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화
막간. 들켰지만…… 그냥 갑니다
1.
미궁이 부상한 뒤, 세상은 좀 더 혼란스러워졌다.
지하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 괴물들,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현상, 날뛰는 초인 범죄자들……. 미궁이 나타나기 전엔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으로 다뤄질 만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대부분 지역 뉴스 정도로만 언급되고 조용히 넘어갔다.
나라가 망해 ‘무정부 상태’가 된 국가들이 넘쳐나는 시대
미궁이 부상한 지 17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국가들은 생존경쟁 중이었다. 부정적인 여론과 과한 위기감을 막기 위해서라도 각국 정부는 암묵적인 합의하에 되도록 비극적인 내용은 검열했다.
하지만, LA 공항에서 벌어진 일은 숨길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나라라면 짤막하게 인터넷 기사로 언급하고 끝나겠지만, 다름 아닌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지금도 쟁쟁한 세계 제2위의 강대국. 그런 미국에서 제일 붐비는 공항에서 벌어진 사태니 숨길 건덕지도 없다.
그 소식은 곧바로 뉴스와 SNS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X발, 도대체 뭔데 이 야심한 시각에 부르냐? 5분대기조 애들이면 대부분 해결될 텐데?”
새벽 3시, 꿀잠을 자고 있다가 ‘긴급 호출’을 받고 나온 나세영은 전찬휘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뉴 송파구의 국정원 지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살짝 짜증과 신경이 곤두선 직속 상사의 모습에 전찬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현지 시각으로 18시 23분, 그러니까 대략 1시간 전에 LA 공항에 테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뭐?! 설마 그런 걸로 날 부른 거냐? 야, 집으로 차 돌려!”
얼굴을 구기는 나세영, 상사가 부른 것이라면 ‘X발!’ 하면서 가겠지만 이번 호출은 5차장실에서 당직을 서던 인원이 한 것이다. 그냥 무시해도 괜찮았다. 그에 전찬휘는 백미러로 그녀를 응시하며 고갤 저었다.
“그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미튜브 켜시면 ‘화제의 동영상’ 목록에 LA 공항 전투 영상이 있을 겁니다. 민간인이 찍은 건데 아직 안 잘렸습니다. 보시면……. 제가 왜 이런 말 했는지 이해될 겁니다.”
전찬휘까지 말리자 나세영은 한숨을 내쉰 후, 스마트폰을 꺼내 앱으로 그 동영상을 확인했다.
공항 외부에서 촬영된 1분 남짓한 영상, 거대한 회색빛 석상이 공항 출구를 박살 내며 뛰쳐나오고 그에 먼저 빠져나온 작은 형체가 몸을 돌려 석상을 상대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촬영되어서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았지만…….
“흐음, 잘 싸우네.”
가져온 생수병을 기울여 마시면서 나세영은 찬찬히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대응만 봐도 보기 힘든 실력자들의 싸움이었다. 화제가 될 만도 하다. 하지만, 왜 자신이 이걸로 불려 나와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석상 주위를 민활하게 움직이던 작은 형체는 페이크를 먹인 움직임으로 기습적으로 뛰어올라 석상의 가슴팍에 무기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거대한 석상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에 허겁지겁 도망치려다가 거대한 석상의 사커킥에 맞고 날아가는 작은 형체, 투석기에 날아간 것처럼 멀리 떨어진 촬영자 쪽을 향해 떨어진다.
-어, 어어어! 이쪽으로 온다!
-으아아아아!
혼비백산한 촬영자들이 도망치면서 동영상의 화면이 흐트러지는 가운데, 트럭끼리 부딪치는 듯한 굉음이 이어지고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서 차량에 처박힌 형체를 줌인(zoom-in)하여 포착한다.
“푸후우우웁!”
그리고, 나세영은 마시던 생수를 성대하게 입에서 뿜어냈다.
차량에 박혀 있는 그 형체는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새벽, 몇 개월 전에 북쪽에서 성대하게 사고를 친 골칫덩이의 모습이었으니까. 어쩐지 멀리서 찍혔을 때도 뭔가 익숙하더니만……. 동영상을 멈추며 그녀는 운전하고 있는 전찬휘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 X발?! 이 새끼 언제 미국 갔어?!”
