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41화 (341/350)

제341화

4.

LAX를 습격한 괴인이 사라진 뒤, 부상자들은 곧바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다.

요룬 가린 또한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 중 하나였다. 일반인은 죽거나 불구가 될 상처도 포션 한 병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는 마력 각성자였지만, 그의 상태는 억 단위의 ‘수제 포션’을 들이부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렇게 헬기에 황급히 실려 갔던 그는…….

“……수분 보급이여. 수분 보급. 앓고 나니까 체중이 쑤욱 빠졌더라꼬.”

“…….”

다음 날, 병원 특실에서 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캔을 따고 있는 모습에 병문안을 온 오퍼레이터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캔 맥주를 들이켜는 요룬 가린의 모습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슬쩍 눈짓한 후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퍼레이터를 뒤따라서 들어오는 두 사람.

한 명은 정장을 입은 흑인 남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잔뜩 허리가 굽었음에도 6ft(183cm)가 넘어서는 거구, 낡은 주황색 로브 밖으로 빠져나온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은 거친 잿빛의 비늘로 덮여있었다.

그에 요룬 가린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뭐여? 저것들은?”

“미연방수사국(FBI)에서 나오신 분들이에요. 이쪽은 윌슨 크레이엄, 이분은 틀라펙스. 그리고, 틀라펙스 씨에게 감사하세요. 당신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니까.”

그녀의 말에 요룬 가린은 묘한 표정으로 후드 아래의 늙은 리자드맨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갤 숙였다.

“거, 고맙수. 내 평생, 비늘 달린 놈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수.”

“요룬 가……!”

좀 무례해 보이는 사과에 오퍼레이터가 질책하려 했지만, 틀라펙스라고 불린 늙은 리자드맨은 짧게 고갤 끄덕이곤 품 안에서 작은 인형 하나를 꺼냈다. 목에 줄이 대롱대롱 걸린 가죽 인형, 그 생김새도 불쾌하기 그지없었지만 가죽이 보랏빛과 검은색으로 물들어 썩은 냄새가 올라왔다.

그 인형을 침대에 내려놓으며 늙은 리자드맨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너 대신에 ‘독살’당한 희생양.”

침대 시트에 썩은 물이 스며드는 모습에 요룬 가린은 물론이고 그 오퍼레이터까지 얼굴을 구기는 가운데, 틀라펙스 옆에 있는 흑인 남성이 ‘큼큼!’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나중에 예를 갖추고 번제(燔祭)를 지내시면 됩니다. 그리고, 틀라펙스 씨의 말로는 요룬 가린 씨를 괴롭힌 게 독이라더군요.”

“……모라꼬? 독?”

고갤 끄덕이는 틀라펙스에 요룬 가린은 손안에 쥔 빈 캔을 우그러트리며 목소릴 높였다.

“말도 안 된다! 내가 몸을 돌로 바꿨는데도 X나 아팠다꼬!”

독은 생명체에겐 잘 통하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에겐 한없이 무력하다. 맨 처음에 요룬 가린도 몸에 퍼지는 것이 독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에게 <석화> 마법을 걸어 생체 메커니즘을 멈춰버렸지만 피해가 계속 올라왔다. 그래서 뭔가 ‘강력한 저주’라고 생각했고.

그런 요룬 가린의 대꾸에 늙은 리자드맨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영혼을 가진 존재에게 손상을 입히는 악의……. 저주와 독, 그 사이의 어딘가.”

“그럼, 내가 그 개고생한 게…….”

일그러지는 요룬 가린에 흑인 남성은 고갤 끄덕였다.

“치료 술사들 말로는 <석화> 상태인데도 몸이 녹아내리는 피해를 입으니까 ‘저주’로 판단하고 해주하려 했답니다. 독으로 판명되고 나서 해독술을 사용하니 금방 해결됐고요.”

“하, 이런 염소똥 같은 돌팔이 새끼들…….”

“그래도 그들 덕분에 살아남으신 겁니다. 가슴팍에 찔린 상처에서부터 심장이 계속 독에 녹아내리는 걸 억지로 복구했답니다.”

