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화
4.
지난 겨울방학 동안, 나는 아주 개처럼 일했다.
밖에 나갈 수도 없었기에 <마력 각성>을 한 수많은 오크들과 생도들을 상대로 파편화된 <연금술> 마법을 24시간 전수했지. 거기에 싸장님이 우리 대통령 각하에게 ‘재생 석유 사업’과 관련해서 로비한 결과, 핵심 공업설비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5월에 소브(SOF, Song-pa Oil Filed) 법인이 설립됐다.
폐플라스틱과 비닐을 녹여 고품질 재생유를 뽑아내는 회사, 우그 타람의 생도들도 전부 소브에 취직했기에 요즘엔 딱히 할 일도 없다. 그런데도 출근하는 이유? 영혼에 관한 연구도 연구지만……. 솔직히, 세금 루팡질 하려고 붙어있는 거지! 월 1억 너무 달달하구요~
서예린에게 점심을 얻어먹은 후, 난 자연스럽게 싸장님네-우그 타람으로 향했고…….
“흰둥아, 오랜만이다.”
“엑?!”
미궁 식물이 자라난 하늘 정원에서 싸장님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 차장님을 볼 수 있었다.
미묘하게 껄끄러운 사이였던 ‘우리 싸장님’과 ‘국정원 차장님’, 하지만 내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화해하셨다. 내 정신과 담당의인 정한솔 선생의 말에 따르면 옛날처럼 셋이서 함께 영화도 본다고……. 그래, 내 한 몸 희생해서 두 분 사이가 평화로워진 거지!
그래도 차장님이 이쪽이 있는 건 예상외인데? 친분이라도 나누시는…….
“아니, ‘코인 히어로’라고 불러줘야 하나?”
것은 아닌 것 같구만. 인터넷상에서 불리는 내 이명(異名)을 언급하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차장님, 이어서 싸장님도 입꼬리를 올리며 내 쪽을 바라보신다.
“도비야, 네가 쓴 ‘기영이 매매법’은 나도 인터넷에서 보고 웃었다. 이야, 미친 개드립에 말 몇 마디로 코인 시세를 조작까지 하는 거물이 우리 도비였다니…….”
“하, 하하핳…….”
두 사람의 시선에 난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굳이 ‘코인 히어로’라는 것을 언급하는 걸 보면 코인 관련해서 오신 것 같긴 한데……. 난 잘못한 거 없는데? 그저 ‘약간의 분탕’만 좀 쳤을 뿐인데?
“따, 딱히 잘못한 거 없는데요? 전, 그냥 인터넷에 뻘글만 몇 개 올렸을 뿐이라고요!”
“이야, 좀 찔리는 게 있나 봐? 아무 말도 안 하고 코인 히어로라는 것만 언급했는데??”
이어진 차장님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좀 찔끔해서 저자세로 나갔더니 범죄자가 변명하는 것처럼 됐네. 이어서 차장님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날 바라보며 턱을 매만진다.
“흐음, 그러고 보니 비트 넥스의 상장 관련 정보를 올린 걸 보면 심상찮긴 한데…….”
“불법 아니거든요! 처벌할 법적 근거 없거든요! 그리고 즈, 증거 있어요?!”
막판에 살짝 말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나갔다. 그래, 어쩔 건데! 차장님이 뭘 할 수 있는데! 체포? 응~ 관련 법 없어. 하려고 하면 도망치면 그만이야. 이제 나는 차장님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
“좀 교육시킬까요? 언니?”
“죄송합니다. 자숙하겠습니다.”
고용주의 협박에 무릎을 꿇었다.
국가 권력 앞에선 당당할 수 있지만, 돈 앞에선 당당할 수 없어. 이번에 소브가 본격적으로 법인 등록되면서 아가씨에게 자랑했는데, 아가씨가 내가 받은 지분과 계약서를 보곤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고갤 저으셨다. 대주주긴 하지만 거의 종속 지분에 가깝다고……. 싸장님이 제롬 양반이랑 싸바싸바해서 회사 배당금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 곱게 무릎 꿇어야지.
그런 태세 전환에 차장님은 가볍게 입맛을 다시곤 고갤 끄덕였다.
“뭐, 법적인 근거는 없지.”
“……그럼 왜 오셨어요? 혹시, 그냥 놀러 오신 건가요?”
“겸사겸사해서 온 거지. 근데, 주된 목적은 너 만나러 온 건 맞아.”
역시나, 날 만나러 온 거군. 숙였던 고갤 들며 미간을 살포시 찡그리자 차장님은 어깰 으쓱였다.
