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77화 (77/152)

<당신의 매니저 78화>

재석은 태국 방송사 초청에 응하기로 했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민경의 촬영 일정 조율을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

“감독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후 감독은 스케줄을 조정하여 민경의 등장 신을 최대한 서둘러 진행했다.

덕분에 빠르게 촬영 일정을 끝낸 민경과 재석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기 위해 공항으로 움직였다.

“태국이에요. 관광 천국 태국.”

태국은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고, 볼거리도 많아 많은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나라였다.

“관광은 일부터 끝내고 해야 해.”

“네!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민경은 그간 빡빡했던 일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모든 걸 참아 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좋아, 이틀간 잡혀 있는 일정을 끝낸 후 휴양지로 출발하자.”

“뭐해요. 어서 비행기 타러 가야죠.”

민경은 기분이 좋은지 재석을 재촉하며 비행기를 타러 갔다.

늦은 밤 태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예약한 호텔에서 묵었고, 다음 날 해가 뜨기 무섭게 방송사를 찾아갔다.

그곳에 이미 도착해 있던 관계자들은 모두 민경을 보고는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이틀간 유쾌한 분위기로 촬영이 진행됐고, 스케줄을 모두 끝낸 재석과 민경은 태국 최고의 휴양지라 불리는 사무이 섬으로 향했다.

“이야, 너무 좋다.”

재석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풀빌라를 예약해 두었다. 거기에는 작은 수영장이 딸려 있어서 언제든지 수영을 할 수도 있었다.

“오빠, 고마워!”

민경은 재석에게 입을 맞추며 너무 좋아했다. 재석 역시 민경이 기뻐하니 기분이 좋았다.

“수영장도 있는데 우리 수영할까?”

“좋지.”

재석이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민경은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오빠, 그렇게 빤히 보지 마요. 창피해요.”

“예쁘다.”

민경은 재석의 말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몸을 가리지 않았다. 살짝 얼굴만 가리고 끝났을 뿐이다.

“우리 민경이 몸매가 이렇게 좋았어?”

“어머, 저 타이트한 옷들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지 자신 있다고요.”

당당하게 하는 말에 재석은 천천히 다가가 민경을 끌어안았다.

“이게 내 거란 거지?”

“누가 오빠 거예요?”

민경이 살짝 튕기며 말하자 재석은 살짝 심통이 났는지 민경을 번쩍 들어 안았다.

“꺄악!”

“내 오늘 확실히 알려 주겠어.”

“어디 한번 해 봐요.”

수영복 갈아입은 지 얼마 안 돼서 둘은 침실로 들어갔다. 둘의 뜨거운 시간은 휴가 내내 이어졌다.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두 사람은 당당한 모습으로 공항을 나섰다.

배우와 매니저 단둘이 해외로 나갔다 온 것이었으나 그에 주목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미 한 차례 그러한 쪽으로 접근했다가 무참히 끝장난 이를 보았기에 어설프게 접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재석과 민경은 집에 도착해서도 함께했다.

***

회사에 출근한 재석은 보고서를 읽던 중 재미난 걸 하나 발견했다.

“중국?”

눈꽃연가가 중국에서도 방영되었고, 시청률은 평균 2.7퍼센트였다. 중국에서 대박이 났다고 하는 드라마들이 2퍼센트 수준이니, 상당한 수치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중국에서도 광고 섭외가 들어온 것이다.

‘중국은 대언금이…… 아니, 아직 그쪽에 넘어가기 전이군.’

한국에서 한참 방영을 하고 끝이 난 지 아직 몇 개월밖에 안 지났다. 내년이나 되어야 중국에 방영될 거다.

‘그 전이면 중국에서 콜이 올만하지.’

민경의 주 무대는 일본이다. 거기에 빨대 꽂고 신나게 빨고 있지만, 중국 사정을 한번 확인해 보고 그쪽에도 빨대 꽂을 만하면 몇 개 꽂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석은 바로 답장을 보내 진지하게 일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 답장을 보낸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중국 회사 측 사람이 곧장 비행기를 타고 찾아왔는데, 그는 매우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반갑습니다. 리쉬잉입니다.”

“리쉬잉 씨,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재석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모델을 찾고 있는데, 임민경 씨가 아주 좋아 보여서 찾아왔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식사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죠.”

재석은 리쉬잉을 데리고 멋진 식당에서 음식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하루가 바쁜 사람들이니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죠. 저희는 돈만 제대로 맞춰 주신다면 일을 할 의향이 있습니다.”

중국 쪽에 긴밀한 관계인 회사가 있다면 나쁠 거 없겠지만, 재석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다.

“계약 기간은 1년, 액수는 52만 달러입니다.”

“안 합니다.”

재석은 바로 거절을 했다. 비싼 비행기 타고 왔지만 액수 안 맞으면 끝이다.

“이야기를 좀 더 듣고 거절하시죠?”

재석의 단호함은 상대에게 무안함을 줄 정도였지만, 그러함에도 상대는 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액수로 거래가 성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정은 이제부터였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받는 모양이죠?”

“제가 지금 동아시아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임민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시아 권역 모델로 사진 한 번 찍는 데만 한화로 10억입니다. 농담하러 오신 거면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가시죠.”

“아하하하하!”

