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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매니저-65화 (65/152)

<당신의 매니저 66화>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렌즈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는 누구를 잡으면 되나?”

그의 집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여성 연예인의 기사가 걸려 있었는데, 그 기사들은 하나같이 스캔들과 관련되어 있는 것뿐이었다.

“다음은 누가 좋을까?”

파파라치 중에서도 최고 악질로 평가받는, 그가 터트린 스캔들로 인해 처참히 망가진 연예인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최완익은 한쪽에 있는 몇 장의 연예인 사진 중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래, 이 여자가 좋겠어.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상에 올랐지. 그런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떨까?”

그는 자신이 노린 사냥감이 망가지는 걸 원했다. 콧대 높은 것들이 망가질 때의 그 표정에서 그는 가장 큰 희열 느꼈다.

최완익의 손에 들려 있는 사진은 바로 민경이었다.

“얼굴 예쁜 것들은 하나같이 남자가 꼬이기 마련이지.”

그가 믿는 하나의 대원칙. 예쁜 여자에게 남자가 없을 리 없다.

“임민경, 너도 남자가 있겠지.”

먼저 그녀의 주거지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연예인의 주거지를 찾는 건 이미 그에게 익숙한 일.

최완익은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  * *

지익! 지익!

“흐음, 매니저.”

최완익은 민경의 옆에 붙어 있는 남자가 매니저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둘의 관계가 가깝긴 하지만, 연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소문의 그 임민경 소속사 대표이자, 뛰어난 각색가. 그에게 대본을 주고 싶어 안달 난 인간이 줄을 섰지만, 쉽게 안 해 준다는 것.”

언제 재석에 대한 정보까지 접수했는지 능력 좋은 파파라치였다.

“근데 남자는 별 느낌 없고, 여자 쪽에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정도인데 좀 과하군.”

서로 연인 관계가 아닌 건 확실한데, 민경이 재석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걸로 보였다.

최완익은 자신이 겪어 온 경험에 빗대어 볼 때 저 매니저를 반쯤 고자라고 보고 있었다.

젊은 남성은 예쁜 여자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석에게는 그런 기색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세상 풍파 다 겪어서 이미 통달한 늙은 노인네를 보는 것 같은데.”

최완익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한쪽은 뭔가 갈구한다면, 다른 한쪽은 그냥 귀엽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손녀?”

둘의 관계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재석의 행동거지가 노인 그것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라 그런 거다.

최완익은 카메라를 들고 민경을 보고 있었는데 재석과 눈이 마주쳤다.

“흠!”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카메라를 거두고 숨었다.

‘저 눈…… 확실히 날 발견한 눈이야.’

최완익이 잠시 몸을 숨기고 있을 때 재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빠, 뭘 그렇게 봐?”

“아니, 뭔가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졌어.”

“어디?”

“저쪽?”

재석이 가리킨 곳은 최완익이 숨어 있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착각했나?”

재석은 잠시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빠, 시간 없어. 어서 움직여야 한다고요.”

“미안…….”

재석은 민경을 따라 행사장에 참석을 했다.

“후우.”

최완익은 재석의 감이 쓸데없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거 스릴 넘치는데.”

최완익은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다가 민경이 다음 스케줄 장소로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부릉.

그는 은밀히 따라붙으면서 추적을 계속했다.

정말 민경은 하루 종일 행사장을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정말 바빠. 최고의 스타답게 너무 바빠서 쫓아다니는 것도 일이야.”

최완익은 휘발유가 간당간당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만 했다.

“이야, 이거 오늘 기름값만 생각하면 손해인데.”

하지만 사진 한 방에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하면 지금 기름값은 일종의 투자다.

“투자한 만큼 좋은 게 걸려야 하는데.”

늦은 밤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민경이 퇴근을 하자, 최완익은 그 뒤를 따라가 그녀의 거주지를 알아냈다.

“휘익! 돈 많이 벌긴 했네.”

문제는 거주지를 알아내기는 했지만, 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비싼 아파트답게 경비원이 24시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방문 차량의 검색은 생각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시간이 늦었으니 밖으로 나오진 않겠지.”

최완익은 민경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알아낸 걸로 만족을 했다.

“내일 일찍 와야겠어.”

그는 내일을 기약하며 물러났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민경의 집 앞에서 대기하던 최완익은 민경이 어딘가로 향하자 그 뒤를 쫓았다.

“공항?”

이윽고 민경이 도착한 곳은 공항이었다.

그는 공항 안으로 쫓아 들어가,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했다.

“일본?”

눈꽃연가가 일본에서 유명해져서 일본으로 스케줄을 떠나는 날이었다.

“일본 스케줄인가?”

최완익은 민경이 일본 스케줄이 있을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다.

하지만 그 일정이 주기적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당황했다.

“이런, 젠장.”

민경은 한 달에 3번, 1번 갈 때마다 일주일씩은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즉, 국내에 체류하는 건 한 달에 기껏해야 일주일뿐이었다.

그렇다고 일본까지 쫓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이대로 접을까?”

하지만 최완익은 그동안 한 번 찍은 사냥감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최고의 사냥감이 바쁘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잠시 여유를 가져야겠어.”

한 사람만 쫓아다니다가는 돈 줄이 마를 수 있다.

“우선 팬클럽이라도 찾을까. 그 안에 들어가서 임민경의 스케줄 정보를 알아내야겠어.”

하지만 최완익은 민경의 팬클럽을 찾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세세한 스케줄에 관해서는 내용이 없고 대략적인 정보만 있었다.