“최근에 미국 비자를 넣긴 했습니다만……. 저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감시하라고 했잖아!!”
“우그 타람에 처박혀 있어서…….”
한숨을 내쉬며 대꾸하는 전찬휘, 그에 빠드득 이를 갈며 나세영은 이마를 짚었다. 왜 긴급 상황이라고 자신을 불렀는지 알겠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다시 영상을 재생시켜서 나머지 내용을 확인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Fuck!
-뛰어! 뛰어!
경로상의 자동차와 트럭을 짓밟으며 한새벽을 향해 돌진하는 거대 석상. 그 광경에 촬영자들이 또 미친 듯이 도망치는 가운데, 석상은 달려오던 가속도를 담아서 한새벽을 오른발로 짓밟는다.
-콰-아아-ㅇ!
흉악한 일격, 땅을 내리찍은 그 일격에 주위의 자동차가 튕겨지고 근처 바닥 아스팔트는 쩌적쩌적 갈라져서 비산한다. 허겁지겁 도망치던 촬영자도 그 충격파에 순간 붕 떠오른 듯, 화면이 3~4m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카메라의 화면은 절묘하게 석상과 한새벽 쪽을 향하고 있었다.
“……X발?”
놀랍게도 한새벽은 죽지 않았다.
시커먼 연기 같은 아우라를 줄기줄기 뿜어내면서 석상의 발을 양손으로 막아냈다. 그 충격파가 근처 차량과 아스팔트들은 모조리 박살 냈지만……. 버틴다. 트럭에 올라탄 듯한 촬영자가 용케 그 장면을 계속 촬영하는 가운데, 한새벽은 천천히 위에 깔린 발을 들어올렸다.
뒤늦게 석상이 눈치채고 힘을 주려 하지만-.
-우와아아아악!
기어코 힘 싸움에서 이긴 한새벽은 석상의 다리를 밀쳐낸 뒤에 살기 어린 괴성을 내지르며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석상의 가슴팍을 향해 튀어 올라 한 번 더 창을 내리꽂……다가 돌연 사라진다. 그렇게 모든 영상을 확인한 후, 나세영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아니, 이 미친 새끼는 어떻게 된 게 볼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 같냐……. 석상을 힘으로 멈춰 세워? 나도 저렇게 하긴 힘들겠는데? 이래서 수영이가 싸우면 안 된다고 말렸구만.”
“……차장님도 힘들단 말입니까?”
“흠, 굳이 해보자면 못해볼 것도 없긴 하지만……. 저렇게 정면에서 들이받은 적은 없어. 피하는 게 훨씬 쉽고 편하니까. 피해도 없고.”
그녀도 하라고 하면 못 할 수준은 아니다.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리브라소’의 권능은 정말 무지막지하니까. 문득, 저런 비정상적인 한새벽의 힘과 성장 속도도 신의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저렇게 급격하게 강해진 게 말이 안 되니까.
어쨌든 동영상을 몇 번 돌려보며 그녀는 한숨을 내뱉었다.
“저, 흰둥이의 복장을 알고 있는 놈들이 얼마나 되냐?”
“우리나라의 보안·경비 부분의 고위급 인물들은 다 알 겁니다. 지하 송파구에서 벌어진 사건의 주요 인물 몽타주니까요. 킬가레스와 싸우는 영상도 공개됐고요.”
작년, 지하 송파구에서 있었던 ‘킬가레스의 잠입’. 민간인들에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묻어버렸지만 당시에 경찰과 군부대엔 비상이 걸렸었다. 그 뒤 악마로 변한 킬가레스에 맞서서 싸우는 드론 촬영 영상은 웬만한 고위급 인사들에겐 다 퍼졌고.
그에 나세영은 질문을 바꿨다.
“그럼, 흰둥이가 그 주인공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흐음, 글쎄요.”
올해 초, 저 ‘폭탄’이 북쪽에서 사고를 친 과정에서 강수영이 놈의 장비를 가지고 가면서 정체가 공개됐다. 그때, 헬기의 CCTV 블랙박스와 그의 방호구에 달린 바디캠에 고스란히 찍혔으니까. 하지만, 그걸 외부에 대대적으로 공표하진 않았다. 덕분에 한새벽이 뭔 짓을 저지른 것인지는 알지만 저런 복장을 한 것을 아는 이는 적었다.
