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8화
2.
주화의 가치는 ‘뭔가를 살 수 있음’에서 비롯된다.
현 세상에서 중국 ‘위안화’가 가장 가치 있는 돈인 이유? 세계 최강국의 돈이라는 신뢰도 있지만, 미국이 룬 수호자에 반파된 사이에 중동 지역을 구워삶아 달러로만 석유를 살 수 있게 하던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시스템을 ‘페트로 위안’으로 재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희미하지만 이전 세계의 기억이 나네.
시바견을 좋아하는 한 미국인 사업가도 비트 코인으로 자기네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자 호재라면서 코인값이 배로 뛰었지. 그리고, 그 시바견은……. 윽! 머리가……! 이전 세상의 기억이라서 그런지 시커멓게 먹칠되어 있다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닌 것 같아.
어쨌든 간에 ‘불로장생의 영약’을 살 수 있는 주화의 가치는 당연히 미친 듯이 뛰었다.
“히, 히히히힣. 히히히히히!”
“…….”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핳!”
테라-리프에서 10개의 추가 엘릭서를 공개한 다음 날에 열린 서예린과 아가씨의 ‘축하 파티’, 반강제로 술집 룸(우리 아가씨의 돈 앞에 뚫렸다)에 끌려온 나는 광소(狂笑)를 흘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500cc 맥주잔을 들어 올려야 했다.
뛰어난 코딩 능력으로 가장 먼저 대한민국에 코인판을 깔아버린 우리 아가씨.
그룹의 금융사와 함께 실명 계좌 인증을 연동해서 만들어진 코인 거래소 ‘비트 넥스’는 한 달 만에 한국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뒤늦게 코인 거래소를 만들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거래소와 앱의 뛰어난 성능과 자신의 지위-‘재벌가 자재’라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홍보하니 순식간에 독과점 수준이 됐지.
가지고 있는 전투 장비들을 담보로 100억을 땡겨서 코인판에 뛰어든 서예린.
이전부터 코인값이 심상찮았지만 테라-리프에서 진짜로 10개가 넘는 엘디쉬 엘릭서가 공급되면서 코인판에 불이 붙었다. 나름 긴가민가할 때 들어간 서예린의 엘디쉬 코인은 이미 어마어마하게 펌핑됐음에도 살 때 대비 6배 떡상! 데이터 쪼가리 하나가 진짜 골디안 코인 2,000만 원의 값을 넘어섰다!
“왜 그렇게 울상임!? 마시셈!”
“적셔! 적셔!”
내가 허허롭게 웃고만 있자 호기롭게 외치며 잔을 들어 올리는 서예린, 이미 한 병을 비위서 발갛게 얼굴이 상기된 채로 잔을 들어 올리는 아가씨. 나도 쓰게 웃으며 잔을 한 번 들어 올리곤 홀짝였다. 그 뒤, 서예린은 안주로 깔린 독일식 족발을 뜯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이번에 얼마씩 범? 나 오늘 아침 확인했는데 500억 범! 지금은……. 600억임!?”
왼손으론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환호하는 서예린, 그에 아가씨는 쓴웃음을 흘리며 고갤 저었다.
“난 별로 없어. 순이익은 사실상 0원이야.”
“뭔 소리임? 수수료 가져가지 않음?”
“그렇긴 한데, 그 거래 자체가 메말랐어. 다들, 코인을 사려고만 하지 팔려고 하지 않아서……. 새벽이 말대로 ‘쪼개서 사기’ 기능을 넣길 잘했지. 안 그러면 진짜 손가락만 빨았을걸?”
맥주잔에 담긴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며 날 향해 웃는 아가씨, 그에 난 가볍게 흉곽을 불리며 고갤 끄덕였다. 놀랍게도 여기 거래소들 값이 비싼 코인을 ‘쪼개서 사기’ 기능은 없었거든. 기껏해야 대장주라는 비트 코인이 5~6만 원 수준이라서 말이지.
어쨌든 아가씨는 어깰 으쓱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번 돈은 전부 거래소 쪽 직원들을 뽑는 데 썼어. 추가로 ‘코인 채굴장’을 마련하는 데도 쓰고. 진짜 내가 하던 사업이랑 연동돼서 다행이었지.”
“엥? 아가씨 코인 채굴장 만들었어요?”
“컴퓨터 부품 장사하는데 뭐. 쉬웠지. 이것도 다른 사람들보단 선점해서 들어갔어.”
잔에 담긴 슬러시 형태의 보드카를 반 잔가량 해치운 후, 아가씨는 한숨을 내뱉었다.
