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10화 (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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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소속사에 또 한 번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민경이 찍은 광고 방송 때문이다.

라랄, 라라라, 라라~♬

민경의 전설적인 광고가 시작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 방송이 나가고 난 뒤에 동진오츠카의 음료 매출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매출 상승은 얼마 안 가 회사 생산 물량에도 변화를 일으켰고, 많이 팔린 만큼 주가도 연달아 상승했다.

거기에 소속사에서는 주명진이 바쁘게 움직였다.

“재석아.”

“네.”

“여기 스케줄 추가다. 이번 주는 주말도 없이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촬영하는 쪽은 주말에 안 쉰데요?”

“쉬고 싶겠지만, 주말이 아니면 네 담당 스케줄이 한 달이나 밀리는데 어떻게 되겠냐.”

“슬슬 후반기 드라마 대본도 봐야 하는데.”

“아, 그 후반기 드라마 대본 나왔다. 그리고 민경이 앞으로 온 대본도 있다.”

재석은 그 말에 얼른 대본을 봤다.

“대본이 급해?”

“급하죠. 민경의 이름을 더 많이 알리려면 필요하니까요.”

“뭐, 대본은 네 담당한테 왔으니 한번 가져다주고 이야기 나눠 봐. 어떤 게 하고 싶은지.”

재석은 여러 대본의 제목을 한번 보고는 한 대본을 손에 쥐었다.

‘이거 말고는 다른 것들은 그저 그래······.’

아직 민경 인지도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걸 나타내는 증거였다. 그래도 인기가 생기긴 생겼는지 대본도 이렇게 보내 주는 걸 보면 그나마 다행이긴 했다.

‘선미진미’

시청률 중박 작품. 앞서 데뷔작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서 민경은 혼자 캐리하다시피 연기를 펼치게 된다.

홀로 극을 이끌어 가는 연기를 선보인 최초의 작품이다. 어쩌면, 이제 두 번째 드라마의 시청률이 전작보다 낮은 건 그녀의 인지도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했을 거다.

“김종진 프로덕션······.”

외주 제작사였다. 현재는 드라마를 만드는 데 제작사들이 일부분만 차지하나, 해가 넘어갈수록 그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이 외주사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지?’

다양한 외주사가 생기는 시점이라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잘 모른다. 물론 그 안에서 크게 성공한 회사가 없는 건 아니다.

‘근데, 김종진은 아니란 말이야.’

어떤 회사는 인수 합병되는 형식으로 흡수되는 경우도 있었다.

외주사에 대한 기억을 억지로라도 끄집어내서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 재석아.”

“네?”

“너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알려 줄게.”

갑자기 좋은 소식이란 말에 재석은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갑자기 불안하게 좋은 소식이라니요.”

“좋은 소식인데 왜 불안해?”

“이상하잖아요. 갑자기 좋은 소식이라니.”

회사 다니면서 좋은 소식이라는 걸 별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월급날 돈 들어오는 거 빼고 말이다.

“다른 게 아니라 네가 담당 맡고 일을 아주 잘해 줘서 승진 이야기를 하려고.”

“승진이요?”

“그래, 네 담당도 그렇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권진우일도 그렇고 네가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승진 이야기가 나온 거다.”

민경은 주인공을 따냈고, 권진우는 회사와 계약하기 무섭게 영화에서 비중 높은 조연을 맡았다.

“네가 열심히 한 결과를 회사에서 알아주는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재석은 주명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보고는 팀장인 주명진이 한다. 그가 하지 않으면 재석의 승진 이야기도 없기에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예, 그럼 오늘은?”

“집에 가 봐야 해서 그건 힘들다. 다음에······.”

주명진이 집에 가야 할 일이라면 말릴 수가 없다. 결국 재석은 민경에게 소식을 전했고 최민철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이날 밤 재석을 위해 사람이 모였다.

“오빠, 축하드려요!”

가장 먼저 축하를 준 건 다름 아닌 민경이었다.

그녀가 승진 축하라면서, 선물을 하진 않았지만 하나는 약속했다.

“오늘 술자리에서 마신 술은 제가 삽니다.”

“무리하는 거 아니야?”

“에이, 오늘 술만 먹어서 죽어도 삽니다.”

통 크게 나오는 민경의 말에 재석은 고맙다고 했다.

민철과 권진우 역시 같이 자리하게 되었고, 축하를 보냈다.

이렇게 임민경과 권진우가 같은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신기했다.

