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매니저-151화 (151/152)

다음 날, 고요한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고요한 절도 있는 동작으로 고개를 숙이며 군을 막 제대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막 제대한 사람 같군요. 반갑습니다. 전재석입니다.”

“고요한입니다.”

재석이 자리를 권하자 고요한은 긴장을 했는지 자리에 앉아도 군인처럼 각진 자세로 앉았다.

“편하게 앉으세요.”

“아닙니다. 이게 편합니다.”

“여기 군대 아닙니다. 절 무슨 사단장처럼 보시는데 곤란합니다.”

“그,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제가 기, 긴장을 하면…….”

재석은 그 말에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계약서 내용부터 이야기하죠. 계약하고 같이 식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상태로는 먹다가 체하겠네요.”

고요한 영입 후, 다음 날 그가 면담을 신청하며 재석에게 말했다.

“사장님, 약속된 독립 영화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 영화를 아직 다 찍지 못했거든요.”

“거기서 돈 받습니까?”

“그게……다 찍으면 60만 원 정도 받을 것 같은데요.”

재석은 그 이야기를 듣자 할 말이 없었다.

“취소는 어렵죠?”

“예, 이미 약속된 사항입니다. 그리고 연기에는 빨리 가는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다. 인기는 빨리 얻을 수 있어도 연기에 왕도 따윈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이후 독립 영화 출연은 안 됩니다. 지금 약속된 것들만 출연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고요한은 아직도 딱딱한 말투를 썼지만, 그래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었다.

‘연기와 실생활에 차이가 많이 나는데.’

재석은 고요한의 성격이 어떤지는 잘 몰랐지만, 보아하니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친해지면 어떨지 모르겠네.’

그의 성격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고요한은 한동안 독립 영화를 찍으러 다니기에 수익이 되는 일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그가 갈고닦은 연기력은 그야말로 진짜였다.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지.’

차세대 젊은 연기파 배우로 지목되는 것도 당연했다. 거기에 조금만 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해외에서도 연기 활동이 가능하다.

‘영어로 연기가 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사람 중 한 명이 될 거야.’

재석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유명해지면 알게 모르게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생긴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이리저리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해외 정식 채널을 통해서도 일부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했다.

“일단 기다리는 때야.”

고요한은 시간이 필요했다. 알아서 멋지게 변신을 해 오는 배우니까 말이다.

재석은 사무실에서 일어나 제작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오늘 촬영 스케줄을 확인하고 얼굴을 내비치기 위해서다.

그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세 번째 촬영 날에 찾아가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보았다.

“잘하고 있는 건가?”

멀리서 그 모습을 보았을 때 특별한 건 없었지만, 감독의 손에 쥐어진 걸 보면서 무언가 순식간에 찍어 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봐야겠네.”

재석은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 현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당장은 촬영이 진행되고 있어, 다들 재석이 온 줄 모르고 있었다.

“컷!”

감독의 사인 지시 후, 재석을 발견한 사람이 나왔다.

“오. 사장님, 오셨습니까.”

누군가의 인사 소리에 일제히 재석에게 시선이 쏠렸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감독이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이리로 오시죠.”

재석을 안내하면서 감독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장면을 찍는 중입니다.”

감독은 재석이 이해하기 편하게 웹툰을 프린트해서 각본과 비교해 주었다. 물론 영화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원작이 있다는 건 이런 점에서 참으로 편리한 부분이었다.

재석은 영상을 보며 회귀 전에 봤던 영화와 동일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비슷해.’

기억하는 영화와 비슷했다. 그리고 웹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나온 장면들이 많았다.

‘감독이 잘하고 있군.’

“잠시 주인공이랑 이야기 나눌 시간 됩니까?”

“됩니다. 다른 장면을 찍어야 하거든요.”

감독의 허락에 재석은 김조현과 독대를 하게 됐다.

“촬영은 어때?”

“아주 좋습니다. 원작에도 충실하고 무리한 장면은 지금 당장은 없고.”

김조현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재석은 감독의 명성이 낮은 게 마음에 걸렸다.

“다행이네. 혹시라도 이상한 장면을 찍는 것 같으면 바로 이야기해 줘.”

“예, 사장님.”

재석은 촬영장에서 다음 장면까지 찍는 걸 확인한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각 배우의 현재 상황과 차후 스케줄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던 중 도중기의 입대 영장이 날아왔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대를 미뤘지만,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재석은 도중기를 만나 이야기했다.

“이 이상은 입대를 미루기 어렵게 되었다. 일단 입대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편하게 쉬었다 가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아닙니다, 사장님. 지금까지 배려해 주신 것만 하더라도 감사할 따름이죠.”

“아니야, 군 생활 아무래도 힘들지. 원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복무 중에 계약 만료인데요.”

“그럼 여기서 재계약하고 갈래?”

“예, 하겠습니다.”

도중기는 제이이브에 있으면서 만족스러운 배우 생활을 즐겼기에 계속 남고 싶어 했다.

어떤 배우들은 제이이브에 못 들어와서 안달이었기에,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도중기였다.

“그럼 계약 기간은 제대 후 이행으로 가야겠지.”

“물론이죠.”

두 사람은 서로 원하는 조건을 확실히 채워 넣은 후에 재계약을 끝마쳤다.

도중기는 계약을 끝낸 후 자리를 떠났다. 이제 입대하기 전까지는 일정이 자유로운 편이라, 그때까지 반보영 옆에 붙어 지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재석은 그렇게 지내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반보영이 정글로 가는 예능에 섭외되었기 때문이다.

“아, 그 정글…….”

일대 사건이 터진 문제의 예능이었다. 물론 그 뒤에 초심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해서 금요 예능의 왕좌를 다시 차지한 프로그램이었다.

“언젠가 리얼리티 논란이 붉어질 예능이긴 하지.”

재석은 여기에 그녀가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반보영을 회사로 불렀다.

“보영아,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예쁜 미소를 보이는 반보영은 정말 귀여운 배우다.

“요즘 잘 지내?”

“호호호,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중기가 군대에 간다니 조금 아쉬워요.”

“축하해. 이제 곰신되겠네.”

“아우, 사장님까지 놀리시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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