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12화 (306/350)

제312화

3.

난 아가씨를 어떻게 잡아볼 생각도 못 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 입도 대지 않은 식사를 짬통에 쑤셔 넣고 본관에 있는 내 사무실로 향했다. 그 뒤, 의자에 앉아서 전자 담배를 뻐금거렸다. <연금술>로 대폭 강화된 대마초 성분이 신체를 나른하게 풀어주고 감정도 이완시켰지만…….

“X발.”

이 ‘엿 같은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초한 일이긴 하다. 김완호에 대한 사적 보복을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단 것도 알고 있었고, 잘못하면 한국에서도 살지 못하고 아가씨랑 물리적으로 헤어져야 할 것도 알았으니까. 그럼에도 저질렀다. 그래, 아가씨가 화를 내며 헤어지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상하진 않아.

……근데, 받아들이질 못하겠다.

집착? 그래, 집착이겠지. 결함품인 날 ‘인간적으로’ 좋아해준다는 사람인데, 집착이 될 수밖에 없지. 어떻게든 다음번엔 안 그러겠다고 거짓말했어야 했나? 그냥 이대로 아가씨가 날 떠나게 내버려 둬야 하는 걸까? 어떻게든 도망치지 못하게…….

-덜컥!

그때, 돌연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린다.

얼굴을 찡그리며 바라보자 국정원 차장님, 그 뒤엔 전찬휘 경감이 병풍처럼 따라붙었다. 어떻게 벌써 온 건가 싶었는데……. 사무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10시가 훌쩍 지났네?

“아니, 흰둥아. 도착했다고 전화하는데 왜 받질 않는 거냐?!”

“……전화하셨어요?”

날 향해 얼굴을 구기는 차장님, 그에 바지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켜 보니……. 진짜 ‘부재중 전화’가 몇 개가 찍혀 있었다. 바지 속에서 전화벨이 울리는데도 모를 정도니……. 진짜 내가 멘탈이 나갔구나. 그렇게 쓰게 웃고 있는데 차장님이 손을 까닥였다.

“쓰읍, 아무튼. 그 자료 좀 줘봐라. 당장 가서 대응 조치 좀 취하게.”

……그러고 보니 뽑아 놓아야 할 자료도 뽑지 않았네.

한숨을 내쉰 후, 서랍장에서 빈 A4용지들을 꺼내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새하얀 용지에 차장님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는 가운데, 난 오랜만에 <물질화된 마력> 주문으로 내 머릿속 <메모장>의 형상을 고스란히 본떴다.

-스스스스…….

그리고, 주문의 효과가 작용해서 자줏빛으로 번쩍이는 오른손으로 가볍게 빈 용지들을 쓸어내렸다.

“오?”

“……??”

순식간에 프린트처럼 A4용지에 찍히는 자줏빛 글씨들, 그에 차장님은 물론이고 뒤쪽에 서 있던 전찬휘 경감의 눈까지 휘둥그레진다. 이어서 왼손에 쥔 전자 담배를 크게 빨아들이곤, 혈액 성분과 대마초 오일을 뒤섞은 ‘타르 같은 숨결’을 용지에 작게 내뱉었다.

“푸우우우…….”

A4용지에 찍힌 마력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완전히 종이에 달라붙는 흑색의 운무, 그렇게 순식간에 100여 쪽 남짓한 문서를 죄다 복사하고 난 호치키스로 찍어서 제출했다.

“자요.”

“그건 뭐냐. 신기하네?”

서류를 받으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차장님, 그에 난 다시 사무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전자 담배를 뻐끔거리며 대꾸했다.

“제 머릿속에 저장된 것들이요.”

“머릿속에 저장?”

“일종의 ‘백지’ 같은 빈 공간이 있어요. 마음먹으면 그 순간을 사진을 찍듯이 기억할 수 있죠. 지우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내 대꾸에 ‘흐음~’ 소리를 내며 고갤 끄덕이던 차장님은……. 내가 건넨 보고서의 첫 장을 보곤 미간을 찡그리신다.

“이거, 죄다 한자네.”

“기억하고 있는 ‘원본’이 그거라서 어쩔 수 없어요. 일일이 해석하기엔 힘들어서…….”

“그래, 알겠다.”

곧바로 뒤에 서 있는 전찬휘 경감에게 서류를 넘기는 차장님, 경감이 가져온 서류 가방에 그 문서를 소중히 넣는 모습을 보면서 난 아가씨가 했던 조언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걸로 대한민국에 있는 ‘중요 간첩’들은 대부분 걸러질 거예요. 그거, 엄청 가치 있는 정보니까 나중에 암부 요원을 색출해달라는 요청은 없는 걸로 하죠.”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 흰둥아?”

