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5화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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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은 권진우를 만나고난 뒤 월요일 날 회사에서 팀장과 이야기했다.

“이번 드라마에 쓸 만한 단역이 있다고?”

“네.”

“어느 정도인데?”

“민경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1년 정도 시키면서 한다면 쓸 만한 재목이 될 사람으로 보입니다.”

쓸 만한 재목이라는 말에 주명진이 관심을 보였다.

“네가 여기서 지낸 경력을 보자면 그 말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만······.”

아직 재석이 보여 준 건 민경의 오디션 합격이 전부인 상황이다. 뭘 더 보여 준 건 없었다.

“정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불러다가 연기를 시켜 보십시오. 그럼 판단이 될 겁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걸 보니 꽤나 괜찮은 사람인 모양이네. 좋아, 한번 불러 봐.”

“감사합니다. 제 무리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아니야, 민경이 잘 관리하고 있어서 한 번쯤은 이런 일 정도 해 줘도 문제없어. 그리고 단역이라도 하고 있다는 건 최소한의 기본은 갖추고 있다는 거니까.”

재석은 하루빨리 계약을 직접 맺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길 희망했다.

“그럼, 약속을 잡겠습니다.”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재석은 약속을 잡았다. 서로 촬영 일정이 없는 날을 대상으로 말이다.

***

재석과 주명진, 권진우와 최민철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근데, 이 자리에 오는 건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주명진은 권진우의 옆에 있는 최민철을 보며 이야기 하자, 권진우가 소개를 먼저 했다.

“저와 친한 동생입니다.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는 매니저라는 일에 매력을 느껴서 GU에 입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입사?”

그 말에 주명진이 재석을 보았지만, 재석이라고 이 부분은 아는 게 없으니 대답할 것도 없었다.

“동기는 뭔가요?”

최민철이 무척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대답을 내놓았다.

“저는 단순히 매니저란 일이 물건 싣고 내리듯이 연예인을 데려다주는 걸로만 알았는데, 그것만으로 설명이 힘들고, 정말 다채로운 직업이더라고요.”

민철의 말은 맞다. 매니저에도 단계가 있을 만큼 그 일이 다양했다.

연예인에게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영업을 뛰고, 직접 관리하며, 연기의 상대역까지 하면서 보조를 맞춰 줘야 하는 복잡한 직업이었다.

“그럼, GU에 입사를 원한다는 겁니까?”

“네, 그러지 않아도 매니저는 상시 모집이라고 붙어 있어서요.”

틀린 말이 아니다. 매니저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 부지기수다. 항상 인력난에 시달린다. 재석만 하더라도 민경을 만나기 전까지 땜빵을 매일같이 했다.

“그럼, 권진우 씨, 계약과 관계없이 입사입니까?”

주명진의 물음에 대답은 민철이 아닌 권진우가 입을 열었다.

“제가 계약하면 입사입니다. 그리고 다른 매니저 붙여 줄 필요 없이 여기 민철이를 제 담당으로 붙여 주십시오.”

권진우는 이름 없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었지만 자기를 도와준 동생을 챙겨 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흐음.”

그러지 않아도 권진우가 들어오면 매니저 한 명이 필요하긴 하다.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따로 매니저 땜빵으로 돌릴 필요가 없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죠.”

주명진의 말에 재석은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이렇게 되면 내가 최민철을 통해 권진우를 움직일 수 있어.’

재석이 아직은 로드라서 두 연예인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민철과 이야기하면서 권진우와 친분을 만들면, 나중에 재석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관계를 만들면 내 미래가 밝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

거기에 그가 어떤 드라마 어떤 영화를 찍어야 잘나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그였기에 더더욱 말이다.

‘내가 저쪽에 간섭을 하면 할수록 최민철과 권진우는 내 사람이 된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확실한 변화를 잡은 거였다.

“그리고 계약에 관해서 해 드릴 수 있는 건, 신인 계약 조건이라는 겁니다. 그 외에는 해 드릴 게 별로 없습니다.”

“그거라도 상관없습니다. 민철이도 같이 일한다면 말이죠.”

권진우는 사람 챙긴다고 최민철을 확실히 잡고 늘어졌다.

“흐음,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하죠.”

