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34화 (3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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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재석을 한껏 째려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오빠, 왜 팀장님이 날 봐? 오빠가 직접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

“권진우 계약 일이야. 사장이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

“진짜지? 사장 됐다고 나 팽개치는 거 아니지?”

“거참, 매니저 어디 안 도망간다. 오히려 내가 투자자가 된 민경이 앞에서 설설 기어야 할 팔자인데 어떻게 딴 사람에게 널 맡겨.”

“근대 왜 팀장님이야?”

“거참 깐깐하다. 팀장급은 돼야 너 맡지. 그럼, 민철이한테 널 맡기리?”

재석은 민경을 살짝 띄워 주면서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

“진짜?”

“그럼, 내가 너 말고 딴 사람 없다. 물론 차후에 들어온 연예인이 더 유명해져도.”

“그럼, 믿을게. 진우 오빠, 계약 일 끝나면 꼭 다시 와요.”

“걱정 마라. 나중에 내가 큰 회사 사장 돼도 널 옆에 끼고 있을 생각만 해야겠구나.”

“그때는 그때고.”

민경은 아직 회사가 작으니 아직 재석이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재석은 직접 권진우 계약을 위해 제작사에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아직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됐다는 걸 모르는 이들은 그냥 계약할 수 있는 직원이 왔다고만 생각했다.

“반갑습니다. 장영진입니다.”

“전재석입니다. 그리고 명함 여기 있습니다.”

재석은 회사 이름보다 명함을 먼저 내밀었다. 그걸 본 장영진은 재석이 권진우의 소속사 대표라는 걸 알았다.

“이거 놀랍군요. 얼굴을 봐서는 직원인 줄 알았는데.”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아직 신생 회사니까요. 최근에 회사에서 한 작품이 몇 개 안 돼서 더 그렇습니다.”

“아, 그럼 권진우 말고 또 누가 있습니까?”

“임민경이 있습니다.”

임민경이란 이름을 듣자 장영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혹시, 눈꽃연가의?”

“맞습니다.”

거물을 데리고 있는 신생 회사라는 걸 보고 장영진의 자세와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그런 인기 스타가 소속된 회사인줄 몰랐습니다.”

“아직까지는 신생입니다.”

재석은 신생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적당히 겸손을 떨었지만, 임민경이란 그 이름 석 자 앞에서는 그는 영화 제작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권진우보다······ 임민경 씨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십니까?”

“현재 영화 촬영 중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진행 중이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재석은 스케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즉 이 영화에 출연은 조금 곤란하다는 걸 돌려 말한 거다.

‘이 영화에 출연할 유명 배우는 따로 있지.’

물론 그 여배우를 제치고 민경을 밀어 넣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너무 미래의 일을 바꾸면 내가 곤란해져.’

알아도 손 못 대는 게 재석의 입장이었다. 손댈 수 있는 게 딱 하나는 있었다. 바로 영화 투자였다.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하죠. 계약을 바로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연기를 보실 겁니까?”

“뭐, 권진우의 연기력은 알고 있습니다. 그가 나온 드라마와 영화 모두 다 확인한 상태입니다. 감독이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더군요.”

감독이 만족했다고 하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출발이었다.

“그래도 아쉽네요. 민경 씨가 저희 영화에 출연했으면 싶었는데.”

“지금은 스케줄이 많아서 곤란합니다.”

재석은 이제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제작자를 빨리 막고 일을 끝내야 했다.

“뭐, 좋습니다. 안 된다는 걸 억지로 매달리지 않도록 하죠.”

제작자가 순순히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닐 거다. 아주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좀 더 관객을 끌어 모을 만한 인기 스타를 얻는 것도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계약은 순조롭게 끝난 것 같지만, 재석은 한 가지 궁금한 걸 물었다.

“촬영은 언제입니까?”

“8월에 합니다.”

아직 진행 중인 월드컵이 끝날 때 촬영에 들어갈 상황이었다.

‘이 영화 내년 1분기 개봉 영화야. 관객 수 동원 역시 굉장했지.’

이걸로 권진우가 스타에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권진우의 인기가 치솟지만, 재석은 그 영화 출연 이후를 노리고 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인기 스타가 된 이후 큰돈이 벌리지.’

재석은 이제 권진우가 노를 저을 때가 찾아왔음을 알았다.

계약 내용 조율은 생각보다 편했다. 재석이 요구한 조건이 너무 단순했기 때문이다.

“러닝 개런티요?”

“그렇습니다. 영화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돈 받고, 못되면 돈 안 받겠습니다.”