“다른 팬클럽과 좀 다른데.”

다른 연예인들은 팬들을 위해 팬클럽에 일정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곤 했는데, 임민경의 팬클럽에는 그런 게 없었다.

“힘들어.”

최완익은 대략적인 거라도 알았으니 다행으로 여겼다. 어차피 스캔들이라는 건 스케줄 내에서보단 일과 시간 이후에 포착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활동 이외 시간만이라도 파악하는 게 어디냐.”

대략적으로 시간을 추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임민경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왜 밖으로 안 나오지?”

최완익은 임민경의 사생활을 관찰하려 했지만, 그녀는 쉬는 날에도 집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았다. 나올 때는 오로지 매니저인 재석의 차를 타고 나갈 때뿐이었다.

그는 재석이 민경의 옆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그녀가 일이 있을 때 외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재석을 경계는 했지만, 중요하게 보지는 않은 탓에 발생한 문제였다.

“너무 딱 달라붙어 있어.”

매니저의 관리가 철저해도 너무도 철저했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말이다.

철벽 마크라는 말이 어울렸다. 최완익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재석은 커튼 사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밖에 뭐 있어요?”

“아니, 조금 찜찜해서. 누가 여기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 하지만 누가 꼭 감시하는 것 같아.’

매니저의 감이 재석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였다.

“으음.”

“저녁 먹고 가요.”

“잠시만. 조금만 더 둘러보고.”

재석은 포켓 스코프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 작은 걸로는 세세하게 볼 수 없었다.

“좀 더 큰 망원경을 사든가, 아니면 밖을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를 달아야겠어.”

“국 식어요!”

“간다, 가.”

재석은 결국 뒤돌아서며 다시 커튼을 쳤고, 불빛을 막아 버렸다.

*  * *

며칠 뒤, 민경은 계속 일만 하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답답해했다.

“에휴.”

민경은 답답한 집이 싫었다. 밖으로 나가서 즐기고 싶었다. 그럴 만한 나이였다.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었다. 집을 벗어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버린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을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답답해?”

“답답하죠. 집에서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그럼 하루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산이라도 갈래? 바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짜요?”

재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경은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근데 오빠는요?”

“나도 쉬는 날 가야지. 이번 돌아오는 일요일 딱 하루 쉴 수 있니 그때 가자.”

“그럼 내일?”

“그래, 아침 일찍 갈 거니까 미리미리 준비해 둬.”

“어디로 갈 건데요?”

“인적이 드문 계곡인데, 전에 한 번 갔는데 사람이 없긴 없었지.”

재석이 몇 년 뒤에 찾아가는 곳이다. 정말 인적이 없어서 찾는 사람도 없는 동시에 너무 심심한 곳이다.

“거기 가서 후회나 하지 마라. 너무 심심하다고 말이야.”

“괜찮아요. 그냥 밖에만 나가고 싶어요.”

연예인은 유명해질수록 유명세만큼 외부 출입이 까다로워진다.

“그래.”

재석인 민경이 불쌍해서라도 외출을 시킬 필요를 느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재석은 민경과 함께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부릉!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던 재석은 뭔가 의구심이 들었다.

‘왜 저 차가 계속 따라오지?’

아주 교묘하게 따라붙는 회색 차량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찜찜해.’

이대로 서울을 벗어나며 따돌리기란 어려워질 터였다.

‘보아하니 파파라치 같은데…….’

재석은 따라붙은 파파라치를 떼어 낼 생각으로 한참 달리다 갑작스레 차선을 변경해 급하게 빠져나갔다.

도로 위의 무법자인 택시와 배달의 기수들의 앞으로 당당히 끼어들며 오히려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였다.

“후후후.”

재석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면서 도로 위를 한바탕 휘젓고는 유유히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아우!”

최완익은 핸들을 내리치며 재석을 놓친 걸 아쉬워했다.

“오빠, 왜 갑자기 차를 이리저리 돌렸어?”

“아니, 이상한 똥파리 한 마리가 붙어서 말이야.”

“똥파리?”

민경은 차 안에 똥파리가 있다고 착각했지만, 이 깨끗한 차 안에 그런 더러운 곤충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근데, 거기 가면 물에 들어가고 할 수 있어요?”

“조금 힘들어.”

민경은 그 말에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아쉽네…….”

민경은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밖으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했다.

이윽고 차는 정말 어느 산골짜기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시골에 들어섰다.

“아, 여기예요?”

재석이 민경을 데려온 곳이 산속 깊은 곳의 계곡이었다.

“이런 곳이 있네요.”

작은 계곡은 산세가 높고 험해서 누가 쉽사리 찾아올 곳이 못 됐다.

“여길 어떻게 알았어요?”

“음, 운이 좋았지.”

회귀 전에 회사가 망하고 이리저리 잠시 떠돌아다닐 때 우연히 찾은 곳이다.

“여기 좋네요.”

민경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계곡은 넓진 않지만, 앉아서 발을 담구며 차분히 그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재석은 차 안에서 간이 의자를 꺼내서 계곡물 위에 올려놓았다.

두 사람은 서로 발을 담그며 자리에 앉았다.

“아, 좋다. 좀 작지만.”

“작으니 딱 좋은 거야.”

재석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민경이 자리에 일어나 재석에게 물을 끼얹었다.

“너어……!”

“메롱!”

민경은 혀를 삐쭉 내밀며 또다시 물을 재석에게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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