“국정원에서도 코인 관련해서 주시하고 있거든. 좀 정황이 수상해서 말이지. 주류 경제학자들은 죄다 폰지 사기라고 하고 있거든? 그래서 코인 관련 유명 인사인 ‘코인 히어로’의 의견을 한번 들어볼까 해서 왔다. 국정원 직원 중에서 네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애들이 꽤 돼서.”
“아…….”
“그래, 코인 전문가인 코인 히어로께서 판단하기엔…….”
“사기 맞죠.”
차장님의 말이 다 나오기도 전에 즉답했다.
이미, 이전 세상에서 증명된 것이니까. 그런 내 단호한 대꾸에 국정원 차장님은 물론이고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싸장님까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가운데, 난 내가 알고 있는 코인의 실체에 대해 토해냈다.
“대부분의 가상 화폐는 가치가 1g도 없어요. 엘릭서를 살 수 있는 ‘엘븐 코인’이나 최초의 ‘비트 코인’ 같은 몇몇 특별한 주화를 제외하면 99.9%는 그저 ‘더 큰 바보’가 물량을 떠안길 바라면서 사는 폰지 사기죠”
“……네가 인터넷상에서 신나게 떠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데.”
“그렇긴 한데, 제가 이거 사기라고 말해봤자 알아듣겠어요? 그래도 뛰어들겠죠.”
내 투덜거림에 입을 다무는 차장님, 그 모습을 보며 난 한숨을 내뱉었다.
“솔직히, 코인을 사는 사람들도 다 마음속 한켠으론 알고 있을 거예요.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 데이터 쪼가리.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금처럼 될 수 있다고 떠들지만, 금이 있는데 왜 비트 코인을 사겠어요?”
“…….”
“욕망과 탐욕을 먹고 자라는 거품이에요. 계속 부풀다가 결국엔 꺼지겠죠.”
씁쓸한 사실이다.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거지. 이전 세계의 코인판에서도 몇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법이 없어 짱깨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되어버렸으니까. 내 대답에 잠깐 팔짱을 낀 채 생각하던 차장님은 이내 고갤 끄덕였다.
“좋아, 네 고견은 잘 들었다. 곧바로 경제 파트 애들에게 전할게. 근데…….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말이야.”
“넹??”
“너, 얼마 벌었냐?”
차장님의 질문에 싸장님도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낸다.
흐음, 뭐 ‘과시욕’ 또한 사람의 중요한 욕망 중 하나지. 내심 어깨가 으쓱하는 것을 추스르며 난 거래소 앱을 켜고 확인했다. 평가된 자산 액수는……. 100억이 살짝 안 되는구만. 그렇게 당당하게 난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와!? 백억??”
“이야, 수익률 보소?! 너, 첫 시드가 얼마였냐? 이 쉐끼, 설마 빚 안 갚고 딴 주머니 차고 있었어?”
액정에 뜬 금액을 보곤 곧바로 주먹을 꺼내 드는 싸장님, 그 철권이 떨어지기 전에 난 찔끔 고갤 숙이며 대꾸했다.
“그,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었던 천만 원으로 불린 거예요! 천만 원! 그리고, 굳이 코인판에 뛰어든 건, 친구와 한 내기 때문이고요.”
“내기?”
미간을 찡그리는 싸장님에게 난 한 달 전에 한 서예린과의 내기에 대해 설명했다. 100억 가지고 1,000억 불리기 vs 천만 원으로 100억 만들기. 그런 내 말을 듣고 난 뒤 차장님이 혀를 내두르신다.
“와, 장비 담보로 대출 100억 해서 800억이라니……. 걔도 만만치 않구만.”
“미친 거죠, 언니. 아예 1도 모르면서 이전에 가지고 있었단 것만으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뛰어든 거니까. 그나저나……. 우리 도비 투자의 귀재였네? 한 달 만에 시드를 천 배로 불렸어?”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했다는 말에 감탄하는 싸장님. 그 감탄에 난 쓰게 웃으며 고갤 저었다.
“솔직히, 투자는 하나도 몰라요. 그냥 코인판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선동과 날조’를 잘했을 뿐이죠. 곧 현금화해서 빚 갚겠습니다, 싸장님.”
“그래라.”
“아, 혹시 싸장님도 비트 코인 투자하고 있으면 빨리 물량 빼세요. 곧 중국 쪽 발표가 날 텐데 심상찮아요. 말했다시피 코인판의 본질이…….”
“난 코인에 투자한 거 없다.”
