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124화 (124/152)

재석과 민경이 부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은 민경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어서 와라.”

재석의 아버지는 민경을 보자마자 밝은 미소를 보여 주었고 어머니도 반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민경 역시 재석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석이 민경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재석의 부모님은 굉장히 놀랐다.

자신의 아들이 유명 스타와 결혼을 한다니 처음에는 걱정도 됐지만, 점점 좋게 생각했다. 민경이 싹싹하기도 했고 예의에 한 치 어긋남 없이 행동한 덕분이다.

그런 행동 때문인지 몰라도 민경을 좋게 본 재석의 부모님이었다.

“근데 올 때가 됐는데 안 오네.”

“누가 와요?”

“저기 익산에 너희 고모하고 부산에 살고 있는 너희 숙부지.”

“다 오세요?”

“그래, 재석이 네 결혼 상대 보러 오는 거지.”

그 말에 민경은 조금 놀랐다. 자신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다 모인다는 말이었으니까.

“오빠, 우리 왔어!”

익산 고모의 목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에 살고 있는 숙부도 찾아왔다.

“어머나, 세상에.”

“아이구야.”

민경을 보자 친지들은 모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화면으로만 봤던 스타를 직접 본다는 것도 놀라운데, 조카며느리로 삼는다는 것이 친지들에게는 실감이 가지 않았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더 예쁘네.”

“어머, 감사합니다.”

재석의 아버지가 고모에게 자식들은 같이 안 왔느냐 물었다.

고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따로 오고 있어요. 다들 일하느라 바빠서요.”

“뭐, 그렇겠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재석의 사촌들이 도착했다.

사촌들은 민경을 보자 다들 깜짝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에, 재석이 민경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진짜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놀라운 것이다.

“진짜 임민경이다!”

어찌 되었든 임민경은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되었다.

가족들은 임민경에게 사진을 요청했다.

그 모습에 재석은 친척들에게 당부했다.

“SNS에 올려도 꼭 결혼식 이후에 올려라. 그 전까지는 비밀이다. 결혼식 전에 기사 터지면 너희들 형수, 새언니가 괴로워진다.”

“아이, 별걸 다 걱정이야.”

“스타들 관리할 때 한두 번 본 게 아니야. 결혼 전에 소식 퍼져서 결혼 준비도 바쁜데 기자 회견하랴, 입장 발표하랴. 응? 그러니까 주의 좀 해 줘.”

재석이 다시 한 번 당부하자 다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친척들은 SNS에 민경과의 사진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날 민경은 재석 친지들과의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재석의 친지들과 시간을 보낸 민경은 그다음으로 재석의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민경을 본 재석의 친구들의 반응은 친지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지들보다 더 크게 놀랐다.

재석이 결혼할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을 때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얼굴이나 보고 인사 좀 나누면서 술 한잔하는 자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나온 사람이 다름 아닌 한류 스타 민경이라니!

“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재석아!”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물론 결혼한 친구들 역시 하나같이 재석을 부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싸인 좀.”

“네, 해 드릴게요.”

민경은 그 자리에서도 빛을 발했다.

물론 재석은 이번에도 역시 친지들에게 당부했던 것처럼 이 사실을 결혼 전까지 비밀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것들아, 사진 찍은 거 자랑하고 싶으면 결혼식 이후에 해라. 결혼식 때 민경이 지인분들 다 오는 거 알지? 결혼식 전에 SNS에 사진 올리는 녀석은 결혼식 날 못 오는 거야.”

민경이 지인이라 하면 친지는 물론이고 유명 연예인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런 자리에 못 간다는 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꼭 입 다물고 있을게.”

다들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광주에서 재석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고, 이번에는 재석의 차례였다.

재석은 민경의 고향인 대구로 달려가 인사를 드렸다.

민경의 부모님은 이미 한 번 재석을 봐서 얼굴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민경의 어머니는 이미 민경을 통해서 그녀가 재석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재석 역시 민경의 부모님을 한 번 뵌 적이 있어 인사드리는 데에 어색함은 없었는데,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민경에게 언니가 있다는 것이었다.

“처형이 있었네요.”

“호호호, 안녕하세요.”

처형도 민경을 닮아 아주 예뻤다.

하지만, 그녀는 연예계와는 거리가 먼,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거기에 처형은 아직 결혼 전이었다.

“에휴, 딸들 중에서 하나가 먼저 가니 씁쓸하네.”

“어차피 가야 할 때 가는 건데 뭐가 씁쓸해요.”

장인어른은 사뭇 아쉬운 듯 말했지만, 장모님은 늦지 않게 딸을 보내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민경의 언니였다.

“이제 너만 남았다.”

“엄마, 그러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 있어.”

“진짜?”

“그래.”

“그 사람, 결혼할 사람이면 내가 집 해 줄게. 언니, 집 걱정 없이 살아야지.”

동생인 민경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생각하면 집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네 덕분에 돈 걱정은 덜었네, 고마워.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는 거지.”

“언니, 만난 지 얼마 안 됐구나.”

그 말에 민경의 부모님은 큰딸을 보내는 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재석은 민경의 부모님에게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받았고 다음 날 아침에 서울로 올라왔다.

재석은 아침 일찍 회사에 가기 위해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런데 민경이 출근하려는 재석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오빠는 열심히 일만 하러 다니세요.”

“응? 이제 이리저리 식장 찾아보고 다녀야 하는 거 아냐?”

