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44화 (4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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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과 민경이 사라지고 나서 남자 셋은 멍해졌다.

“이년 어디 갔어?”

“경호실장.”

“예.”

“임민경이 어디 갔어?”

“호텔로 먼저 간다고 해서 갔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신다고······.”

“무슨 소리야, 난 그년 연락처도 못 받았는데!”

최민준이 화를 내자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손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당장 내쫓아!”

그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야 했다. 최민철은 분개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떠난 이상 다시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한편 민경을 차를 타고 가면서 받은 명함을 갈기갈기 찢었다.

“오빠 덕분에 조금 찜찜한 일이 없어졌네요.”

“더 오래 있었으면 어떤 일을 보게 될지 알 수가 없지. 거기에 나 돈도 안 받았다.”

“네! 진짜요?”

“그래, 네 이름이 적힌 상자를 봤는데 모른 척했지. 근데 더 궁금한 건······ 너 어떻게 호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생각을 한 거냐.”

“별거 아니었어요. 자리를 보니까 남자 세 명이 저 하나 어떻게 해 보겠다고 덤빈 건데, 그 마지막 결과야 뻔하죠. 그래서 보디가드가 막아설 때 호텔 이야기를 꺼냈고요. 다행히 먹혀들어서 무사히 빠져나왔죠.”

“근데, 진짜 남자랑 호텔 가 본 적 있어?”

재석이 은근슬쩍 물어보자. 민경이 버럭 화를 냈다.

“오빠! 절 뭘로 보고.”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질러.”

재석은 은근슬쩍 물러나면서 조용히 차를 운전했다.

“오빠, 저 오빠랑 얼굴 보지 않은 날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남자를 만나고 호텔을 가요.”

“뭐, 그래도 딴 남자한테 간다는 게 괜히 서운해서.”

“영감님이 별걸 다 신경 쓰네요.”

민경은 재석을 한 번 놀린 뒤로 기분 전환을 했다.

“크흠.”

“그런데 휴가 일정은 잡혔어요?”

“잡았지. 일주일 뒤에 일본으로 간다.”

“일본! 그럼 저 누구랑 같이 가요?”

“매니저인 나랑 간다.”

“오오오!”

옆에서 물개박수를 치는 민경이었다.

“오빠, 일본어 잘해요?”

“일본어? 여행 다닐 정도의 수준은 된다. 솔직히 일본어보다는 영어를 잘해서 딱히 걱정도 없어. 뭐하면 일본어 공부 조금 더 하지 단어 외우는 정도야 일본어는 좀 편하니까.”

재석은 언어적인 건 그렇게 생각하고 편하게 넘어갔다. 여행 지역이나 일정은 따로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거야 매니저로서 이런 저런 준비한 경력들이 있어서 쉬웠다.

“그리고 혹시 저쪽에서 해코지할지 모르니까 집에서 문단속 꼭 잘하고, 모르는 사람 문 열어 주지 말고, 집에서는 사람 있지만 없는 것처럼 꾸미고.”

“꼭 그렇게 할게요.”

민경은 이날부터 집에 있으면서 없는 사람처럼 정말 숨어 지내기 스킬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혹시나 너한테 들어오는 찜찜한 일은 싹 다 거부할 테니까. 이상한 일 나갈 걱정은 말아라.”

재석은 이날 회사에 돌아가서 주명진에게 패션쇼가 어떤 쇼였는지 이야기하자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돈 많이 준다고 했을 때 좋아했는데 그딴 일이었다니.”

주명진도 그런 찜찜한 일이라는 걸 다음에는 잘 확인하고 일거리를 받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일단, 다음 날부터 민경이에게 들어오는 일거리 중 조금이라도 찜찜한 경우는 확인 들어갑니다. 그 뒤에 안전하다 생각되면 일을 받습니다.”

재석의 말에 다들 대답은 없었지만, 일에 대한 확인 절차는 거치게 될 거다.

“물론 지금은 민경이만 집중 관리하지만, 또 누군가 인기 스타가 된다면 철저한 관리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이 밀릴 텐데······.”

“일이 밀려도 좋습니다. 이미지 망가져서 사람 인생 쫑 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재석은 그간 연예계에서 살아오며 느낀 거였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정말 중요하다. 동시에 그 이미지에 타격이 가면 연예계 생활은 그대로 끝이다.

“흐음, 알았다. 일이 밀려도 네 말대로 사람 인생 망가지는 것보다 나으니까.”

주명진이 받아들이자 이건 더 이상 거론할 게 없었다.

“주유의 새 매니저는 들어왔습니까?”

