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90화 (90/152)

‘권진우처럼은 힘들겠지?’

근육을 키우는 것부터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길고 긴 시간 운동을 하며 건강 관리를 할 거다.

‘소속 연예인들이 운동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운동을 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요즘 제이이브가 연예계에서 핫이슈가 되었다. 특히 배우들 쪽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임민경을 필두로, 제이이브에 소속되어 있는 연기자들이 잘나가면서 주목을 받은 거다.

그러는 와중에 권진우가 제이이브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것은 제이이브의 연예인 관리 능력이 굉장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되었다.

“사장님, 오디션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오늘만 20명이 넘습니다.”

“일단 당장 오디션 일정은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이 찾아왔나요?”

“예, 여기 찾아오신 분들 명단입니다.”

비서가 있으니까 확실히 편해졌다. 자리에 없어도 누가 왔는지, 어떤 내용을 전달됐는지 파악이 쉬웠다.

“오신 순서대로 날짜를 잡아서 만나기로 하죠.”

비서는 일정에 맞춰서 찾아온 이들에게 약속을 잡아 줬다. 그리고 재석은 그 시간에 맞춰서 일을 진행했고, 사람을 만났다.

투자자들은 재석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재석의 마음을 붙잡는 이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 영화에는 투자할 마음이 없습니다.”

재석은 그렇게 모든 투자자들을 돌려보낸 뒤,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제작사에 투고된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봉도준 감독이 함께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들이 찾은 것이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영화 시나리오들을 보고 재석은 헛웃음이 나왔다.

“이야, 많기는 많네.”

이 많은 걸 재석이 다 볼 순 없다. 직원들이 일부 걸러 내야 했다.

그렇게 직원들이 보았을 때 그나마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이 재석의 사무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재석은 그중에서도 제목만 보고 또 한 번 거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시나리오를 발견했다.

“이건…….”

유명 만화가의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시나리오였다.

“제작할 수 있게 여건만 만들어 달라?”

이미 원작자와의 협의는 끝난 듯했다.

‘도박꾼.’

미래에는 속편까지 제작된 영화다.

‘한 번 손대면 마지막까지 가야 하는 영화인데.’

원작인 만화책도 무려 3부작으로 진행됐다. 속편까지 나올 정도이니만큼 그만큼 많은 돈을 벌긴 한 작품이다.

‘확실히 수익은 괜찮은 영화야.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것까지 손댈 여력은 없어.’

영화는 한 편씩 진행할 거다. 동시 진행은 어려움이 많았다.

“아쉽군.”

하지만 투자 이야기로 간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 사람과 좀 만나야겠어.”

재석은 시나리오를 가져왔던 사람과 만남을 가졌다.

“안녕하십니까. 전재석이라고 합니다. 아주 재미난 걸 가져오셨더군요. 그런데 혹시 이전에 찍으신 작품이 있으십니까?”

“예, 있습니다. 재구성이라는 작품입니다.”

“아! 그 영화 봤습니다. 아주 괜찮은 작품을 찍으셨군요.”

재석은 이 감독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번 도박꾼이라는 작품 이후로 도둑과 암살자라는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고, 그 밖에도 수많은 작품을 각색하기도 한 감독이다.

‘실력 있는 감독이지.’

“그런데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네요.”

“네?”

“저희 쪽에서 이미 작품을 하나 진행하고 있어서 당장 다른 영화를 작업하기가 어렵습니다.”

“괜찮습니다.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음…….”

감독의 말에 재석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기다릴 수 있다면 한 가지 제안을 먼저 하죠. 혹시 이 영화에 가장 핵심이 되는 사람은 찾으셨습니까?”

“타짜 말인가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제작이 들어갈지도 정해지지 않은 터라…….”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아직 제작하기로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제작 준비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 우선 그 사람부터 찾은 후에 그때부터 제작에 들어가도록 하죠. 다만 현직 타짜는 안 됩니다. 도박에 깨끗이 손을 턴 은퇴한 타짜여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꼭 구해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작업 들어가는 걸로 하죠.”

두 사람의 서로의 명함을 교환한 뒤 악수를 나눴다.

“사람 찾으면 바로 데려오세요. 직접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재석은 도박꾼이란 영화의 제작을 이렇게 맡게 되었다.

두 개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도박꾼은 촬영이 시작되기까지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할 터다.

