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122화 (122/152)

재석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는 어디론가 홀로 차를 타고 떠났다. 그렇게 달려간 곳은 어느 군부대였다.

부대에 도착한 재석은 면회를 신청했다.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형!”

“그래, 나 왔다!”

재석은 만난 사람과 반갑게 포옹을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군대 입대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할 때 됐구나.”

“그러게요. 이제 정말 제대가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런데 벌써라니요. 여기서는 시간 정말 안 가요.”

재석이 찾은 사람은 바로 주유였다.

주유는 커피왕자님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 일본에서 꿀을 빨다가 조용히 군 입대를 했다.

얼마나 조용히 일을 처리했는지 기자들도 주유의 군 입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었다.

알려진 것도 주유가 100일 휴가 나왔을 때 알려진 것이다.

그만큼 재석이 조용히 일을 처리한 것이다.

“그것보다, 제대 후에 어떤 작품을 할지 골라 보라고 몇 개 가져왔다.”

“근데 여기서 결정하면…….”

“나가서 바로 촬영이야. 괜찮지?”

“흐음, 그래도 복귀작인데. 여기서 결정하는 건…….”

“걱정 마, 이 형이 이번엔 좀 힘들어도 다음엔 대박 터트릴 영화 준비해 줄 테니까.”

“형 능력이야 믿지. 근데 걱정이야. 복귀작 선택 잘못하면 망가질까 봐.”

“어허, 커피 왕자가 걱정이 많구나. 아무리 연기자가 인기를 먹고 산다지만, 우리 커피 왕자님이 세상 사람들에게 잊힐까 봐 두려워하는 쫄보였어?”

“아, 형…….”

“크크크, 놀려서 미안하다. 근데 걱정 마. 사람들, 너 안 잊었어. 그러니까 작품 하나 골라. 복귀 성공보다는 철저하게 너의 연기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작품으로. 네 감각을 살리는 건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야. 너의 연기력은 지금은 잠들어 있는 상태라서 그 감각을 깨우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

재석의 말에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년이라서 여유도 있을 테니 대본 보면서 감각 좀 세워 봐.”

“눈치 보이는데.”

“이제 제대할 놈이 누구 눈치를 보냐?”

“아,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야 하는 게 말년인데.”

“알았다. 알았어.”

재석은 그러면서도 대본을 놓고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신자 부담으로 주유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본들 중 출연할 작품을 정했기 때문이었다.

주유는 ‘종욱 찾기’라는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고 했다.

재석은 곧장 주유의 의사를 그쪽 제작진들에게 전달했다.

그쪽에서는 주유가 출연 결정을 했다는 말에 너무나 좋아했다.

주유의 출연이 확실시되자 ‘종욱 찾기’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주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를 했고, 재석은 제대하는 주유를 마중 나갔다.

“머리는 촬영 전까지 최대한 길러 보자. 다행히 당장 촬영하진 않으니까.”

“네, 그런데 형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영화예요?”

“아니, 우리는 다른 영화 제작하고 있어서 이것까지 하기에는 무리야.”

“아쉽네요. 형이 하는 영화라면 복귀작으로 딱인데.”

“다음에 하자, 지금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주유는 넘어갔다.

“그럼, 오늘은 바로 집으로 갈 거지?”

“그래야죠. 가족들 만나서 하루 지내고 그다음에는 친구들도 만나야죠.”

“그래, 그렇게 며칠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라. 감독은 그다음에 만나자.”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주유는 재석과 함께 ‘종욱 찾기’ 감독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주유 씨.”

“예, 감독님. 그런데 굉장히 젊으시네요.”

주유는 젊은 여성 감독의 인상에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이렇게 젊은 감독은 처음 보나요?”

“예, 무척이요. 솔직히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하긴 했지만…….”

“걱정 마세요. 주유 씨가 제 영화를 선택한 이상 제 모든 걸 동원해서 주유 씨의 매력을 끄집어낼 테니까요.”

주유의 상대역은 임정민이었다.

임정민은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인지도를 쌓아 왔다. 때문에 영화 쪽에서는 꽤 알아주는 배우였다.

동시에 사생활이나 이런 게 철저하게 알려지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배우기이도 했다.