그 말에 요룬 가린이 입을 다무는 가운데, 틀라펙스는 툭툭 자기 옆의 흑인 남성을 두드린다. 그에 흑인 남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갤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어제 상대한 괴인에 대해서 좀 대답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거, CCTV로 보면 알 텐데? 곳곳에 깔려 있잖수?”

“하지만, 당사자에게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지 않습니까?”

그 요청에 요룬 가린은 이전 날의 전투를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X발, 나름 고위 악마도 상대해본 몸이라! 1급 악마도 몇 마리나 쳐 죽여 봤꼬! 풍겨 나오는 기세가 있잖나? 살기! 근데, 어떻게 된 게 악마보다 더햐. 그 기세 자체의 힘도 강하지만 느껴지는 이미지가 더 추악해!”

“……좋은 소식은 아니군요. 타락체를 제외한 직접적인 살인은 전혀 하지 않아서 혹시나 했는데.”

마력은 각성자의 의지에 의해 현실을 일그러트린다. 타인에 대한 살의(殺意) 또한 의지고, 그에 따라 마력도 적대적인 형상을 띤다. 그 과정에서 의지의 형상 또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한 살기가 지독할수록 질이 안 좋은 존재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놈을 상대할 때 느낀 건데…….”

이어지는 요룬 가린의 말을 정신없이 스마트 폰에 흑인 남성이 받아적는 가운데, 요룬 가린은 오퍼레이터에게 인형을 치우라는 듯이 손짓하곤 늙은 리자드맨을 바라보았다.

“그놈 상대하러 갈 거유?”

그 말에 슬쩍 고갤 끄덕이는 늙은 리자드맨, 그에 요룬 가린은 고갤 저었다.

“당신 뒤질걸?”

“요룬 가린!”

“내 목숨 붙여준 양반에게 조언 정도는 할 수 있제.”

질색하며 인형을 치우던 오퍼레이터가 뾰족하게 소리치지만, 요룬 가린은 손을 휘휘 저으며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늙은 리자드맨을 올려다보았다.

“딱 봐도 그쪽이 좀 치는 거 알아. 하지만, 그 괴물을 이길 것 같지는 않수. 그리고, 난 더 이상 이번 일에 끼지 않을 거인기라. 한 번 목숨 걸고 싸웠으면 됐지! 안 그런감?”

빈 종이백에 인형을 집어넣는 오퍼레이터에게 말하는 요룬 가린, 그에 오퍼레이터는 얼굴을 구기며 이죽였다.

“공항 복구 기금이나 내놓으세요. 진짜 언론이 뭐라고 떠드는 줄 아세요? ‘테러리스트 요룬 가린’이랍니다! 테러리스트! 하도 피해자가 많으니까 숨길 수도 없어요! 그나마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이지…….”

“아니, 알잖아! 다 공항을 습격한 놈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깐? 아이씨! 돌아뿌겠네…….”

공항에서 일어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대부분은 ‘요룬 가린’에 의해서 벌어졌다. 어떻게 언론을 통제해보기엔 찍힌 영상이 워낙 많아서 통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그렇게 요룬 가린과 전담 오퍼레이터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늙은 리자드맨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싫지만,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무슨. 목숨이 제일 중허지. 솔직히 말해서 난 싸우기 싫어.”

싸움을 좋아하는 이는 별로 없다.

미궁에서는 그저 ‘생존’을 위해서 죽어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 지상은 다르다. 목숨을 걸지 않아도 사회의 꼭대기에서 잘살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 따윈 없었다. 그렇게 초를 치는 요룬 가린의 대꾸에 전담 오퍼레이터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내가 원하는 건, 우리 종족의 권리.”

“…….”

“인간의 품 안에서 인정받는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늙은 리자드맨의 대꾸에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다.

미국이 이종족들의 천국이라지만 그건 오직 ‘아인(亞人)’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들처럼 인간이 아닌 이들은 철저하게 배척한다. 그리고, 리자드맨-랩틸리언은 정식으로 미국 사회에 ‘인류’로 인정받은 이들이 아니었다.

지성이 있는 괴물 취급.

