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41화 (4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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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은 변호사를 통해 모든 내용을 전달받고서 미소를 지었다.

‘일이 확실하게 끝났네.’

이제 재석이 기다리는 건 주유와의 계약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유다.

“비록 히트작은 몇 년 뒤지만, 미래에 대한 주목도는 내년부터란 말이야.”

일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CF나 광고 쪽에서 찾는 빈도는 그야말로 이미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비주얼 깡패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란 말이야.”

주유와 견주는 혹은 얼굴은 그를 뛰어넘는 이들도 있지만, 키와 얼굴 거기에 비율까지 생각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비주얼이다.

“드디어, 내 거다.”

혼자서 웃으며 만족스러워 했지만, 곧바로 문제에 직면했다.

“팀장님!”

“왜?”

“매니저 한 명 어디서 급하게 고용할 수 없나요?”

“그게 말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그게 쉽냐.”

“하아, 큰일이네.”

“일단, 아는 사람을 통해 한번 수소문은 해 볼게.”

“팀장님, 최대한 빨리요. 지금 하고 있는 조연만 두 작품 더 있습니다.”

“뭐? 뭘 그렇게 많이 해. 연기자가 하나의 배역에 집중해야지. 무슨.”

“그쪽에서 연기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일거리는 많이 잡았더라고요. 그래서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을 정돕니다.”

“허허, 그 정도면 차를 하나 더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차 살 생각입니다.”

“이거 뭐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은 것 같아.”

주명진은 투덜거렸지만, 재석이 한마디 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이제는 돈 잘 들어오고요. 어제 민경이랑 아역 배우 광고 수입 들어왔습니다. 아주 짭짤합니다.”

“오, 진짜?”

“영화는 아직 돈이 안 들어왔지만, 그쪽은 투자자가 확실하니 돈 바로 들어올 겁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그럼, 매니저 구인 좀 빨리 부탁드려요.”

“알았다. 알았어. 그 전까지는 네가 직접 해야 해.”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뜁니다.”

재석은 매니저를 새로 구인하기 전까지 움직이기로 했다.

***

다음 날, 당연하게도 민경은 재석에게 투덜거렸다.

“오빠,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사람 모집할 거야?”

“쓸데없는 사람이 아니야. 자초지종을 설명해 줄게.”

재석은 주유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려 주자 민경이 불같이 화를 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어. 회사가 배우를 등쳐먹다니!”

“그래서 딱 한 사람 구제해 주는 셈 치고 받은 거야. 연기에 대한 열정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고 있더라고.”

“오빠, 그럼 그쪽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됐어?”

“그쪽은 지금 전쟁 중일 거야. 주유 한 사람만 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 한 것 같더라고. 계약 해지에 토해 내야 하는 돈의 액수 탈세 등 이미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됐을 거야.”

“그 사람들 감옥 안 가?”

“갈 거야. 아쉽게도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재석이 전문가에게 맡긴 것도 이것 때문이다. 그런 인간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

“생각난 김에 변호사에게 전화 해 봐야겠다.”

재석은 전화를 걸었고 재미난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아, 계약은 무사히 해지됐군요. 그 사람들 감옥에 갈 것 같습니까?”

(이거······ 저도 하면서 느꼈는데 파고 파도 끝이 없습니다. 감옥에 안 가는 게 이상할 정도죠.)

“혹시 한 사람만 가지고 그랬나요?”

(아닙니다. 제가 거기서 나올 때 좀 떠들고 나와서 그 안에 있던 소속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더군요. 그 사람들 다 같이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 변호사 돈 조금 더 벌려고 중간에 판을 키운 모양이다. 덕분에 그쪽 죄질이 더 무거워진 거다.

“잘 알겠습니다. 혹시 제가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 법원에 갈 일이 있겠습니까?”

(법정에 출석할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서류상 죄가 너무 확실해서. 서류만 왔다 갔다 하는 걸로도 일이 처리 될 겁니다.)

“그럼, 더 수고해 주십시오.”

재석은 안심하고 전화를 끊자 민경이 물었다.

“오빠, 뭐래?”

“그 인간들 죄질이 너무 확실해서 감옥에 갈 것 같다는데.”

“진짜, 잘됐다. 그 사람은 매니저 구할 때까지 오빠가 관리하고?”

“그래야지, 현재 영화 촬영하고 있고 다른 것도 하고 있어서 누군가 보조를 해 줘야 해.”