‘원래 두 사람은 첫 데뷔 이후에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인데······.’

둘은 맛있는 첫사랑 이후에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었다. 서로 다른 소속사 다른 드라마나 영화 출연이 그 이유였다.

“다들 고마워.”

“재석 씨, 제 잔 받으세요.”

권진우가 술을 내밀자, 재석이 잔을 들었다.

“다음에도 저 영화나 드라마 선택할 때 도와주세요.”

“물론이죠. 민철이도 그렇고 아직 혼자 하기에는 연차가 부족하니까요.”

“선배님, 정말 저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알았다.”

두 사람은 재석에게 확실히 얻을 게 있다는 판단해서 그런지 딱 달라붙을 생각이었다.

‘권진우는 확실한 이익이 있다면 따라오겠어.’

둘의 친분이 민경처럼 두텁지 않으니 이익을 기대하고 다가오는 거였다.

‘그래, 단순하면서도 확실하지, 이익을 보고 움직이니까.’

둘의 관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축하연이 끝나고 최민철과 권진우는 먼저 갔고 남은 건 민경과 재석이었다.

“하, 이제 집에 가 볼까?”

“벌써? 간단하게 한잔 더 하고 가요.”

친해진 민경은 뭔가 좀 아쉬운 모양이었다.

“근데, 술집에서 또 마시는 건 돈 많이 깨지는데.”

“그럼, 오빠 집에 가요.”

“뭐? 다 큰 처녀가 못 하는 말이 없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데 놀란 재석이었다.

“그렇다고 오빠가 나 잡아먹으면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당차게 나오니 기가 죽는 건 재석이다.

“너 진짜 무섭구나······.”

결국 재석의 집에 술을 사 들고 왔는데 민경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이야,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좀··· 냄새난다.”

민경은 익숙하지 않은 홀아비 냄새를 맡아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것도 5분 정도 지나니 별 의식을 하지 않았다.

“오빠, 나 그리고 차기작 정했어요.”

“뭘로?”

“선미진미요.”

“이유는?”

“저에게 들어온 선미 역이 맛있는 첫사랑의 정진 선배처럼 극을 이끌어 가는 역이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극을 이끄는 인물을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정말 딱 좋게 들어와서 너무 좋았어요.”

배우가 원하는 역을 맡아서 일하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그건 내일 내가 팀장님한테 이야기할게.”

재석은 술을 마시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슬슬 이맘때 인가?’

괜찮게 운영되던 GU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시기 말이다.

재석이 홀로서기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회사가 도산하게 되는 계기가 곧 생긴다.

“오빠, 뭐가 그렇게 심각해요?”

“아니, 잠시 미래를 생각했어.”

“미래요?”

“민경아 혹시 너에게 2년 뒤에 계약이 풀린다면 어떻게 하겠니.”

“계약이 풀려요? 제 계약은 많이 남았는데.”

계약은 5년.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민경과 재계약을 원할 거다.

“만약에 말이다.”

“그렇다면, 딱히 아는 회사도 없는데요.”

“내가 회사를 차리면 올 거냐?”

“오빠가요?”

“그래.”

재석은 숨김없이 이야기하자 민경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갈래요. 오빠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혹시 이유는 물어봐도 되겠지?”

“오빤 절 어디까지 보내고 싶으세요?”

재석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향했다.

“저 높은 곳으로 널 안내할 거다. 한국 최고를 넘어서서 아시아 최고로.”

재석의 말에 민경은 미소를 지었다.

“진짜죠?”

“물론, 내가 널 그 자리에 반드시 앉힐 거다.”

확언에 가까운 말에 민경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으흐흐.”

“왜 갑자기 웃음이 그래?”

“상상만 해도 좋아서요.”

귀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재석은 피식 웃는 것으로 끝났다.

“그럼, 오빠는 회사 차리긴 할 거예요?”

“차릴 거야. 반드시.”

재석의 두 눈이 이글거리며 그 의지를 보이자, 민경은 재석이 장난삼아 이야기하는 게 아님을 알았다.

“오빠, 진심이군요.”

“물론이야.”

“그럼, 저도 계약 기간 때문에 움직일 순 없지만, 오빠가 회사 차리면 거기로 꼭 갈게요. 대신 대우 잘해 주셔야 해요.”

“당연하지, 민경이 너한테만큼은 내가 최고로 해 주지.”

“그럼 오빠가 회사 일찍 차리면 준비 잘해 놓고 계세요.”