“오빠는 걱정 마. 내가 다 준비할게. 혹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거라면 미리 리스트 뽑아 줄게.”

“진짜? 너, 밖에 나가면 팬들이 몰려들잖아.”

“그거 옛날 말이고. 지금은 봐도 몰라요.”

정말로 민경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니었다.

마스크에 선글라스, 그리고 몇 가지만 신경 쓰고 나가면 몰라본다는 말이다.

“흐음, 돌아다니다가 힘들면 말해. 내가 같이 따라다닐게.”

“그럼 그때 말할게요.”

민경은 그날 정말 재석을 찾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식장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도 돌리고 직접 찾아가기도 하는 등 혼자서 일을 처리했다.

장소는 한 호텔로 선정했다.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민경은 하객들 리스트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양측 친지와 친구들은 당연했고, 그 외에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만 부르기로 했다.

나름 은밀하게 준비한다고는 했는데,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다녀서 그런지 기자들이 냄새를 맡았다.

물론, 재석은 회사로 찾아오는 기자들을 출입 금지시켰다.

기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스타 임민경의 결혼 상대를 파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석이 워낙 철저하게 정보를 감춰서 알려지지 않았다.

그냥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났다.

-스타 임민경, 비공개 결혼 준비 중!

-상대는 누구? 베일에 싸인 그녀의 남자!

기사가 나가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람들은 아시아의 프린세스를 채간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였고, 팬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철저하게 비공개를 고수한 정보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야 결혼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그녀의 남자는 바로 제이이브 대표!

-결혼 상대는 그녀를 아시아의 프린세스로 만든 장본인!

하지만, 결혼 이후 의외로 민경에 대한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대중의 이목은 금세 다른 스타들의 소식들로 돌아갔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은 여전히 충격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도 재석과 민경이 결혼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걱정도 있고 말이다.

“아이고야, 회사 대표라는 인간이 가장 돈 잘 버는 연예인이랑 결혼했으니 이제 회사 수익 떨어질 일만 남았네.”

주명진은 그게 걱정이었지만, 재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그럴까요?”

주명진의 걱정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회사의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소속 연예인들의 수익이 상승하기 시작해서 문제없었다.

“저희 이제 신혼여행 다녀올게요. 그때까지 회사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다녀와. 돌아올 때 회사 일 잔뜩 준비해서 너한테 던져 줄게.”

“아, 주 이사님.”

“괘씸해서 그래. 나한테는 말할 수 있었잖아.”

조금 못된 주명진의 농담을 뒤로하고 재석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주명진이 말은 저렇게 했지만 재석에게 부담 갈 만큼 일을 남겨 두는 못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재석이 자리 좀 비웠다고 흔들릴 회사가 아니었다.

“근데 어디로 가?”

“카리브해요.”

“멀리도 간다.”

재석과 민경의 신혼여행은 철저하게 휴식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래서 선택된 게 크루즈 여행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먼저 미국으로 가서 거기서 예약된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거다.

*  * *

부아앙!

우렁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재석과 민경의 신혼여행이 시작되었다.

재석과 민경은 5성급 호텔보다 더 좋다는 거대한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 꽤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숙소도 일반 숙소가 아닌 곳을 준비했다.

“오빠, 나 이렇게 배 타고 여행하는 거 처음이야.”

“나도 처음이다.”

선박 안에는 웬만한 놀이 시설이 다 있었고 그걸 즐길 수도 있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공연도 준비되어 있었고 배가 잠시 정박하면 그 시간 동안 투어도 즐길 수 있었다.

돈 많이 들어간 만큼의 값은 한다고 보면 됐다.

“근데 오빠, 이제 집은 어떻게 할 거야? 따로 뭐 안 했잖아.”

“일단, 땅을 사서 집을 하나 지을 생각이야. 일단, 건축 디자이너 찾아서 의뢰를 해야지. 우리가 살 집 마련하려면.”

“그럼 집은 오빠가 다 하는 거야?”

“아니, 네가 다 해. 최대한 너 편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맞춰야지.”

“흐음, 그럼 한옥처럼 꾸며도 돼?”

한옥이라는 말에 재석은 귀를 의심했다.

“생각보다 올드한 분위기 좋아하네.”

“퓨전 한옥 같은 데에서 한번 살아 보고 싶었어.”

“퓨전이라…….”

어려운 주제다. 한옥의 느낌을 가졌지만, 현대의 느낌도 한껏 가져야 했다.

“뭐, 내가 건축 사무실 하나 섭외해서 너한테 알려 줄게. 그쪽이랑 이야기 한번 해 봐.”

“오빠가 상상도 못 하는 집을 만들 거니까 기대해.”

민경은 뭔가 집에 대한 꿈이 있었는지 의지가 불타올랐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재석은 유명한 건축 회사를 수소문해서 민경에게 알려 줬다.

민경은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다시 해 달라며 가차 없이 스케치를 물렸다.

건축 회사는 민경의 까다로움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건축 회사 입장에서는 이 일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유명인의 집을 지었다는 타이틀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홍보거리였고, 그것만으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겨우 디자인 스케치 하나가 통과되고 설계도 작업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도 민경의 의견은 계속 들어갔다.

이건 꼭 있어야 한다. 저건 꼭 있어야 한다.

건축 사무실은 그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설계도가 완벽히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허허, 이런.”

재석도 민경이 이렇게 무섭게 간섭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주 철저하다 못해 지독할 정도네.’

그래도 민경이 원하는 걸 얻어서 그런지 재석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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