“열심히 엘븐 코인 채굴해서 거래소에 물량을 풀고 있는데……. 그래도 수요가 엄청나서 고민이야. 다른 해외 코인 거래소보다 우리 코인 거래소가 더 비싸. 중국 쪽에서 대량으로 코인을 채굴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한번 접촉해보려고.”
“허허…….”
벌써부터 코인판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듯하다.
진짜 이전 세계와 판박이로 돌아가네. 하긴, 다들 사려고만 하지 팔질 않으니까 저럴 수밖에. 막판에 살짝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사업 자체는 창창하신 듯하니 다행이구만. 그렇게 아가씨의 소감을 들은 뒤, 서예린은 타깃을 내 쪽으로 바꿨다.
“넌 얼마 범?”
“뭐, 1,000만 원 넣어서 1,000만 원만 벌었어요. 전 딱히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싸장님에게 징수당하지 않은 비상금 계좌에 있던 걸 싹 다 털어 넣은 후, 가격이 딱 2배가 됐을 때 빠졌다.
솔직히, ‘더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지만 내 안의 경험이 ‘결국 손에 들어와야 이익 실현.’이라고 해서 말이지. 결심한 대로 2배가 되자마자 빠졌지. 돈을 2배로 불린 거니 나름 성공적인…….
“푸훗.”
“…….”
투자였는데, 서예린이 X나 꼴 받게 ‘피식!’ 웃는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서예린의 코인 앱에 적힌 수익률은 이미 600% 가까이 되니까. ‘가즈아-악!’하더니 진짜 500억 이상 번 거다. 거액일수록 돈을 불리기 힘든 걸 생각하면 진짜 대단한 거지. 물론, 현실화되지 않은 수익이긴 하지만…….
그렇게 꼴 받게 웃은 서예린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실실 웃는다.
“고작 그 정도 먹고 빠짐?!”
“……‘수익 실현’을 한 거죠. 예린 씨, 앱에 있는 숫자는 ‘현금화’하지 않으면 결국 언제든지 사라질 장부상의 허상일 뿐이랍니다. 뼈에 새겨두세요. 안 그럼 나중에 후회할 거니까.”
“흐음~”
전직 코인판 경험자의 충고, 하지만 ‘니가?’하는 표정으로 웃는 서예린의 모습에 내 안에 봉인된 ‘사악한 코인충’이 속삭인다.
저 불장에 들어와서 마냥 신난 코린이를 박살 내라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척하는, 코인판의 본질도 모르고 날뛰고 있는 저년의 콧대를 그냥 꺾……! 아니, 참아야지. 그 마굴에 다시 기어들어가선 안 돼. 크게 심호흡하면서 난 빙긋 웃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100억 정도는 가뿐하게 찍어요. 다만, 코인판의 본질을 알기에…….”
“흐음, 뭐 이해함!”
“…….”
“말로는 누구나 100억, 1,000억 범!”
“그만해, 예린아.”
보드카가 든 술잔을 들어 올리며 내 말을 끓어버리면서 씨익 웃는 서예린, 아가씨도 말리지만 내심 동의하는 표정이다. 그와 함께 내 안의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콧대 높은 코린이를 한번 눌러줘야 한다는 ‘코인 악귀’가 내 마음속 심연에서 기어 나온다.
어차피 직접 경쟁도 아니니까……. 한번, 실력을 발휘해서 콧대를 눌러줘도 되지 않을까?
“그럼 내기할래요? 예린 씨?”
“내기?”
“제가 천만 원 가지고 100억을 만들어 볼게요. 한 달……. 아니, 한 달은 좀 그렇고 예린 씨가 목표 달성을 하기 전까지.”
“…….”
“한 마디로 ‘예린 씨가 1,000억을 만드는 게 빠른지, 제가 지금부터 100억을 만드는 게 빠른지’ 내기하자는 거예요. 시드는 말했다시피 1,000만 원.”
내 제안에 멍하니 있는 서예린과 아가씨, 하지만 이내 서예린이 먼저 정신을 차리곤 코웃음을 친다.
“허, 그게 가능할 것 같음?? 1,000만 원을 100억까지 하면 십, 백……. 천 배를 불린다는 말임!”
“새벽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계산하곤 대꾸하는 서예린, 이어서 아가씨도 그 말에 동조한다. 그런 둘의 반응에 난 진하게 웃었다.
“제가 성공하면 예린 씨는 미르 등교하는 일주일 동안 ‘나는 코인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입니다.’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걸로? 대신, 대신 실패하면 제가 팻말 걸게요. 콜?”