“흐음.”

장영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건 영화사에 좋은 조건인데 이걸 하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관객 수에 따라 수익이 오르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죠.”

재석이 계약으로 돈을 벌 방법은 이것뿐이다. 모든 작품에 할 순 없지만, 권진우가 돈을 많이 벌게 해야 재석에게 떨어지는 돈도 많았다.

“뭐, 좋습니다. 하죠.”

자세한 관객 수에 따른 액수 이야기를 좀 하고 난 뒤에 제작사를 나왔다.

일요일이 되자 ‘이명규의 간다.’ 방송을 보게 되었다.

“흐음, 잘 나왔네.”

재석은 회사 한쪽에 걸려 있는 TV를 보면서 월드컵 방송을 다시 보고 있었다.

시청률 시작은 월드컵에 대한 관심만큼 높아지고 있었다.

“자, 여러분 특별 게스트를 모십니다. 바로 임민경 씨입니다!”

경기장에 여신이 강림했다면서 특수 효과로 축포를 터트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야, 시청률 잘 나오겠어.”

“······.”

재석의 한마디에 옆에서 같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민경의 얼굴이 빨개졌다.

“근데, 넌 집에 안 가냐?”

“어차피 집에 있어 봐야. 혼자고······.”

“너나, 나나 똑같다. 같이 본다고 뭐 달라지는 거 있겠냐.”

둘 다 예능을 잘 몰랐다. 그나마 예능 나가서 내뱉은 말이 배우의 이미지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는 거다.

‘특별히 문제될 만한 말을 하지 않았네. 그냥 축구장 처음 왔고, 경기 보는데 너무 좋다는 정도.’

그런데 여기서 다른 게 있다면 권진우였다.

“아, 저거 반칙 아닙니까? 심판이 저렇게 하면 안 되죠.”

마치 해설을 하듯이 하는 말투에 재석은 폭소가 터졌다.

“푸하하하!”

말투가 다소 진지했지만, 예능에서는 저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해설자가 아닌데 그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더 웃겼다.

“그래도 반응이 좀 나오겠어.”

화면에 나오는 이명규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보고 나서 결정된 건 하나였다.

“다음까지는 잘 가겠네.”

화면에 이렇게 잡힌 게 몇 장면이나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신선하다는 거였다.

딱 봐도 운동 잘하게 생긴 남자가 어설프지만 해설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근육남 해설이라.”

권진우 몸은 예전부터 정말 좋았다. 특히 축구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

“나쁘지 않아.”

몸 쓰는 일에 거부감 따위 찾아볼 수 없었다.

“걱정이 있다면, 너무 몸으로만 가면 안 좋은데 말이야.”

그래도 지금 화면에선 두 사람의 좌석이 위아래로 나뉘어서 진우는 얼굴만 간신히 나오고 있었다. 몸이 좋은 장면이 잘 안 나오고 있는 거였다.

“다행히 얼굴만 나오는 건가.”

첫 장면에서 어깨 넓어 보이는 것까지만 나오고 그 이상은 없었다.

“뭐, 몸 좋은 거 드러나도 딱히 상관은 없지.”

“오빠, 뭘 그렇게 품평을 해요?”

“아니, 잘 나와서 말이야. 이대로만 간다면 딱히 걱정할 게 없어서 말이지.”

재석은 그걸로 더 이상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순수하게 즐길 뿐이었다.

모니터링이 다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경이 바싹 달라붙었다.

“집에 갈 거지?”

“네.”

“태워 줄게.”

재석이 차를 타고 민경을 태워다 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재석의 시야에 뭔가 반짝이는 게 걸렸다.

“차에 타고 있어.”

“네.”

민경이 그렇게 차에 타는 동안 어디선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났다.

“잡았다.”

재석이 본 반짝임은 파파라치의 카메라의 반짝임이었다.

“아, 다행히 가까이 숨어 있었네.”

재석은 곧바로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빼앗다.

“뭐 하는 겁니까?”

“도둑 촬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특히 이제 스타가 된 제 담당 연예인의 사생활은 더더욱 그렇고요.”

재석은 카메라를 보더니 곧바로 디지털 카메라임을 알았다.

‘와, 이 아저씨 카메라 돈 많이 투자했네.’

이때 이 카메라는 정말 비쌌다. 아마 이거 내던지면 기물 파손으로 고소당할 수준이다.

“카메라는 좋은 거 쓰시네.”

하지만, 재석은 능숙하게 카메라를 조작해 그 안에 있는 사진들을 봤다.