그는 크게 웃더니 눈앞에 있는 반찬을 하나 집어먹었다.

“이거 잠깐 장난을 친 건데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이신 모양입니다.”

‘장난 같은 소리 하네. 그렇게 툭 던지고 먹히면 계약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비즈니스는 칼만 안 들었지, 말속에 칼을 숨긴 채 하는 싸움이었다.

“전 그런 못된 장난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래 저희 회사에서 생각한 액수는…….”

“1년 계약, 미국 달러로 270만 달러.”

재석은 상대가 액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액수를 제시했다.

270만 달러. 한화로 하면 약 30억 정도다.

“그게 무슨…….”

“임민경은 아시아의 프린세스라 불립니다.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석이 단호하게 나섰지만, 이번에도 상대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는 명확했다.

“불필요한 신경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원하는 금액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재석은 술잔에 술을 따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가 말씀드린 금액을 받아들이신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계약서를 쓰도록 하죠. 단, 입금은 촬영 시작 전까지 완납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광고 촬영을 찍지 않겠습니다.”

그는 한 번 주도권을 잡자, 그걸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끄응……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그리고 일주일 뒤, 회사 계좌로 돈이 입금되었다.

“중국에서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이런 식이면 조금 귀찮은데…….”

물론 제대로 거래가 성사되고 돈이 들어온다면 피곤하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재석은 전달받은 날짜에 민경과 함께 중국으로 가서 촬영을 진행했다.

“아…….”

중국에서 처음 일을 진행해 본 민경은 신선함을 느꼈다.

“일본에서는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그냥 대놓고 쳐다보네요.”

그렇게 광고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그때, 재석은 회사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

“예.”

(재석아, 중국에서 일이 또 들어왔다. 얼굴 좀 보자는데? 중국에 있는 걸 알고 연락이 왔어.)

“광고요?”

(광고는 아니고. 뭐랄까, 느낌이 이상해.)

“거절하세요. 곧바로 일본 일정이 있어서 떠나야 한다고요.”

(알았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연락이었다. 구태여 찝찝함을 느끼면서까지 일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오빠, 무슨 전화야?”

“너 좀 만나자는 전화.”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 돈 많은 갑부 같은데, 네가 지금 중국에 와 있다는 걸 알고 회사에 연락한 모양이야.”

민경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돈 많은 갑부라는데 왜 거절한 거야?”

“그 사람이 갑자기 널 왜 보자고 하겠어.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놈들을 차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차단하기 어려운 부류의 인간도 존재했는데, 바로 광고주가 그러했다.

뚜벅뚜벅.

재석이 중국 진출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때,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한 젊은 남자가 촬영장에 들어왔다.

‘이건 또 웬 꼴뚜기냐.’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한 촬영장에 들어온 것을 보면 일반인은 아닌 듯했다.

‘광고주 아들인가?’

재석은 촬영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과 온몸에 두른 명품, 그리고 젊은 나이를 통해서 그 남자가 광고주의 아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젊은 남자가 손가락을 까닥이자, 누군가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경과 재석을 향해 접근했다.

재석은 서둘러 그 남자의 접근을 저지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임민경 씨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비켜 주십시오.”

“전 매니저입니다. 무슨 용건이신지 먼저 절 통해서 이야기해 주시죠.”

“사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적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불가합니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에 다시 이야기해 주십시오.”

재석은 그가 민경에게 접근하는 것을 철통같이 차단했다.

온몸에 명품을 두른 젊은 남자는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답답했는지 직접 다가왔다.

재석이 이번에도 접근을 막으려 했으나, 너무 갑작스레 다가온 터라 그는 이미 민경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

그가 중국어로 민경을 향해 무어라 말했지만, 중국어를 알지 못하는 민경은 눈만 깜빡일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쏘리.”

결국 민경은 그렇게 한 마디를 하고는 뒤로 물러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물러서지 않고 민경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민경은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거 놔요!”

민경이 손을 뿌리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그러자 젊은 남자가 중국어로 계속 뭐라 했지만, 민경은 그걸 알아듣지 못했다.

“오빠, 욕한 거 같지?”

“민경아, 그냥 한국 가자.”

민경이 갑자기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 버리자, 재석을 제외한 촬영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재석은 민경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그녀를 데리고 촬영장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이 뒤따라와 재석을 말렸다.

“이렇게 가시면 촬영은 어떻게 합니까.”

“이런 광고는 절대 촬영 안 합니다. 받은 돈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돌려 드리겠습니다.”

재석과 민경은 만류하는 이들을 뿌리친 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쪽에서는 촬영을 계속하자며 간절히 부탁했지만, 재석은 다신 그 회사와 일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30억에 달하는 돈이 걸린 일이었지만, 지금의 재석이나 민경에겐 하기 싫은 걸 견디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오빠, 그 이상한 인간 때문에 며칠째 기분이 계속 나빠요.”

민경은 며칠간 계속 집에서 재석에게 매달리며 투정을 부렸다. 이 투정의 목적은 재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달라는 거다.

재석은 민경을 꼭 안아 주면서 한마디 했다.

“중국 일은 잊자.”

“그럼 잊게 해 줘. 즐거운 걸로.”

민경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재석은 민경에게 입맞춤을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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