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화
막간. 청구서(비쌈)
1.
육안(肉眼) 쪽에 비추는 아침햇살에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비틀면서 기지개를 쫘악 폈다. 아주 개운한 느낌, 잠들기 전의 피로는 온데간데없는데……. 옆에 아가씨가 없네. 잠시 그 커다란 흉곽에 얼굴을 묻고 싶었는데 말이지.
“쩝.”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7시, 좀 이르긴 하지만 곧바로 국정원 차장님의 번호로 전화를 걸자 얼마 가지 않아 차장님이 전화를 받는다.
-어, 흰둥아. 언제 연락 오나 했다.
“하하, 좀 늦게 일어나서……. 일은 어떻게 됐나요?”
-의견 자체는 잘 풀렸다.
사탕 포장지를 뜯는 소리와 함께 차장님은 살짝 잠긴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국정원은 네 능력을 듣고 ‘포섭해야 한다.’고 의견이 기울어졌고, 어제저녁쯤에 VIP도 사건 덮으라고 허락 떨어졌어. 수영이하고 오크 쪽에서 로비를 아주 열심히 한 것 같더라. 하긴, 그런 물건을 주겠다고 하는데 안 넘어갈 리가 없지.
“휴우, 다행이네요.”
다행히, 한국을 뜰 일은 없을 듯하다. 하긴, 나 같은 인재를 포기하긴 어렵겠지! 그렇게 성공적으로 일이 풀렸다고 의기양양하게 있는데, 차장님의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사실,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야. 사건을 덮으라는 지시가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난이도가 미쳐 날뛰는 수준이니까. 못 덮을 수도 있어.
“……예?! 못 덮어요? 왜요!”
-적당히 ‘희생양’ 하나 내세워서 수습하기엔 니가 벌인 일이 너무 크잖아, 새꺄! 아니, 저지르는 놈 따로 있고 수습하는 놈 따로 있다고 생각하니 빡치네!?
“죄, 죄송…….”
차장님의 ‘버럭!’ 살짝 찔끔했다. 내가 재빨리 꼬리를 내리며 대꾸하자 스마트폰 너머의 차장님은 잠시 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깊은 한탄이 흘러나왔다.
-진짜 테러라면 그냥 쉽게 덮었겠지. 솔직히, 평양이라고 한들 국민들은 별 관심 없는 게 현실이니까. 문제는 중국이야. 외교 채널을 통해서 중국이 항의가 들어왔어. ‘테러로 우리 국민이 죽었으니 철저히 조사하라.’고.
“……허.”
-한마디로 딴짓하면 태클 걸겠다고 아예 선전포고한 거지. 진짜, 그런 식으로 뻔뻔하게 나올 줄은 우리도 생각지 못했다.
……거, 짱깨 놈들 혐성하곤. 영국이 혐성국이라는데, 이 세계선의 중국이 훨씬 더 악질일 거다. 상상을 초월하는 꼬라지에 내가 말을 못하자 차장님은 혀를 찼다.
-오늘 새벽에 적당한 놈 세워서 범인은 ‘백두혈통 숭배자’라고 발표했는데, 벌써부터 야당 쪽에서 움직임이 포착됐어. AI프로그램으로 뉴스 댓글란도 열심히 ‘정화’하고 있는데 X창나기 시작하고. 공작을 담당하는 3차장실 쪽에선 비명을 지르더라.
“…….”
-이거 밝혀지면 우린 물론이고 정권 엎어질 대형 스캔들이야. 솔직히, 여론에 더럽게 민감한 VIP가 ok한 게 레전드지. 오늘 아침 정무 회의에서 지시를 바꿀지도 모르겠다.
괜히 차장님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이유가 아니었다.
하긴, 국정원에서 진짜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려고 사건을 조작한 것이 언론이나 대중에 밝혀진다고 생각하면……. 어휴, 나부터 화가 나네. 하지만, 딱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부디 국정원이 ‘조작과 선동’을 잘 하길 비는 수밖에 없…….
아니, 잠깐만? 도와줄 만한 자료가 있지?
“차장님, 지금 중국 쪽의 공작들. 전부 한국 내 스파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겠죠?”
-그렇지, 뭐. 근데, 한두 놈이 아니야. 증거도 없고.