“여기 제 담당 연예인의 사진이 있네요. 지우겠습니다.”

재석은 거침없이 사진을 지우면서 다른 사진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모두 지워 버렸다.

“이 정도로 넘어가죠. 만약 또 이런 짓을 하다 걸리면 경찰에 넘겨 드리죠.”

“큭!”

카메라를 돌려준 후에 재석은 차로 돌아갔다.

“오빠, 무슨 일이야?”

“파파라치 한 명 때문에.”

“어?”

“너도 이제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힐 정도로 관심 받는 인간이 됐구나.”

워낙 빠른 시간 안에 이룩한 성과라서 그렇지 파파라치가 붙을 만한 요인은 아주 많았다.

“다음부터는 조심해. 너의 사생활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질 거야. 이건 시작이고.”

“으, 설마 집에서 편하게 입고 있는 거 찍히는 거 아니죠?”

“아니, 그건 안 찍어. 어디서 누구 만나는지 그건 찍을 거야. 가장 큰 이슈는 그거거든.”

일명 스캔들을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파파라치들이다.

“혼자 다니면 문제 될 건 없어. 하지만, 남자를 만나게 되면 조심해야 할 거야.”

“근데, 만나는 남자가 오빠 말고는 없는데요.”

“매니저는 파파라치에게 남자가 아니란다. 그냥 생물이지.”

“진짜요? 참 어이없겠지만, 핑계로는 딱이네. 애인인데 매니저로 소개하고.”

“일반인일 경우는 상대가 연예인이면 빼도 박도 못하지.”

“어차피 잠시 동안만 고생하면 돼. 눈꽃연가가 한국에서 시들 때까지.”

“그럼 1년?”

민경은 1년 내다봤지만, 재석은 여기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민경아, 미안한데 10년짜리다.’

잊을 만하면 나오고 또 나오고, 어느 나라에서 방영하고, 초대받고 가고, 한국에서 눈꽃연가가 어느 나라에 방영됐다 하면서 주목받고······ 끝없는 연속이 된다.

“그래, 기다리면 된다.”

재석은 그리 말하고 민경을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제는 파파라치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 아주 골칫거리가 되었다.

*****

재석은 권진우와 함께 제작사에 찾아가 계약하게 되었다.

제작사에서 권진우가 나왔던 ‘이명규가 간다.’를 보고 재미있는 말을 했다.

“생각보다 아주 화면에 잘 잡히셨더군요. 거기에 저희가 원하는 캐릭터의 느낌도 나고요.”

“몸 좋고 싸움 잘하는 거 말입니까?”

재석의 말에 장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잠깐 나왔지만, 아주 몸이 좋으시더라고요. 이렇게 봐도 몸 좋아 보이고. 카메라 들이대면 각도 아주 잘 나오겠습니다.”

장영진은 권진우가 영화 동갑내기의 학교 짱 느낌을 잘 살릴 것 같았다. 험악한 인상이 아닌 야생마처럼 거칠지만, 튼실할 말 근육이 박혀 있는 실속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일단,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독이 왜 적극적으로 권진우 씨와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지 알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권진우와 재석은 감사를 표현했고 장영진은 만족스러워했다. 남은 건 사인하는 일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난 뒤에 권진우는 재석에게 물었다.

“사장님, 러닝 개런티로 계약은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걱정 마세요. 다른 건 몰라도 이 영화는 이걸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죠. 영화 시나리오도 꽤나 좋아서 돈 되요. 제작사에서도 이 영화가 손해는 안 볼 거라는 정도에 그친 것 같지만.”

영화사가 괜히 영화를 내는 게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익이 얼마나 나올지 타진을 한다. 그다음에 제작에 들어간다.

하지만, 영화라는 게 나와 봐야 아는 거라서 마지막까지 알 수 없지만. 재석은 이미 이 영화의 관객 수까지 알고 있다.

‘공식으로 500만. 들어간 돈에 비해 굉장한 수익을 냈지.’

재석은 돈 벌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권진우의 연기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할 때가 찾아왔다.

“오늘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세요. 회사와 계약된 곳에서 권진우 씨의 연기를 좀 더 날카롭게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니까요.”

재석의 말에 권진우는 표정이 달라졌다.

“주인공.”

그렇다, 아직 권진우는 주인공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게 처음이다. 그러니 더더욱 강하게 몰아붙여서 그를 움직이게 해야 했다.

“지금부터 갈 수 없습니까?”

“스케줄부터 확인하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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