내 말에 차장님은 얼굴을 구기면서 날 째려봤지만, 난 의견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렇게 덤덤히 나오자 차장님이 한숨을 내쉰다.

“아니, 그건 이미 내가 어떻게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는 사안이야. 널 받아들여야 한다고 원장님과 다른 차장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전부 말해놨다고! 안 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바꿀지도 몰…….”

“바꾸라고 하세요. 상관없으니까.”

전자 담배의 연무를 빨아들이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말하자 차장님은 입을 다문다. 고갤 돌려 뒤에 서 있던 경감과 잠깐 시선을 교환하는 차장님, 경감도 모르겠다는 듯이 살짝 고갤 젓자 차장님은 다시 날 바라보신다.

“……흰둥아, 너 뭔 일 있냐?”

“…….”

“자세히 보니 얼굴도 죽상에 몸도 완전 축 늘어져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말도 이상하고.”

“…….”

“말해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대한민국에서 나름 끗발 날리는 사람이 어떻게 해결해줄지도 모르잖아?”

차장님의 말에 난 고갤 젖히며 이마를 주먹으로 짚었다.

차장님이 대단히 높으신 분은 맞긴 하다만, 내 고민을 해결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 아니, 어차피 나 혼자 고민하며 끙끙대봤자 뾰족한 답은 없잖아?? 그리고, 혹시 모르지. 정보기관인 만큼, 마음을 돌리는 테크닉 같은 걸 알지도??

그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난 입을 열었다.

“저, 아가씨에게 차일 것 같아요…….”

“……뭐?”

“저, 아가씨에게 차일 것 같다고요.”

“그 DK그룹의 왕녀??”

고갤 끄덕이자 차장님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아니, 왜??”

“그게…….”

말을 꺼내기로 결심하자 그냥 입에서 술술 나왔다.

순식간에 아가씨가 언급하지 말라고 했던 부분만 빼고 다 실토한 후, 난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런 내 사연을 듣고 경감에게 시선을 돌리는 차장님, 하지만 경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갤 절레절레 젓는다.

그에 차장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여신다.

“아니, 흰둥아……. 그냥 다음번엔 안 한다고 그러면서 싹싹 빌면 되지 않았을까?”

뒤에 서 있는 전찬휘 경감도 그 제안에 고갤 끄덕인다. X발, 그게 되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지.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테이블에 박았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난 차장님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안 돼요.”

“……뭐?”

“할 수 있으면 나도 다음번엔 안 하겠다고 했죠! 근데, 그게 안 된다고요! X발!!”

이성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감정, 그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광기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당연히 머리론 이해하죠! 참는 게 좋다는 걸! 이런 짓 해봤자, 내 목숨도 위험하고 사회적 관계마저 파탄 날 수 있단 걸 아니까! 근데……. 참을 수가 없어! 참으려 해도 점점 커지는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울려서 이성을 박살 내는데!”

“…….”

“……아가씨가 화내면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이해 가요. 이런 미친놈을 누가 좋아해 주겠어요?? 하, 고작 ‘복수’ 하나 때문에 아가씨가 내 곁을 떠나다니.”

고갤 떨구며 머릴 쥐어뜯었다.

짜증 난다. 고작 ‘화풀이’ 때문에 아가씨랑 깨지다니.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란 거다. 내 감정은 병신이니까! X발, 이번 일을 꾸민 말총머리 새끼. 그렇게 곱게 죽여선 안 됐는…….

아, 김완호가 남아 있지??

“그러고 보니, 김완호는 아직 못 잡았나요?”

“어, 어어? 김완호?”

잠깐 할 말을 잃었던 것처럼 보였던 차장님은 내 질문에 다시 정신을 차리곤 고갤 끄덕이신다.

“그 새끼, 당일에 잡혔어. 너 피해서 남쪽으로 향하던 걸 포획했지.”

“아.”

“걱정 마, 이번엔 제대로 처벌받을 거니까. 녀석이 짱깨들에게 받은 뇌물이 확인됐거든. 게다가 지시에 불응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암부 쪽의 마법인 <흑회 돌풍>을 썼어. 간첩인 거 빼박 확정이지.”

고갤 끄덕이는 차장님. 그래, 이미 국정원도 그놈을 배신자로 확신한 것 같다. 그럼 ‘찢어 죽여도’ 할 말 없겠지. 아가씨와의 관계가 깨지는 대가로 손에 남은 것, 거지 같지만 이것이라도 가져야지. 이를 갈며 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 새끼, 당장 죽이러 가야겠어요.”

4.

한새벽을 만나러 올 때, 나세영은 솔직히 별생각 없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한새벽은 가진 전투력과는 별개로 ‘대단히 협조적’이었다. 국정원에 한번 호되게 당하고 발작한 적이 있지만……. 그건 그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었고. 이번엔 딱히 분쟁거리도 없는 상황이니 스무스하게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흰둥아?”