“여당의 ㅁㅁㅁ 국회의원, 그리고 야당의 ㅇㅇㅇ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의 전 대변인 △△△…….”
-갑자기 뭔 소리 하냐?
의아하듯이 되묻는 차장님, 그에 난 곧바로 대꾸했다.
“뭐긴요, 중국 쪽에서 정치 후원금을 받고 있는 놈들이지.”
-……!?
“특히, ㅇㅇㅇ 의원은 사생아 관련 약점이 잡혀 있어요. 그리고, 언론사 중에서 XX일보…….”
-자, 잠깐만!
내가 죽인 말총머리 놈이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받았던 ‘관리 목록’들, 그 중국 쪽에 포섭된 스파이들이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사용할 제재 수단도 함께 적혀 있었다. 지금까진 딱히 말해줄 이유도 없어서 아가리 닫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말이 다르지!
그렇게 내 폭로에 잠시 허둥지둥대던 차장님은 이내 내가 말한 걸 일일이 적는 듯하다가 소리쳤다.
-아, 씨, 감질나서 못하겠네! 너 지금 어디냐? 흰둥아?
“그 양 목장이요.”
-목록하고 증거 자료 정리하고 있어라! 지금 헬기 타고 거기로 갈 테니까!
끊어지는 전화, 어차피 내 머릿속 <메모장>에 말총머리 놈의 <과거> 일부분을 통째로 복사해놨으니 베껴서 내는 건 금방이다. 정보의 출처를 또 물어볼 것 같긴 한데……. 짱깨 놈들 습격하다가 우연히 얻은 것처럼 중국어 원문 상태로 제출해야겠구만.
생각을 정리한 후, 난 물을 비우고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 쪽으로 움직였다.
2.
간단하게 아침 샤워를 끝마친 후, 난 곧바로 옷을 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 중인 목장 아이들 사이에서 난 금방 아가씨와 서예린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아침부터 커다란 양다리를 뜯던 서예린이 움찔하더니 고갤 돌려 내 쪽을 가리키고, 그에 아침 저혈압으로 부스스한 표정으로 식사를 깨작이던 아가씨가 날 바라보신다.
“…….”
순식간에 얼굴에 부스스한 표정이 사라지고 환하게 웃는 아가씨, 하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저 표정, 작년 편입반 당시에 반 애들 상대로 가식 떨던 때와 똑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푸른색 헤어밴드로 훤히 드러낸 마빡엔 어느새 핏줄이 솟구쳤다.
뭔가 싸~함을 느끼고 식당 밖으로 한 발자국 물러났지만-.
“새벽아, 여기야! 이리 와서 앉아!”
“아, 아이에에에…….”
아가씨가 먼저 소릴 높이며 손을 까닥인다.
그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난 천천히 배식대로 가서 아침을 담고 아가씨 쪽으로 향했다. 밥 먹던 아이들도 뭔가 싸함을 인지했는지 아가씨 쪽 근처 테이블이 쫘악 비워지고 같은 테이블의 서예린도 슬쩍 눈치를 보곤 자기 식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싹싹 비셈.”
내 옆을 슬쩍 지나치며 속삭인다.
쓰읍, 그럼 애초에 날 포착해주지나 말지. 어쨌든 서예린이 앉았던 아가씨의 맞은편에 앉자 아가씨가 미소를 띤(이마엔 여전히 핏줄이 솟구친) 얼굴로 질문한다.
“잘 잤어?”
“아, 넵. 잘 잤죠. 하하핫…….”
“다행이다.”
잘 잤다는 내 대답에 아가씨는 자기 식판을 옆으로 밀어두곤, 깍지 낀 손 위로 턱을 괴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근데, 새벽아. 너, 뭔가 잘못한 거 있지 않니?”
“…….”
“응?”
“죄, 죄송…….”
“뭐가 죄송한데?”
서서히 표정이 찌그러지기 시작하는 마빡이, 이미 내가 잘 동안에 상황 파악을 전부 끝내신 것 같은데……. 하긴, 너무 위험한 행동이긴 했지. 과거로 되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그, 그게 갑작스런 충동 때문에…….”
“충동!? 추~우웅동!!?”
-콰앙! 빠지지지직!
