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36화 (336/350)

제336화

8.

LAX에서 투입할 수 있는 전력 중 가장 강력한 패는 ‘요룬 가린’이다.

이능력자들이 널린 미국에서도 300명이 채 안 되는 희소한 S랭크의 능력자, 대지 계열의 룬 문자를 7개나 동시에 중첩시킬 수 있는 7위계의 마법사였으며 근접전 소양도 어느 정도 갖춘 강자였다. 그런 요룬 가린은…….

-요룬 가린, 호출을 받으면 곧장 와야 합니다! 그러라고 ‘순간이동 반지’를 드린 거고요! 도대체가…….

“어쩔 수 없던 것이라! 빌딩 철골을 교체하는 중이었다꼬! 그때, 작업 내던지고 왔으면 빌딩 무너졌다! LA 시내에서 마천루 무너지는 꼴 보고 싶간디?”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타박을 받으며 허겁지겁 공항의 톨게이트 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마력 각성자의 몸값은 비싸다. 특히나, 뛰어난 실력자들이라면 더더욱. 테러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경비는 꼭 필요하지만……. 평상시엔 그다지 쓸데없는 존재다. 반면에 돈은 엄청나게 잡아먹고.

그렇기에 LAX는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SGU 같은 경우엔 다른 공항 근처 지역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 시 파견하는 방식으로 시 정부의 지원금을 끌어왔고, 요룬 가린 같은 경우엔 공항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 반지’를 주면서 ‘파트타임’으로 고용됐다. 급한 일이 터졌을 때만 부르는 일종의 용병 같은 느낌으로.

“정 뭐라 그럴 거면 아예 정식으로 고용하라! 이럴 때만 부르지 말고! 거, 누군 쥐꼬리만 한 돈 받고 이런 일 하기 좋아서 그러나…….”

무전기를 향해 투덜거리는 요룬 가린, 부를 때마다 LAX 측에서 거액의 돈을 받지만 그는 이미 <대지 마법>을 활용해 LA에서 빌딩 보수·해체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사업가’였다. 이런 LAX의 방위 같은 일은 ‘억지로 떠맡게 된 일’이고.

그렇게 한번 불평을 쏟아낸 그는 타고 있던 록 보드(Rock board)에 마력을 더 불어넣어 속도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놈이 일을 벌이는 겨? 그, SGU 애덜이면 거의 다 해결될 텐디.”

-……대단한 수준의 전사입니다. CCTV 영상과 조우한 대원들의 증언으로 판단했을 때 최소 S랭크, 마법도 어느 정도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X이펄…….”

오퍼레이터의 대꾸에 조용히 쌍욕을 내뱉는 요룬 가린, 한 마디로 목숨을 건 전투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욕을 하건 말건 무전기 너머의 오퍼레이터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 그의 근처에서 확인된 마법은 4가지입니다. <공간 이동>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 <투명화>로 몸을 숨기고 있던 것, 공항의 험비 차량에 설치된 벌컨포를 ‘정체불명의 투사체 마법’으로 저격해서 날려버린 것, ‘비정상적인 어둠’을 불러와서 몸을 숨긴 것……. 아. 방금 새로운 마법을 하나 더 사용했다 합니다. 주위의 공기를 뭉친 뒤에 발사·폭발시키는 마법.

“거, 확인된 마법 종류가 대단히 특이하구마. 어떻게 된 게 사용한 마법들이 마전사 같지가 않은디?”

오퍼레이터의 음성에 요룬 가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전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건,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마법이란 것은 대단히 편리하니까. 하지만, 대부분 전사들이 배우고 사용하는 마법은 자신들의 육체적 능력을 보조하는 종류지 ‘투사체를 발사하는 종류’를 배우는 건 드물다.

“모, 됐꼬! 놈은 뭐하고 있나?”

-현재는 공항 내에 있는 타락체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지금 4마리째랍니다.

“……타락체?”

-네.

요룬 가린의 얼굴이 묘하게 변하는 가운데, 무전기에선 오퍼레이터의 한숨 섞인 대답이 흘러나왔다.

-‘타락체 검사’가 가슴을 개복하는 외과 수술이잖습니까? 성인은 몰라도 어린애들에겐 부담이 되기에 수술을 면제했는데……. 어린애들 사이에서 심연 기생체가 있었습니다. 날뛰고 있는 거수자는 어떻게 그런 타락체를 파악해서 사냥하고 있고요.

“……그놈 의도가 도대체 뭔감?”

