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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매니저-24화 (2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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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식당에서 재석은 두 아역 연기자의 보호자들과 함께 자리했고, 여기서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렇게 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정식으로 회사를 차리게 되면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계약서에 명시를 할 내용입니다. 그거 가지고 거짓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죠.”

재석의 확답에 다들 놀라운 표정이었다.

“그럼, 결정은 제가 회사를 차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곳에 가도 나만큼 제시를 하는 쪽은 없을 거다.’

신지경은 이제 데뷔를 하려는 상황이고, 문자영은 데뷔만 했을 뿐 인지도가 낮다. 이런 상황에 돈이 되지도 않을 두 사람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5 대 5 이상의 수익 구조는 절대 불가능하다.

“회사 차리는 날 알려 주세요. 그쪽과 계약하겠습니다.”

보호자들은 확실하게 반응을 보였다.

“물론입니다. 확실하게 알려 드리죠.”

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주문을 할까요?”

“네.”

드디어 주문시킬 수 있었다. 식사는 생각보다 조용히 이뤄졌다.

‘이제 끝났네.’

드디어 협력할 연예인들을 모두 다 포섭한 거였다. 재석에게 남은 건 회사의 계약이었다. 이건 답이 없었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말이다.

눈꽃연가의 드라마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민경의 연기력은 회귀 전보다 더 안정되어서 감독의 마음에 쏙 들 정도였다.

“하하하.”

요 근래에 감독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고 촬영장 분위기도 이런 기세를 탔는지 확실히 좋았다.

드라마 촬영장에 가장 높은 책임자의 표정이 즐거운데 그 밑에 사람들 표정 역시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다.

“이봐, 전 매니저, 혹시 작가들하고 만나서 스토리 좀 이야기해 보면 안 되겠나?”

“네? 갑자기 그건 왜 그러십니까.”

“작가들과 만나서 사전에 조율하고 그 뒤에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게 현장에서의 불편함을 조금 줄일 수 있어서라는 이유는 어떤가?”

“작가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셨습니까?”

“뭐, 가장 가까이 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네 이야기도 하게 됐네.”

결론만 말하자면 재석의 스토리 감각이 좋아 이런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했을 거다. 작가들은 나름 반응을 보였을 거고 말이다.

“하지만, 제가 촬영장 쫓아다니는 것도 힘든데 쉽게 되겠습니까?”

“어렵다는 건 알지만, 공짜로 해 주진 않겠네.”

공짜가 아니라는 말에 감독이 무슨 용돈이라도 쥐어 주려는 줄 알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달랐다.

“자네가 회사에서 나올 거라는 걸 기억하고 있네. 그 회사를 차리면 내가 도움을 주겠네.”

재석에게는 솔깃하지만, 동시에 확인도 해야 했다.

“어떤 도움을 주시려는 겁니까?”

“자네가 이걸 해 주면 보수를 두둑하게 챙겨 주지. 다른 걸 원하면 다른 걸로 해 주지.”

“다른 거라······.”

재석은 그 말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혹시, 일본에 개인적으로 아시는 에이전트 이런 사람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응?”

갑자기 일본 에이전트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순간 멍해졌다. 뜬금없어도 이렇게 뜬금없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아니, 일본은 왜?”

“꽤 놀라신 것 같습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난데없이 일본 에이전트를 찾으니 놀랄 수밖에.”

“급한 건 아닙니다. 회사가 세워지면 한 명 소개해 주십시오. 적어도 내년이나 돼서야 에이전시를 통해 일을 좀 할 수 있거든요.”

재석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기에 감독은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아는 지인을 통해 일본 에이전시에 관한 걸 알아보지.”

“감사합니다. 감독님. 하지만, 제가 따로 스케줄을 빼야 하는데······.”

“아, 그건 걱정하지 말게. 작가들은 생각보다 인내심이 있어서 말이야. 거기에 우리 드라마 여주인공도 데려가게 작가들이 한 번 더 얼굴을 보고 싶은 모양이야.”

재석은 약속을 했으니 가장 먼저 스케줄 일정부터 확인했다. 이틀 뒤에 오후 일정이 없는 걸 확인했다.