위태롭게 걸려있었던 ‘가식적인 미소’가 사라지며, 아가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노호와 함께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치신다. 얼마나 감정이 격한지 아가씨의 마력이 자연스레 룬문자를 형상하며 정전기가 ‘빠직! 빠직!’ 튀길 정도, 바로 앞에 앉은 난 찔끔하고 다른 애들은 모르는 척하며 허겁지겁 식사하는 가운데 아가씨는 분노에 찬 목소리를 ‘꽥! 꽥!’ 내지른다.
“야, 내겐 말도 안 해주고 그런 일을 저질러?! 게다가 자고 일어나니 하루가 지났더라?!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웬만해선 8시간 이상 자는 것도 힘든데?! 너 내게 수면제 먹였지!!”
“그, 그렇긴 한데……. 이, 일은 좋게 끝난 것 같아요! 아, 아니 들어보세요! 진짜 좋게 끝남!”
“……말해봐. 뭔 일 있었는지.”
내 대꾸에 잠깐 숨을 고르더니 자리에 다시 앉으며 추궁하는 아가씨, 그에 난 이번 일에 얽힌 비사(?事)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마디로 중국 놈들의 수작질이었고, 그 사실이 밝혀져서 국정원이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것까지.
“……그래서, 국정원에 네 필요성을 어필했다고?”
“네, 네넵! 식당에 오기 전에 차장님에게 전화해보니까 VIP도 허락해서 지금 국정원에서 열심히 사건을 조작 중이라고 해요! 중국 쪽에서 일을 덮는 걸 방해하려는 공작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것도 걱정 안 해도 돼요!”
“…….”
“아가씨에게만 알려드리는 건데요. 제가 마력 각성에 관한 영체·영혼 관련 연구하면서 ‘특별한 기교’를 깨우쳤거든요?”
추가로 내 ‘비밀-과거를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것도 말했다.
순수하게 과거를 볼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영체를 흡수해서 ‘죽은 이의 기억을 일부 보는 능력’이라고 생각해뒀던 변명을 내뱉었지. 국정원에 빚을 지고, 마력 각성제의 존재가 들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사건 수습 1티어라고 생각했는데…….
“하아아아…….”
우리 아가씨는 그런 내 말을 듣고 안도하는 게 아니라, 훤히 드러낸 이마를 주먹으로 짚으며 짙은 한숨을 내쉰다. 딱 봐도 골치 아프다는 표정, 이어서 아가씨는 주먹을 이마에서 떼곤 날 바라보신다.
“새벽아?”
“네?”
“잠시, 우리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볼까?.”
뜬금없이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아가씨. ‘내가 알 바인가?’ 싶었지만, 아가씨의 시선에 난 곱게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내가 경청 자세를 취하자 아가씨는 타이르듯이 입을 열었다.
“국정원 내에 있는 스파이를 잡아주기로 했다 했지? 걔네들이 알면 좋아할까? 싫어할까?”
“……당연히 싫어하겠죠?”
“보통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죽여 버리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아가씨의 질문에 난 머릴 긁적였다. 음, 그렇긴 하겠지? 대충 고갤 끄덕였는데 아가씨는 내 반응을 보더니 다시 이마에 핏줄이 솟는다. 왜, 왜 저러시지? 그런 내 반응에 아가씨는 마빡의 핏줄을 꾹꾹 누르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새벽아.”
“네, 넹?”
“반응을 보니 사건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네 존재 자체가 중국 쪽 첩보의 커다란 구멍일 거라고 생각 안 하냐?”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뭐라고 말을 못 하자 아가씨는 한숨을 내쉰다.
“그 ‘마법의 재능을 부여해줄 수 있다는 시술’을 받은 중국 요원들이 세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이번에 널 괴롭힌 ‘배신자’처럼 몇몇 이들은 시술을 미끼로 넘어갔을 테고.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왜? 자기네들을 분류할 수 없었으니까.”
“…….”
“근데, 그러한 것을 감지할 수단이 생겼네?! 이거, 자칫 힘들게 투입시킨 자기네들 요원들과 포섭된 휴민트가 모조리 무너질 위기네!?”
그제서야 난 아가씨가 ‘뭔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다! 차장님 말로는 중국 쪽 암부 요원은 다 받는다고 하니까. 사실, 시술을 안 받는 게 이상하지. 마법이란 건, 배워두면 매우 유용하니까. 배운다고 해서 몸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정체를 숨겨야 하는 중국 놈들이 내 앞에서 숨길 수 없단 걸 알면…….
