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덩이 파격!-
2회 차가 방영된 다음 날, 연예란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방송에서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내보내도 되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표하는 기사부터 시작해서 연예란이 온통 ‘똥덩이’로 뒤덮였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똥덩이’는 전국 최고의 이슈가 되었다.
파급력이 어찌나 거센지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 시청률이 팍 꺾여 버리기까지 했다.
그만큼 거센 파급력을 일으킨 것이다.
재석은 이러한 반응들이 예상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본을 쓴 작가나 감독이 예상을 못했을 리가 없겠지.”
무리수를 던져 놓고 도박을 한 것이다.
그리 그 도박은 대성공이라 해도 좋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시청률이 눈에 보일 만큼 시청률이 상승했으니 말이다.
“이제 이건 더 이상 볼 게 없네.”
이쯤 되니 재석도 그냥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제 영화 과속삼대 현장이나 가 볼까.”
직접 제작하는 영화 현장을 보기로 했다.
그쪽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절대 망하지는 말자며 모두가 두 팔 걷어붙이고, 배우는 연기에, 스태프들은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망하기는 죽어도 싫은 모양이었다.
“크크크, 정말 웃기단 말이야.”
대박 날 영화를 찍는데 당사자들은 손익 분기점만 넘겨 보자면서 죽자 사자 달려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니, 이게 왜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감독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이 첫 작품이라 더 그런 거 같았다.
“잘 다독여 줘야겠어.”
며칠 뒤, 재석은 과속삼대 촬영진과 배우들을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치이익!
불판에 소고기가 익어 가고 있었다.
다들 소고기 익어 가는 모습에 놀란 모양이었다.
특히 차인혁은 태도가 달라질 지경이었다.
그로서는 삼겹살 회식이라도 하면 감지덕지였는데 한우, 그것도 특 등급 한우로 회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님! 열심히 하겠슴돠!”
“열심히 하겠슴돠!”
감독이 먼저 외치자 그 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외쳤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분위기가 영…… 내일 죽으러 가는 사람들입니까?”
“아닙니돠!”
기세만 봐서는 죽은 사람도 살려 놓을 것 같았다.
“사장님, 이렇게 오셨으니 한마디 해 주십시오.”
강형진 감독의 말에 재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을 믿고, 노력을 믿습니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그날까지,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이 영화가 꼭 성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재석은 홀로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형진 감독은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크흑! 감사합니다, 사장님!”
강형진 감독에게 재석은 천사 같은 투자자였다.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온 그날, 자신을 믿어 주고 투자해 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는 최고의 제작자.
물론, 재석으로서는 순수하게 성공하는 작품이기에 투자한 것이었지만 강형진 감독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감독님, 뭘 그렇게 감동하십니까. 감독님이 흔들리시면 영화가 흔들립니다.”
“물론입니다. 전 안 흔들릴 겁니다!”
“그럼 다음 작품도 같이하죠.”
감독은 다음 작품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자 더 감격했다.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았는데, 절 믿고 이런 제안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뭘 그렇게까지……. 참, 연말에 개봉 날짜 잡혔습니다. 이제부터는 바쁘게 뛰셔야 합니다.”
재석의 말에 강형진 감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버, 벌써요?”
“상영관은 200개 준다는 거, 제가 억지 좀 부려서 300개까지 받아 냈습니다. 손익 분기점 넘길 자신은 있으시죠?”
“무, 물론입니다. 지금 그걸 목표로 모두가 똘똘 뭉쳐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상영관 200개로 800만을 찍은 보기 드문 영화다. 그럼 상영관 숫자를 조금만 더 늘리면 천만을 바라볼 수 있는 영화라는 거다.
‘물질적 지원 따위 내가 바꾸면 그만이지.’
이미 영화사들과 협약이 다 끝났다.
그쪽에서는 별로 미덥지 않아 했지만, 재석은 손해나면 자신이 다 채워 주겠다고 나섰다.
그다음 날부터 감독의 눈빛은 무섭게 변했다.
꼭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고, 그것은 주변 스태프들에게까지 전염이 되었다.
촬영진은 물론이고 배우들까지 의지를 불태우며 촬영에 임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편집 단계에 들어갔다.
재석은 틈틈이 작업 과정을 지켜봤다.
“푸하하하!”
미공개 영상만 봐도 너무 웃겨서 작업하는 편집자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분량들이었지만 어찌나 웃긴지 편집자들은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편집이 끝나고, 재석의 손에 결과물이 들어왔다.
직후 영화 홍보 일정을 잡았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반보영을 제외한 배우들이 홍보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싸가지들, 촬영 끝났다고 나 몰라라 한다 이거지?”
촬영이 끝나자 다들 바쁘다는 이유로 홍보에 불참했고, 그 탓에 반보영이 홀로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다.
재석은 나중에 시사회에서 만난 차인혁에게 말했다.
“영화 홍보에 이렇게 소홀하셔도 되는 겁니까? 지금 회사 계약 끝나면 저희 쪽으로 온다 하지 않았습니까?”
“아, 미안. 그쪽에서 계약 얼마 안 남았다고 돈 뽑으려고 이리저리 굴린단 말이야. 진짜야, 믿어 줘.”
차인혁은 재석에게 사정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럼 확인해 봅니다.”
“확인해, 진짜야. 홍보 활동 제대로 못한 건 미안해. 회사에서 이 영화 안 될 거 같다면서 다른 데로 스케줄 돌리고 있어서 그래.”
“허!”
재석은 그 이야기를 듣자 더 화가 났다.
“일단 차인혁 씨 이야기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차인혁 씨 말이 맞으면 사정을 이해해 드리죠. 그리고 이 영화 어떻게 되는지 꼭 지켜보세요.”