“내일 출근이야. 뭐 매니저 경력이 아예 없는 사람을 데려오진 않아서 일하는 데 문제는 없을 거야.”

“야망 있는 사람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몇 년간만 같이 일해 보자고 해서 하는 거야. 그거 아니면 안 했을 사람이지.”

“그럼, 그 사람에게 잘 부탁드려야겠네요. 미래의 스타를 말이죠.”

“하하하, 그래 내일 스타가 되도 미래의 스타지.”

“하하하!”

다들 재석이 데려온 이들이 미래에 어떤 스타가 되는지 잘 몰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며 맞장구를 쳐 준 거다.

“그리고 저, 다음 주에 휴가입니다. 물론 반은 민경이 데리고 여행을 시켜 주는 거라 이걸 휴가로 해야 할지.”

“휴가지. 민경 씨가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죠.”

“혹시 거기 가서 반대로 민경이가 네 시중드는 거 아냐?”

주명진은 농담으로 말했고 다들 그 농담에 웃었다. 재석도 살짝 어이가 없었다. 매니저가 연예인을 돌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된다면 그거만큼 웃긴 일이 없을 거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민경이는 현재 일본에 간다고 좋아하지만, 영어를 못하고 일본어도 못하는 상황이라 대소사를 제가 다 해야 합니다.”

“끌려가는 거 확정이구먼, 그래도 해외여행이야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지 언어 되는 사람이 수고 좀 하는 거.”

“크흠.”

주명진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서 절로 헛기침이 나왔다.

짝!

“다들 일합시다.”

재석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자 사람들은 일하려고 움직였다.

다음 날, 민경에게 고액의 돈을 제공한다면서 몇 가지 일거리가 들어왔다.

“다음 날 바로 일이 들어오네. 참 재벌들이란······.”

민경을 손대지 못한 게 그렇게 아쉬운지 의심스러운 일거리가 들어왔다.

“팀장님, 꽤나 의심될 만한 액수가 들어왔네요. 액수도 천이백이고 말이죠.”

“한번 알아볼게. 주변에 물어봐서 최민준이었지?”

“예.”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걸 알아 오지.”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 재벌이고 몰려다니는 패거리를 알게 되는 것뿐이지.”

“몰려다니는 패거리라면.”

“민경 씨가 모르는 나머지 사람들.”

“그럼, 그쪽 계열 회사들에 대한 정보군요.”

“맞아, 겨우 이름과 어느 회사인지만 알게 되는 거지만, 그걸로 충분해. 그쪽 관련된 회사 일은 거르면 되니까.”

주명진이 알아 오는 정보는 이름과 회사지만, 그 정보만 가지고도 일의 위험도를 확 낮출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그 네 명이면 꽤나 큰 회사일 건데 그 회사 건너뛰는 건 참 힘들겠네.”

“걱정 마세요. 그거 몇 개월만 참으면 됩니다. 재벌이 뭐가 아쉬워서 민경이를 몇 개월 동안 그러겠습니까.”

“그렇겠지?”

세상에 여자는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민경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거다. 아니, 오히려 손댈 수 없게 된다.

‘곧 한류가 찾아온다. 민경이 유명해지면 질수록 손대기 곤란하지, 그쪽도 손대서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조금 조심하면 되는 일이지.’

재석은 적당히 조심만 하자는 걸로 일이 조정이 되었다.

그리고 신입 매니저가 들어왔고 주유의 담당이 되었다. 물론 아직은 신입이라 배워야 할 게 많지만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팀장님, 주유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있습니까?”

“지금 촬영하는 영화 말고는 광고 스케줄만 잔뜩 있어. 그쪽 놈들이 돈 되는 것만 해서 그런지, 단순 돈으로만 평가한다면 권진우보다 훨씬 잘 버는 상태야.”

“정말 돈독이 오른 놈들이네요.”

“뭐, 그렇지. 덕분에 그 돈 우리가 받게 생겼으니 이걸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지금은 이렇게 가세요. 내년부터 차근차근 연기 쪽으로 일을 늘려 보자고요.”

“그래.”

주유의 매니저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재석은 영화 시사회 일정을 확인했다.

“후우, 이게 마지막이네.”

민경이 찍은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해야 하는 차례가 되었다.

“이거 끝나면 드디어 민경이 휴가를 즐길 수 있겠어.”

재석은 민경의 휴가를 가면 잠시나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뭔가 빠트린 게 없는지 확인하며 일을 준비했다.

시사회 당일 민경은 시사회장에서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민경아.”

“언니!”

