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37화 (337/350)

제337화

10.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것처럼 공항 건물이 흔들린다.

-콰드드득! 쿠르르릉!

그 거대한 몸에 부딪히는 2층 플로어의 바닥은 좀 저항하는 듯하다가 결국엔 부서지고 으스러져 흩어졌다.

[거기 안 서나!!]

확성기로 ‘웅-! 웅-!’ 울리는 것처럼 벽이 진동하며 들리는 노성, 석상 거인의 거대한 손바닥이 앞을 가로막는 것-벽, 바닥, 그 외에 잡다한 것-들을 후려갈기자 스티로폼 덩어리마냥 튕겨져 날아간다.

“X발!”

내 뒤에서 벌어지는 꼬라지를 보며 난 재빨리 슬라이딩했다.

튕겨져 날아가는 암석 덩어리들, 하나라도 맞으면 쥐포가 될 만한 커다란 돌덩이들은 피해냈지만 자잘한 것들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창을 방패 형태로 바꿔서 황급히 막아냈지만, 달걀만 한 돌덩이들이 내 몸 곳곳을 때렸다. 확실히, 나도 괴롭긴 한데…….

“삐, 삐야아아악!!”

“요룬 가린!! 미쳤습니까!! 야, 민간인 구해! 민간인!”

“그만! 그마아아안! 이 미친 난쟁이 새끼야!!”

다른 쪽은 더 난리가 났다.

대부분 승객들이 도망을 쳤다지만 아직 구석이나 상점가에 숨어 있는 민간인들도 많이 있었다. 그에 SGU라고 적힌 경비병들이 혼비백산해 흩어지면서 드워프에게 뭐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눈깔이 돌아간 듯한 놈은 그저 두 손을 뻗고 나만 쫓아올 뿐이었다.

[요, 쥐새끼만 한 거시!!]

근처의 철근 콘크리트 돌덩이를 쥐고 야구공 던지듯이 내던지는 드워프. 바윗덩이도 바윗덩이지만, 던지기 전에 석상의 손은 마력의 아우라로 빛났다. 그래, 저 미친 새끼. 내던진 바위에 <킴의 순간 해체술>이라는 폭발 마법을 걸었다.

-콰-ㅇ!

폭약이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돌파편들, 방패 형태로 바꾼 무구로 몸을 가리면서 1층의 기둥 쪽으로 떨어져서 대부분 피했지만 그 파편 폭풍에 건물 벽이 무너지고 거기에 휘말려 깔리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다행히 직격은 피해서 죽진 않은 것 같다만 중상은 확실해 보여.

……이 정도면 그냥 저 드워프 새끼를 죽여도 별말 없지 않을까?

솔직히, 내가 입힌 피해보다 훨씬 더 피해를 많이 입힌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인데도 스마트 폰 촬영을 하고 있는 용자들을 보면 저놈을 죽여도 그리 이미지에 손상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

-콰-앙!

굳은 콘크리트가 녹아내려 허리춤까지 질척하게 빠지는 늪처럼 변한 1층, 이전엔 그래도 기둥은 신경을 써서 녹여버리진 않았는데, 이젠 그냥 싸커킥으로 기둥도 후려친다. 물론, 난 재빨리 녹지 않은 지점으로 도약해서 착지했다.

-쿠르르르…….

“으, 으아아아악! 무, 무너진다!”

“사, 살려줘! 살려줘!”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들 중 하나가 시원하게 날아가고 공항 건물이 더 위태롭게 돌조각을 흘린다. 유리 돔 형태의 천장은 모조리 박살 나거나 골조가 떨어지고 그에 남아있는 민간인들과 경비병들이 더 난리를 피우지만-.

[뒤져뿌라!]

날뛰는 드워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1층의 출렁이는 콘크리트들을 <대지 마법>으로 통제해 파도를 일으키듯이 이쪽으로 날리곤, 동시에 석상의 허릴 숙여 지반 공사에 깔린 철근 골조를 손으로 뜯어내면서 마법을 준비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뭘 해야 할지 생각을 굳혔다.

……일단, 이곳에서 나가야겠다.

민간인 피해도 피해지만 무엇보다 이곳 건물 자체가 시멘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저놈에겐 홈그라운드 같았다. 게다가 이렇게 싸우다가 재수 없으면 건물이 폭삭 무너져 깔릴지도 모르고. 나간 뒤에 저 미친 드워프를 죽일지 말지 결정…….

아니, 그냥 죽이자! 레벨 업 경험치라도 얻어야지!

“MA-RUN-TA!”

