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매니저 68화>
최완익은 언론사에 사진을 돌렸다. 그에 관심을 보인 곳은 많았지만, 일부는 의심을 했다.
“겨우 이걸로?”
“어차피 스캔들 기사입니다. 그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열애 기사를 터트린 적 있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우리 쪽에서는 못하겠어.”
“그럼 다음에 보죠.”
하지만 결국 몇몇 언론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민경의 사진을 기사화했다.
“좋습니다. 그러니 않아도 특종이 좀 부족했는데 말이죠.”
기사가 나간 직후, 민경은 기자들을 불러들여 그들에게 일일이 해명했다.
“그러니까, 팬미팅 현장에 팬인 척 들어왔다는 거죠?”
“네. 그리고 매니저 오빠는 절 칭찬해 준 것뿐이에요. 대표님은 절 이렇게까지 키워 주신 은인이신데 이런 기사로 피해를 끼친 게 너무 분하고 억울해요.”
“그러면 실제로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 입니까?”
“전 회사 동료분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연기 생활이 끝날 때까지 그분들과 함께할 거예요. 그런데 열애 기사라뇨!”
민경은 철저히 가면을 쓰며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뭘요.”
기자가 밖으로 나가자 바로 재석이 따로 달라붙었다.
“잠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석은 떠나려는 기자를 붙잡아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약소하지만, 선물 받으시고요.”
“어허, 이런 거 받으면…….”
“마음 편히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혹시 이번 일을 제보한 파파라치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건…….”
기자가 곤란하다는 듯이 물러나려 하자, 재석은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이름만이라도 좋습니다.”
재석이 끈질기게 들러붙자, 기자는 점차 영향력을 갖춰 나가는 재석과 척을 지기보다는 연을 맺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놨다.
“감사합니다.”
재석은 수첩에 기자가 이야기한 정보를 받아 적었다.
다음 날, 적극적인 해명 기사가 뿌려지며 팬미팅에 참여했던 팬들의 증언까지 더해지자 여론을 간단히 기울었다.
사람들은 간만에 신나는 열애 기사가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루머였다고 하자 반응이 차갑게 식었다.
“에이, 재미없게.”
“그러게. 뭐 이래.”
“그래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팬들의 증언이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했으니…….”
“그럼 그냥 루머였다는 거야?”
“내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반응이 미적지근하고,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듯하자 최완익은 짜증이 났다.
“뭐야, 이거!”
그는 자신이 찍힌 사진으로 민경을 충분히 무너지게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해명 기사가 너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이 말이다.
심지어 그 내용마저도 빈틈없이 철저했다. 상당한 준비를 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젠장, 다음에는 기필코!”
얼굴이 드러났으니 더 이상 팬클럽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민경을 못 쫓는 건 아니었다.
“좋아, 오늘부터 잠복근무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민경의 거주지로 향하기 위해 차를 타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를 붙잡았다.
“당신이 최완익?”
“음?”
최완익이 고개를 돌리자, 엄청난 덩치의 사내가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완익이 맞네. 차 번호도 그렇고…….”
불길함을 느낀 최완익이 바로 차에 타려고 했지만, 그 덩치 큰 사람이 곧장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묻지 마 폭행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묻지 마가 아니었다.
“이것도 일이라서 말이야. 당신 때문에 신세 조진 사람이 부탁을 하나 했거든. 팔다리를 부러트려 주라고.”
“아, 안 돼……!”
빠각!
그의 불행을 그게 시작에 불과했다.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여러 고소장이 연이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완익은 법정에 출두해야 했지만, 팔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탓에 불가능했다.
“쯧쯧쯧, 법정 출두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떤지 와 봤는데 심각하네.”
재석은 병실에 누워 있는 최완익의 상태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으으으……!”
“이봐, 그동안 지은 죄가 있으니 벌을 달게 받아야지 그렇게 화를 내면 쓰나.”
“당신이 시킨 짓이지!”
“내가? 아니야.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상대가 한둘이 아닐 텐데? 게다가 난 폭력이란 방법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
재석은 최완익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할 거면 확실히, 그리고 철저하게……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짓밟아야지.”
최완익의 깁스가 되어 다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하는 재석의 눈빛은 지독할 정도로 섬뜩했다.
최완익은 그 눈빛에 잠시 흠칫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뭐? 다시 말해 봐! 너지! 네가 뒤에서 저지른 짓이지!”
재석은 그의 외침을 뒤로한 채 말없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여보세요.”
(오빠, 어떻게 됐어요?)
“불쌍하게 됐어. 사지가 다 부러져서 병원에 누워 있는 상태야.”
(으, 끔찍해라.)
“벌 받은 거지.”
(오빠, 앞으로도 계속 파파라치가 붙을까?)
“한동안은 안 붙을 거야. 법적 대응을 한다는 기사도 내보냈으니 파파라치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될 거야.”
(다행이네.)
민경은 그제야 안심을 했는지 한결 편해진 목소리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냐? 연예계에서 오래 굴러먹은 사람들도 쉽게 이러지 못할 텐데.”
(오빠, 나 바보 아니야.)
민경은 마치 똑똑한 척을 하자 재석이 웃었다.
“하하하, 알았다.”
(그보다 부동산 쪽 사람은 알아보고 있어요?)
“이미 접촉했어. 내일 볼 거야.”
다음 날, 민경과 재석은 부동산 업자와 만남을 가졌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실제로 뵈니 너무 예쁘시네요.”
“아, 감사합니다.”