이영주와 민경이 다시 만나자 곧바로 수다를 떨었고 이영주는 재석을 한 번 보더니 신기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저한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네요.”

“아닙니다. 그냥 민경이라 친하게 지내니 재미있는 시간 가지라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겁니다.”

재석은 이영주를 볼 때마다 그녀의 미래에 대한 사건 때문에 불편했다.

‘안 보면 모를까. 자꾸 이럴 때마다 보니까 곤란해.’

하지만, 시사회를 시작할 시간이 되면서 배우들이 자리로 움직였다.

매니저들도 시사회장에 참석이 가능해서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찰칵! 찰칵!

시사회가 시작되자 준비된 기자들이 플래시 세례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어 댔다.

그 안에 가장 핫한 배우는 바로 민경이었다.

그녀에게 질문을 쏟아 내고 싶지만, 시사회에서 뒤에 기다리는 관객들이 있어서 간단한 소개와 한두 개 정도의 질문이 전부였다.

물론 민경에 대한 질문은 아주 간결했다.

“민경 씨, 이번 영화가 영화 데뷔작인데 걱정 안 되십니까? 드라마만큼의 흥행이 안 될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찍었던 모든 작품을 하면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가 다행스럽게도 좋았고 제 운이 따라 준다면 이번 작품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민경은 자신 있는 말로 했지만, 그래도 눈꽃연가의 여파는 천만 관객 정도의 영화나 가능한 일이다.

‘민경이 첫 영화는 손익 분기점을 충분히 넘었는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기대치가 높은 모양이네.’

영화 바닥에서 민경은 무패의 여왕이다. 단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은 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무패라고 해도 관객이 기대하는 건 사오백만 수준의 영화를 바라는 것 같았다.

‘흐음.’

재석은 눈꽃연가의 출연이 민경에게 독이 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었다.

‘극복하면 축복이요. 절망하면 독이라······.’

시사회의 분위기는 민경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이들에 대한 초점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시사회 반응을 봐야겠어.’

재석은 영화보다 이게 끝나고 나서 반응이 더 궁금했다.

“그럼, 다들 착석해 주시고 영화 관람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의 진행에 따라 관계자들이 자리에 앉았고 민경의 재석의 앞자리에 앉았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며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나오는 첫 장면이 시작되었고 영화가 쭉 이어졌다.

그리고 영화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영화가 좀 슬프지.’

감정 풍부한 사람이면, 피하지 못하고 눈물 좀 짜내게 되었다.

‘눈물 짜는 거야 정해진 거고, 민경이 부분을 본 사람들이 반응인데.’

재석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 어두웠지만,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이 가능했다.

‘영화에 몰입되어 있어.’

민경이가 나오는 장면 전후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슬퍼하는 반응들이었다. 물론 민경이 맡은 역이 원래 슬픔을 끌어 올리는 역이긴 했다.

‘질질 안 짜는 인간이 있나?’

재석은 어느 순간 질질 안 짜는 사람의 숫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저쪽 위에 한 명, 왼쪽에 두 명, 오른쪽에 둘 아니······셋?’

대략적인 숫자를 봐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회귀 전에 내가 이 반응을 안 봐서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민경이 이야기는 안 나올 것 같은데.’

같이 참여하는 기자들의 반응을 봐도 손수건으로 몰래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많았다.

‘나쁜 이야기는 안 나오겠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지.’

앞으로 관객들 숫자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었다.

‘주말 관객 숫자가 제일 중요한데 말이야.’

영화에서 사람들 가장 많이 모이는 첫 주 주말이 영화의 흥행 곡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그때가 입소문도 가장 많이 퍼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재석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영화보다는 주변 반응이 어떤지 더 확인하고 다녔다.

반대로 민경은 그런 재석의 모습에 옆에서 한마디 했다.

“오빠, 그렇게 걱정하지 말아요. 오빠가 하는 일이니까 다 잘될 거예요.”

“하아, 그래도 걱정이다.”

“실패하면 다음에도 오빠가 히트작을 잡아 줄 거잖아요.”

“물론 한 번 실패한다고 해도 내가 다시 일으켜 세울 거다.”

재석은 만약을 위한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손댄다면 그 뒤는 혼돈이 되어 버린다. 최대한 손을 안 대고 싶었다.

‘제발, 이상한 기사만 안 나와라.’

그렇게 혼자만의 기도를 하고 난 재석은 다음 날 기사를 찾아볼 여유도 없었다.

바로 민경을 데리고 일본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모든 공식 일정을 이것 때문에 사전에 미루거나 앞당겨 처리했다.

하지만, 민경의 외모는 일본 가서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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