게다가 감독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입장이기에 재석에게 오는 부담은 그리 많지 않았다.

*  * *

충무로 바닥에 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제이이브의 대표 전재석이 민경이 출연한 영화 내 기억 속 지우개로 일본에서 16억 엔을 벌었다는 소식이 퍼진 거였다.

한화로 무려 160억 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영화 하나로 이렇게 벌어들이는 회사는 연예계에 제이이브밖에 없었다.

제이이브가 일본에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도 일본에 진출하고 싶어 재석에게 접촉해 왔다.

“저희 회사에 있는 배우인 김태인 씨를 일본에 진출시키려고 하는데 저희가 일본에 뭘 아는 게 없어서요. 그쪽 회사와 연계를 해서 일을 진행했으면 하는데요.”

이제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연예인이 된 민경을 통해 재석이 일본 내에 마련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거였다.

그들은 그걸 통해 자신들도 일본에 지사를 내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계약 기간과 수익 분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죠.”

“그래야죠. 저희도 공짜로 도와 달라고 하려던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회사가 접촉해 오는 게 대부분이지만, 간혹 배우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마동건입니다.”

“어허허, 태극기 펄럭이며의 마동건 씨를 만나게 될 줄이야.”

“다른 게 아니라 저도 일본에 한번 진출해 보고 싶어서요.”

직접적으로 일본 진출이라는 말을 꺼내자 재석은 악수부터 건넸다.

“언어의 장벽 탓에 쉽지 않을 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일본에서도 제대로 된 일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자세하게 계약 이야기를 해 보죠.”

한국에서 잘나간다고 일본에서도 잘 나가는 건 아니었기에 조건 조율은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시작 기준이 높았다.

“7:3이상은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9:1이라도 아쉬울 게 없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래도 이런 비율이면 곤란한데요.”

“일본에서 버는 액수를 생각하면 비교가 안 되실 겁니다. 한국의 세 배니까요.”

마동건은 고민을 했지만, 세 배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한 번 감안을 해 볼 만했다.

“그리고 2년입니다. 계속 활동하시면서 좋은 성적을 내신다면 2년 후에 계약 조건을 더 좋게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러죠.”

재석은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5년 계약이 아닌 2년 계약이라는 것으로 그를 꼬드겼지만,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기는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어가 능숙한 연예인을 찾으니까.’

결국 세계를 아우르는 스타가 되려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건 필수 조건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그러한 요구 사항이 많지 않았기에 재석의 회사를 찾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의 일거리는 제이이브 일본 지사를 통해 진행됐다.

나오미는 일거리가 늘어나자, 사람을 추가로 고용하고 사무실도 확장을 했다.

그리고 일정에 맞게 일을 잡아다 줬고, 거기서 얻은 수익 일부는 재석의 주머니로 착착 꽂혔다.

“아주 좋아.”

흔히 말하는 외화 벌이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  * *

봉도준 감독은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열심히 CG 작업 상태를 확인하며 찍어 놓은 촬영분에 확실하게 입히는 작업을 계속했다.

“형님, 그러다 쓰러집니다.”

“안 쓰러져. 쓰러지더라도 이거 다 완성하고 쓰러질 거야.”

“아이고, 워커홀릭 안 좋아요. 그리고 이번 일 다 끝나면 저랑 같이 휴양지 한번 가실래요?”

“휴양지?”

“형님이 원하는 곳으로 정해 보세요. 그럼 저도 따라갈 겁니다.”

“진짜?”

“고생하시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죠.”

“으흐흐흐.”

봉도준 감독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럼, 내가 가고 싶은 데 아무데나 고르면 돼?”

“먼저 일부터 끝내세요.”

“오늘부터 야근이야!”

봉도준 감독은 철야라는 게 뭔지 아주 잘 보여 줬다.

그의 아내는 재석이 일을 너무 시켜서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다고 원성을 토했지만, 재석이 이 일이 끝나면 해외 여행을 보내 준다고 하자 그 뒤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봉도준 감독이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인도양의 진주라 불리는 몰디브였다.

민경도 휴식이 필요해서 동행하기로 했고,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몰디브로 향했다.

“아, 좋다.”

봉도준은 바다를 보면서 정말 좋아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하늘색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

“아, 편해.”

그의 아내는 아기와 함께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민경도 거기에 끼어서 아이와 함께 놀았다.