“저…… 큰일 난 거죠?”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하자 아가씨는 한숨과 함께 고갤 끄덕였다.
“그래. 중국 입장에선 널 반드시 죽여 버리려고 할 거야. 안 죽이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 ‘포섭하면 좋은 인재’가 아니라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재앙’이 된 거야.”
“으으음…….”
할 말 없다. 자기들이 건드려놓고 처벌하라고 지랄하는 뻔뻔함을 보면 확실한 미래지. 그 말총머리 녀석, <과거>를 살짝 훑어보니까 ‘적색’이라 불리는 중국의 최상위 전투원이었는데, 그런 놈이 중국엔 150명이 넘게 있다. 그런 놈들이 날 노린다고 생각만 해도…….
“어, 어쩌죠?”
“어쩌긴, 최대한 숨겨야지. 거짓말이라고 하든가.”
내 질문에 혀를 차는 아가씨, 그에 이곳에 오고 있을 차장님을 떠올리며 난 이마를 짚었다.
“근데, 국정원과 약속을 했는데…….”
“야! 약속을 지킬 때야?!”
내 말에 미간을 찡그리며 소릴 높인 아가씨는 손을 휘저었다.
“국정원은 널 지켜줄 생각이 없어. 널, 써먹을 생각뿐이지! 이건, ‘한새벽’에겐 죽을 수도 있는 일이야!”
“…….”
“스파이 분류 작업은 거부한다고 밝히고, 네가 제공하려고 한다는 그 ‘스파이 자료’로 딜을 걸어봐. 그리고, 방금 전에 말했던 ‘죽은 사람에게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선 절대로 말하지 말고. 그거 밝혀지면 또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할 거야. 너로선 좋은 게 없지.”
역시, 날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우리 아가씨밖에 없구나. 우리 아가씨 없었으면 여기서 남은 인생이 고달팠을 거야. 그렇게 꾸중 듣는 아이처럼 얌전히 정자세로 이어지는 아가씨의 조언을 듣고 있는데…….
“그래,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너, 도대체 왜 그랬냐?”
“넹?”
내 대꾸에 아가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거운 입술을 뗐다.
“이런 짓 했다가 잘못하면 나랑 헤어질 것도 알았잖아.”
“…….”
“꼭 해야 했었어?”
……뭐라 할 말이 없다.
날뛰기 전에 이미 인지했던 것이니까. 내가 쌓아놓은 기반들은 물론이고 아가씨랑 헤어질 수도 있단 걸 알았지. 그런 걸, 모두 ‘감내하면서’ 벌인 일이고. 아가씨는 그걸 몰랐냐고 따지는 중이었다. 거짓말을 해볼까 했지만……. 해봤자 들통날 것 같기에 고갤 떨궜다.
“아가씨, 저 진짜 아가씨를 위해서 목숨도 걸 수 있어요. 아가씨랑 사귀는 게 진짜 제 인생에 더없을 행운이란 것도 알고요.”
“…….”
“근데…….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정말로.”
말해보라는 듯이 쳐다보는 아가씨에 난 순순히 실토했다.
“저 ‘결함’이 있다고 말했었잖아요? 몰랐는데……. 그것들 중 하나예요. 제가 악의를 드러낸 것에 참을 수가 없어. 죽을 수도 있단 걸 알지만……. 참는 게 더 이득이란 것도 알지만……. 이뤄낸 모든 게 날아갈 수도 있단 걸 알지만…….”
“……알지만?”
“절 엿 먹인 놈이 멀쩡히 잘살고 있단 사실이 머릿속을 떠돌아서 미칠 것 같아요. 아니, 나중엔 미쳐버릴 거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하아아아.”
내 대답에 한숨과 함께 고갤 떨구며 손깍지를 낀 손 위에 이마를 대는 아가씨, 그에 나도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말이 없던 아가씨는 생각을 정리했는지 천천히 고갤 들어 날 바라보신다.
“내가 그만하라고 해도 멈출 수 없는 거지?”
“…….”
“쪼금 생각 좀 해봐야겠네.”
옆에 밀쳐놨던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가씨, 그 뒷모습을 난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