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66화 (66/152)

<당신의 매니저 67화>

최완익은 드디어 임민경이 밖으로 나왔나 싶었더니, 눈앞에서 놓쳐 버리자 무척 짜증이 났다.

“그 매니저가 문제야.”

재석은 도로 위 무법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팬클럽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자세한 스케줄을 알아내야겠어.”

뒤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더라도 도착 지점을 알고 있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팬클럽에서 간부라는 직책까지 달게 된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 간부까지 목표로 해 보자.”

최완익은 가장 먼저 민경의 사진을 업로드하는 걸로 팬클럽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팬들만 볼 수 있는 민경의 행사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하자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민경알라뷰 : 우오오! 내손에걸리면 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레어한 사진들을 얻으셨습니까?

?내손에걸리면 : 팬으로서 열심히 쫓아다닌 결과입니다.

-민경여신님 : 이야! 저 각도 엄청납니다. 엄청난 사진작가님이 팬이 되신 겁니까?

?내손에걸리면 : 사진 찍는 걸 좋아할 뿐입니다.

-내사랑민경 : 혹시 더 레어한 사진 있습니까?

?내손에걸리면 : 있지만 그건 저 개인 소장입니다.

뭔가 대단한 사진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최완익은 팬클럽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는 매일같이 보관한 사진을 적당히 풀면서 팬클럽에서 점점 회원 등급을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회원 등급을 올리던 그때, 팬클럽을 관리하는 간부 중 한 명이 그에게 쪽지를 보냈다.

-민굥짱 : 안녕하세요. 팬클럽 민의 회장 민굥짱입니다. 올리신 사진들 잘 봤습니다. 개인 소장용 사진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저희 간부들에게만 공개하실 수 있으십니까?

최완익은 드디어 거래를 할 타이밍이 왔음을 느꼈다.

“저도 어렵게 구한 거라 공짜로는 안 됩니다. 팬클럽 간부직 정도는 주셔야죠.”

그렇게 답장을 보낸 다음 날, 최완익은 곧바로 간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간 찍은 사진 중 가장 예쁘게 나온 임민경의 사진을 현상까지 하여 팬클럽 간부들과 직접 대면했다.

“내손에걸리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 생각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셨네요. 클럽회장을 맡고 있는 민굥짱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희귀 사진은 어디 있습니까?”

“클럽에 공개할 수 없어서 인화를 해 왔습니다.”

인화를 했다는 말에 다들 흥분을 했다. 그들은 민경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이었다.

“각자 다른 사진입니다.”

“네?”

“제가 보유한 사진은 한 장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희귀한 사진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자신이 받은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 정말 다 달랐다.

“아하하하!”

민굥짱은 갑자기 크게 웃으면서 최완익에게 다가갔다.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그럽시다.”

민굥짱은 최완익과 따로 떨어지더니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전 클럽회장인데 다른 간부들과 차이가 없으면 제가 무슨 회장이란 직함에 어울리겠습니까.”

“아니, 힘드시다고 해도 제 밑천 같은 사진입니다.”

“후우, 저도 공짜로 사진을 달라고는 안 하죠. 정보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정보?”

정보라는 말에 솔깃했다. 하지만 정보라고 해서 다 쓸 만한 정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정보입니까? 내용을 전부 알려 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힌트 정도는 있어야죠.”

“하아, 조만간 민경 씨의 팬미팅이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안 잡혔지만, 조만간 할 겁니다.”

최완익은 팬미팅이라는 말을 듣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쓸 만한 사진을 건지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민굥짱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팬미팅입니다. 게다가 무려 하루 내내 진행하는 행사고요.”

“하루?”

팬미팅을 그리 긴 시간 동안 한다는 건 상당한 준비를 한다는 거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진행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민경의 개인적인 정보를 하나 정도는 얻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약점이 될 만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제가 거기에 무조건 들어갈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조건은 사진이고요.”

“맞습니다. 차후에 비밀스러운 사진이 찍혔을 때 저와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완익은 민굥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뒤에 다른 간부들도 또 다른 사진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  * *

“오빠, 팬미팅 얼마나 모여요?”