두 여인은 아기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했다. 아기의 귀여움은 여자들에겐 심쿵할 만한 일이었다.

“꺅꺅!”

아이는 물에 들어가니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하지만 체온을 생각하면 그리 길게 물속에서 놀게 할 수는 없었다.

잠시간 해수욕을 즐기고는 물 밖으로 나왔고, 아기는 깨끗한 물로 씻은 뒤 분유를 먹자 금세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든 모습을 보고 다시 해수욕장으로 나온 민경은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감독을 바라보며 물었다.

“혼자서 술만 마시다 가실 거예요?”

“민경 씨, 난 이번 휴양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푹 쉬다 갈 거야. 최근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괴로웠거든.”

봉도준 감독은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간혹 아기를 돌보는 것 말고는 손대는 게 없었다.

그건 재석도 비슷했다.

‘사람들이 왜 휴양지를 찾는지 알겠어.’

비싼 돈 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휴양지를 즐기는 방법이었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재석이 쉬었던 몸과 머리를 굴려 가며 일을 하려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문을 들은 인간이 찾아와서 계획이 잡힌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건네 왔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고요?”

“예, 충무로에서 짧은 기간에 가장 막대한 이익을 보고 계시는 분이 당신입니다.”

재석은 투자한 영화마다 100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이익을 얻고 있었다. 비록 몇 개 안 했지만, 그 파워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 현재 봉도준 감독이 계획한 괴수의 경우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희대의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문제는 재석 때문에 그 도박이 승률 좀 있는 도박으로 탈바꿈되었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재석이 웰컴 투 여랑골과 왕의 광대에도 투자했다는 소문 또한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이미 재석이 대부분의 돈을 투자한 상태였고 제작사에서도 이 이상 투자를 받는 건 불필요하다고 해서 받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재석이 다음으로 제작에 돌입하는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쉽게도 저는 투자를 받을 게 없습니다. 물론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은 아니죠.”

광고 목적으로 투자를 받는 거야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재석은 돈을 나눠 먹을 생각은 없었다.

‘배급사라면 일부 떼 줘야 하니까 나눠 먹지만 이렇게 끼어드는 건 사절이지.’

재석은 돈이 없진 않기에 이 제안은 거절하게 되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투자를 받도록 하죠.”

“하아, 그러시군요. 그럼 꼭 다음에 연락을 주십시오.”

그렇게 명함을 건네받은 재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선보이며 그를 돌려보냈지만, 그 뒤에도 투자를 하겠다며 나서는 이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미안한데 너희들에게 줄 콩고물은 없어.’

홀로 독식하기도 바쁜 몸이다. 물론 전부 다 먹을 순 없다. 어느 순간에는 포기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재석은 한동안 투자를 해 주겠다며 찾아오는 이들은 면담 사절을 했다.

반면 투자해 달라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면담을 계속했다. 물론 그중 이상한 사기꾼도 있었다.

“사장님, 저희 회사에 투자를 하시면 말이죠. 몇 배의 이익을 거두실 수 있습니다.”

재석은 그 이야기를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사람에게 한마디 했다.

“예, 됐습니다. 그거 안 합니다.”

“아니, 사장님, 제 말을 좀 더 들어 주시죠.”

“나가세요.”

재석은 친철하게 배웅해 주며 이상한 인간을 쫓아냈다.

“돈 버니까 이상한 인간들이 꼬이네.”

제이이브에서 긴급회의가 벌어졌다.

“아무래도 다른 회사들이 따라 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당장은 저희가 이미 선점하고, 투자금을 모두 대기로 한 상태라 손대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후에 투자를 진행할 때는 비밀 유지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팀장이 투자를 비밀리에 진행하자고 이야기하자, 재석을 제외한 다른 팀장들은 의문을 표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다른 회사들이 저희를 따라 투자를 하는 건 곤란하죠.”

재석이 입을 열자, 팀장들은 그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저희 회사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다른 회사들이 따라붙는다면, 손익 분기점이 높아지게 되서 영화가 성공한다 해도 이익이 줄어들 겁니다.”

재석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남의 돈을 벌어 주기 위해 투자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최종 결정권자인 재석이 이야기를 정리했고, 그날 이후부터 투자는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 그 순간까지 비밀리에 진행되는 걸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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