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114화 (114/152)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갈 이유도 없었다.

12위를 기록한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홍보 효과는 물론 수익적인 부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반보영의 인기가 이대로만 이어진다면 한국과 일본 양측에서 동시 활동이 가능했다.

재석은 반보영의 일이 일단락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직 반보영의 일본 진출 성공이 기사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국 연예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소식을 전해 들어 다 알고 있었다.

덕분에 연예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재석에게 확 쏠렸다.

그동안 몇몇 한국 가수들이 일본 진출을 시도했지만, 반보영만큼 성공적으로 진출한 경우는 남자 그룹 하나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들에게도 반보영의 일본 진출 성공 사실은 그리 오래지 않아 알려졌다.

-반보영 콘서트 10회 공연, 전석 매진!

-한국서 영화 한 편으로 대박 난 반보영, 일본서 10회 콘서트 전석 매진 기록 달성! 일본에서도 흔치 않는 기록.

연예 기사 1면에 실릴 정도로 엄청난 뉴스였다.

이후 반보영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제이이브 앞에 진을 쳤다.

하지만 현재 반보영은 한창 일본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기자들은 반보영의 인터뷰를 따지도 못하고 제이이브 문 앞만 지키고 있었다.

기자들이 난리가 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어 전석 매진을 했다고 기사가 났다.

자국 가수들도 이루기 힘든 성적을 냈다고 현지 기자들이 놀랄 정도였다.

사무실에서 재석은 나오미가 보내 준 일본 현지 신문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명진이 급하게 재석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석아!”

“주 이사님,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호들갑이십니까.”

“큰일 났다. 드라마 제작 협회에서 배우들 출연료를 동결하겠대!”

다급한 주명진과는 달리 재석은 별 반응이 없었다.

“왜 그리 무덤덤하냐. 큰일인데.”

매니지먼트 측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

배우들의 출연료를 동결한다는 것은 곧 출연료에 상한선을 제한하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상한선 제한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

상한선 제한은 일부 인기 스타들의 출연료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다들 유야무야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그 아래 어중간한 스타들에게는 상한선이 확실히 적용되었지만 그 상한선도 드라마 한 회 출연료 2천만 원 선이었다.

상한선마저도 그다지 적은 금액이 아닌 것이다.

“저도 대충 압니다. 저희는 해당 사항 없을걸요.”

“야, 그래도 회사 수입이 줄어들잖아.”

“그거 생긴다고 뭐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애초에 슈퍼스타는 대체 불가능이고, 슈퍼스타를 모셔야 시청률이 나오니 상한선은 무색해질 겁니다.”

이미 재석의 회사에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그럼, 넌 이게 의미 없다고 보는 거냐.”

“네, 저희 스타들이 국내에서만 활동할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만 활동한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다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한국은 한류라는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미래에는 한류가 하나의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 해외 진출이 지금보다 더 쉬워질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사에서 내려온 공문도 아니고 무시해도 됩니다.”

방송사에서 내려온 공문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였지만 드라마 제작 협회다.

파급력이 없지는 않겠지만, 방송사만큼은 아니었다.

“음, 그러니까 네 말은……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때문에 슈퍼스타, 즉 한류 스타들을 찾을 거니까 방송사끼리의 경쟁 때문에 의미가 없어질 거다 이 말이야?”

“예, 바로 그거죠.”

“그런데 드라마 제작 협회의 말을 무시하면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한류 스타들이 해외에서 잘나가면 그들에게도 좋거든요. 한류 드라마가 잘 팔리면 해외 투자금이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드라마 제작 협회도 얻는 게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사실 출연료 상한선이 없더라도 정말 어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너무 몸값 비싼 배우는 출연도 힘들다.

‘어차피 자본의 한계 때문에 섭외가 안 되지.’

굳이 손댈 것도 없었다.

일부 스타들이 막대한 출연료를 독식하지만 그것도 어느 선에 이르면 한계가 있었다.

출연료가 지나치게 비싸지면 방송사에서는 새로운 스타를 찾기 위해 기를 쓰니까.

‘이미 민경이도 그렇게 되고 있지.’

민경의 드라마 출연이나 영화 출연도 슬슬 한계점이 오고 있었다.