주명진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석도 따라 일어나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그가 재석에게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재석아,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전, 계약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조건이 붙긴 했지만, 아직 매니저에 대한 일을 모르는 최민철은 교육시키면 되고, 권진우 역시 이 드라마가 진행 중이지만, 역할이 일단 작아 비는 시간이 많습니다.”

“네 생각은 받아들인다고 해서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건가?”

“아니죠, 최민철을 권진우 옆에 붙여 둘 시간보다 다른 일 시킬 시간이 더 많을 겁니다. 권진우가 일이 없으니까요.”

“당장은 말이지······.”

“거기에 권진우가 잘나가면 그때 땜빵 일 그만두게 하면 되죠.”

“그사이에 인력난을 조금 해결하고?”

“매니저야 원래 상시 모집 아닙니까.”

“하긴.”

“거기에 단역 할 때 보니까 연기 실력이 괜찮아서 시간만 좀 더 지나면 분명 좋은 역할을 받을 겁니다.”

재석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야기하자 주명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신인 계약 조건이야. 우리가 손해 보는 조건도 아니고 말이야.”

“어떻게 보면 원 플러스 원입니다.”

주명진은 재석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살짝 고민이 있었지만, 손해 보는 건 아니니 말이다.

결국 계약은 이루어졌다. 최민철은 권진우의 담당이 맞지만, 지금 단역이라 일이 자주 있는 게 아니기에 남는 시간에 다른 연예인 로드매니저를 하고, 그에게 다른 일을 가르치는 건 선배가 되는 재석이 하게 되었다.

“제가요?”

“그럼, 네가 소개해 준 사람인데 네가 일 가르쳐야지.”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어차피 붙어 있어야 할 구실이 필요했는데 일 가르치는 걸로 붙어 있는 거라면 더 확실한 접근이 가능하니 아주 좋았다.

“그럼, 새로운 신입 매니저를 관리하러 가 볼까?”

재석은 미소를 지으면서 최민철을 찾아갔다.

“오셨습니까.”

최민철은 이미 재석에게 잘 보여서 일을 빨리 배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매니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 줘야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나이도 어리고 일도 선배님보다 늦습니다.”

“하아, 그래도 여기서는 직책이 같은 로드 매니저라 너무 편하게 대할 수 없는데.”

“괜찮습니다. 선배님.”

“뭐, 정 그렇다면야······.”

재석은 편하게 말하면서 회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알려 줬다.

***

드라마 촬영과 별개로, 드라마 방영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어갔지만,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민경이다.

회사에서는 민경이 빠른 속도로 뜨며 수많은 러브콜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재석아, 아주 좋은 뉴스 하나 나왔다.”

좋은 뉴스라는 말에 재석은 뭔가 직감이 왔다.

“혹시 광고입니까?”

“어떻게 알았냐?”

“일단, 뜨면 광고가 쏟아지는 게 정석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어디서 왔습니까? 혹시 동진오츠카에서 연락 왔습니까?”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신인 여배우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걸 증명하는 수단이 이 동진오츠카에서 날아오는 광고 러브 콜이다.

작년과 올해 데뷔한 신인 여배우 중에 민경을 따라올 여자 배우는 없었다.

“동진오츠카와 뜸들이기 하실 겁니까?”

“뭐, 드라마 출발이 워낙 좋아서 말이야.”

말이 좋아 조율이지, 몸값을 올리는 일이다. 물론 갑은 광고주이기 때문에 내부적 회의를 거친다는 거창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끈다.

“저쪽도 모르진 않을 텐데요.”

광고주도 멍청이가 아니다. 그러니 적당히 줄다리기  해야 한다.

“그러니 적당히 해야겠지. 그 광고가 신인 여배우들의 인기 척도 아니냐. 그러니 못 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

주명진도 잘 아는 거라 길어 봐야 2주일 정도가 한계라는 걸 알고 있을 거다.

“혹시 모르니까 스케줄 비는 날 확인해 줘.”

“가장 빨리 비는 날이 다음 주 수요일이고, 그 다음 주는 금요일에 시간이 납니다. 주말에도 촬영을 해야 해서 상당히 빡빡한 일정입니다.”

“그럼, 금요일에 약속 잡아야겠네.”

바로 맥시멈으로 뜸들이기 들어가는 센스에 재석을 할 말을 잃었다.

“재석아, 너 그쪽 광고 콘셉트 뭔지 알지?”