방패로 쓰고 있던 무구의 형태를 약간 더 손봐서 출렁이는 콘크리트 늪 위에 던진 뒤, 스케이트보드 타듯이 그 위에 올라타서 한쪽 신발로 <액체 질소 대포>를 내뿜었다. 응축해서 구체로 터트리는 것이 아닌 ‘분사’ 형태로.

-푸쉬이이이이!

모터보트처럼 출구를 향해 질주하는 보드, 다행스럽게도 가드들은 더 이상 날 가로막지 않았다.

“삐삣-!”

“보내! 그냥 보내!”

오히려 어서 가란 듯이 진로를 가로막는 민간인들을 붙잡고 비켜서며 앞다퉈서 길을 터준다. 괜히 이곳에서 더 날뛰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꼴을 보기 싫어서 그렇겠지. 그렇게 내가 맹렬하게 도주하자 지반의 철근을 뜯어내며 어떤 수작질을 부리려던 드워프 석상도-.

[도망가지 마라!]

-쿠웅! 쿠웅! 쿠웅!

[맞서 싸우라꼬!]

격분하며 허겁지겁 이쪽으로 다가온다.

1/2배속 동영상처럼 느리고 굼뜬 동작, 하지만 크기가 거대해지면서 속도 자체는 훨씬 더 빠르다. 모터보트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나와의 거리를 드워프 석상은 빠르게 좁혔지만-.

-콰-아아아아앙!

“꺄아아악!”

공항의 출구 밖으로 나갈 때까지 따라잡진 못했다.

출구 밖으로 나온 날 뒤따라서 유리와 콘크리트로 된 출구를 터트리듯이 박살 내며 나오는 드워프 석상. 놈이 나온 순간, 난 보드 형태로 바꿨던 무구를 다시 창의 형태로 바꾸곤 방향을 급격하게 90도로 꺾었다. 그에 석상도 급격하게 방향을 꺾지만-.

[이, 이 쉐끼가!]

연거푸 방향을 꺾으면서 약 올리듯이 움직임에도 날 쉽게 따라잡진 못하고 애꿎은 빈 자동차들만 짓밟는다.

거대한 존재, 마력의 영향으로 많은 ‘물리적 제약’이 사라졌지만 모든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그 육중하고 비대한 몸집 때문에 필연적으로 방향 전환 속도가 느리다. 속도 자체는 커다란 몸집 덕분에 더 빠르겠지만, 이렇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쉽게 따라잡지 못한다.

……라고, 이전에 받았던 ‘오무혁의 경험’ 중에 이런 지식이 섞여 있었다.

당연히, 어떻게 공략할지도 알았다. 미친 드워프가 날뛴 덕분에 주위에 <디스펠>을 걸면서 방해할 만한 스프리건은 없는 상황. 이대로 ‘공간이동 스크롤’을 꺼내 써도 충분히 이탈하겠지만……. 이미 저놈은 거의 범죄자 수준으로 날뛰었으니 내가 죽여도 되겠지!

“RA-TI-AM! 까드드득-!”

창에 <염기성 무기> 주문을 건 후, 이어서 이빨을 악물고 장갑에서 올라오는 <광폭화>의 힘을 한 번 더 받아들였다.

그러곤,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석상의 다리 사이로 질주했다. 내가 다가가자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내리찍는 드워프 석상, 당연히 방향을 꺾어 피한 뒤에 그 등 뒤를 점하고 다람쥐처럼 그 위로 올라갔다.

-콰-ㅇ!

-파-ㅇ!

내가 몸 위에 올라서자 노련하게 스스로의 석상 몸체 일부에 <킴의 순간 해체술>을 걸어 터트려버리는 드워프.

<눈>으로 그 주문의 낌새를 파악한 순간, 재빠르게 석상에서 떨어졌다. ‘거대한 석상을 움직이는 마법을 유지’하면서 또 새로운 마법을 쓰기 때문인지, 석상이 된 순간부터 마법을 쓰는 지연시간이 꽤 컸다. 피하긴 꽤 쉬워. 인간은 그냥 피 모래로 만들어버릴 자갈 파편이 이리저리 튀기는 가운데-.

[이, 개…….]

계속 주위를 돌면서 석상의 어그로를 끌었다.

시야가 없는 등 뒤를 점하려고 하자 그에 맞춰서 몸을 돌리는 드워프 석상, 하지만 필연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나름 그 크레모아 마법을 미리 걸어서 대응해 보지만 그것도 계속 쓸 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석상의 등 뒤를 점하기 위해 몇 번의 신경전을 하면서-.

-타닥!

[……!?]

다시 한번 페인트를 주면서 몸을 꺾어 그 가슴팍으로 돌진했다.