지금도 일거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일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몸값이 조금씩 올라 수익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지만 재석은 분명히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슬슬 중국에 더 큰 빨대를 꽂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중국 지사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아직 기회가 안 나온 건지, 중국 지사가 일을 안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번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재석은 결심이 선 김에 중국 지사를 찾아갔다.

비행기를 예약하고 중국에 도착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처리되고 재석은 금세 중국 지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사장님, 중국 지사는 잘 돌아가나요?”

“물론입니다, 사장님. 이번에 회사 매출 현황입니다. 참, 그리고 이번에 임민경 씨에게 드라마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아, 드라마요?”

“예, 촬영은 올해 해서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랍니다.”

“어떤 드라마입니까?”

“혹시 중국어 하실 줄 아십니까?”

“조금씩 배우고는 있지만, 썩 잘하지는 못합니다. 성조가 어렵더군요.”

“그럼, 한자는요?”

“많이는 알지 못하지만, 대강 뜻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걸 한번 보시죠.”

중국 지사장인 장강민은 주명진의 친구다. 동시에 이 지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여인심계(女人心計)?”

‘여인심계’는 중국 드라마지만 재석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드라마였다.

중국에서는 1억 7천 명이 본 드라마다.

평균 시청률은 2퍼센트로 중국 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외국에서도 중국 드라마 좀 봤다는 사람들이라면 여인심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여인심계에 캐스팅이 되다니…….’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민경이는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

중국에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드라마 출연은 아직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냐, 중국어는 배우면 돼. 여인심계는 다른 걸 다 떠나서 놓치기 아까운 드라마야. 하지만…… 곧 있으면 여왕 선덕 촬영이 시작될 텐데…….’

중국은 드라마를 사전 제작한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사전에 제작하고 방영을 한다.

때문에 여인심계가 내년에 방영 예정이라면 대충 예상을 해 봐도 여왕 선덕 촬영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흐음, 일정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쪽에서는 일단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여인심계가 중국에서 대히트를 친 드라마지만, 재석은 기존 일정과 겹치기에 캐스팅을 고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얼굴 한번 보자는 거면……. 그쪽이 한국으로 오는 게 더 빠를 것 같네요.”

재석은 반쯤 거절할 생각으로 한 말이지만, 지사장은 그 말 그대로 전달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지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확인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 바로 중국에서 한 사람이 제이이브로 찾아왔다.

찾아온 사람은 량신취엔, 중국 드라마 제작사 소속 감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량신취엔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는군요.”

량신취엔은 영어를 할 줄 아는 감독이었다.

“반갑습니다.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근데 이렇게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에도 알아주는 배우들이 많을 텐데요.”

“물론 많지만, 제가 원하는 얼굴은 쉽게 찾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겁니다.”

“하지만, 량신취엔 씨, 민경이는 중국어를 못 합니다.”

“그래서 후시 녹음을 할 겁니다. 그것도 목소리가 비슷한 성우를 구해서 말이죠.”

“후시 녹음이라…….”

중국은 더빙보다는 후시 녹음을 많이 했다.

땅은 넓고 사람은 많고 지역별 언어도 다르다.

그래서 중국 표준어는 베이징어지만, 지역별 언어가 달라 배우들의 억양 문제를 해결하고자 후시 녹음을 자주 쓰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만하겠네요. 하지만, 현재 촬영 일정이 잡혀서 어렵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는 날이 선선해지는 11월쯤에 촬영할 생각이니까요.”

“그럼, 겨울 아닙니까?”

“걱정 마세요. 장강 이남은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 그곳에 이미 촬영 세트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함께하시죠. 그리고 회당 출연료는 아시아의 프린세스의 격에 맞게 회당 1억 어떠십니까.”

거의 영화 출연료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흐음, 너무 화끈한 제안이라 저로서는 거절하기 힘들군요.”

드라마 기획상 여인심계는 총 40회다.

매회 출연하면 40억이었다.

물론 드라마 출연료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중국에서 민경의 인지도가 오를 것이고 덩달아 중국 스케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몸값도 당연히 올라간다.

즉, 민경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몇 배로 뛴다는 말이었다.

‘이거 돈은 되는데…… 민경이 문제가 걸리는군.’