잠시 고민하던 전찬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 5차장실에선……. 1급 공무원 이상분들, 영상 분석·정리팀, 5분대기조 조장들 정도 알 겁니다.”
“국정원장하고 다른 차장들도 알아. 왜 흰둥이를 포획할 수 없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골 괴인이 흰둥이란 걸 말했으니까. 당연히 대통령 쪽에도 올라갔겠지.”
“……그 정도면 숨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는 사람이 적은데?”
“그 새끼의 정체는 가려진다고 해도……. 지하 송파구에서 벌어졌던 영상을 봤던 이들이 너무 많아. 어쨌든 한국의 미궁 토굴에서 나왔던 존재라는 걸 얼마 안 가 알아차릴 거야. 그걸로 우리나라 공항에 몰래 잠입해서 미국에 밀입국했단 걸 유추할 수 있겠지. X발X발X발…….”
신경질적으로 엄지손톱을 질겅이는 나세영, 그에 전찬휘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떡하죠?”
“나도 생각 중이잖아. X발, 저 미친 새끼의 뒤를 봐줘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던 건 나라고!!”
그녀가 힘써줘서 정상참작 해줬던 놈이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법한 초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정확한 피해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만 건물 무너진 꼬라지를 보아하니 사상자도 적잖게 있을 거다. 대륙 간 운행 비행기도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피해 단위는 조 단위로 봐야 할 거고.
“X발.”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정원에 도착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생각할수록 막막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나세영은 고갤 떨궜다. 결국, 차량에서 내리면서 그녀는 전찬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넌, 그 녀석 여친 불러와라. 난 수영이에게 가볼 테니까, 그리고 수영이네로 같이 와.”
2.
내지른 창이 석상을 꿰뚫고 드워프 놈의 몸뚱이에 닿으려 순간, 내 몸은 돌연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정체 모를 건물의 내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공간이동>이 발동됐단 것을 떠올리고 <눈>을 굴려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공항 입구와는 좀 멀리 떨어진 공항의 창고, 다행히 근처에 CCTV와 사람은 없다. 거의 500m 끝자락에 걸친 곳에 떨어졌다.
“후욱, 후우우욱.”
숨을 고른 뒤, 창고의 철골 위로 올라가서 외진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어서 로브의 <아가리 주머니>에서 물품들을 꺼냈다. 굵직한 바늘을 지닌 포션 주사기, 허벅지에 꽂아서 대정맥에 그 내용물을 모조리 쑤셔 넣으면서 <광폭화>를 해제하자-.
“흐어어어…….”
극도의 탈력감이 몸을 휘감는다.
주사기 바늘이 박힌 채로 십몇 분가량 멍하니 헐떡이다가 몸을 점검했다. 포션을 한 번 쑤셔 넣었건만 여전히 몸은 X창이다. 뼈는 조각났고, 전신의 골격근이 뼈에서 분리됐으며, 허리 디스크는 다 터지고 관절·인대도 넝마가 됐다. 특히, 손과 다리 쪽이 심각하구만.
다행히, 마력 각성자에겐 회복 불가능한 상처는 아니다.
떨리는 손으로 한쪽 무릎을 양손으로 감싸면서 <연금술>을 사용했다. 내부의 생체조직을 회복하기 쉽도록 억지로 이어붙이고 조각난 뼈도 붙였다. 그렇게 힘겹게 몸을 수리하면서 <눈>의 시점을 옮겨 헬기에 이송되고 있는 드워프를 응시했다.
저 개자식을 죽였어야 했는데…….
저놈이 공항에 입힌 피해는 아마 내 책임으로 뒤집어씌워질 텐데 솔직히 억울해! 난 진짜 타락체만 몇 마리 죽였다고! 놈을 죽이고 경험치라도 얻었으면 정신 승리라도 해볼 텐데, 경험치도 못 얻고 손해만 잔뜩 봤다.
“하아, X발…….”