“건물을 찾고 계시다고요? 자본금과 원하는 층수가 어떻게 되시나요?”
“음…… 당장 현금은 80억 정도 있고, 원하는 층수는 5~7층이에요.”
“충분하네요. 그 정도면 조금만 대출을 받아도 좋은 매물을 매입할 수 있겠는데요.”
민경의 수익을 고려하면, 당장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구태여 당장 대출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그녀라면 몇 개월 만에 충분히 그만큼 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건물은 상가 건물로 쓸 건가요?”
“아니요. 상가보다는 사무실 용도로 쓸 건물을 원해요. 중심가 말고요.”
부동산업자는 민경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군!”
“네, 사장님.”
“마포구 자료 좀 가져와.”
직원은 바로 자료를 가져오더니 민경을 한 번 슬쩍 보았다.
“김 군, 연예인 왔다고 너무 뚫어져라 보면 안 돼. 손님이야.”
“죄,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요.”
민경이 괜찮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여기 건물 목록이에요.”
부동산업자가 준 자료는 사진이 있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는 자료였다.
건물의 가격 역시 표시되어 있었는데, 역시 서울이라 그런지 가격이 상당했다.
‘몇 층 되지도 않는데 40억부터 시작하네.’
정말 허름한 것도 시작하는 단위가 달랐다. 그래도 민경이 가지고 있는 금액에서 해결 가능한 건물들도 꽤 눈에 들어왔다.
“여기 건물 다섯 개를 좀 보고 싶어요.”
“그러죠.”
민경은 이날 다섯 개의 건물을 다 돌아보았는데, 대부분 건물이 좋은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건물은 60억 정도의 건물이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민경은 금세 자신의 건물으 소유하게 됐다.
민경은 자신이 건물주라는 게 너무 기뻤다.
“오빠, 나 건물주 됐어!”
“그래, 잘 됐다.”
“오빠, 내 건물로 회사 옮겨.”
“응?”
“거기는 너무 좁아. 회사 옮겨요.”
민경은 건물을 매입하기 무섭게 회사를 옮기라며 이야기했다.
“임대료 깎아 줄 테니 옮겨요.”
“허허, 참. 너 이러려고 건물 본 거냐?”
“뭐, 어때요. 소속 연예인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좀 도와주겠다는데 문제 될 건 없죠.”
문제 될 건 없다. 거기에 나가는 지출인 임대료를 줄여 준다는 건 나름 메리트가 있었다.
“얼마나 깎아 줄 건데?”
“그건 오빠 하는 거 봐서요.”
재석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기에 결국 회사는 민경의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다.
다만, 논란이 될 여지가 있었기에 직원들에게는 건물주가 민경이라는 사실을 함구했다.
“이야, 건물 좋네.”
“멋져요.”
직원들은 좋다는 소리만 연신해 댔다.
건물 내에는 직원들의 편의 시설과 나중에 들어오게 될 연기자들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하며 제대로 단장했다.
“민경아, 이렇게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직원들도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오빠 돈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어때서요.”
“열심히 벌어서 너한테 갖다 바치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지.”
“뭐가 그래요. 제가 열심히 일해서 오빠 회사 먹여 살리잖아요.”
듣고 보니 또 그랬다.
“상부상조해야죠. 안 그래요?”
“맞다.”
힘든 세상 서로 돕고 돕는 거다.
“민경아, 내일 일본 갈 준비했지?”
“하아, 힘드네요. 일본.”
“그래도 일이 잡혔으니 가야지.”
민경은 일본 스케줄이 살인적이라 정말 힘들어했다.
“이번에는 일 끝나고 하루 온천 여행 갈래?”
“온천?”
아직 온천이란 걸 즐겨 본 적 없는 민경이다.
“전에 갔을 때는 온천을 즐기려다가 못했지. 바빠서.”
“뭐…….”
“다음에는 일본 일정에서 꼭 마지막 날 하루는 순방을 할 거야.”
“온천이 좋나?”
아직 온천을 즐기지 못해 본 민경은 긴가민가했다.
“좋아, 정말 좋아.”
재석은 온천을 추천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온천 최고야.”
일본 온천이야 유명하니 민경은 그러려니 했다.
* * *
일본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재석은 어느 방송 어떤 행사인지 일정을 확인했다.
‘확실히 눈꽃연가의 파워는 대단해.’
일본에서 맹위를 떨친 덕분에 아시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거기에 민경이 활동하면 할수록 일본에서의 붐은 식을 줄 몰랐다.
뉴욕 타임즈스퀘어 다음으로 일본 시부야인데, 이미 그곳의 민경의 얼굴이 나간다. 그것도 2시간 간격으로 말이다.
도쿄에 도착해서는 바로 대기된 차량을 타고 움직였다.
문제는 민경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사람 숫자가 늘어났다.
스타일리스트, 차량 운전을 할 로드 매니저, 그리고 경호원 둘이 붙고, 마지막으로 통역사가 붙는다.
나오미의 경우 민경의 일거리가 계속 밀려들어 중간에서 관리를 해 줘야 하기에 계속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재석은 따라가도 되고 안 따라가도 되지만, 현장에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다음에는 안 따라가도 되나?”
“오빠, 담당 매니저가 안 따라오면 어떻게 해요.”
“아, 알았다.”
그렇게 첫 번째 스케줄을 정리하고 다음 스케줄은 사인회였다. 물론 그냥 사인회는 아니고 간단한 악수까지 하는 사인회였다.
문제는 여기서 경호원들에게 제압되는 인간들이 몇 명 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