“설마, 내 스케줄 빼먹으면서 까지 하진 않겠지?”

“걱정 마라. 넌 메인이고 그쪽은 임시야.”

“그런데, 계약서는 썼어?”

“내일 쓸 거야.”

재석이 내일 한다면 할 거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이미 일을 하고 있는 곳과 다시 재계약까지 해야 했다.

***

재석은 주유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거의 표준 계약서지만, 그것만으로 주유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단, 계약은 신인 기준입니다. 불공정 계약이 아니니 안심하시고 저희 회사에서는 언제나 연예인이 원한다면 돈에 대한 내역을 열람 가능합니다. 계약 기간은 5년, 그 이후 특별한 협약이 없다면 자동 해지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주유는 웃으면서 대꾸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웃다가 계약서 내용 빠트리지 말고요. 제가 주유 씨를 도와줬지만, 계약은 냉정한 겁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내용 읽어 보시고, 궁금한 사안이 있다면 질문 주세요.”

재석은 다 작성된 계약서를 내밀면서 읽어 보라고 했다. 주유는 이번 사건을 통해 계약서의 중요함을 깨달았고 꼼꼼히 읽어 봤다. 내용도 모르는 게 있다면 물어보기도 했다.

“참고로 5년이 지나서 재계약을 원할 경우 6 대 4가 됩니다. 계약 중 히트작이 나오면 계약 조건 갱신에 들어갑니다. 잘나가면 잘나간 대로 돈을 받는 게 기본 원칙이니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저······ 통장에 돈이 좀 없어서 그런데, 일단 돈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재석은 주유가 돈이 없다고 하자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다.

“흐음, 당장 급한 건 빌려 드리죠. 하지만, 생활고를 해결하려면 연기만으로는 당장 어려울 겁니다.”

“광고 해야 하나요?”

“광고가 돈이 되죠. 제가 알아봤는데 광고 쪽에서 꽤나 인기가 있으시더군요. 모델보다 더 모델 같은 연기자라서.”

“하아, 뭐, 그렇습니다. 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잘못 생각하시는데, 광고도 하나의 연기의 일부입니다. 거기에 광고에서 당신을 찾는 건 인기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짧은 시간에 당신의 얼굴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광고를 우습게보지 마세요.”

재석은 따끔하게 한마디 하자 주유는 기세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광고를 하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 돈의 액수가 올라가면 갈수록 당신의 인지도를 체감하게 되는 가장 빠른 척도가 되죠.”

둘의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간단하게 점심도 같이했고 저녁에는 영화 스케줄 때문에 같이 움직이기도 했다.

야간 촬영은 생각보다 고달픈 작업이다. 늦은 시간에 하는 것도 있지만, 새벽까지 찍어야 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다 똑같이 고달픈 시간이다.

“아, 이놈의 야간 촬영은 매번 겪을 때마다 힘드네.”

재석은 야간 촬영에 차 안에서 잠도 자지만, 길게 잘 수가 없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움직여야 하고 생각보다 대기가 짧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야간 촬영을 길게 찍을 생각이 없는지, 찍어야 할 장면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후우.”

촬영하는 동안, 권진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유에게 쏠렸다. 그의 옆에 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형, 신경 쓰여요?”

“조금. 사정이야 들었지만, 사장이 직접 하는 게 좀 그래서.”

“어쩔 수 없죠. 임시고 선배가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쩔 때는 저랑 같이 와야 할 때도 있을 걸요.”

“크흠.”

권진우는 불만이었다. 재석이 관여하면 밑에 있는 사람이 반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가끔 재석이 자신도 계속 관리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후우.”

권진우는 재석과 주유 두 사람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는데, 저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하는 약간의 시기심이 생겼다.

재석은 주유와 이야기를 끝마치고 권진우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 촬영하는 거 잘 봤습니다. 권진우 씨, 아주 잘하시던데요. 제가 손볼 게 없을 정도로요.”

“진심이십니까?”

“물론이죠. 거짓말해서 남는 거 있나요?”

재석은 진심이었다. 권진우의 연기력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회귀 전 이맘때쯤이면 권진우는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열의를 불태웠다.

지금도 열의를 불태우지만 전보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도 담배 피는 연기가 부족합니다.”

“그 점은 정말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쉽진 않습니다.”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연기에 익숙해지는 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요. 비흡연자가 담배라는 존재에 거부감이 생기는 건 답이 없으니까요.”