“이번에는 100명. 반응이 괜찮으면 다음에는 좀 더 많은 사람과 할 거야.”

“진짜요?”

“그럼.”

“오빠, 저 돈도 좀 모였는데 혹시 돈 관리 어떻게 하면 되요? 단순히 은행에 돈 넣어 두는 걸로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재석의 회사에 돈이 쌓인 만큼 민경 역시 어마무시하게 쌓인 것이다.

“흐음, 자산 관리를 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 부동산도 그렇고.”

재석의 대답에 민경의 눈이 무척이나 빛났다.

“돈 관리는 모르겠는데, 부동산 쪽으로는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래? 어떤 거? 알려주면 그쪽에 의뢰를 해서 부탁할 수 있지.”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요.”

“아, 그런 건물은 상당한 돈이 필요한데…….”

“저 돈 많아요.”

“하긴, 많긴 많지.”

일본에서 일거리가 잡히는 만큼 어마무시하게 빨대 꽂고 있었다.

“뭐, 건물 사는 건 정말 좋은 거지. 사무실이 들어설 만한 건물이라면 좀 커야 하는데.”

“물론 큰 거 살 거예요. 지금 돈이 모자라도 일 열심히 해서 다 갚을 거고요.”

그만큼 민경의 포부는 대단했다.

*  * *

민경은 팬미팅 장소에 도착하자 놀랐다.

“여기가 팬미팅 장소야?”

도착한 곳은 마치 수련회를 진행할 법한 장소였다.

“긴 시간 동안 쓸 테니 넓은 곳으로 빌렸지.”

팬미팅이 12시간이나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경호원도 고용해 놨으니 안전 쪽도 걱정 안 해도 돼.”

“상당히 철저히 준비하셨네요.”

두 사람이 팬미팅 장소에 들어가자 그 안에 딱 100명의 팬들이 있었고, 그들은 민경의 등장과 함께 큰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아!

다수의 남자들이 뿜어내는 소리는 마치 사자의 포효 같았다.

재석은 그 소리가 들리기 전에 이미 민경의 귀를 막아 줬다.

“자, 여러분 우리의 스타! 임민경 씨가 도착했습니다.”

고용된 레크레이션 강사의 진행으로 순조롭게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사인을 했다.

“안녕하세요. 팬클럽 닉네임이?”

“예! 아자민경입니다.”

“네, 아자민경 님.”

하나씩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는데 그 뒤에 있는 재석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들으면서 얼굴을 확인했다.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민굥짱입니다.”

“아, 회장님이시구나.”

민경은 팬클럽에 관한 기본 정보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힘든 일을 하시는데요.”

민경은 그렇게 그에게 사인을 해 주고 나서 다음 팬을 만났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내손에걸리면입니다.”

“아, 네.”

민경의 다른 팬과 다름없이 사인을 해줬다.

‘바로 코앞에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 모를 테지.’

최완익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가 조금 무섭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민경은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찍어서 좋네요.”

“네, 저도 멋진 팬이 생겨서 좋네요.”

그가 가자 민경은 미소를 거두고 잠시 최완익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음 팬을 맞이했다.

사인이 모두 끝난 후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그 뒤 다양한 게임이 진행됐다.

민경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상품이 걸린 탓에 팬들은 민경과 함께하기 위해 의욕을 활활 불태웠다.

특히 민경과 가벼운 포옹을 하는 상품이 걸려 있을 때 팬들은 미칠 듯이 열광했다.

너무 과열이 되면 경호원들이 제재를 해서 열기를 식혔다.

하지만 최완익은 게임에 꽤나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상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한참 게임이 진행된 후 잠시 쉬는 시간이 됐을 때, 민경과 재석은 따로 준비된 공간에 휴식을 취했다. 팬들 앞에서 널브러진 상태로 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둘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최완익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갑자기 배가 아파서요.”

“아, 다녀오세요.”

최완익은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은밀하게 민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빠, 나 어땠어?”

“아주 잘했어.”

“진짜?”

“응.”

“그럼 칭찬해 줘.”

“아이고, 잘했어요.”

아미 어린아이에게 잘했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무척이나 달달하게 보였다.

‘지금!’