“반대로 묻지, 내가 회사 차리면 네가 투자할래?”

“좋아요. 투자하죠. 대신 많은 돈 못 해 줘요. 저도 돈 많지 않아요.”

“그건 지금이고, 내가 내일 당장 회사를 세우는 게 아니야. 그때도 네가 돈이 없을까?”

재석은 그녀가 곧 벌어들이는 수익이 갑자기 늘어나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알았어요. 오빠가 회사 차릴 때 내가 돈 많으면, 2억이든 3억이든 있는 돈 투자할게요.”

“그 정도면 아주 시작부터 잘나가겠네.”

회귀 전에 민경을 데리고 나간 녀석은 시작부터 빵빵한 자금으로 시작했다. 그것도 반은 민경의 자금일 거다.

“좋아, 그럼 약속하자.”

재석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민경이 웃었다.

“이게 뭐에요.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뭐 어때, 악수를 하는 건 약속 같지 않잖아. 어릴 적부터 새끼 걸고 약속하는 거 안 해 봤어?”

“알았어요.”

민경은 그렇게 새끼 걸고 약속을 했다. 돈 생기면 회사 차리는 데 투자하겠다고 말이다.

***

다음 날, 재석은 민경이 어떤 대본을 선택했는지 주명진에게 보고했다.

“재석아, 네가 외주사에 연락해서 미팅 일정 잡아라.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네가 말하고, 나중에 일정 잡히면 그때 내가 같이 움직이마. 이번에는 내가 일하는 거 보여 줄 겸 움직이지만, 다음에는 너 혼자 다 해라.”

“예.”

재석도 이런 일을 다 해 봤지만, 토를 달지 않았다. 어차피 일 교육의 일환에 불과하고, 한 번 정도야 그냥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재석은 곧바로 외주 제작사에 전화를 넣었고 일정을 잡았다.

“예, 그러니까 사흘 뒤에 그쪽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사무실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쿵쿵, 드륵, 드륵!

갑작스러운 소리에 다들 천장을 바라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 드디어 시작하네.”

“팀장님, 뭔가 아세요?”

“아, 위에 공사 중이야. 소속사에서 가수를 좀 키워 보려고 한다더라.”

“드디어 시작인가······.”

나름 괜찮게 운영하던 GU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망하게 된 시작이 바로 이거다.

연기자만 주력으로 하는 게 아닌 가수 그리고 다른 영화에 투자를 시작한 거다.

“드디어 사장이 그 아들로 바뀌었군.”

진짜 사장이 물러난 건 아니지만, 의욕만 가득한 아들이 바로 이사직으로 들어오면서 일이 커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이 들어와서 회사를 휘저었으니 망할 수밖에.”

돈 많은 집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자수성가했기에 아들도 뭔가 해 보려고 의욕만 넘치는 일을 벌인 거였다.

‘망하는 게 순식간이었지. 원래 사장이 막을 틈도 없이 말이야.’

잘될 것 같은 영화에 투자했는데 쫄딱 망해서 투자금 회수는 꿈도 못 꾸게 되었고, 가수 데뷔시켰는데 한번 방송 출연까지는 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

‘들어간 돈은 수억이었고, 그게 다 공중분해됐지.’

한순간이었다. 가수가 망하는 것과 투자가 실패한 것이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터져 끝장이 나 버렸다.

사장 아들이 어떻게 해서든 수습하려고 했지만, 의욕만 있고 실력이 없었기에 결국 회사 부도 사태에 간다.

“슬슬 나도 준비해야겠네.”

재석은 뭔가 더욱더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걸 깨달았다.

‘근데, 이거 회사 망하려면 2년은 걸리는데 말이야.’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남았기에 준비 기간도 아주 많이 남았다.

월급쟁이가 준비를 하는데 있어서 시간은 아주 충분했다. 거기에 재석은 회귀 전에 비록 실패했지만, 경험도 있었다.

“재석아, 오늘 미팅 날 아니야?”

“예, 준비했습니다. 가시죠.”

”그래.”

재석은 주명진과 차를 타고 외주사로 향했고, 그 장소에 도착하자 다른 차도 들어오는 걸 보았다.

처음에는 그 차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내린 사람을 보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풍동화, 눈꽃연가의 윤정호 감독!’

외주 제작사에 그가 찾아온 것이다.

‘아니, 저 사람이 왜?’

그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유명 감독의 등장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함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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