혹시나 해서 경고하려 했는데, 투자한 것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싸장님. 좀 의외였다. 요즘엔 ‘블록체인’이라는 말에 다들 미쳐있는데 말이지. 국정원 차장님도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자 싸장님은 찻잔을 들어 한 번 홀짝이곤 어깰 으쓱이신다.
“전 ‘제가 아는 분야’에만 투자해요, 언니. 이해할 수 없는 건, 최대한 배제하고요.”
“오…….”
“무엇보다, 돈은 이미 썩어 넘쳐요. 재산이 조 단위인데 딱히 더 욕심을 부릴 이유 없죠, 뭐.”
재수 없는, 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그 말에 차장님과 나는 한마음이 되어 침묵했다.
5.
우그 타람에서 잠깐 출근 도장만 찍은 후, 난 곧바로 아가씨네 회사로 출근했다.
요즘 아가씨는 뉴 송파구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임대한 ‘비트 넥스’ 사내에서 숙박하신다. 검은색 추리닝 차림에 땡그란 안경까지 쓰고 아주 IT 폐인처럼 지내지. 하루 4시간 자는 걸 빼면 미친 듯이 일한다. 그렇게 남친으로서 여친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하는데…….
-아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
회사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직원들, 그리고 사장실 쪽에서 들려오는 아가씨의 성난 고함. 슬쩍 <눈>의 시점을 옮겨서 아가씨가 있는 사장실을 확인하니 접대용 테이블에서 아가씨와 딱 봐도 귀티가 나는 장년의 남자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채, 마빡에 핏대를 세우고 몸에선 정전기를 ‘빠직-!’거리고 있는 아가씨.
커다란 안경알 너머의 두 눈은 잠을 잘 못 자서인지 잔뜩 핏발이 섰다. 게다가 마력 각성자 특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어서 꽤 살벌하고. 심약한 사람은 곧바로 기가 죽어버릴 만한 위압감이었지만 소파에 앉은 고급스런 정장의 장년인은 담담하게 차를 마시며 대꾸한다.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솔직히, 코인도 금융에 가깝지 않나? 나름 제값도 치러주겠다는데?”
그 말에 아가씨는 소파의 시트를 ‘팡!’ 내리치며 히스테릭하게 바락바락 대꾸한다.
“이봐요, 이건 내 거예요! 내가 제안했고, 내가 만들었어요!”
“이쪽이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겠지.”
“아, ‘실명 계좌’ 연동하게 해준 거요? 그럼, 주거래 은행 한번 바꿔볼까요? 오히려 코인 하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신규 가입자가 엄청 많아지셔서 좋았을 텐데요?? 자꾸 이렇게 장난치면 진짜 다른 은행으로 갈…….”
“그걸, 회장님이 허락해 줄 것 같으냐?”
아가씨의 말을 도중에 끊어버린 후, 귀티 나는 아저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어나갔다.
“넘기지 않으면 결국 빼앗길 거다.”
“하, 뺏어볼 테면 뺏어…….”
“내가 아니라 아버지, 그러니까 ‘회장님’에게 말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인 듯, 멈칫하는 아가씨. 하지만 이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아저씨를 향해 두 눈을 치켜뜬다.
“할아버지가 제 사업을 빼앗는다고요?”
“그래, 제값을 쳐주는 나완 다를 거야.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빼앗길 거다. 어쩌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뭔 개소…….”
“엘릭서.”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귀티 나는 아저씨는 서 있는 아가씨를 올려다보며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운영하는 ‘코인 거래소’를 보아하니 대충 은행과 비슷하더군. 거래도 사실상 거래소 내부 거래, 장부상에서 이리저리 옮기기만 하면 끝이지. 은행처럼 지급 준비율을 삼으면 5%의 코인만 남겨두면 별문제도 없을 거야. 어차피 99%의 인간들은 거래소에서 코인을 꺼내지도 않을 테니까.”
“설마, 거래소의 코인을 빼서 엘릭서를…….”
“대량의 물량을 확실하게, 시세 변동 없이 구하는 방법이지.”
이어지는 아저씨의 말에 아가씨가 말문이 막힌 가운데, 귀티 나는 아저씨는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난, 너보다 훨씬 오랫동안 아버지를 봐왔다. 그리고 너보다 훨씬 잘 알지. 아버지는 곧 손을 뻗을 거야.”
“큰삼촌이 엘릭서를 노리는 건 아니고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아가씨, 그에 유창하게 아가씨를 몰아붙이던 장년의 아저씨가 처음으로 멈칫하더니 이내 쓰게 웃었다.