정확히 말하면 명치 부분, 석상을 움직이는 ‘석화된 드워프’가 박혀 있는 곳을. 페인트에 속아서 육중한 거체를 돌리다가 다급하게 손을 뻗어 막아 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몸을 날린 상태에서 창을 내뻗었다. 그리고, 내 창은 그대로 석상 속에 있는 미친 드워프를 꿰뚫-.

“?!”

어야 했는데, 석상의 몸속에 있는 드워프의 위치가 돌연 이동한다.

<광폭화>의 힘을 빌려 힘차게 내지른 창이 석상의 명치를 꿰뚫었지만 그곳에 있는 거라곤 그저 철근 콘크리트 뭉치뿐, 허겁지겁 그 복부를 박차며 창을 뽑고 모기 잡듯이 내리치는 손바닥을 피해 지면으로 향했으나-.

“이 X……!”

-콰-앙!

드워프 석상의 싸커킥이 그대로 작렬했다.

전력 질주하던 덤프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 그대로 내 몸뚱이가 뒤로 한참을 날아가서 주차장의 한 차량 위에 굉음과 함께 내리꽂혔다. 완전히 찌그러진 차량, 뒤로 튕겨지면서 충격 또한 많이 흡수했다만 그래도 살인적이다.

“우웁, 웨에에엑……!”

전신의 뼈가 박살 나고 근육이 찢겨지고 으스러졌다.

아직까지 몸을 도는 <광폭화>의 기운이 억지로 뼈와 근육을 헤집고 이어 붙여서 동작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지만……. 그래도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Made in khan이 아닌 장갑이 주는 짝퉁 <광폭화>라서 그런지 성능이 시원찮구만.

그렇게 차량 보닛에 박힌 내 모습을 보며 드워프 석상이 의기양양하게 이죽거린다.

[바닥에 숨었을 때, 넌 정확히 내가 숨어있던 곳을 찌르더구만.]

“……케흑.”

[아마, 시야가 아닌 독특한 감지 기술이 있었겠제. 당연히, 나도 대비를 했쥐! 물론, 앞에서 찌를 줄은 몰랐지만.]

“…….”

[그럼 이제 뒤져뿌라!]

굉음과 함께 다시 이쪽으로 질주하는 석상, 이를 악물고 로브의 <아가리 주머니>에서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그와 함께 내 몸을 감싸는 ‘공간이동의 마력’, 다행히 이전처럼 방해하는 놈들은 없었다. 근처에 있는 정체불명의 드론들도 딱히 대응을 안 하고.

……하지만, 내 몸이 <공간이동>되기 전에 저 석상이 먼저 올 거다.

“후우우……!”

X발, 그냥 곱게 경험치 욕심내지 말고 도망칠걸. 속으로 살짝 후회하면서 연거푸 주머니에서 챙겨온 물품 중 하나를 꺼냈다.

빙의의 비약 (Elixir of Possession)

한새벽의 생체·영체-연금술로 제작된 ‘인공 악령’이 들어가 있는 비약. ‘인공 악령’의 정체는 한새벽 자신의 복제본이다. 섭취 시, 악령은 복용자의 영체에 덮어씌워지면서 몸의 통제권을 빼앗으려고 하며 그 과정에서 복용자에게 <고문> 마법에 준하는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

검은 환단, 마력 각성제의 2번째 단계 약물이다.

하지만, 그 영체를 약화시키지 않고 멜드라쉬가 선물한 그 ‘골궤’로 가공해서 대폭 강화했다. 사실, 내 몸의 부정적인 돌연변이를 없애기 위한 실험의 실패작인데, 생각지도 못한 쓸모가 있어서 몇 개 만들어서 가져왔다.

곧바로 환단에 마력을 불어넣고-.

“흐으으으-!”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을 영혼의 영액 흡수하듯이 빨아들였다. 그와 내 몸에 스며드는 놈이 내 육신과 영체를 탈취하려 한다. 마치, ‘오무혁이 혜영이의 몸을 잠시 차지했던 것처럼’-.

그러나, 아무리 개조에 강화를 거듭했다 한들 ‘모조품’이 ‘원본’을 이길 순 없다.

내 의지가 달라붙는 모조품의 의지를 꺾고 역으로 놈의 영체를 강탈한다. 그와 함께 내 전신에서 연기 같은 시커먼 아우라가 줄기줄기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억지로 모조품의 영체를 강탈해서 내 영체에 그 형상을 ‘적용’했지만, 제대로 붙질 않고 그대로 떨어져 나가는 거다. 실험실에서처럼 몇 초도 못 가서 원상태가 되겠지.

하지만, 그 몇 초가량은 뒤틀린 영체의 힘을 쓸 수 있다.