“…….”

“김완호는 이전처럼 살살 처벌하는 시늉만 당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센 처벌’을 받을 거야. 아무리 중국이 이런저런 지랄을 할 테지만 다름 아닌 간첩죄인 데다가……. 아마, 정황상 불법적으로 인체실험까지 할 것 같아. 그 마법을 잘 쓰게 해주는 시술에 대해서 조사를…….”

“내 몫이에요.”

“…….”

“내가 죽이기로 했잖아요.”

상황이 꼬이고 있었다.

항상 미소를 짓고 있던 한새벽의 얼굴이 서서히 무표정하게 변한다. 그와 함께 그 몸에서 ‘독살스런 기세’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내 몫이야!! 내 몫!! 그 개 같은 새끼 때문에!! 이 꼴이 났는데 참으라고!!”

찢어지는 듯한 기성과 함께 ‘폭발’하듯이 번져 나간다.

그 기세에서 느껴지는 ‘의지와 심상’에 나세영은 곧바로 전찬휘 앞을 가로막으며 전투 자세를 잡았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정점, 한국을 넘어서 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파견까지 가면서 수많은 ‘미궁의 위협’을 없애왔지만……. 단언컨대 이런 기세는 처음이었다.

시기와 질투가 켜켜이 쌓여서 썩어 문드러진 것 같은 살의(殺意).

분명 햇빛이 쏟아지고 있지만 방 안이 어두워지고, 그 몸은 끝없는 진창에 빠져 산 채로 썩어 들어가는 것 같다. 느껴지는 그 심상의 추악함은……. 2년 전에 인도에서 각국 에이스들과 팀을 이뤄 격살했던 ‘악마 군주’보다 더하다.

“제발……! 찢어 죽이게…… 해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채, 이를 부득부득 가는 한새벽. 질척한 어둠 속에 살기가 번들거리는 충혈된 자안만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며 나세영은 속입술을 질겅였다. 무장도 제대로 안 갖춘 상황,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덜컥!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서예린, 그 뒤에는 남궁진아가 서 있었다. 서예린은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남궁진아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의 등장에 한새벽이 움찔하며 기세를 거두는 가운데-.

“무,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흉악한 기세가 넘실거려서 뛰어왔는데…….”

좀 지나고 어느 정도 진정된 남궁진아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한새벽이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나세영은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뭐긴, 너에게 차였다고 흰둥이가 발작 중이지.”

“……네?”

“아니, 차장님 그걸 말하면…….”

당황하는 한새벽을 무시하며 나세영은 말을 이어나갔다.

“너, 진짜 얘랑 헤어질 거냐?”

“……뭔 소리 하시는 거예요.”

얼굴을 찡그리는 남궁진아, 그 반응에 나세영은 엉거주춤 서 있는 한새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흰둥이가 너에게 차인 줄 알고 궁상떨고 있었다.”

“…….”

“김완호를 잡았다고 하니까, ‘그 새끼 때문에 너랑 헤어지게 됐다.’면서 자기 손으로 찢어 죽이겠다고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고. 살기를 보니까 찬휘가 그렇게 경계하는 이유를 좀 알겠더라. 뭔, 지옥의 악마 수준이네. 아니, 더해. 찬휘야, 무기 내려라.”

‘진압의 쇠사슬’을 꽈악 쥔 채 잔뜩 곤두선 전찬휘에게 그녀가 무기를 내리라는 제스처를 보내는 가운데, 남궁진아는 살살 자신의 눈치를 보는 한새벽을 향해 팔짱을 끼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새벽아. 잠시 생각해 보자는 거지, 내가 언제 헤어지자고 했어?”

“그……. 제게 실망한 거 아니었나요?”

“좀 실망하긴 했지. 게다가 방금 뿜어낸 살기……. 좀 무섭기도 하고.”

반색하던 한새벽의 어깨가 다시 추욱 늘어지는 가운데, 남궁진아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남친이 눈 돌아가면 공권력이고 뭐고 다 뒤엎는 사람인데 골치 안 아픈 게 이상하지! 들어 보니까 그 행동을 고칠 생각도 없다고 하고.”

“…….”

“후, 이리 와.”

오라는 손짓에 멈칫하다가 순순히 남궁진아의 앞으로 다가가는 한새벽, 그렇게 다가가자 그녀는 한새벽을 끌어안았다.

“근데, ‘고작 그런 것’으로 내가 널 왜 떠나겠냐? 날 위해 목숨도 걸 수도 있다는 멋진 남자를.”

“흐흑, 아가씨. 믿고 있었다구요!”