“부인할 순 없구나. 나 같아도 미친 듯이 구하고 싶다. 내가 좀 더 늙었다면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예상되는 최소 가격만 하더라도 10조 원 대가 넘어서 포기했다. 기업의 뿌리를 뽑아서 팔아 치워야 하는데……. 아직까진 젊음보단 그 정도 크기의 돈이 더 좋거든.”
어깰 으쓱인 후, 아저씨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가씨를 바라본다.
“넌, 아버지를……. 그러니까 회장님을 마냥 좋게 보지. 이해한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널 긍정적으로 봐준 이니까. 네 아비가 죽은 뒤에 반쯤 키워준 정도 있고. 하지만,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과 총애는 네가 ‘이상적인 후계자’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거다. 너도 알 텐데, 아버지의 관심과 케어는 <마력 각성> 이후에 있었다는 걸?”
“…….”
“하지만, 그 엘릭서가 있다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지. 후계자라는 것이 아예 필요 없어지니까. 아버지는 네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고 잔인한 사람이다. 자식인 나도 좀 껄끄러울 정도로.”
“…….”
“한번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귀티 나는 아저씨는 문을 열고 사장실 밖으로 나온다.
문밖에서 대기하던 마력 각성자 경호원들이 그 아저씨에게 달라붙는다. 사무실의 직원들이 힐끗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그 일행을 주시하는 가운데, 무심하게 걷던 아저씨는 내 쪽을 보곤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
“??”
거, 백발인 사람 처음 보나? 하지만, 이내 다시 덤덤하게 발걸음을 재촉해 사라진다. 그렇게 선객이 사라진 뒤-.
-똑똑!
“아가씨?”
난 조심스럽게 사무실에 노크하고 들어섰다. 진이 빠진 것처럼 소파에 너부러진 우리 아가씨, 날 향하는 아가씨의 시선에 난 빙긋 웃어준 후 그 옆에 앉았다.
“괜찮아요? 웬 이상한 아저씨가 밖으로 나오던데. 고함도 들리고.”
“……X 같아, 정말.”
울적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아가씨, 어깨에 기대는 그 머리를 조심스레 내 무릎에 눕혔다. 그렇게 내 무릎을 베고 드러누운 아가씨는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큰삼촌이야. 금융 쪽 계열사를 가졌지. 이번에 ‘비트 넥스’를 설립하면서 좀 도움을 받았고, 지분 10%가량을 줬어.”
“흐음, 그렇군요.”
“그리고 이 사업을 내놓으라고 지랄 중이야.”
예상했던 것이지만 그래도 좋진 않구만.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아가씨는 쓰게 웃는다.
“우리 거래소 서비스가 대부분 DK 금융사와 좀 연동된 것이거든. 오늘 한번 시위했어. 덕분에 거래소가 잠시 멈췄지.”
“아, 점심경에 15분 정도 거래 정지된 이유가……?”
고개를 끄덕이는 아가씨. 쓰읍, 그 인간 아주 악질이구만. ‘가서 좀 때려줄까요?’하고 물어보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갤 저으셨지만, 이내 울적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린다.
“X 같아, 진짜 X 같아.”
“…….”
“직원들도 믿을 수 없어. 거래소 코인 몰래 빼돌리려고 한 것 하며, 상장 관련해서 뒷돈 받고, 심지어 내부에서 해킹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힘든데 외부에서도 지랄해……. 내일 국감장에도 가야 돼. 코인 관련 질의한다고 날 부르더라. 젠장, 진짜 너무 짜증 나.”
어른스럽다곤 해도 고2에게 이런 일들이 들이닥치다니……. 멘탈이 바사삭할 만해. 어떻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깝다. 전수해줄 코인 관련 노하우는 거의 다 전수했거든. 그렇게 칭얼거리던 아가씨는…….
“진짜 피곤하셨던 것 같네요.”
점점 그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어느새 코를 도롱도롱 고시며 잠에 빠지셨다. 정말 많이 피곤해하신 것 같네. 쓰게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은 후, 마법으로 공기를 뭉쳐 날려서 전등을 껐다. 그러곤 스마트폰을 켜고 거래소를 확인했다.
“흠.”
중국 정부에서 슬슬 코인에 대해 논의에 들어간다는 기사에 숏을 치기로 결심했지만……. 아직 현금화한 건 고작 천만 원 정도다. 한 번에 처리하면 시세가 박살 날 게 뻔해서 조금씩 휴일 동안 매매를 부탁하려고 왔는데 아가씨가 잠들어버렸네??
“에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설마, 휴일 사이에 큰일이 나겠어? 현금화한 천만 원을 숏 포지션에 넣은 후, 난 가지고 다니는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