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45화 (345/350)

제345화

73화. 악마 추적은 셀프입니다~

1.

악마 소환을 포기한 뒤, 우린 시내 번화가로 가서 쇼핑부터 했다.

서예린이 입고 있던 옷과 장비가 엉망이었거든. 엘 마르를 함께 조지러 갈 사이인데 최소한 적당한 장비는 챙겨줘야지. 마트에서 총도 살 수 있는 미국이라서 그런지 장비를 사는 것도 쉬웠다. 아니, 시내 쇼핑몰 총포상(Gun Shop)에서 첨단 소재의 방어구도 팔더라고?

참고로 15만 달러 깨졌다.

내가 방어구 사준다고 하니까 이년은 눈치를 보면서 ‘얼마 쓸 수 있음?’ 하고 물어보더니 <연금술> 가공된 특수 소재가 포함된 전신 방검·방탄복 슈트를 고르더라. 사실상, 내가 쓸 수 있다고 말한 돈을 탈탈 털어야 살 수 있는 장비였지.

그래도 좀 염치란 게 있는지 ‘목숨이 걸린 만큼, 장비는 좋은 걸 써야 함!’ 하면서 장비를 고른 이유를 조심스레 말하던데……. 좀 꼴 받아서 ‘그렇게 장비가 소중한 사람이 화끈하게 코인에 다 꼬라박았어요?’라고 구박을 해줬다. 부끄러운지 고갤 숙이더라.

뭐, 그래도 <감정>해 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사줬다.

서예린이 말한 것도 맞는 말이니까. 목숨이 걸린 일에 돈을 아낄 순 없지. 어쨌든 LA 시내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물품들을 사고 식사도 끝마친 뒤에 우린 시내 호텔로 향했다.

“후우우……. 살겠음! 최고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후, 샤워가운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서예린. 생글생글 웃으며 자기 침대에 대자로 드러눕는 그 모습을 보며 난 뻐끔거리던 전자담배를 입에서 뗐다.

“사흘 동안 방에서 나가면 안 되는 거 알죠? 저, 자는 동안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돼서 지켜줘야 해요. 식사는 룸서비스로 시켜 드시고.”

“걱정 마셈! 나도 안 나가고 푹 쉴 거니까! 하아아, 진짜 이런 침대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름……. 에어컨 바람에 새 이불……. 너무 좋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작거리는 서예린, 그에 전자담배를 탁자에 내려놓고 수면제를 꺼냈다.

한국에서 출발한 지 이제 사흘, 아직 자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뉴 송파구에서처럼 <과거시> 남발+전투의 여파로 수면시간이 훨씬 빨리 찾아왔다. 서예린이 쉬는 김에 함께 쉬어야지.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은 뒤, 난 커튼을 치고 조명을 껐다.

“그럼 잘 자요.”

그리고, 내 침대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2.

‘건몽거 학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뒤, LAPD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건 현장 그 어디에서도 서예린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LAPD는 곧장 그녀를 수배했다. 검은 피부와 백발, 그리고 황금빛 눈을 가진 장신의 미녀. 워낙 이목을 끄는 외모인 덕분인지 참 허무하게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 행적이 확인됐다.

서예린은 LA 시내 번화가에서 한 ‘검은 로브의 하프 엘프’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촬영된 CCTV 영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하프 엘프의 신장은 LAX에서 확인된 테러리스트와 거의 동일. 그렇게 함께 쇼핑과 식사를 한 두 사람은 자정이 가까워지자 시내의 한 호텔로 들어가서 같은 방에 묵었다.

“아직 연방수사국에선 답변이 안 왔습니까?”

LAPD 소속 경무관(Police Commander)의 질문에 윌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좀 늦어지는군요.”

서예린과 테러리스트, 그 둘의 관계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모두 ‘평범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들이었다. LAPD가 가진 초인 전력으론 상대가 불가능할 정도, 그래 봤자 인간이라는 틀에 있기 때문에 대전차용 대물 저격총으로 단숨에 뭉개버리면 대부분 죽지만…….