다시 반색하며 남궁진아의 가슴팍에 ‘폭!’ 박히는 한새벽, 그 꼬라지를 보며 나세영은 허탈감에 헛웃음을 흘렸다. 고작 사춘기 소년의 감정 변화에 이렇게 긴장해야 하다니……. 그렇게 그녀가 현타를 느끼건 말건 남궁진아는 한새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예린이가 옆에 다가와서 계속 말해주더라.”

“네? 뭘요?”

“이해하라고. 네 상처가 코드 108에 의한 것이라서 고치기 힘들다고. 그리고, 느끼기엔 꺼림칙한데 믿을 만하다고.”

그 말에 한새벽이 고갤 돌려 서예린을 바라보고, 서예린은 어깰 으쓱인다.

“사실을 말한 것뿐임. 진아가 좀 오해하는 것 같기도 해서.”

“예린 씨……. 안 믿고 있었다구요!”

“안 믿고 있었단 건 또 뭐임.”

감동하는 듯한 한새벽의 말에 뚱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서예린, 그 촌극에 나세영은 가볍게 손가락으로 ‘틱! 틱!’ 튕기며 주의를 끌곤 입을 열었다.

“자, 자. 청소년 드라마는 여기까지 하고……. 흰둥아, 네가 그렇게 목메던 여친이 널 차지 않았으니 이제 김완호에 집착 안 해도 되지 않겠냐?”

“…….”

“말했다시피 그 새끼 진짜로 X 됐어. 이전처럼 그냥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제발 좀 그만해라…….”

그에 입을 꾹 닫는 한새벽은 남궁진아의 눈치를 살살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찬찬히 고갤 끄덕였다.

“확실하게 처벌됐다니까……. 한번 참아 볼게요.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 그래야지. 최소한의 사회생활은 가능하구나.”

“근데, 한번 어떤 꼴인지는 봐야겠어요. 내 눈으로 보지 않는 한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고갤 주억이며 그녀는 한새벽을 향해 손짓했다.

“좋아, 그럼 복귀하자.”

“아, 예. 안녕히 가세…….”

“뭔 소리야? 너도 복귀해야지. 그리고, 두 사람도 같이 복귀하지? 헬기에 자리 많이 남는데.”

서예린과 남궁진아를 보며 말하는 나세영,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는 한새벽에 그녀는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흔들었다.

“너 수영이한테 전화 안 받았구나?”

“……싸장님이 전화했어요?”

“하긴, 멘탈이 깨져서 내가 건 전화도 안 받았는데……. 너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가는 김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휴가 기간도 끝났고 일이 밀렸다면서.”

“그, 그런가요? 하, 하긴 싸장님에게 받은 휴가 날짜를 오버하긴 했는데……. 잠시만요.”

정신을 차린 한새벽이 포옹을 풀고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곧바로 통화를 건다. 잠시 착신음이 이어지고 얼마 안 가 스마트폰에서 강수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비야, 드디어 전화를 처받는구나? 세 번이나 전화했는데 안 받더니??

“아, 그게 일이 좀……. 근데요, 싸장님? 저, 지금 복귀해도 돼요? 좀 어수선할 텐데.”

-VIP가 ok했다. 네가 물품 제작하는 데 핵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허락 구했어. 게다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세영 언니는 믿을 만한 사람이야. 그냥 빨리 튀어 와라. 새롭게 해야 할 일이 쌓였으니까.

“넹.”

강수영의 말에 고갤 끄덕이는 한새벽, ‘세영 언니는 믿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말에 나세영도 살짝 웃는 가운데…….

-아, 참, 이전에도 말해뒀지만 로비했던 거 대충 100억 넘게 깨질 것 같다. 각오해둬라.

“뭐, 뭐요?”

-이미 말했잖아, 새끼야.

한새벽이 당황하지만 강수영의 말은 끊어지지 않았다.

-휴일에 대통령을 만나기가 쉬운 줄 알아?? 청와대 비서들에게 긍정적으로 말해달라고 기름칠 하고! 그런 비서들과 연줄이 있어서 연결해준 기업 쪽 사람들에게도 성의 표시하고! 아, 오면 제롬에게도 큰절해라. 너 때문에 허둥지둥 대통령 만나러 갔으니까!

“…….”

-아무튼 자세한 청구서는 오면 보여줄 테니 빨리 튀어와!

“으윽, 으으윽…….”

전화가 끊어지고 신음을 흘리며 가슴팍을 붙잡고 비틀거리던 한새벽은……. 이내 고갤 들어 나세영을 바라보았다.

“차장님. 역시, 그 새끼는 제 손으로 찢어 죽, 아야야야! 아가씨, 잠깐 이거 좀…….”

“헛소리하지 말고 짐이나 싸러 가자.”

한새벽의 귓바퀴를 잡아당기는 남궁진아, 한새벽이 엉거주춤 몸을 숙이며 딸려가는 가운데 남궁진아는 한새벽을 끌고 사무실 밖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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