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여전히 굳어있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많이 풀렸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일을 해결한 것 같은 후련함? 어쨌든 좀 괜찮아진 얼굴로 차장님은 입을 떼셨다.

“근데, 수영아. 이번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어.”

“네?”

“이건, 이미 ‘정치적인 사항’이야.”

싸장님이 시선에 차장님은 한숨을 내뱉는다.

“이걸 억지로 덮으려고 한 순간, 야당 쪽에서 절대로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공격할 테지. 대법관을 매수한다고? 곧바로 대통령에게도 화살이 돌려져. 그걸 보고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가만히 안 있겠죠. 그 인간, 기업 쪽 대응팀에선 ‘지지율에 미친놈’이라는 멸칭으로 유명하던데.”

“맞아. 지지율을 깎아 먹을 법한 일은 ‘절대’ 안 하는 포퓰리스트. 잘 모르는 국민들에겐 그다지 이미지가 나쁘지 않지만, 고위급 실무진 공무원들 사이에선 해야 할 일도 다음 정권으로 미루고 있는 새끼로 악명 높지.”

신랄하게 대통령을 욕하는 차장님. 하긴, 이전에 타락체 관련해서도 까발렸다고 엄청 까시긴 했지. 그나저나, 연구와 공부에 열중하느라 시사엔 잘 몰랐는데 대통령이 그러신 분이었구나. 어쨌든 한숨을 내쉰 차장님은 고갤 절래절래 젓는다.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아니, 그 전에 국정원부터 곱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알고 있겠지. 국정원이란 조직, 더럽게 꼰대에 가까워.”

“……쯧.”

국정원의 언급에 싸장님의 얼굴이 구겨지는 가운데, 난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국정원이 왜요? 솔직히, 이번 일. 국정원이 삽질해서 생긴 일 아닙니까? 난 억울하다고요! X발 난데없이 상장의 암살자로 찍히고 끌려가서 고문당했는데!”

“……국정원은 웬만해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뭔…….”

뻔뻔하게 느껴지는 대꾸에 내가 말을 흐리자 차장님은 날 향해 쓰게 웃으신다.

“개인은 잘못을 하면 잘못했다고 쉽게 인정할 수 있어. 하지만, 집단은 쉽게 인정하지 못해. 잘못한 걸 인정하는 순간, 집단의 힘인 ‘권위’가 손상되니까. 웃기겠지만 이게 집단의 생리야. 특히나, 우리 국정원은 권위에 목을 매지.”

“허…….”

“수영이를 팔아넘길 뻔한 이후로 나도 최대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이건, 힘들어. 아무리 흰둥이에 대한 가치가 대단하다곤 해도 잘해야 절반? 아니, 이미 국정원의 의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말하면서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차장님. 싸장님도 팔짱을 낀 채 살포시 인상을 찡그리는 가운데…….

“그, 차장님?”

“왜?”

“그 미드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법거래’란 거 있잖습니까? 가능합니까?”

혹시나 해서 생각해뒀던 ‘협상 카드’를 꺼냈다.

5.

미드나 영화를 보면 검사가 범죄자에게 ‘사법 거래’라면서 정보나 증언 등을 받아내고, 그 대가로 범죄자의 형량을 가볍게 해주거나 사면시켜주는 게 간간이 나온다.

난, 마음만 먹으면 ‘그러한 정보’를 샅샅이 모을 수 있지.

마침, 거물급 스파이의 시신도 있으니 쓸 만한 정보 빼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래도 처음부터 끌려다닐 순 없으니……. ‘부담 없는 제안’부터 차근차근 해야지.

그런 내 말에 차장님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갤 끄덕였다.

“뭐, 가능하긴 한데……. 혹시, 김완호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말하는 거니? 그 정도로는 국정원의 차장들을 회유하긴 힘들어. 그거 받자마자 내가 국정원 데이터베이스에 올렸거든. 이미, 네가 보내준 영상만으로도 증거는 차고 넘쳐. 탈탈 털기 시작하면 증거는 잡힐 거야.”

“그것 말고요.”

“그럼?”

“향후, 중국 쪽 스파이를 색출해드리죠.”