삐끗하면 ‘미쳐 날뛰는 초인’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군대의 추적을 받고도 ‘수만 단위’의 학살을 벌인 닥터 크림슨이 그 대표적인 예, 그러니 급박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여유가 있는 이상 최소한 동급의 초인, 혹은 그 이상의 초인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 초인 범죄는 정석 대응이었다. 그렇기에 FBI의 전력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

“전화 받았습니다.”

타이밍 좋게 울리는 스마트폰의 벨 소리, 곧바로 윌슨이 전화를 받자마자 기다리던 상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연락이 늦어져서 미안하다. 일이 좀 복잡하게 흘러가서 말이야. 일단, 테러리스트의 정체를 확인했다.

“누구랍니까?”

-자네가 보내준 CCTV 영상에선 ‘하프 엘프’로 분장했지만 사실 인간이야. 한국의 FBI에서 전해준 자료 보내주겠네. 공개는 하지 말고 LAPD 쪽의 윗선과 함께 보도록.

옆에 있던 경무관을 향해 고갤 끄덕인 뒤, 윌슨은 태블릿 PC에 도착한 자료를 함께 확인했다. 군데군데 번역되지 않는 한국어가 보였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읽는 덴 지장이 없었다.

“이 뭔…….”

“거짓말 아닙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범죄자의 사진과 정체에 윌슨은 물론이고 옆의 경무관도 함께 황당하다는 헛웃음을 흘리는 가운데, 스마트폰에선 상관의 음성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름 한새벽, 나이 17세. 서예린의 단짝 친구라더군. 한국에서 벌어졌던 타락체 사건 있잖나? 먹는 걸로 감염되는 것이 발견됐던 심연 타락체. 그때, 활약한 애야. 한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잠복해있는 심연 기생체를 파악할 정도로 ‘독특한 감각’이 있다고 하더군.

“아, 그럼 공항에서도…….”

-맞아, 그 감각으로 타락체만 골라 죽인 거지. 그리고, 함께 보낸 동영상 파일은 한새벽의 전투력에 대해 참고할 영상자료니 확인해 봐라.

그에 윌슨은 첨부된 동영상 파일을 실행했다. 영상의 첫 장면은 내달리고 있는 괴인의 모습, 입고 있는 로브는 다르다만 그 투구와 장갑, 황금빛 창은 LAX의 테러리스트와 똑같았다. 그런 그와 싸우고 있는 상대는…….

-8개월 전, 한국의 지하 공간에서 벌어졌던 킬가레스와의 전투라고 한다.

“킬가레스요? 제가 아는 킬가레스가 맞습니까?”

-그래.

상사의 긍정에 윌슨은 영상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광신자 킬가레스, 코드 108 중 하나인 ‘세로쉬’의 광신도이며 극단적인 오크 우월주의자. 전 세계에서 오크에 의해 벌어지는 종족 차별·혐오 범죄에 끝엔 항상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는 거물급 범죄자였다. 근데, 영상에 찍힌 것은…….

“아무리 봐도 악마로 보이는데요?”

-특수한 수단을 사용해서 악마로 변신했다고 하더군. 어쨌든, 뉴 송파구를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는데 한새벽과 오혜영이라는 하프 오크에 의해 저지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요즘 별다른 활동이 없더니. 이렇게 죽은 겁니까?”

오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킬가레스는 미국에서도 처리하고 싶어 하는 골칫거리였다. 근래 들어서 좀 잠잠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비화가 있었을 줄이야. 그런 윌슨의 말에 스마트폰에서 작게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죽지 않는다. 죽였는데, 막판에 부활해. 그리고, 복귀를 하기 위해 미궁으로 들어가고.

“…….”

-놈이 부활한 것이 알려지면 오크들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것 같기에 한국 쪽에서도 굳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명한 선택이지. 지금 FBI에서 일하고 있는 오크들에게 입단속 시키고 있어.

5분가량 이어진 영상을 다 확인한 후, 윌슨과 LAPD 쪽 경무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 영상에서 나오는 킬가레스는 아무리 봐도 요룬 가린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다. 그런데, 테러리스트-한새벽은 둘이서 힘을 합쳤다지만 기어코 킬가레스를 이겨버렸다.

그것도 병기술보단 ‘기괴한 마법’을 주로 구사해서.