“야, 왜 그래. 이 좋은 날에.”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파악한 아가씨가 우리 둘 사이를 만류하려고 하지만, 한껏 오만해진 우리 서예린 코린이는 물러서지 않는다. 들고 있던 잔에 든 보드카를 단숨에 원샷하곤 테이블에 ‘탕!’ 내려놓으며 씨익 웃는다.
“좋음! 콜!”
호기롭게 외치는 코린이의 모습에 내 안의 코인 악귀가 웃었다.
좋아, 우리 서예린 코린이가 팻말을 목에 걸고 치욕에 몸을 떠는 미래가 이미 보이는구만. 그런 내 미소가 진해지는 걸 모르는지, 자신만만한 서예린은 피식피식 웃는다.
“아무리 그래도 천 배 수익은 선 넘었음.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함? 초반에 달라붙은 것도 아니고.”
“후후, 두고 보라고요.”
코인판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세상은 ‘암호 화폐’의 위험성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이세카이 전생자인 나는 잘 알지. 그 노하우를 살려서 아가씨에게 사이트하고 앱을 만드는 과정에서 코인 종류도 추천해줬다. 비트 코인, 이더리움, 리플처럼 이전 세계의 대중들도 알 만한 안전한 ‘메이저들’로만. 지금도 아가씨는 미쳤다면서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진짜 ‘마굴’은 일반인은 듣도 보도 못한 엽전(100원 미만 코인)과 잡코인 틈에서 벌어진다.
미친 듯한 떡상도, 10,000% 수익률도 그런 곳에서 나온다. 이미 2천만 원 이상까지 치솟은 엘븐 코인의 떡상 동력은 많이 상실했지만 이런 곳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게다가 난 가장 유능한 정보원도 있고. 우리 둘이 내기하는 모습을 보며 작게 혀를 차는 아가씨를 향해 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아가씨. 코인 ‘추가 상장’은 언제 할 거예요?”
“뭐, 이번 주 내에 해야 하는데……. 고민 중이야. 네 말대로 진짜 별의별 개잡종들이 많이 달라붙더라고. 선취매 해줄 테니 올려 달라는 새끼들 하며……. 그나마 네 말대로 부랴부랴 상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놔서 다행이었어.”
내 질문에 씁쓸하게 보드카를 들이켜며 대꾸하는 아가씨, 나와 아가씨 간의 대화에 서예린은 뭔가 수상함을 느낀 듯이 두 눈을 가늘게 치켜뜬다.
“뭔 소리 하는 거임? 상장?”
“새로운 코인을 거래소에 올리는 거죠. 거래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 대답에 살짝 벙 찐 표정을 짓는 서예린,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코린이를 향해 나는 씨익 웃었다.
“코인의 종류는 거래소에 있는 게 끝이 아니에요. 아니, 앞으로 계속 더 생길 거예요. 막말로 ‘누구나 발행’할 수 있으니까. 알겠지만 지금 코인판 전체가 자본이 쏠리고 미쳐 돌아가고 있죠. 그걸 노리고 달라붙는 인간들이 넘쳐날 거랍니다.”
“어, 어어…….”
내 말에 신음을 흘리던 서예린은 이내 나와 아가씨를 향해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였다.
“무, 무효! 내기 무효임!”
“뭔 소리예요? 이미 승낙했으면서!”
“그런 정보, 미리 관계자에게 듣는 거 불법 아님? 진아! 남친이라고 이렇게 편드는 거 아님! 실망함!”
나름 1년 동안 사회 물을 먹어서 그런지, 이젠 이런 행위가 불법이란 것도 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코인 관련법이 없어서 불법은 아닌데 말이지……. 그런 서예린의 하악질에 아가씨는 피식 웃으며 고갤 젓는다.
“좋아, 그럼 내가 내기의 심판이 될게. 새벽이가 ‘논란이 될 법한 일’을 하지 않도록 내가 감시할 거니까.”
“……믿을 수 있음?”
눈가를 가늘게 뜨며 추궁하는 서예린의 모습에 아가씨도 술을 마셔 붉어진 얼굴로 발끈한다.
“야, 그런 거 걸리면 내 얼굴에 먹칠이 된다고! 새벽아, 너 혹시 걔네들에게 접근해서 ‘선취매’나 ‘상장비’ 같은 거 받지 않을 거지?”
“넵! 전, 그저 아가씨에게 ‘조언’만 해줄 거예요! 걔네들에게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너에게도 새벽이에게 말한 정보들을 공유해줄게. 대신에 너도 불법적인 일은 하지 마. 하면 바로 패배로 간주하기?”