‘신비주의도 이런 신비주의가 없지.’

말이 좋아 신비주의지 그냥 사생활 간섭받기 싫은 거다.

“감독님, 잘 부탁드립니다.”

주유는 그렇게 제대 후 곧바로 작품 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영화 촬영과는 별개로 다른 일정도 잡혀 있었다.

일본 활동에 관한 거였다. 한동안 군대 때문에 일본 활동이 뜸했다. 다시 일본 지사를 통해 활동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번에는 중국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지.’

중국은 주유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벌써 가수들은 한류 열풍과 함께 퍼져 나가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닦아 놓은 길 위로 한국 연예계가 활동을 넓히고 있다.

배우들은 그 나름대로 영역을 확장했고, 가수들은 배우들이 넓혀 놓은 길을 더욱 확장하며 새로운 문화 실크 로드를 만들고 있었다.

수많은 배우들이 해외로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해외 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갈망하는 곳은 미국이었다.

재석 역시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미국에 가려면 미국에 갈 만한 배우를 보내야겠지.”

미국을 생각하니 머블 주식이 떠올랐다.

이미 머블의 주식은 재석이 투자했을 때보다 4배가 뛰어올랐다.

거기에 다음 영화가 시리즈로 나오면서 리벤저스라는 하나의 스토리로 엮이는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게 이미 공개가 됐다.

다만 사람들은 아직 여러 명의 히어로가 하나의 영화에 나온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도 주식 배당금 빵빵하게 주려나.”

이미 그쪽 CEO와 담판을 지었으니 돈은 잘 나올 거다.

“출연시킬 배우를 고를 수 있는 입장이란 말이야.”

한국 배우 한 명 정도 밀어 넣는 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한 명 출연인데 그걸 두 명으로 만들 수도 있다. 대주주가 된 이상 그 정도 만들 힘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건 힘들겠지.”

미국은 돈 되는 일을 한다.

거기에 능력 없는 사람을 절대 뽑지 않는다. 능력이 없으면 돈이 안 되고 투자한 이들은 그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 미국. 할리우드 진출은 한번 고민해야 할 문제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급할 것도 없다. 가장 먼저 선결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 노래가 나와야 해.”

한류의 2차 붐을 폭발적으로 이끌어 낼 그 노래가 말이다.

재석은 그때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해. 그때까지 내 배우들을 열심히 관리해서 준비하는 거야.’

재석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을 얼추 세우고 영화 ‘아재’ 촬영 현장을 찾아갔다.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우당탕! 퍽! 퍽!

현장에서는 액션 신을 한참 촬영하고 있었다.

영화 ‘아재’는 유독 많은 액션 신을 필요로 해서 제작비가 좀 많이 들어가지만, 그에 따른 수익도 만만치 않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재석은 촬영 중인 원진을 바라봤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정말 열심히 굴려 줄 텐데.’

재석은 정말 원진이 탐났지만, 그는 선택하는 작품도 그렇고 연기 활동도 그렇고 어느 정도 성과만 이루어도 스스로 만족하는 경향이 심한 배우였다.

재석은 그런 점이 조금 걸렸다.

‘좋게 말하면 만족할 줄 아는 배우, 나쁘게 말하면 베짱이 배우.’

“컷! 쉬었다가 가겠습니다.”

감독은 휴식 시간을 줬다.

액션 신이 격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 동안 배우들이나 스턴트맨들은 다들 몸 어디 다친 건 아닌지 확인하면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아이고, 대표님. 오셨습니까.”

“촬영이 아주 잘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액션 신이 과격하더군요.”

“어차피 청불 영화로 계획하는 거라 액션을 현실감 넘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감독님은 마음에 쏙 들게 일을 진행하시는군요.”

“그런데 대표님,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이 영화 상영관은 확보됐습니까?”

“영화사들과 조율 중에 있습니다. 아마 400개 정도의 스크린을 확보할 것 같습니다.”

“흐음, 그거 가지고 될까요?”

“충분합니다. 그걸로도 손익 분기점은 넘을 겁니다. 그리고 상영관 많이 잡아 놓으면 감독님에게 줄 돈만 줄어듭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해야죠.”