이 순간을 잡으면 된다. 이 사진을 찍어서 신문사에 팔면 큰돈이 된다.

‘슈퍼스타 민경, 의문의 남성과 열애! 좋은 제목이다.’

순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찰칵!

셔터 소리에 민경과 재석이 시선을 돌리자 최완익은 바로 카메라 셔터를 한 번 더 눌렀다.

‘됐어!’

최완익 원하는 사진을 얻었다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이걸 팔아먹어서 돈 받을 궁리만 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상관없다. 사진에 찍힌 장면을 보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할 뿐.

‘가자, 여기서 더 이상 볼일은 없다.’

그렇게 자리를 재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잡혔다.

“어디 가십니까?”

바로 경호원이었다.

“비켜!”

최완익은 경호원을 밀쳐 내려고 했지만, 경호원은 괜히 경호원이 아니다.

“으악!”

제압은 순식간이었다. 그 뒤에 재석이 다가와서 한마디 했다.

“당신 파파라치지? 내가 팬클럽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고 조금 의심을 하긴 했어. 민경이랑 잠깐 따로 떨어져 나올 때 당신이 따라 나올 것 같아서 연기 좀 했는데…….”

“제대로 걸렸네요.”

재석의 말을 이어 받은 건 민경이었다.

“팬클럽에 올라온 사진보고 놀랐어요. 팬들은 제 스케줄을 거의 모르는데, 공개되지 않은 스케줄 사진도 있었거든요.”

최완익이 짧은 시간 안에 팬클럽 간부가 되기 위해 무리하여 사진을 뿌린 게 꼬리가 밟힌 거였다.

“일단 카메라는 압수하지. 이건 함부로 민경이의 사진을 찍은 아주 중요한 증거물이니까.”

재석은 이 파파라치를 그냥 넘길 생각이 없다. 이렇게까지 침투한 무서운 인간이다.

“당신, 이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넘기려고 했지?”

“당신이 알 바 아니잖아.”

제압되어 있는 최완익은 강하게 나갔지만, 경호원이 가만 놔두지 않았다.

“오빠, 잠깐만.”

“왜?”

민경이 재석에게 뭐라 이야기하자, 재석은 격분하며 소리쳤다.

“너 미쳤어?”

“난 괜찮아.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내 말대로 해 줘.”

“와아, 그렇게 하면 너한테 엄청난 타격이 갈 거야.”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해. 그리고 이런 인기스타가 됐는데 다른 걸로도 문제가 터질 거야. 미리 터진다고 달라질 건 없어.”

“그러다 너 끝장날 수 있어.”

“아니야, 절대로 안 끝장나. 오빠가 절대로 그렇게 안 만들 테니까.”

재석은 순간 화를 내려다가 가슴을 쳤다.

“오빠, 제발.”

“끄응, 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이미지 타격은 갈 거야. 의심도 생길 거고.”

“어차피 생길 의심이야. 한 번 확실히 풀고 가야지.”

“너도 참 어휴…….”

재석은 화가 났지만, 민경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재석의 손짓에 경호원이 뒤로 물러났다.

“당신 운 좋은 줄 알아. 민경이 착해서 당신 이번만 봐주는 거야.”

재석이 그대로 카메라를 돌려주자, 카메라를 받은 최완익은 카메라를 들고 그대로 줄행랑을 쳐 버렸다.

그러자 재석은 그가 타고 가는 차량 번호를 적고, 민경에게 돌아왔다.

“민경아, 내 연기 어땠어?”

“아주 좋았어요. 특히 화내는 연기가 일품이었어요.”

민경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재석의 연기를 칭찬했다.

“근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야? 파파라치가 붙었다는 걸 알자마자 계획을 내놓다니.”

“그건 비밀이에요.”

민경의 계획은 완벽했다. 파파라치를 유인하는 것부터 팬미팅을 계획한 것까지 말이다.

“이다음 계획은?”

“기사 나오면 바로 기자들 소집해 줘요. 파파라치의 기사에 맞춰서 기사가 나갈 수 있게.”

“좋아, 언론사에 연락 바로 넣을게.”

“그리고 초상권 침해로 법적 고소 준비도 해 줘요.”

“그건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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