사실, 상장되는 코인을 먼저 아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메리트인데 말이지. 어쨌든 심판이 되겠다는 아가씨의 제안에 입을 다문 서예린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나와 아가씨를 번갈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근데, 쟤가 ‘조언’이라니 무슨 말임?”
“새벽이가 거래소 만드는 데 많이 도와줬거든. 일종의 노하우? ‘코인 상장 기준’, ‘코인 쪼개서 사기’, ‘금융권과 연동해서 선물(先物) 레버리지’, ‘접근해올 수 있는 사기꾼들의 유형’……. 참고로 새벽이가 말한 경고 중 몇 개는 진짜로 겪었어! 진짜 창의력 대장이라니까?”
아가씨의 감탄 섞인 칭찬에 난 서예린을 바라보며 흉곽을 부풀렸다. 이전 세계 코인판에서 몇 년만 썩으면 귀동냥으로 다 배우는 것, 하지만 이 세계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신박한 것들이지. 그런 아가씨의 말에 서예린이 움찔하고 난 피식 웃었다.
“후후후, 이제야 제가 누군지 아셨나요?”
“…….”
“지금이라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코린이입니다.’하고 패배를 인정하면 없던 일로 해드리죠.”
보드카를 마시곤 속삭였다. 으음~ 투구 때문에 식성이 조져진 탓에 대부분의 음식이 맛이 없어졌지만 갑자기 술이 달게 느껴져. 그런 내 제안에 서예린은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더니 단호하게 고갤 젓는다.
“100억이 그렇게 쉽게 벌리는 거면 개나 소나 다 벌었음! 근데, 천만 원으로 100억? 이쪽이야말로 지금 무리수를 인정하면 없던 일로 해주겠음!”
“크크, 그럼 예정대로 내기하도록 하죠.”
내 말에 움찔하면서도 고갤 끄덕이는 서예린,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서로 기 싸움을 하면서 디스전(주로 서예린이 ‘그게 되겠음?’, ‘돈을 너무 우습게 봄.’, ‘쫄보’라고 하는 거였다)을 주고받은 후 축하 파티가 쫑 났다.
아가씨와 서예린과 헤어진 뒤, 난 곧바로 스마트폰을 켰고 거래소 앱을 깔았다.
“통장은 이미 연동했고……. 좋아, 마진 거래-레버리지 100배……! 는 안 되네요. 10배가 한계인가.”
레버리지 100배는 해도 된다고 말했는데 아가씨는 논란을 우려한 듯 10배 정도로만 해 놨다.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해야지. 이것도 99%가 청산 엔딩이 뜨는 반자살행위지만……. 아직 코린이들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그것도 미친 불장에 대호황이니 위험 요소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하지만, 그 전에 작업을 열심히 쳐둬야지.
오랜만에 미르의 에타와 대형 ‘코인 커뮤니티’에 들어섰다. 어떤 개소리를 적어내면서 호재를 조작할까?? 많이 물려본 만큼, 매력적인 레퍼토리들이 떠오른다. 코인판에선 호재가 없다! 이 코인판에선 ‘작전 세력’이 어떤 코인을 작업한다는 것도 호재니까! 제로섬 게임인 만큼, 내 수작질로 누군가는 돈을 잃겠지만…….
마침 사람이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밤 11시,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OO 코인 호재 떴다. 비트-넥스 거래소에 상장 예정, 이거 그래프 분석해보면 기영이가 손을 들고 있는 형상이…….”
생각나는 개소리와 레퍼토리를 중얼거리며 일단 적었다.
거기에 여러 개의 vpn을 이용한 ‘유동 분신술’,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이런 소릴 해봤자 여파가 없으니 게시판 내 탈갤한 유명 고닉과 이름을 똑같이 해서 어그로를 끄는 ‘가죽 뒤집어쓰기’, ‘개추 조작 단톡방’을 찾아서 요청 글 올리기……. 해야 할 일을 착착 진행했다.
그리고, 주로 활동할 아이디 이름은…….
“코인 히어로(Coin Hero).”
이전 세계에선 ‘코인의 망령’이었지만……. 이 세계에선 코인판의 초인·영웅이 될 거니까! 사람들을 선동해야 하니 영향력을 쌓아야지. 좋아, 실패했지만 미래를 아는 회귀자……는 아니구나. 어쨌든 힘을 보여 주마. 코린이 애송이들.
“크크큭.”
난, 며칠 뒤에 올라올 코인 상장 관련 정보를 떠올리며 전 게시판에 떡밥을 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