인간과 혼혈도 불가능할뿐더러, 사람들 대부분은 꺼림칙하게 느낄 외형, 거기에 인간을 비롯한 다른 아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이한 사고방식’까지. 지상에 리자드맨들이 몇몇 있긴 하다만, 대부분 사회 음지에서나 볼 만한 이들이었다.

잠시 대답하지 못하던 요룬 가린은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게 가능하겠수? 인간과 혼혈도 불가능한데?”

“용과 악마, 그리고 뿔요정들.”

“……할 말이 없네.”

약간 마법적인 수단이 들어가지만 ‘용’과 ‘악마’ 또한 인간과의 혼혈이 가능하다. 그리고 뿔요정-스프리건은 인간과의 혼혈은 불가능하지만……. 온순함과 인간을 닳은 귀여운 외형 때문에 아인으로 인정받았고.

“거, 인간들에게 이용만 당하지 않길 빌겠수. 미튜브라도 하시는 게 나을…….”

-우우-웅!

요룬 가린이 말하던 도중 울리는 진동음, 틀라펙스 옆의 흑인 남성은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틀라펙스 씨, 할리우드 힐스 쪽에서 그 괴인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말하면서 요룬 가린과 오퍼레이터를 흘기는 흑인 남성, 하지만 틀라펙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툭툭 지팡이를 땅을 찍고 그에 그는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틀 전에 엘 마르의 차명 재산으로 추정되는 별장에서 ‘건 몽거’라는 20명가량의 용병팀이 전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악마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어서 정밀조사팀과 마력 추적팀이 상주 중이었는데……. 돌연 그 괴인이 나타나서 뒤집어버렸답니다.”

“허, 엘 마르의 별장? 혹시 그놈도 엘 마르에게 물린 거 아니여?”

엘 마르란 이름의 언급에 너털웃음을 흘리는 요룬 가린. 그에 오퍼레이터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는 가운데, 늙은 리자드맨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가자.”

짧게 말하곤 밖을 향해 몸을 돌렸다.

5.

검을 탈취하는 건, 예상대로 쉬웠다.

<독숨결>을 내뱉으며 난입한 뒤, 연이어 <악취 구름> 주문으로 주위 공기를 최루 가스로 만들어 버리자 경찰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 그 혼란을 틈타 <투명화>를 볼 수 있을 만한 스프리건들의 뒤통수를 후려쳐서 기절시킨 뒤, 칼이 보관된 차량에 접근해서 그 내부를 털었다. 덤으로 찢겨진 시신을 모아뒀던 보디백도 있어서 투구에 쑤셔 넣었고.

그렇게 연막의 힘으로 주택 사이를 이동하며 빠져나간 뒤, 난 다시 서예린을 찾기 시작했다.

행적을 파악한 만큼, 추적은 쉬웠다. 서예린이 도망쳤던 도심 방향의 고층 건물 위에 올라선 뒤, <과거시>를 사용해 어디로 향하는지 낱낱이 살피면 됐으니까. 그렇게 확인한 결과, 서예린은 도심 외곽 주택가의 빈 주택 안에 숨어 있었다.

“쯧쯧.”

<눈>으로 안에 있는 서예린의 몰골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2층 안방 화장실에 있는데, 벽에 등을 기댄 채 기절해 있었다. 피에 젖은 옷은 전부 욕조 안에 내던져서 알몸 상태, 몸 곳곳에 난 총탄 구멍에선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있구만.

-철커덕!

“……!”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귀가 쫑긋하더니 두 눈을 번쩍 뜨며 반사적으로 옆에 놔둔 칼과 책을 붙잡는 서예린, 그에 난 크게 소리쳤다.

“거, 예린 씨는 아주 사람 고생하게 만드는 데 유별난 재주가 있어요!”

“……?”

내 목소리에 휘둥그레 눈을 뜨는 서예린, 하지만 이내 세차게 고갤 절래절래 저으며 책에 마력을 불어놓고 주문을 암송한다. 믿지 못하는 눈치이기에 난 서예린이 숨어 있는 2층 안방으로 가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

날 보며 경계하는 서예린, 왜 내 얼굴을 보고도 긴장을 풀지 않는……. 아, 귀쟁이 분장 중이구나? 두 눈에 낀 검은 서클렌즈를 빼내며 진짜 눈동자를 보여줬다. 그 불쾌한 자줏빛 눈동자를 보고 나서야 서예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진짜 새벽임?”