“젊음, 상큼, 청순, 블루 앤 화이트.”

동진오츠카에서 계속 밀고 있는 콘셉트다. 중간에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다른 콘셉트를 할 때가 있지만, 그건 어쩌다 한 번이다.

“잘 아는구나.”

“워낙 유명하니까요.”

“그럼, 최대한 청순하게 준비시켜.”

“예, 팀장님. 근데 그날 민경이도 갑니까?”

“가야지. 약속을 잡으면 그쪽에서 얼굴을 비춰 줘야 하니까. 네 담당의 청순함과 아름다움을 보여 줘야 그쪽에서도 마음에 들어 하잖아. 너도 직접 얼굴을 보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정확히 2주일 뒤에 세 사람은 동진오츠카 본사에 얼굴을 내밀었다.

“오빠, 정말 제가 여기 온 거 맞나요?”

“그래, 맞아.”

민경은 아직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열심히 연기만 했을 뿐이다.

‘팬 미팅 정도 해야 실감이 나겠지.’

“오빠.”

민경이 갑자기 재석의 앞에 와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때요?”

재석은 순간적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지 아주 잘 알았다.

“아주 예뻐. 내가 그동안 보아 왔던, 그 어느 때보다.”

“진짜죠?”

너무 립 서비스가 강해서 살짝 의심하는 민경이었지만, 재석은 한마디 했다.

“믿기 싫으면 말든가.”

재석이 휙 지나가가자 민경이 쪼르르 쫓아왔다.

“아이,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안 믿는데 별수 있나.”

“아, 믿을게요. 믿어요.”

졸지에 민경이 아쉬운 소리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오늘 많이 신경을 써서 아름답다는 건 변함없는 진실이었다.

“둘이 많이 친해졌네.”

“쉬는 날 빼놓고는 매일 얼굴 보고 살잖아요.”

“가만 보자. 재석이 최근에 언제 쉬었냐?”

“드라마 시작한 뒤에는 거의 쉬지 못했습니다.”

민경이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와서 그동안 못 한 서류를 본다거나 혹은 스케줄 확인 등 여러 잡일 때문에 출근이 잦았다.

“너, 드라마 끝나면 좀 휴가 받을래?”

회사 입장에서도 담당 연예인이 좀 한가해지면 같이 일정 부분 휴가를 주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다.

“그러면 저야 좋죠.”

일요일도 촬영이 있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 때문에 드라마 하는 동안 모두가 힘들어하는 실정이다.

“그럼, 휴가 일정 잡으면 말해라.”

주명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서 들어갔다.

오츠가 회사에 들어가기 무섭게 직원이 마중 나와 있었다.

“GU 소속사에서 오셨습니까?”

“예.”

주명진의 대답에 직원은 뒤에 있는 일행을 보다가 민경에게 시선이 붙잡혔다.

“헉!”

그는 연예인 처음 보는 건지 아니면 가까이에서 충격적인 미인을 봐서 그런지 그의 표정이 너무 놀라고 있었다.

“턱 좀 올려 주실래요?”

재석이 다가가 말하자 그는 순간 턱을 만지면서 입이 벌어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민경은 그를 보고 살짝 웃었지만, 동시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이, 이쪽으로 오시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작은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혹시 드시고 싶으신 차가 있으십니까?”

세 사람은 다들 커피를 시키며 기다리기로 했다.

커피가 오고 5분 정도 지나자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또각또각.

‘와우, 패션 한번 굉장하네.’

민경의 오늘 의상 콘셉트가 청순이라면 상대는 관능과 섹시라고 할 만큼 무시무시했다.

‘얼굴도 한 얼굴 하네. 나이 좀 들은 거 제외하면······.’

피부 관리를 꾸준히 했더라도 인생의 삶의 흔적은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조수연입니다. 홍보부에서 부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직책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이 광고에 관한 권한을 쥐고 있음을 직감했다.

‘실질적인 결정권자······.’

이 사람에게 잘 보여야 민경이 광고를 찍을 수 있고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아웃시킬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근데 여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조수연 뒤로 부하 직원 셋 정도가 따라 들어왔다.

스윽!

조수연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부하 직원들도 뒤따라 앉았는데, 조수연을 중심으로 좌우 날개처럼 양쪽에 자리했다.

“그럼, 빠르게 본론부터 이야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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