-모르겠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심연 기생체들을 빼면 거수자에게 직접적으로 죽은 이들도 지금까진 없고요.

“흠, 그럼 그냥 내보내줘도 되지 않은감…….”

요룬 가린이 은근슬쩍 중얼거리자 무전기 너머에선 정색하듯이 단호한 어조로 음성이 흘러나왔다.

-요룬 가린, LAX는 미국의 얼굴과도 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그런 공항을 지키는 건 크게 보면 여러분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쾌적함은 정부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고, 질서를 파괴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아, 알갔다! 알갔서! 그만해라! 나도 이해한다꼬!”

일장 연설이 나오기 전에 요룬 가린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면 사회가 마비되고, 사회의 기득권들도 이전과 같은 편의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 미궁에선 적용되지 않는 개념이지만 밖에 나온 뒤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했고.

……문제는 그걸 자기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거지만.

“읏차.”

오퍼레이터가 가라고 지시했던 제2 여객터미널 밖에 있는 출구에 도착한 후, 그는 록 보드에서 내린 뒤에 아직도 통로 쪽에서 간간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공항 승객들을 보며 무전기에 입을 댔다.

“니가 말한 곳에 도착했데이. 여기서 함정 파고 대기하믄 되지?”

-예.

곧바로 그는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에 마법을 걸었다. 원하는 순간, 크레모아처럼 강렬하게 폭발하는 주문. 혹여 주위에 민간인이 있다면 휘말릴 수도 있기에 그 폭발의 각도 또한 세심하게 조정했다. 생각 없이 나온 순간, 거수자는 벌집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근처 자동차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 타깃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타깃이 멈췄습니다.

“머?”

-한 40m 앞에서 돌연 멈췄어요. 아, 방향을 돌려 다른 쪽으로 갑니다. 뭔가 눈치챈 낌새예요. 진입해서 제압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요룬 가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쉽게 그냥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무전기에서 재촉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록 보드를 타고 공항 안으로 움직였다.

9.

맹렬하게 다가오는 드워프 어스 서퍼(Earth Surfer)의 모습에 곧바로 <아가리 주머니>에서 공간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솔직히, 작정하고 달려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만……. 그렇다고 다른 애들처럼 봐주면서 싸우기엔 수준이 심상찮았다. 놈을 피해 뒤로 빠지면서 스크롤에 마력을 불어넣고 찢었다. 그와 함께 스크롤에서 흘러나온 마법이 내 몸을 휘감-.

“삐이이! 삐이이얏!(해제 각이다! 해제 각!)”

“삐이이이얏!(스펠 카운터!)”

자마자, SGU라 적힌 복장을 입고 있는 스프리건들이 눈이 돌아가더니 일제히 마력으로 룬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내게 손바닥을 뻗고, 그 룬문자가 만들어내는 마법적인 파장이 내 주변을 휩쓴다.

디스펠 (Dispel)

레벨 3 주술

시전 소음 : 5

주문 소음 : 0

최대 SP : 200

사거리 : 100m, 파장 형태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3P

효과 : 생명체에게 걸린 마법적 효과를 없애는 마법. 일시적인 축복(또는 저주)을 받은 생물에게 시전 시, 해당 마법과 생명체의 영체 사이에 간섭하고 있는 미묘한 파장에 간섭하여 마법을 붕괴시키고 마법 오염을 중첩시킨다.

주문을 붕괴시키는 데 실패하더라도 그 지속시간을 줄여버린다.

내가 배운 <독의 연소>와 비슷한 마법. 하지만, 이건 타인의 마력에도 간섭한다.

내 몸을 감싸고 있던 <공간 이동>의 마력이 순식간에 스프리건들이 내뿜은 파장과 섞여서 마법이 아닌 ‘뒤틀린 마력의 파장’이 되어 흩어진다. 내 몸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마법 오염, 이거 자칫 잘못하면 내 영체에 마력 돌연변이가 생길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다. 이런 개…….

“삐삣!(돔황챠!)”

살기를 뿜어내며 바라보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스프리건들, ‘순간이동의 반지’와는 달리 딜레이가 있어서 좀 그랬는데 이런 약점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오는 드워프를 향해 그냥 내달렸다. 아직, 괜찮다. 도망치지 못한 승객들을 방패 삼아서 움직이면 건드리지 못하겠…….

“어디, 얼마나 도망칠 수 있을까 함 보까!”