“그럼 진짜지 뭐겠어요? 그리고 이거 받아요. 오다가 주웠으니까.”

<아가리 주머니>에서 챙겨온 물건을 던졌다. 회수한 서예린의 칼, 그에 서예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곤 허겁지겁 허릴 숙여 내가 던진 칼을 끌어안는다. 그 뒤, 난 안방 한구석에 털썩 앉으며 서예린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내가 예린 씨 때문에 어떤 고생을 했는 줄 알아요!?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아주 힘들었어요!”

“미안…….”

내 핀잔에 어깰 추욱 늘어트리며 고갤 떨구는 서예린, 이미 멘탈이 바사삭한 것 같은데 따져 봤자 소용없겠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난 양반다리로 앉은 내 무릎 위를 두드리면서 손짓했다.

“됐고 이리 와서 엎드려요. 포션 마시기 전에 몸에 총탄 박힌 거 빼내죠.”

“……응.”

그제서야 좀 부끄러운 걸 느끼는 듯,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며 엉거주춤 와서 내 무릎 위에 엎드리는 서예린. <눈>으로 서예린의 몸 내부를 살피니 역시나, 곳곳에 박힌 총탄 파편에 내장은 그 내용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신안에서 봤었던 양씨보다 더 심하네.

메스 형태로 만든 무구를 서예린의 상처에 밀어 넣으면서 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기에 엘 마르를 잡아 족친다고 한 거예요?”

“……끄응, 빚 갚을 유일한 기회였음.”

“유일한 기회라고요? 그게?!”

상처를 후벼 파는 통증에 살짝 신음을 흘리면서 서예린은 입을 열었다.

갚아야 될 빚만 239억, 100억은 장비 담보 대출이라서 안 갚는다고 해도 남은 게 139억(120억 + 1년 이자)이다. 게다가 1년 뒤엔 연 16%의 복리까지 붙고. 놀랍게도 서예린은 그런 큰돈을 갚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 장비를 대부분 압류당한 지금이라면 더더욱.

“못 갚음. 갚는다고 해도 수십 년. 그래서 도박한 건데……. 나 진짜 인생 망함…….”

말을 하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서예린, 이 망무새년이 또 ‘인생 망함’거리고 자빠졌네. 총탄 빼내는 것을 마무리한 뒤, 난 공산품 포션을 꺼내 그 입에 물려주며 이죽였다.

“거, 고작 그런 거 가지고 인생 망했다고 하지 마세요.”

“……꿀꺽. 네가 뭘 암?! 빚쟁이 맘을 암? 240억임! 240억! 1년 이자만 22억이.”

-짝!

“악!”

포션을 먹고 좀 정신을 차리는 듯, 엎드린 채로 날 올려다보며 빼액 소리치는 서예린. 그 등판에 한 번 스매싱을 해준 뒤, 난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서 넘겼다.

“됐고! 지금은 지워졌는지 모르겠다만……. 미튜브에서 LAX 치면 동영상 나올 텐데 한번 봐보세요.”

내 말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순순히 동영상을 찾아 재생시키는 서예린, 이내 그 영상을 보곤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싸움 장면도 나오니까 빼도 박도 못하지. 황금빛 두 눈을 부릅뜨며 동영상을 보고 있는 서예린을 향해 난 한탄했다.

“몰래 비행기 짐칸에 틀어박혀서 밀입국하다가 들켜서 목숨 걸고 싸워야 했어요. 타락체 빼고 사람은 죽이지 않았는데……. 미친 드워프 새끼가 일으킨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썼죠.”

“…….”

“망가진 비행기도 몇 대에 공항 설비가 박살 났다고 하니까……. 조 단위 피해 나올 것 같네요. 이 정도는 되어야 인생 망했다고 하죠.”

X발, 진짜 내가 말해도 막막하네. 어쨌든 ‘진짜 망한 인생’ 예시를 들자 서예린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고갤 들어 날 바라본다.

“너, 미친 새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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