지하 송파구에 있었을 당시, 혜영이의 몸을 빼앗아 전쟁 군주급의 괴력을 뽐냈던 오무혁처럼. 내 빈약한 육신이 영체의 형상을 따라서 제멋대로 강화된다. 볼품없는 내 영체와는 달리 근육이 비대하게 붙은 내 모조품의 형태로.

-쿠웅! 쿠웅! 쿠웅!

“후읍!”

처박힌 자동차 보닛에서 나와 자리에 섰다.

움직여봤자 석상을 따돌리긴 애매한 상태, 그에 난 오른손에 쥔 창을 그대로 지면에 꽂은 뒤-.

“으드득-!”

이를 악물고 날 향해 내려꽂히는 석상의 오른발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11.

요룬 가린은 피할 수 있는 싸움은 되도록 피했다.

이건, 거의 모든 미궁 출신들의 공통적인 성향이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지만 계속 싸우기만 하다간 필연적으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전투의 변수는 너무나도 많고, 어처구니없이 강력한 실력자가 털끝만도 못한 약한 존재에게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싸우는 건 싫다.

-요룬 가린! 그만! 차라리 그냥 보내줘요!

[쥐여뿐다! 이 염소 X만 한 시끼!]

-공항이 무너진다고! 이 미친 새끼야! 니 사업체 불이익…….

하지만, 일단 싸움이 붙은 이상 끝장을 봐야 한다.

앞주머니에 있는 무전기에서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새하얗게 변한 요룬 가린의 머릿속은 일단 눈앞의 문제-적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외한 모든 것을 걸러내어 차단했다.

한번 제대로 분노에 차오르면 그 어떤 손해를 입더라도 끝까지 가는 완고함.

이젠 인간들에게도 어느 정도 잘 알려진 그들-드워프라고 불리는 종족의 특징이었다. 이미 한 번 죽을 뻔한, 실제로 마음만 먹었으면 죽었을 상황에 제대로 정신이 나간 요룬 가린에게 중요한 건 적을 분쇄하는 것이지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을 죽일 뻔한 적을 몰아세우던 그는 마침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우와아아아악!]

공항 밖으로 나온 뒤, 자신을 노리려다가 반격을 당한 ‘적’. 자신의 발에 맞고 날아간 그 날파리를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요룬 가린은 질주했다. 그 진행 경로에 있는 자동차를 모조리 짓밟고 박살 내면서-.

-콰-아아아앙!

그대로 서 있는 날파리를 짓밟았다.

석상의 모든 무게를 실어서 전력으로 짓밟은 일격, 지면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파에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가 튕겨져 날아가고 아스팔트는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쩌적쩌적 갈라진다. 그렇게 완전히 날파리를 짓밟았다고 확신한 순간-.

[허억! 허어어억!]

-요룬 가린!

반쯤 돌아버렸던 그의 정신이 돌아왔다.

이어서 그는 고통스런 얼굴로 얼굴을 찡그렸다. 극심한 통증, 놈의 칼에 찔렸던 등 부분이 썩어들어 가는 것 같았다. 어쨌든 적을 없앴으니 어서 빨리 몸을 추슬러야 할 때인데…….

[……?]

뭔가 이상했다.

석상의 발아래에서 올라오는 기묘한 감각. 마치, 딴딴한 용수철을 밟은 것처럼 서서히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날파리를 짓밟은 석상의 발밑에서 새카만 무언가가 줄기줄기 흘러나온다.

그 순간, 다시 힘을 줘서 짓밟아야 한다고 그의 머릿속이 경종을 울렸지만-.

“우와아아아악!”

-쿠웅!

그보다도 먼저 괴성과 함께 살짝 힘을 뺀 석상의 발이 그대로 옆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그에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면서 요룬 가린은 발을 밀친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짓밟은 날파리, 시커먼 먹물 같은 어둠에 휩싸인 덕분에 그 몸의 윤곽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광전사 같은 붉은 안광은 또렷하게 보인다!

그와 함께 뿜어지는 소름 끼치는 기세!

석상이 몸을 휘청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은 순식간에 창을 잡고 그가 있는 석상의 가슴팍으로 튀어오른다. 이전처럼 석상 내부에서 위치를 바꾸기엔 한발 늦었다. 그렇게 석상의 바위를 뚫고 그의 몸에 창이 박히는 순간-.

-팟!

그 형체가 흐릿해지더니 돌연 사라졌다.

<공간이동>으로 사라진 모습,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이내 진땀과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다시 한번 느낀 죽음의 감각, 이윽고 <석상의 형상>을 해제한 그는-.

“우웁, 우웨에에엑!”

몸속을 떠도는 독이 유발하는 극심한 통증에 시뻘건 피를 토해내고 그대로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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