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코 공항에 난입한 공사장 인부 차림의 드워프 서퍼는 내 예상을 초월했다.

시멘트 용해/경화 (Cement Liquefaction/Hardening)

레벨 4 대지/연금

시전 소음 : 5

주문 소음 : 5

최대 SP : 200

사거리 : 반경 100m, 파장형태.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4P

효과 : 드워프 대지술사, ‘요룬 가린’이 고안한 대지/연금술 마법. 오직 시멘트에만 반응하는 마법의 파동을 발산한다. 이 파동에 노출된 시멘트는 빠르게 진동하다가 젤 형태로 변화하며, 이렇게 변화된 상태의 시멘트는 술자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으며 굳어버리게 할 수 있다.

새롭게 굳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크랙(Crack)들이 완전히 사라지기에 더 단단해진다.

요룬 가린이 세계적인 건물 보수 전문가로 우뚝 서게 된 이유, 주문을 이루는 룬 문자의 형상은 공개되어 있으며 건물의 보수에 이 사용될 시에 소정의 ‘로열티’가 부과된다.

넓적한 바위를 타고 맹렬하게 쫓아오는 드워프,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톳빛 마법의 파장에 주위의 건물이 흐물흐물해진다.

“아, 아아아악!”

“뭐, 뭐야! 바, 바닥이 빨려 들어간다!!”

“삐, 삐야아아악!(나, 나 빠져 죽어!!)”

“퓌, 퓌이익 퓟!(머리! 머리 위에 올라!)”

바닥에 깔린 대리석 타일이 가라앉고 이어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승객들은 물론이고 근처에 있던 SGU 대원까지 죽처럼 된 시멘트에 발이 빠진다. 스프리건들이 재빨리 근처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올라서는 가운데-.

“흡!”

난 가라앉고 있던 지면의 대리석 타일을 박차며 곧바로 방향을 바꿔서 근처의 기둥에 달라붙었다.

겉으로 보기엔 무작정 광범위하게 시멘트를 액체로 녹여버리는 것 같지만, <눈>으로 마법의 작용 방향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드워프의 마법은 공항을 떠받치는 핵심적인 기둥과 골조는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좋아, 그럼 부실한 2층 바닥은 쉽게 녹이지 못하겠군.

곧바로 기둥을 박치며 수직으로 2층 쪽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맹렬하게 쫓아오는 드워프 서퍼가 이쪽을 향해 양손을 뻗고 그런 놈의 몸 주변에 또 새로운 룬문자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킴의 순간 해체술 (Kim's Rapid Deconstruction)

레벨 5 대지

시전 소음 : 8

주문 소음 : 25

대미지 공식 : Nd(5+sp/5), (N: 어떤 것을 대상으로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짐)

최대 SP : 200

사거리 : 반경 100m, 광선(beam)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5P

효과 : 강렬한 폭발성 마력을 암석에 주입하는 마법, 들어간 암석은 주문 시전자가 원하는 때에 급격하게 폭발하며 날카롭게 쪼개진 파편으로 그 주변을 휩쓸어버린다. 얼음 또는 암석으로 이뤄진 적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공항 밖의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에 넘실거리던 마력의 파장, 놈의 손바닥에서 번쩍이는 황톳빛이 내가 붙어있던 기둥 쪽으로 날아와 쪼이고-.

-투-콰-ㅇ!

굉음과 함께 기둥을 이루던 콘크리트가 터져나가며 크레모아가 터진 것처럼 내가 있던 자리를 휩쓴다. 하지만, <눈>으로 룬문자가 만들어지는 것과 그 효과에 대한 플레이버 텍스트를 읽었기에 한 박자 먼저 기둥에서 벗어난 뒤-.

“MA-RUN-TA!”

<액체 질소 대포>를 시전, 신발 발밑에서 뭉친 질소를 터트려 도약했다. 내 전공이 <대기 마법>이 아니라서 말총머리 놈처럼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순 없지만, 이렇게 <액체 질소 대포 마법>으로 ‘직선적인 움직임’이나 ‘크게 도약’하는 건 가능했다.

-챙그랑! 타닥!

커다란 유리창을 깨고 2층에 도달, 드워프 서퍼를 따돌리며 <아가리 주머니>에서 해제 포션을 하나 꺼내 들이켰다. 식품 취급 안 해주는 건지 다행히 입에 닿았고 <디스펠>로 인해 넘실거리는 마법 오염이 좀 씻겨 내려간다.

“퓨후우우……!”

