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매니저 81화>
제이이브의 공개 오디션 모집 공고가 올라가자, 큰 화제가 되었다.
바로 이 문구 덕분이었다.
-나이 가리지 않고 실력만 있다면 뽑습니다.
오디션이 화제가 되자,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1차 오디션 지원자들은 눈앞에 슈퍼스타인 임민경이 있자 깜짝 놀랐다.
“시작하세요.”
“네, 네…….”
심사위원 중에 슈퍼스타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연기자는 눈앞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연기를 펼쳐야 한다. 이유가 어떻든 떠는 사람은 탈락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디션이 계속 이어졌지만 재석이 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심각하네.’
민경이 참여하는 심사인데도 불구하고 미래의 보석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참 곤란한데.”
찾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흐음.”
재석은 약간의 심각성을 느꼈지만, 하나 새로운 것도 느꼈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의 스타를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건가…….’
거기에 40세까지 편하게 참여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20대를 넘지 않았다.
뒤늦은 나이에 연기를 도전하기란 어려운 일이긴 하다.
연기는 시간을 들여 완성된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녀서 처음부터 잘나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몇 년에 걸쳐 단계를 밟아 자신만의 연기를 완성시킨다.
“흐음.”
지금까지 지원자 중 대단한 실력을 보유한 이들은 없고, 그냥 무작정 연습을 시켜야 하는 이들뿐이었다.
“후우.”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일이 끝나자 재석과 민경은 차에 올라탔다.
“오빠, 심각한 표정 짓지 마요. 늙어요. 그러지 않아도 할아버지 같은데 얼굴까지 늙으면 싫어요.”
민경은 재석의 얼굴을 마사지하면서 인상을 펴 줬다.
“고마워.”
“근데, 오늘 타타 공연 보러 가는 거야?”
“어, 이미 표도 구했어.”
재석은 티켓 두 장을 꺼내 들었다.
“사람 많겠지?”
“일단 화장부터 지우고, 옷도 갈아입어.”
두 사람은 최대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서 그런지 아무도 그녀가 임민경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두다다다, 두다다다, 탁타닥!
통 위에서 칼을 두드리고 손을 두드리며 음악을 만들어 내는 타타 공연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재석은 눈에 띄게 놀라게 되었다.
‘아직까지 여기서 공연하고 있었어?’
재석은 타타를 공연하고 있는 사람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민경은 재석이 공연에 빠져들었다 여겼지만 전혀 아니었다. 재석의 신경은 여러 소리의 화합이 아닌 오직 한 사람에게 꽂혀 있었다.
“허이, 허!”
공연자들은 화합을 맞추면서 공연을 계속했다. 잠시 후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재석이 민경을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 저쪽에 가 보지 않을래?”
재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즉, 공연자들을 만나자는 거였다.
“갑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라도 나타난 거야?”
“어, 아주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어.”
“오늘 하루 종일 오디션 심사 보면서 표정이 별로 안 좋더니, 이거 하나로 뒤바뀌냐.”
재석은 곧바로 그 관계자 출입금지 구역에 발을 들였다.
“여기 안으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재석은 가로막은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한 사람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왼쪽에서 공연을 하던 남자분입니다. 맨끝이요.”
재석의 말에 그는 한 명의 팬이 찾아온 거라 여겼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태룡이 형!”
재석은 그 이름을 듣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류태룡이 오는구나.’
교도소의 선물, 왕이 된 광대에 출연했으며 그 외에도 천만 영화를 두 편 이상 더 출연하면서 배우로서는 최다 천만 관객 영화 출연 배우가 된 인물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류태룡은 재석을 보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전재석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팬은 아닙니다. 오늘 공연을 봤는데 무척이나 개성 있는 얼굴을 하고 계시더군요. 혹시 어느 소속사에 속해 계십니까?”
“네?”
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류태룡은 현재 타타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긴 했으나, 사실 연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아, 아닙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동시에 수상쩍기도 했다. 바로 그때, 그 수상쩍은 느낌을 말끔히 지워 버리는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빠, 좀 믿을 만한 얼굴 좀 해 봐. 그렇게 말해서 따라오겠어?”
바로 민경의 등장이었다. 재석을 도와주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며 슈퍼스타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안녕하세요, 임민경입니다. 이 옆에 있는 사람이 제 매니저이자, 소속사 대표예요.”
“아, 아!”
류태룡은 임민경의 얼굴을 보고 알아차렸다. 지금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명함을 내밀었는지 말이다.
“저희 회사로 오신다면 연기의 꿈을 실현시켜 드리겠습니다. 물론 빡센 스케줄이 있다는 건 기억하셨으면 좋겠네요.”
“아, 예.”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석은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오디션에서 사람 못 구하고 돈만 날렸는데 그래도 오늘 허탕 친 건 아니야.’
재석과 민경이 가 버리자, 류태룡은 명함을 붙잡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야! 됐다!”
항상 소속사에 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 이뤄진 거다.
“애들아!”
류태룡은 재석의 명함을 들고 공연자 식구들을 향해 외쳤다.
그 안에 있는 동료들은 축하해 주면서 동시에 부러워했다.
류태룡은 다음 날 바로 재석의 회사에 찾아갔다.
받은 명함을 보여 주며 사장님이 찾아오라고 했다고 하자, 그는 바로 재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연도 있고 해서 며칠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그럼 저희 회사와 계약을 하시는 겁니까?”