“감독님, 이틀 뒤 저녁쯤에 시간이 빕니다.”

“작가들 일하는 사무실 적어 줄게 찾아가.”

윤정호는 바로 메모지에 적어서 재석에게 건네줬다.

***

띵동!

서울의 어느 한 모처에 있는 오피스텔에 찾아갔다. 벨 소리에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리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예, 끝나는 대로 바로 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어서 들어오세요.”

장현지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들이 준비한 건 한쪽 테이블에 있는 음료수와 대본이었다.

“오신다고 하셔서 대본 미리 출력해 놨어요.”

“그러셨군요.”

재석은 곧바로 대본을 봤다. 내일도 일이 있으니 빨리 일을 처리하고 집에 돌아가 쉬는 게 가장 좋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작가들의 반응은 재석에게 집중되어 있는 게 아니라 다들 시계를 보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분명 작가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재석이 하는 말을 적을 준비는 해 놓고도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재석은 깨달았다.

‘오늘 뭐 하는구나.’

재석은 대본을 다 읽고 나서 이들이 어디로 가려는 건지 궁금했다.

“다들 어디 가십니까? 저를 보지 않고 시계를 보시는 걸 보니 단체 약속이 있는 모양이시군요.”

작가 중에 속내를 잘 감추지 못하는 조신영이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뭔가 창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재석의 한마디가 아주 강력했는지, 장지연 작가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약속이 있기는 한데······ 괜찮아요. 일이 먼저죠.”

“약속이 있으시다면 오늘은 안 된다고 하시지 왜 감독님에게 이야기하지 않으신 겁니까?”

“드라마 촬영이 바쁘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해요.”

일이 우선이라면서 하는 행동이 달라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동시에 그들의 마음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대본 쓴다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한 번쯤은 나가 놀고 싶은 거겠지.’

그 누구도 열심 일하다가도 언젠가 좀 쉬었으면 하는 날이 찾아온다.

‘작가들은 작품에 몰두할 때는 주말도 없이 일할 경우가 많지.’

물론 끝나고 푹 쉰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마지막에 푹 쉰다고 해도 중간에 스트레스를 풀어 줄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럼, 작가님들 바쁘시니까 바로 시작하죠. 첫 장부터 갑니다.”

재석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마치 감독이라도 된 것처럼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이 신에서 대사를 이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채선아.’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충 표정을 이렇게.”

재석은 직접적으로 표정까지 지으면서 설명하기 무섭게 작가들이 재석의 표정을 각자 셋이서 느낌대로 적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구나.’

서로 같은 걸 보지만 다른 감각을 이용한 방식으로 서로 좋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는 거였다.

‘분명 이게 좋긴 하지만, 작가들에게 떨어지는 돈을 나눠 먹어야 하니 길게 갈 수가 없지.’

공동 집필의 문제가 이거다. 한 사람이 먹을 걸 나눠야 하니까.

“바로 다음 씬에서 대사는······.”

작가들이 일일이 내용을 적는 게 힘들 정도로 재석은 속도를 내며 일을 진행했다.

“조금만 천천히 해 주세요.”

“오늘 약속 있으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속도를 내고 있는 건데.”

“아, 약속은 괜찮아요. 좀 늦게 만나거든요. 그러니 너무 빨리하지 말아 주세요.”

다들 빠르게 재석의 말을 적고 있어서 그런지 살짝 손목을 매만졌다.

‘너무 빨리 진행해서 손이 쉴 틈이 없었네.’

“그럼, 약간만 천천히 하죠.”

재석은 속도를 살짝 늦춰 주자 작가들이 급하게 뭔가를 적는 상황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저희가 생각하는 게 이런 방향이 아니라······.”

작가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방향이 있어서 그것들을 재석이 듣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셨군요. 저는 대본에 나와 있는 흐름만을 보고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이건 어떠십니까?”

실질적으로 재석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졌는지 전혀 몰랐다. 대본에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여겼는데 이번에 입봉한 작가들이라 부족함이 엿보였다.

‘이런 부족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성공한 걸 보면 참 대단한 작품이야.’

한류의 바람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님이 확실했다.

‘다만, 다들 이 작품을 쓰고 이 바닥에서는 더 좋은 작품을 못 써서 문제였지.’