작게 한탄하며 대충 몸의 치료를 마친 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어느새 밖에 몰려있는 방송국 차량과 경찰들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투구와 로브를 벗으면 쉽게 민간인 코스프레하면서 나갈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2개 모두 지금 벗을 수가 없다.
이 로브도 투구만큼은 아니지만 은근히 까탈스럽다.
안에 ‘물품이 들어간 상태’면 안 벗어진다. 게다가 눈에 띄지 않게 염색을 해도 하루 뒤엔 원상 복구되고. 지금 위에 묻은 반짝이도 하루 뒤엔 지가 알아서 없애버릴 거다. 어차피 몸이 제대로 회복되려면 하루 이상 이곳에 있어야 될 테니 내버려둬야지.
일단, 이곳에 숨어서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은 후 심심풀이로 스마트폰을 꺼낸 순간-.
-♬♪
“……?”
곧바로 스마트폰이 울린다.
이 스마트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우리 싸장님밖에 없는데……? 설마 벌써 뉴스에 뜬 걸 보고 전화하신 건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조심스럽게 받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흰. 둥. 아.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날 흰둥이라고 부르는 사람. 저지른 죄가 있어서 반사적으로 굳은 동안, 빡친 듯한 차장님의 노성(怒聲)이 이어진다.
-야! 너, 무슨 짓 저질렀는지 알고 있…….
-뚜뚜뚜…….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 들리는데스, 나는 모르는 일인데스웅~ 자, 번호 차단.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아무래도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당분간은 스마트폰을 그냥 꺼두고 다녀야…….
-♬♪
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전화벨이 울린다.
무시하려고 했지만 내가 아는 전화번호다. 그리고 도저히 무시할 수도 없는 번호이기도 하고. 잠시 갈등하다가……. 난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넵, 아가씨.”
-자기야.
전화를 받자마자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가씨, 내가 침묵하자 아가씨는 덤덤히 말을 이어나간다.
-거짓말이지? 내가 잘못 본 거지?
“아, 아니……. 그게요……. 사실, 그 서예린을 데리고 오려고 했거든요? 덤으로 엘 마르도 추적하고요. 근데, 공항에서 약간 사소한 트러블이 나서……. 저 타락체 빼고 아무도 안 죽였어요! 전부 미친 드워프 새끼가 벌인 일이에요!”
미국으로 갈 준비하면서 아가씨에게 2~3주 정도 연구 때문에 바쁘다고 하고 몰래 튀었는데 대놓고 들켜버렸다. X발, 진짜 이렇게 될 줄은……. 그런 내 말에 잠시 아무런 말을 못 하는 아가씨, 이어서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새벽아……. 너까지 왜 이래……. 나 요즘 너무 힘든…….
“걱정 마세요! 제가 언제 아가씨 실망시킨 적 있나요?”
-……많은데. 지금도 그렇고.
울먹이다가 내 말에 살짝 날 선 목소리로 대꾸하는 아가씨, 뭐라 할 말이 없네. 내 폭력성을 교정해 보시겠다고 여러 짓을 벌이시긴 했지. 그 과정에서 난 청개구리처럼 굴었고. 아니, 이게 아니지.
“아니, 최소한 ‘제 능력’만큼은 믿으시잖아요! 제가 누군데요!”
-…….
“제가 모든 걸 좋게 돌려놓을게요! 저만 믿으세요! 비트넥스 명예를 회복시켜드릴게! 그러니까 울지 마요! 진짜예요! 좀 이르지만 생일 선물로…… 큰 거 가지고 갈 테니까!”
그런 내 당당한 말에 옆에서 희미한 차장님의 노성이 들린다.
-X발놈아! 지랄 말고 쳐와! 네가 벌인 짓이라는 알려지는 거 시간문…….
“사랑해요! 아가씨, 이만 끊을게욧!”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그냥 귀환해봤자 깜빵 확률이 높아졌다. 아니, 깜빵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이걸 만회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이젠 정말 엘 마르를 조지고 영웅이 되어 귀환하는 수밖에 없어. 근데, 엘 마르를 잡는 걸로 넘어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하아.”
<메모장>을 켠 후, 난 미국에서 해야 할 일을 한번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