“알겠습니다.”

감독은 조금 아쉬웠다. 지금 계획한 영화나 배우들을 보면 상영관 600개도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고. 이 감독님, 생각보다 욕심 있네. 400개 정도면 아주 차고 넘치는데 말이야.’

제작사 사무실에 강형진 감독이 방문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재석이 놀라는데 그는 조용히 영화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감독님, 이건 뭡니까?”

“사장님과 계약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강형진 감독이 내민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재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군요. 어디 보죠.”

재석은 시나리오를 그 자리에서 바로 다 보고 한마디 했다.

“제작하죠.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이 있지만, 그거 끝나고 할 거 없이 바로 준비 작업 들어갑시다.”

“하지만, 인력이…….”

“인력이야 더 뽑으면 되죠. 바로 작업할 수 있게 준비합시다.”

재석의 말에 강형진 감독은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영화 ‘싸니’가 재석의 회사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돈 좀 벌겠네.’

싸니는 제작비 저렴하고 이익이 큰 영화 중 하나다.

역시 과속삼대의 감독답게 저렴한 제작비로 최고의 흥행을 뽑아내는 시나리오를 가져온 것이다.

강형진 감독이 영화 ‘싸지’ 준비 작업에 착수한 와중에 영화 아재는 촬영 종료와 함께 편집 작업에 들어갔고 원진은 영화 홍보 활동을 바쁘게 이어 가고 있었다.

*  * *

영화 제작사 작업이 이어지는 한편, 민철이 재석을 찾아왔다.

“선배님, 근석이 일본에서 음반 한번 내 보는 거 어떻겠습니까?”

“송근석이 앨범?”

“예, 앞서 반보영이 일본에서 음반 시장을 휘어잡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근석이도 노래 좀 하니까 한번 해 보는 게 어떨까 해서요.”

민철이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햇수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 민철이 네가 일본 지사에 말해서 직접 해 볼래?”

“제가 직접이요?”

“너도 어엿한 이 회사의 간부잖아. 그런 프로젝트 정도는 사장인 내 허가를 받아서 직접 하는 게 좋지. 언제까지 내가 다 할 수는 없잖아.”

회사의 창립 멤버인 민철이다.

수년간 재석 밑에서 일을 배웠고 이제는 번듯한 직함까지 달고 있는 간부가 되었다.

이제는 송근석을 직접 관리하진 않았지만, 대신 회사 일은 꽤 많이 하고 있다.

“한번 해 봐. 너 영어도 배우고 있고, 일본어 실력도 많이 늘었잖아.”

“뭐, 열심히 했죠.”

“그러니까 해 봐. 너 믿고 한번 가는 거야. 이번에 경험 쌓고 이후에 팀 내부에서 자체적인 계획도 진행하면 더 좋지.”

“그럼 선배가 준 믿음, 어긋나게 하지 않겠습니다.”

민철은 정말 인내심 강한 녀석이다. 처음에는 어수룩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렇게 송근석 건은 민철이 직접 일본 지사의 나오미와 진행할 거다.

민철이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나오미는 능력 있는 사람이니 민철을 도와 확실하게 일 처리를 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바람이 불고 또 불어서 태풍처럼 몰아치는 거야.”

물론 재석은 송근석만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박신연은 어떨까.’

박신연의 노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미래의 기억에 박신연은 음반을 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노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아예 닫아 두지는 않았다.

일본 건은 이렇게 대강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얼마 뒤 도중기에게 드라마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

제의가 들어온 드라마는 ‘성균관 추문’.

시청률이 괜찮게 나온 것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슬슬 도중기 차례인가.’

데뷔 후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를 연습하고 연구했던 도중기다.

“그래, 이번 일 잘하라고 격려 한마디 해 줘야겠지.”

‘성균관 추문’은 도중기에게 있어서 첫 주연작이었다.

“가 보자.”

재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중기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만난 장소는 회사가 아닌 어느 카페였다.

“사장님.”

“도중기 씨, 앉아요, 앉아. 그렇게 일어나서 맞이할 필요 없어요.”

재석은 도중기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 중기 씨에게 드라마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주연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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