이 세 사람은 이번 작품만 함께하고 서로 흩어진다. 셋이 모여야 좋은 게 나오는데 흩어지니 좋은 작품이 안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재석은 이 작업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유명한 드라마에 간섭한다는 일에 살짝 흥분될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드라마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나가야 해. 내가 알던 부분에서 부족함을 조금 없애는 정도로 간다.’

이미 본 게 있으니 약간의 개선 정도만 하는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작가들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사실 감독님이 매니저님과 스토리에 관한 걸 이야기해 보라고 한 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막상 대화해 보니 매니저님 대단하시네요. 이런 실력이면 작가해도 될 정도예요.”

“죄송하지만, 그건 안 합니다. 작가 하다가 제 머리가 터집니다.”

재석은 매니저로서 성공하고 싶은 거지. 아귀처럼 이것저것 다 먹어 치우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러는 사이 대본은 벌써 마지막 신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딱히 손볼 게 없네요.”

“끝이다!”

“수고하셨어요.”

“근데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차로 태워다 드리죠. 지하철이 빠르다 하지만, 그래도 편하게 가는 건 차이가 좀 있죠.”

재석의 말에 작가들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딱 한 번만 신세 좀 질게요.”

“뭘요. 그럼 밑에 내려가서 기다리죠. 최대한 빨리 나오세요.”

“걱정 마세요.”

작가들은 재석이 몸을 돌리기 무섭게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석이 차에 시동을 켜고 입구로 차를 몰고 나오자 세 명의 작가들이 이미 모든 걸 끝마치고 재석의 차에 올라탔다.

“그럼 출발합니다.”

재석은 그대로 작가들을 태우고 약속 장소로 달렸다. 그녀들은 고맙다 하고 차에서 내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났다.

“음? 저 사람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평범했지만,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누군가가 떠오르려고 했다.

“누구였지?”

살짝 가물가물하지만, 지금 당장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빵!

잠시 기억을 더듬는 사이에 뒤에 있던 차가 기다리지 못하고 경적을 울려댔다.

“아, 거참!”

살짝 짜증이 밀려왔지만, 꾹 참고 자리를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작가들과 만났던 여자의 얼굴이 사라지질 않았다.

“누구였지?”

잠자기 위해 자리에 눕기 전까지 기억나지 않다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방 자매!”

한국에서 유명한 자매 작가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방 자매다.

“분명 언니였어!”

아직 시기상 동생은 작가 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다.

“이맘때쯤이면 공모전에 당선되고 방송사에서 보조 작가로 활동할 시기였지······.”

공모전 당선을 통해 방송사에 들어온 작가들은 초반에 안 하는 작가 일이 없이 다 하고 다닌다. 내가 무슨 스토리텔링 혹은 뭐 극본 배웠다. 이딴 거 필요 없다.

방송사에서 어디 가서 일해라 하면 일하는 거였다. 그렇게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가리지 않고 일하게 된다.

그나마 방송사 고용이라서 월급은 딱딱 나온다. 힘들지만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기다.

“만나는 사람이 방 자매의 언니 쪽이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

세 작가들도 다들 신인이거나 혹은 한두 해 먼저 입봉한 경우다.

“다들 아는 사이라 이건가?”

누가 누굴 아는지 참 알기 어려울 정도로 작가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거,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나······.”

아직 방송사에 얽매어 있는 방 자매의 언니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일하는 방송사가 KB였지.”

윤정호가 방송사 나오면서 신인 작가들을 끌고 나온 걸 생각하면, 전에 몸담았던 방송사 작가들끼리 좀 아는 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번 끼어들 만한 틈을 만들어야겠어.”

다음에 미리 손써서 틈을 파고든다면 기회는 온다. 미래에 잘나가는 작가님에게 미리미리 잘 보여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으흐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데.”

재석은 웃으면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찾아야 할 원석을 발견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아, 다음 작가들과 만나는 날이 너무 기대돼.”

재석은 다음에 만날 때는 그 방 자매의 언니와 꼭 한번 대면을 했으면 싶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한편으로 작가들에게 아주 잘해줘서 그 방 자매의 언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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