빈 유리병을 내던진 후, 방에 띄워둔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디로 도망칠지 경로를 탐색했다. 역시, 연막을 깔아버린 뒤에 <연금술>로 몸에 묻은 반짝이를 제거하고, 다시 한번 ‘투명화 오일’과 ‘공간이동 스크롤’을 쓰면…….

“내게서 도망은 못 친데이?”

“……!?”

그사이에 미친 드워프 서퍼가 기어코 2층에도 올라왔다.

바위를 타고 폭발적으로 내게 따라붙는 녀석, 무너지는 걸 생각하는 듯 1층에서처럼 광범위하게 시멘트를 녹여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지만……. 2층은 1층에 비해 남아있는 민간인들의 숫자가 적었다.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꼬!!”

미친 드워프 서퍼는 <킴의 순간 해체술>이라는 부비트랩 마법을 난사해서 내 앞쪽에 2층 바닥에 도배하면서-.

강철 탄환 (Iron shot)

레벨 6 대지

시전 소음 : 6

주문 소음 : 6

대미지 공식 : 9d(15/9+sp/12)

최대 SP : 200

사거리 : 직선 투사체 1km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6P

효과 : 지면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뭉쳐서 발사하는 주문, 구조물의 철골을 끌어와서 발사할 수도 있으며, 철골을 사용할 시엔 주문의 딜레이가 대폭 감소한다.

주변 바닥에 있는 철골과 철근을 마법으로 뽑아내서 발사한다.

-투쾅!

-쾅!

-쩌엉!

포탄처럼 ‘쾅! 쾅!’ 날아오는 철근 덩어리들, 뉴 송파구에서 봤었던 늙은 트롤의 <우지챠의 에메랄드 창>보단 약하지만, 어차피 한 발 맞으면 즉사인 것은 똑같다. 앞쪽에 깔아놓은 부비트랩 마법 때문에 피할 범위도 한정됐다!

이를 악물고 <눈>으로 궤적을 파악해 펄쩍 뛰어 공격을 피하고, 피하기 힘든 건 전력으로 창을 휘둘러 쳐내면서-.

“이 미친놈아!”

날 쫓아오는 드워프 서퍼를 향해 돌진했다.

공항을 박살 내면서 쫓아오는 미친놈, 아무리 생각해도 스프리건들처럼 무시하며 넘길 만한 수준이 아니다. 최소한 부상을 입혀서 전장에서 이탈시켜야 해.

“……!?”

그렇게 작정하고 살기를 피워 올리며 접근하자 드워프 서퍼는 보드의 움직임을 전환-뒤로 빠지면서 <강철 탄환> 주문을 연거푸 쏘아낸다.

-투-콰-ㅇ!

-쾅!

“MA-RUN-TA!”

날아오는 철근들을 피하고 쳐내면서 <액체 질소 대포>를 발바닥에 터트렸다.

<광폭화>를 썼을 때와 비견될 만한 강렬한 찌르기, 아직 여유가 있기에 즉사할 급소는 아니고 적당히 심장 근처를 노렸다. 그런 반격에 놈은 주저앉으며 서핑 보드처럼 타고 있던 커다란 바윗덩이를 앞으로 세운다.

-쩌-ㅇ!

빈약한 힘 때문에 꿰뚫지 못하고 박히는 창, <광폭화>했다면 한 방에 조졌을 텐데……. 아쉬움에 속입술을 깨물고 있는 와중에 드워프는 짜리몽땅한 다리를 놀려 가며 뒤로 빠지면서 내가 꿰뚫은 바위를 향해 <킴의 순간 해체술> 마법을 건다.

크레모아처럼 내가 있는 방향의 면들이 터지도록!

“흡!”

-콰-ㅇ!

창을 놓고 재빨리 뛰어올랐다.

크레모아처럼 날카로운 돌조각이 휩쓰는 가운데, 난 <아가리 주머니>에서 연거푸 ‘악취 구름 연막탄’과 ‘강화 수류탄’을 서너 개 꺼내 놈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착지하자마자-.

-타닷!

여분 무기인 단검을 꺼내 쥐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놈들은 그냥 무시하고 도망쳐도 괜찮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드워프 새끼를 내버려뒀다간 계속 쫓아올 것 같았다. 자칫 내가 먼저 황천길 갈 것 같기도 하고. 최소한 무력화를 시켜야 해. 배때기에 칼빵 몇 번 놔주면 못 움직이겠지!