체력적인 문제도 그렇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장난이 아니다.

“일단,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장님, 꼭 저희와 계약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정말 간곡히 부탁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게 최고이지만, 하필 이때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민경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거절하면 재석도 거절이란 수순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민경은 중국 드라마라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어머, 진짜요?”

“그래, 아마 캐스팅이 되면 너의 중국 진출작이 되겠지.”

“촬영은요?”

“11월쯤. 사전 제작이라 일정대로 쭉 찍을 거야. 장소는 아직 말 안 해 줬어. 내용은 사극이야. 중국 드라마는 무협과 사극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현대극은 조금 숫자가 부족해.”

부족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검열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관대한 게 사극과 무협이다.

“일단, 출연만 한다고 약속하면 11월에 좀 빡빡하겠지. 출연료는 1억 원. 중국어 못해도 후시 녹음으로 더빙할 거야. 그러니 발음상 문제는 없어.”

“히익, 지금 출연 계약한 여왕 선덕보다 더 센데요.”

“당연하지, 그쪽 방송을 보는 숫자를 생각해라. 자그마치 13억 인구다. 그 절반 잘라서 6억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지.”

재석의 말에 민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게 연기하는 거라면 한번 해 볼 만하겠는데요.”

“문제는 중국 사극의 형태지. 한국과는 사극 연기 방식이 달라서, 한다고 하면 지금 여왕 선덕과는 다른 연기를 펼쳐야 될 거야.”

민경은 색다른 연기라는 말에 관심이 갔지만, 그만큼 부담도 간다는 걸 깨닫고 고민에 빠졌다.

“답은 언제까지 줘야 해요?”

“딱히 언제까지라는 답은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답해 주는 게 예의지.”

민경은 혼자 생각에 빠졌다.

선택에 따라 득과 실이 있었다.

어떤 부분은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재석은 이 결정에 민경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매력적이지만, 분명 리스크가 컸다. 다른 방식의 감정선을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하면 얻는 게 큰 도전이지만,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야.’

잘못하면 중국에서의 인기가 뚝 떨어질 수도 있었다.

민경은 삼 일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오빠, 나 할래.”

“진짜야? 11월에 미친 듯이 바빠질 거야. 여왕 선덕 촬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어.”

“알고 있어. 그런데 해 보고 싶어. 도전이잖아. 다른 연기, 다른 방식 그래서 더 도전해 보고 싶어. 중국식 사극 연기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는 선생님 좀 소개해 줘. 지금부터 미리 연습 좀 해 보게.”

“흐음, 알았다. 중국 지사를 통해 한번 알아볼게.”

민경은 참 위험한 선택을 했다.

전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도전을 그녀는 하고 있는 거다.

성패에 따라 중국에서의 인기가 떨어질 수도, 기세를 타고 몇 작품 더 찍을 수도 있었다.

“진짜 거의 도박이네.”

재석은 민경의 출연 의사를 량신취엔에게 전달했다.

그는 정말 기뻐했다.

량신취엔은 기뻐하면서, 민경이 거절했을 때를 대비해 뽑아 놓은 배우들을 줄줄이 읊어 줬다.

이 수많은 배우들 중 민경만큼 이 역할에 딱 맞는 배우는 없었다며 정말 고맙다며 민경을 띄워 줬는데, 재석은 그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가 거론한 여배우들 중에는 본래 여인심계에 출연했던 배우 이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빼앗나…….”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칸의 여제 임민경이다. 그녀의 도전은 이번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자체는 그녀에게 도움이 될 거다.

“그래, 민경이를 믿자.”

지금까지는 민경이 재석을 믿고 따라왔다.

이번 선택은 재석이 민경을 믿고 가야 할 차례였다.

민경이 중국 드라마 여인심계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중국에 퍼졌다.

민경이 출연했던 한류 드라마와 영화가 중국 쪽에 많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기에, 그녀의 캐스팅 소식은 정말로 대단한 이슈를 불러왔다.

-한류 스타 임민경, 중국 드라마 입성!

임민경이 중국 드라마에 나온다는 것은 중국 내에서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

중국 내에서 한국 여배우 하면 1순위로 떠오르는 배우가 임민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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