재석은 권진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그에게 뭔가를 하나 알려 줘야 했다.

“이건 조금 편법이긴 하지만, 최대한 폼만 잡는 겁니다.”

“폼만 잡아요?”

“연기가 들어오면 아무리 연기를 한다지만, 약간의 거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럼 그 거부감을 상대방을 향해 한껏 인상을 찡그리며 폼을 잡는 거죠.”

권진우는 뭔가 깨달은 게 있는지 곧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폼을 잡았다. 상대가 날 귀찮게 한다는 불쾌감을 표현한 찡그림이었다.

짝짝.

재석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만큼 권진우의 표정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연기하는 방법을 알려 주자 권진우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사장님, 자주 오셔서 이렇게 알려 주세요.”

“아아, 너무 편법에 의존하면 곤란합니다.”

재석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간혹 이곳에 오긴 올 거다. 그만큼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러닝 개런티를 했단 말이야. 기본 성과도 있지만, 관객이 더 많아져야 돈을 더 받지.’

재석에게 떨어지는 것도 더 많아지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촬영이 다시 시작하자 권진우의 연기는 귀찮음을 마음껏 느끼면서 표출하는데 그게 너무 리얼리티가 좋았다.

“이야······.”

주유와 맞상대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권진우가 잡히는 화면을 보고 자연스럽게 감탄했다.

쉬는 시간 이전에 좋은 장면이 안 나와서 어떻게 할까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느낌 있게 연기하는 모습에 놀란 거였다.

“역시, 프로야.”

감독은 장면 하나 더 나왔다고 보고 기분 좋게 컷을 외쳤다.

“컷! 이야, 권진우 씨, 진즉에 이렇게 연기하지 그랬어.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감독님.”

“휴식 시간에 뭐 했었어?”

“사장님이 좋은 방법을 하나 알려 주셔서 그걸 해 본 겁니다.”

“소속사 사장님?”

“네.”

감독은 소속사 사장이라는 말에 놀라워했다.

“소속사 사장님이 연기를 알려 줄 만큼 연기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네요. 전에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꽤나 감각이 좋으십니다. 약간이지만, 연기할 때 적절한 조언도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이야, 그런 분인지는 잘 몰랐는데.”

감독은 재석을 새롭게 보고 있었다.

“눈꽃연가 촬영장에 민경이를 데려다줄 때도 그곳에 있던 감독님과 연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습니다.”

한국을 강타한 열풍의 드라마인데, 연출을 한 감독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라는 말에 감독의 시선이 재석에게 꽂혔다.

재석은 오히려 가만히 있었다. 이럴 때 나선다고 뭔가 달라지는 건 없다. 선택하는 건 저쪽의 몫이기 때문이다.

‘날 선택하면 달라지긴 할 거다. 좀 더 확실히 재미있게 가야 좋으니까. 이 영화는 웃기면 웃길수록 관객들이 더 많이 늘어나는 영화니까.’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 별로 손댈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니까. 남은 건 권진우가 얼마나 더 폼 나게 웃기냐의 차이일 뿐이다.

‘아직 이 영화 여주인공도 못 봤네.’

데뷔 시기가 약간 차이가 있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여주인공 역시 민경의 라이벌로 보일 정도로 대단한 연기자다.

“사장님, 일 끝나고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죠.”

감독이 재석을 부르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다.

재석의 대답에 민철이 잽싸게 옆으로 다가왔다.

“선배, 그럼 주유 씨는 제가 데려다줍니까?”

“수고 좀 해 줘.”

“알겠습니다.”

민철은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 것 같으니 눈치 빠르게 행동을 했다.

촬영은 빠르게 재개되었고, 권진우는 약간의 편법이 동원된 형태의 연기로 신을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늦은 시간, 촬영이 끝나자 감독과 재석은 따로 술집에서 자리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믿기 어려운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의심이 됩니다.”

“감독님의 생각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겨우 소속사 사장이란 사람이 유명 드라마의 감독에게 연기와 스토리에 관하여 깊게 이야기를 나눴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죠.”

재석도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미래를 몰랐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럼, 사장님은 거기서 무슨 일을 했습니까?”

“음, 대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작가들과 스토리에 관한 내용에 관여를 했고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장면과 세세한 조정을 했습니다. 그분들도 저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재석의 말을 들은 감독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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