“예, 하고 싶습니다. 일거리를 잡아 주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체할 거 없죠. 빠르게 갑시다. 7년 계약에 3년은 5:5, 나머지는 6:4. 재계약을 하시면 조건을 다시 올려 드리죠.”
류태룡은 때가 지나면 조건을 올려 준다고 하자 놀랐다.
하지만 재석은 류태룡이 하는 영화나 인지도 상승 그래프를 알고 있어서 그때에 맞춰 미리 이야기를 한 거다.
‘어차피 그때가 되면 알아서 조정할 수밖에 없어…….’
어차피 비율을 조정하게 될 거라면 선심을 쓰듯 보이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까지 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일이 좀 빡빡하게 진행될 겁니다.”
“일을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도 김명진처럼 기나긴 시간 홀로 힘들게 지내 왔다. 나이도 들었고,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근심이 많을 때 재석이 나타난 거다.
“계약을 하시면 내일부터 일거리를 가져다 드리죠.”
“그렇게 빨리요? 연기 심사나 이런 건 안 합니까?”
류태룡은 재석이 일을 그렇게 빨리 가져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뭐, 그걸 원하시면 바로 확인하러 가죠.”
재석은 류태룡을 데리고 연습실로 들어갔다.
“일단 대본 하나 해 보고, 자유도 한번 보죠. 카메라 테스트도 하고요.”
재석은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해 줬다. 류태룡은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그런지 눈앞에서 하는 연기는 정말 잘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 앞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처럼 연기를 펼쳤다.
‘연기는 잘해.’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저 얼굴로 천만 영화에 4번이나 출연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중 두 번은 주인공이다.
짝짝짝!
재석은 그의 연기가 만족스러워 박수를 쳤다.
“연기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럼 묻죠. 저희 회사와 계약하시겠습니까?”
“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올라가서 사인하죠. 그리고 계약 기념으로 식사나 한번 하시죠. 혹시 결혼하셨습니까?”
“아뇨, 아직…….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있습니다.”
“그럼 같이 나오세요. 그리고 이런 계약 이번이 처음이시죠?”
“네…….”
“그럼 더더욱 좋은 일이니 함께해야죠. 부르세요.”
류태룡은 너무 좋아서 바로 연락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좋은 대답을 받았다.
재석은 류태룡을 데리고 간 식당은 한우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재석은 거기서 류태룡의 연인을 보게 되었다.
“오, 생각보다 미인이십니다.”
“호호호, 감사합니다. 연예인을 많이 보셔서 저 같은 건 눈에도 안 차실 텐데.”
“자, 앉으시죠.”
“근데 이런 곳이 있네요.”
재석이 데려온 곳은 정말 조용했다. 따로 방이 있는 곳에 자리를 해서 그런지 그 누구의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오늘에 한해서 거하게 쏘는 겁니다. 그러니 마음껏 드세요.”
재석은 정말 한우를 마음껏 시켜서 두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 물론 돈이 많이 나왔지만, 결과는 아주 좋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 남자 친구와 계약을 해 주셔서요.”
“괜찮습니다. 단, 오늘 먹을 만큼 열심히 부려 먹을 거니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호호호, 괜찮아요. 열심히 부려 먹어 주세요.”
“그리고 결혼하시면 연락 주세요. 축의금도 넉넉히 넣어 드리죠.”
“어머,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축의금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졌다.
재석이 굉장히 신경 써 주는 모습에 두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 여겼다.
그리고 둘은 소속사와 계약한 계약서를 보면서 너무 좋아했다.
다음 날, 재석은 주명진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오디션에서는 사람 안 뽑더니 딴 데 가서 사람을 데려오면 어떻게 하냐.”
“주 팀장님이 앓는 소리를 하시는 거 보니 돈이 아쉬운 모양이네요.”
“그럼 아쉽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오디션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잖아.”
“전 반대로 생각합니다. 오디션 합격자가 그 사람이라고 말이죠. 어차피 그날 뽑았으니 된 거죠.”
“속도 좋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니저를 미리 구해 놨으니 망정이지.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오늘부터 바로 움직이게 하세요. 지금 당장은 단역부터 밀어 넣어야 할 겁니다.”
“걱정 마라 단역 밀어 넣는 거야 쉽지.”
주명진은 이미 단역 자리를 알아봤다. 거기에 출연할 곳도 많다.
“재석이 네가 직접 연기력을 봤으니 문제는 없겠지?”
“문제없습니다. 다만, 그 역을 따내려고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냐가 문제죠.”
“그건 매니저 교육할 때 확실히 가르쳐 주지. 내가 너 매니저 교육시켰잖아.”
“크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네요.”
매니저의 기본을 가르쳐 준 사람이 지금의 주명진이니 재석도 인정을 했다.
“저 나갑니다.”
“외근이냐?”
“네.”
“혹시 이상한 사람 물어 오지 마라. 곤란하다. 한 명만 더 그렇게 데려오면 나 정말 싫을 거야.”
“뭐, 기회가 되면 한 명 더 데려올 수도 있죠.”
“야, 매니저 구하는 것도 일이야. 이제는 다른 곳에 가서 스카웃을 해 와야 한다고.”
“그게 가장 빠른 길인가요?”
“그래, 새로 키우는 데 시간 걸리고, 이것도 적성 맞아야 해 먹는 짓이라 참 힘들다.”
“조심할게요.”
재석은 그리 말하고 나갔지만, 눈에 보이면 낚아챌 거다. 한번 놓치면 다음 기회란 있을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