재석은 전화 몇 통 돌리는 것으로 차인혁의 스케줄을 알아냈다.
정확한 스케줄까지는 아니지만 차인혁이 근래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거짓말한 건 아니군.’
그리고 그쪽 회사에서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썩을 것들. 아직도 날 못 믿네.”
돈 냄새날 때는 어떻게든 한 자리 숟가락 얹겠다고 비비던 놈들이, 이때다 싶었는지 뒤에서 쑥덕대고 있었다.
재석은 그 꼴이 가관이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이 영화 개봉하고 나서 보자고.”
그리고 마침내 과속삼대가 개봉했다.
첫날,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과속삼대의 흥행 돌풍은 무서웠다.
주말에는 전체 매진 사태가 벌어졌고 평일 오후 상영관 좌석은 40퍼센트 수준으로 채워졌다.
상영관을 300개 확보했을 뿐인데 왕의 광대에 버금가는 관객을 동원했다.
철없는 아빠 차인혁, 엄마가 된 미성년자 딸 반보영, 그 손자 왕동현.
세 배우의 호흡은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왕동현의 인상은 아주 강렬해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토리 시작부터 끝까지 무서울 정도였다.
당초 한 달 정도만 상영하자던 영화사에서는 돈을 더 뽑자면서 20일 연장 이야기를 했다.
“20일 연장이라…….”
회귀 전과 다르게 30일이 안 되서 벌써 800만을 돌파했다.
순수익은 이미 이백억대를 돌파했다.
천만이 되면 순수익만 삼백억이 된다.
영화사 쪽에서는 이미 예상한 수익을 한참 넘어서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강형진 감독과는 다음 영화 계약을 이미 했다.
시나리오 완성만 되면 영화 작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봉도준 감독의 영화 ‘맘’의 크랭크 인 때문에 바쁜 상황이었다.
강형진 감독은 영화를 같이 찍은 배우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고맙다는 거다.
하지만 재석은 그들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영화가 성공하니까 찾아오다니.’
영화사도, 출연했던 배우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제작자로서 재석의 입지가 공고해진 것이다.
재석의 밑에서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영화계에서 이런 소문마저 돌 정도였다.
소속 배우들은 전보다 더 재석에게 신뢰를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과속삼대는 상영관 300개로 천만 관객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한 영화사가 천만 영화를 두 개 이상 찍은 전례가 없었는데, 그 기록을 가진 회사가 된 것이다.
재석은 강형진 감독을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
“예, 대표님.”
“여기저기서 연락 많이 오지 않습니까?”
“많이 옵니다. 같이 촬영했던 배우들도 연락이 오는데 조금 꺼려지더군요.”
홍보 관련해서 배우들이 성실히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죠.”
“참, 차인혁 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홍보 관련해서 차인혁 씨는 사정이 있더군요.”
“그럼 이쪽으로 오는 겁니까?”
“뭐, 그쪽 회사 계약이 끝나 봐야 알겠죠.”
재석은 차인혁에 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완전히 놓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미래에 그가 출연할 영화와 그 성적을 생각하면 이런 일로 연을 끊기에는 아까웠다.
재석은 과속삼대 이후 반보영의 스케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말 바쁘게 지내게 되었다.
와중에 과속삼대 해외 수출 건도 진행했다.
중국과 대만, 일본은 유사 문화권이라 한번 도전해 볼 만했다.
각 지사를 통해 배급사와 접촉을 했고, 의견을 조율하여 과속삼대의 해외 배급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흥행한 것에 비하면 해외에서의 성적은 평범했다.
다만 반보영은 일본 현지에서 귀엽고 매력적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영화 성적은 평범했지만, 반보영 개인으로서는 일본에서의 활동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오호, 좋아.”
반면 김명진의 일본 진출은 불투명했다. 나름 준비를 해서 갔지만, 현지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역시 나이 든 배우는 취급 안 하는 건가…….’
반보영처럼 젊은 배우가 아니면 힘든 모양이었다.
“아쉽네.”
어쨌든 일본에서 반보영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녀가 일본의 공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팬들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반보영, 사랑해!”
“반보영! 반보영!”
남성 팬들이 기세 좋게 외치면서 모여 있었다.
여성 팬들 숫자도 적지 않았다.
“카와이!”
반보영은 이런 반응에 조금 놀라서 표정이 얼어 있었다.
반보영과 함께 온 재석도 예상 밖의 현지 반응에 살짝 놀랐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반보영의 중심을 잡아 줬다.
“보영아, 정신 차려.”
재석의 한마디에 반보영은 정신이 돌아왔다.
“사장님, 이분들이 다 제 팬들인가요?”
“물론이지. 이제 한국, 일본에서 동시에 활동하게 될 거야.”
“진짜요?”
“그럼, 이 사람들 다 너 보려고 온 거다. 민경이 이후로 이렇게 갑작스러운 팬들의 환영은 처음이다. 일본 활동도 충분히 가능해.”
일본에서의 반응은 재석으로서도 예상 밖이었다.
스케줄을 처리하기에 앞서, 재석은 곧바로 일본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공항인데, 반보영의 일본 인기에 대해 조사 좀 해 줘요. 왜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지.”
지시는 간략했지만, 일은 쉽지 않았다.
그 원인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일본 지사 인력이 총동원되었다. 그들은 반보영의 인기 이유를 찾기 위해 움직였고, 저녁이 되어서야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 지사장 나오미는 재석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직접 보고했다.
“사장님, 요청하신 자료입니다.”
재석은 그 자료를 바로 펼쳐 들었다.
일종의 사건 개요가 담겨 있었다.
“뭐야, 불법 다운로드?”
영화 성적에 비해 반응이 뜨거워서 웬일인가 했더니, 원인은 불법 다운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