내 제안에 싸장님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하는 가운데, 난 시선을 돌려 곱게 놓여있는 말총머리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놈들, 평범한 인간이 아니에요. 기척이 ‘타락체’만큼이나 아주 독특해요.”

“독특하다?”

“네. 꼭……. 마법을 사용하기 쉽도록 ‘개조’가 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 영체의 형상이 살짝 일그러졌죠.”

이어진 내 설명에 차장님의 표정이 극적으로 변한다.

역시, 차장님은 중국 놈들의 ‘신체 개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구만. 처음 중국 쪽 요원들을 볼 때부터 느껴지던 묘한 위화감, 가까이 가서 <감정>해보니 왜 그러한 기색이 느껴지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육체 증강 : <악마술> 친화]

특별한 신체·영체 개조로 인해 <악마술>과 관련된 마력을 통제하기 대단히 쉬워졌습니다. 마법 자체를 강력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악마술>과 관련된 마법의 습득(4위계까지 적성 +3)과 사용(마법 성공률 증가)을 용이하게 만듭니다.

이게 중국 쪽 요원들에게서 보이던 묘한 특징-<마력 돌연변이>의 정체다.

이 플레이버 텍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스쳐 지나간 <과거>를 보건대, ‘악마의 정수’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의식해서 얻게 된 능력이다. 좀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킬가레스가 악마로 변신했던 것을 약하게 적용한 것 같아.

내가 괜히 짱깨놈들이 악마와 손을 잡았는지 의심한 게 아니야.

악마의 장비뿐만 아니라 몸에 악마의 정수까지 이식하는 짓거리를 하니 의심이 당연히 가지. 그런 내 말에 차장님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지, 진짜냐? 그 차이가 느껴진다고?”

“이런 걸로 거짓말할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김완호가 배신자라고 확신하는 이유도 그놈에게서 중국 쪽 요원의 느낌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흐으으음……!”

팔짱을 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차장님, 싸장님과 전찬휘 경감이 무슨 이야기하냐는 듯이 바라보자 차장님은 살짝 망설이다가 입술을 뗐다.

“대외비인데……. 중국은 ‘특수한 시술’을 통해 마력 각성자에게 인공적으로 ‘마법적 재능’을 부여해줄 수 있어.”

“……정말입니까!?”

“그래,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각국 정보기관들 모두 인정한 사실이지. 괜히 중국이 마력 각성자 연구의 최고봉으로 취급받는 게 아니야. 우리도 연구 중이지만 감도 못 잡았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전찬휘 경감, 싸장님도 은근히 놀라는 눈치다. 난 딱히 별 감흥 없다. 이미 그 원리까지 대략적으로 파악했는걸? 어쨌든 차장님은 두 사람을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까진 대외비로 숨기고 있지. 그만큼 파급력이 크니까. 마법을 배우기 위해 배신하는 놈들도 늘어날 게 뻔하고.”

“……하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가치를 지닌 것이니까요.”

“맞아, 이것도 중국의 ‘중요한 포섭 수단’ 중 하나야. 덕분에 갑작스레 마법을 각성하는 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왈가왈부 중이지.”

싸장님의 대꾸에 고갤 끄덕이는 차장님, 그러곤 시선을 다시 내게 돌리신다.

“그나저나 타락체 때도 그렇고 네 ‘감각’은 정말 대단하구나, 흰둥아. 우리로서도 정말 포기하기 힘들 정도야.”

“하하, 뭘요. 그나저나 이걸로 가능할까요? 대신에 김완호는 제가 조지는 걸로.”

“확실히, 인재 유출도 막고 엄청 매력적인 제안이긴 한데…….”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기는 차장님, 내가 생각했던 ‘가장 약한 제안’인데도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다. 이대로 좋게 끝나는 건가 싶었지만……. 차장님은 이내 부정적인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는다.

“이미 한번 말했지만 의미 없는 가정이야. 국정원 쪽에서 ok해도 정치권에서 걸릴 테니까.”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그 말에 대꾸하는 싸장님, 일행의 시선이 쏠리자 싸장님은 입을 열었다.

“대통령을 설득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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