한국 쪽에서 넘긴 파일만 봐도 그 주의사항은 ‘뛰어난 병기술’이 아니라 ‘대량 살상에 용이한 치명적인 <독마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짜 정보라고 보기엔 실제로 요룬 가린을 거의 죽일 법한 마법적인 독을 만들어냈던 걸 생각하면……. 자칫 대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제기랄, 파악된 것보다 더 강하고 까다롭군요. 근데, 한국 놈들. 이런 영상이 있었다면 사태가 벌어졌을 때부터 테러리스트가 대충 누군지 알고 있던 거 아닙니까?”

-한국에서 넘어간 것 같다고 예상은 했는데, 그 정체가 한새벽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우리가 서예린과의 관계에 관한 보고서를 보낸 뒤에서야 눈치챘다나 봐.

“…….”

-솔직히, 나도 믿기진 않는다. 무례한 새끼들이지. 작년에 미르 유혈 사태 때 우리가 발 벗고 나서줬는데 말이야.

상관의 대답에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윌슨은 태블릿 PC를 옆에 내려놓고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나저나 왜 이런 짓을 벌인 것 같답니까?”

-코인 때문이라고 한다.

“……코인이요? 설마, 엘븐 코인?”

-그래, 서예린은 자신이 가진 전 장비와 신용을 담보로 총 2천만 달러를 빌렸다가 완전히 거지가 됐고, 한새벽도 800만 달러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하더군.

“…….”

-그에 눈이 돌아가서 엘 마르를 직접 조지겠답시고 여기로 온 거고.

그 사연에 윌슨 물론이고 옆에서 엿듣고 있던 LAPD 쪽 경무관도 썩어들어가는 얼굴로 침묵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이 찾고 있지만 그 행적도 찾지 못한 사기꾼, 그 여파로 인해 미국 내 아인종 간 갈등이 거의 극에 달하고 있었다. 경찰은 그 분쟁을 통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이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이젠 그를 찾아서 이런 미친년·놈들도 등장했다.

-진짜 미친 시대지. 고등학생 꼬맹이의 발작에 이런 대형 사고가 발생하니 말이야.

“……동의합니다.”

상관의 푸념, 윌슨과 LAPD의 경무관도 고갤 끄덕였다.

지금도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가 고작 고등학생에 의해 망신당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러한 고등학생이 국가도 무시하기 힘든 무력을 지녔다는 것이고. 미궁이 부상하기 전의 세계를 기억하고 있던 그들로선 참 미친 시대였다.

“됐고, 언제쯤 초인 지원이 올 수 있습니까?”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됐다.

“보류하기로요?”

-그래, 당분간 건드리지 말고 추적·감시만 해라.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다른 소식, 윌슨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LAPD의 경무관의 얼굴도 찡그려지는 가운데 스마트폰 너머의 상관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한국 쪽에서 요청이 왔다. 자국민이 벌인 ‘사고’인 만큼, 자기네들이 나서서 해결하고 싶다고. 놈이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고 데려가고 싶다더군. 아마, 한새벽을 잃어버리는 게 더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지 않으면 이런 딜이 나올 리가 없지.

“그렇…….”

“아니, 사실상 미국에서 깽판 친 놈을 한국에서 처벌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윌슨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옆에서 언성을 높이고 끼어드는 LAPD경무관, 스마트폰 너머의 상관도 그 말을 들었는지 멈칫하더니 ‘바꿔줘 봐.’라는 말을 꺼낸다. 윌슨이 경무관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자 상관은 순순히 긍정했다.

-예. 맞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놈이 악의를 가지고 일을 저질렀다면 그래도 저희 쪽에서 강하게 나서겠지만……. 지금 보내온 영상만 봐도 한새벽의 행동은 우발적입니다. ‘작정하고 테러를 일으켰다.’기보단 도망치면서 일이 커진 것에 가깝죠.

“그래도 놈이 한두 푼 피해를 입힌 것도 아니잖습니까!”

LAPD 쪽 경무관의 말에 윌슨의 상관은 한숨을 내쉬곤 작게 속삭였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공항에서의 영상과 보여드린 킬가레스와의 전투 영상을 본 초인들이 대부분 소집을 거절했습니다. 너무 난도가 높다면서요.