-퍼-ㅇ! 푸쉬이이이…….

-콰-앙!

터지는 ‘악취 수류탄’과 ‘강화 수류탄’.

녀석은 내가 뭔가 던지자 몸을 웅크리면서 바닥 타일을 물처럼 바꿔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외부를 단단히 굳혀버렸다. 나름 훌륭한 대응, 하지만 이미 <악취 구름>을 일부 들이켰고, 연이어 콘크리트를 뚫는 수류탄의 파편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RA-TI-AM!”

-콰득!

“……!”

난 <염기성 무기> 주문을 건 단검을 꽂아 넣었다.

바닥의 콘크리트를 뚫고 그 속에 있는 드워프의 등짝에 꽂힌 단검, 갈비뼈 사이로 폐를 꿰뚫었다. 솔직히 목이나 심장을 노려서 ‘경험치 수급’을 해버리고 전리품까지 싹싹 긁어가고 싶었지만……. 미국에 온 내 목적을 상기하면서 참았다.

엘 마르를 조지면서 ‘비트 넥스를 홍보’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살인은 자제해야지. 뭐, 이미 소동이 이렇게 커진 이상 99%는 조진 것 같은데……. 몰라 레후, 놈이 사기를 친 돈을 회수해서 돌려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타락체를 빼면 직접 죽은 사람도 없는데?

-타닥!

콘크리트 속에서 일그러지는 드워프의 얼굴을 확인한 뒤, 곧바로 뒤로 빠져서 바닥에 떨어진 내 창을 회수하고 내달렸다. 어디 보자, 벌써 건물 밖에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으니까, 그냥 연막을 친 김에 안에서 반짝이를 벗기고 투명화 오일을 써야겠…….

[이 염소 오줌에 튀겨버릴 새끼가!!]

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미친 드워프 쪽에서 느껴지는 심상찮은 마력의 파동, 그와 함께 확성기로 ‘웅-! 웅-!’ 울리는 것처럼 벽이 진동하며 들리는 노호성. 그 음성에서 느껴지는 깊은 빡침과 분노에 한숨을 내뱉었다.

……좀 더 확실하게 조졌어야 했나?

계속 도망치면서 어쨌든 <눈>으로 뭐가 벌어지는지 확인했다. 시커먼 <악취 구름> 연막 너머, 돌처럼 변한 드워프가 서 있었다. 그 팔과 다리에서 인체의 신경망을 모방하는 마력의 실이 떠오르고 거기에 살점처럼 철근과 콘크리트가 달라붙는다.

석상의 형상 (Statue Form)

레벨 6 대지/변이

시전 소음 : 30

주문 소음 : 0

최대 SP : 200

지속시간 : 마력이 전부 소모되기 전까지.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6p

<신체 강화 효과>

·맨손 기본 데미지 12, 맨손 명중 보너스 5

·일반적인 AC 증가량 : N(암석 종류) + 0.12(sp) AC

·음에너지 저항+, 전기 저항+, 독 저항∞, 고문 저항+

특이사항

·모든 행동이 1.5배로 느려지고 혈액이 없어진다.

·내부에 있는 시전자에게 닿기 전까지 체력은 의미가 없어진다.

효과 : 시전자를 주변의 암석으로 감싸 거대한 석상으로 변화시키는 마법. 겉보기엔 골렘과 비슷할 수 있으나 마법 시전자의 마력 신경망과 결합하여 훨씬 더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석상의 몸체는 암석 그 자체이기에 독과 부패, 음에너지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된다. 또한 석상의 안에 있는 마법 시전자를 타격하기 전까진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 또한 존재한다.

거대한 석상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신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기에 마법의 시전 속도가 1.5배가량 느려지며, 암석을 해체하는 마법에 직접적인 대상이 될 경우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콰직! 쩌저저저저적!

드워프를 중심으로 뭉치는 콘크리트, 그 육중한 하중에 2층 바닥이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나서 무너져 내리고 드워프는 1층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인근 석재가 무너지면 드워프에 달라붙는 석재의 양은 더더욱 많아지고 그 형상은 더더욱 다듬어진다.

불과 2~3 호흡 만에 만들어진 6m 남짓한 드워프 석상

아무런 생기도 없던 그 석상의 두 눈에서 ‘번쩍!’ 황토색 불빛이 번쩍이고-.

[일로 온나!]

-우르르르르!

석상의 어깨쯤에 닿는 2층 바닥을 그대로 박살 내면서 이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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