“…….”

초인도 인간이다.

생존을 위해 투쟁이 강제되는 미궁이라면 몰라도,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지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위에서 시킨다 해도 그들이 가진 특수성-‘무력’ 때문에 강제성이 그다지 없고, 물질적 수단으로 유혹해도 진짜 목숨이 걸린 일에는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 LAPD 쪽 경무관이 말문이 막힌 가운데, 윌슨의 상사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도 승낙한 이들이 꽤 있어서 토벌을 시도할 수 있지만, 우호적인 초인들을 잃을 위험과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를 무릅쓰기보단 ‘실리’를 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타락체를 제외한 인명피해는 없어서 VIP 쪽에서도 허가가 떨어졌고요.

“아니, 언론엔 뭐라고 할지 두렵지 않습니까? 이거 흘러 나가면 보통 스캔들이 아닐 텐데요.”

-미 정부와 한국 정부가 함께 합작해서 제압한 걸로 포장될 겁니다. 외교 관계까지 고려해서 떨어진 결정이니 함구해 주시길.

LAPD쪽 경무관이 뭐라 말을 못 하는 가운데, 윌슨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부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이란 나라에 외교적 빚도 지워두고, 입은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배상+@도 받으며, 초인을 잃을 만한 위험도 무릅쓰지 않는다. 이득만 따진다면 이건 받아들이지 않는 게 이상한 제안이었다.

경무관에서 스마트폰을 돌려받은 후, 윌슨은 입을 열었다.

“근데, 한국에선 어떻게 제압하겠답니까? 확인된 정보만으로도 만만찮은 놈인데?”

-협상이 타결됐으니 이틀 이내에 한국에서 초인들이 올 거다. 총 3명이야. 나세영, 김가트, 서강. 나세영은 너도 잘 알 테고, 나머지 두 사람도 뛰어난 실력자야. 서강은 서예린의 아버지라고 하더군. 일단, 말로 설득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무력을 쓸 예정이라 하고.

나세영은 윌슨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전술핵과도 같은 위용을 보이는,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괴물 같은 초인. 납득이 가는 인선에 윌슨이 고갤 끄덕이는 와중에 상사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테러리스트 관련 일은 그렇게 됐으니 알아 두도록 하고. 당분간 LAPD 쪽과 협력해서 이번에 풀려난 ‘악마숙주’를 추적해라.

“악마숙주요?”

-그래. 한국에서 그 악마숙주에 대해 정보가 왔는데, 보니까 보통 악마숙주 아니야. ‘옴 기라스의 사슬’이란 아티팩트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어지는 상관의 설명에 윌슨은 물론이고 LAPD 쪽의 경무관도 얼굴이 일그러졌다.

인간을 덜떨어진 원숭이 취급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가졌고. 각종 <악마술> 마법을 구사하며, 자신을 죽인 자의 육신을 빼앗는 능력과 그 육신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악마. 설명만 들어도 사례집에서 봤었던 악마숙주보다 ‘몇 배’는 까다로운 괴물이다.

“아니, 그딴 걸 왜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답니까??”

-죽일 수 없었다더군. 게다가 제대로 사역하면 엄청나게 유용하고. 그놈에 대한 처리도 이번에 오는 한국 쪽 초인들이 어떻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최소한 그 악마숙주가 어디에 있는 행적이라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좀 위험할 것 같은데요.”

우려 섞인 읠슨의 대꾸에 스마트폰에선 푸념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긴 한데, 한국 놈들이 올 때까지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잖나? 이런 지능형 악마들은 진짜 뭔 짓을 벌일지 몰라. LAPD 쪽에서만 단독으로 대응하기도 힘들 테고.

“하아, 그렇긴 하죠.”

-LAPD 쪽에 공식 공문을 곧 보낼 예정이니 틀라펙스 씨와 함께 그 지시에 따르도록 하게.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하지.

상관의 전화가 끊어진 후, 윌슨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어서 자길 바라보는 경무관에게 살짝 고갤 끄덕이곤 사무실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틀라펙스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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