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화 (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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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키바오니 선생과 조광한 선생은 동작이 조금씩이지만 교정되고 있는 병윤의 연습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저 녀석 누굽니까? 다른 아이들은 쉬고 있는데 지금 혼자만 연습하다니. 그리고 제가 가르쳐준 것은 기본기이지만 저 아이는 그걸 이해하고 있고, 몸으로 익히는 것이 능숙하군요.”

조광한 선생은 그 말에 병윤이를 쳐다보다가 이내 키바오니 선생에게 말한다.

“아! 병윤이 말인가요? 저 녀석 꽤나 산만한 데 오늘만큼은 집중하나 보군요.”

“그런가요? 흐음... 저 녀석의 모습은 당신에게는 신선한가 보군요?”

“예, 그렇죠. 아이들이 산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병윤이 녀석은 더욱 그러한 데, 저 녀석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약은 잘못 먹은 것이 아니다. 다만 돌멩이를 잘못 주웠을 뿐이다. 그런 병윤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조광한 선생과 키바오니 선생에게 있어서 병윤의 모습은 꽤 신선한 모습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야학은 계속 이어졌다. 키바오니 선생의 수업은 아까의 정권 흘리기 외에도 정권 지르기, 손목 막기, 낙법 등 여러 가지 무술들을 가르쳤고, 조광한 선생은 조선어와 일본어, 수학 등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처음에 집중했지만 아이들이 다 그렇듯 수업이 계속 될수록 기운이 빠진 모습들이었다. 오로지 돌멩이를 잘못 주운 병윤만이 끝까지 집중을 유지했다. 그렇게 야학의 수업은 끝났고, 병윤은 자기 스스로 키바오니 선생이 가르쳐주신 것과 아까의 수업들을 복습하면서 이내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저녁이 되자 각자 흩어져 집으로 향했다.

병윤은 집에 돌아와서 오늘 있었던 수업결과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병윤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개인정보창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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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4

경험치 : 10 / 28

이름 : 길병윤

칭호 : 개구쟁이(민첩성 + 2)

생명력 : 140/140

근력 : 3

체력 : 4

민첩성 : 5(3+2)

정확 : 4

창의력 : 2

손재주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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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윤은 오늘 쌓은 능력치를 보고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리고 병윤은 이번에는 자신이 익힌 기술들을 살펴본다.

정권 흘리기는 숙련등급이 초보 67단이 되었고, 정권 지르기는 초보 60단, 손목 막기는 초보 63단, 낙법은 초보 69단, 달리기는 초보 70단, 걷기는 초보 72단이 되었다. 그리고 키바오니 선생이 가르쳐주신 것을 복습하다 무술숙달이 생겨났다. 무술숙달은 최하급 93단까지 올랐다.

기본적인 무술계통만 숙련되면 무술숙달은 자동적으로 오른 듯하다. 솔직히 능력치 상승에 비해서 기술들의 상승속도는 병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올라갔다.

오늘 배웠던 정권지르기, 정권 흘리기, 낙법을 떠올리자 병윤의 눈앞에 글귀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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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무술

[이름] : 정권 지르기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60단 22%

[상세] : 바로 나오는 자세와 허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정권을 내지른다. 제대로 된 정권은 능히 바위를 파괴하리라.

[계통] : 무술

[이름] : 손목 막기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63단 36%

[상세] : 적의 공격을 손목을 이용하여 흘리는 기술이다. 숙련도에 따라서 손목의 부상 및 고통이 줄어든다.

[계통] : 무술

[이름] : 낙법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69단 76%

[상세] : 싸움을 겪다보면 바닥에 떨어지는 법도 많은 법, 그러나 바닥에 잘못

떨어지면 몸에 큰 타격이 있어서 부상의 위험성이 크다. 낙법을 통해 안전한 착지와 동시에 바로 반격할 수 있는 기반을 준다. 숙련도에 따라서 부상위험성이 줄어들고, 바로 일어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선 적의 공격을 바로 반격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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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관련 기술들을 확인한 병윤은 이제 조광한 선생에게 배운 것들을 확인했다. 조선어는 초보 79단, 일본어는 초보 67단, 수학은 초보 79단, 연산은 초보 94단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랑 같이 뛰어 놀면서 대화했던 게 주력해서 화술숙달이 초보 87단, 화제 돌리기가 초보 75단이 되었다.

기술들이 쑥쑥 성장하게 된 길병윤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가졌다. 집에 돌아오고 밤이 되어 어두울 때도 불구하고 길병윤은 마당에서 오늘 배웠던 무술들을 연습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보이는 성장과 그 성장에 몸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꼈던지라 그 중독성에 어린 길병윤은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적으로 행하던 야학은 총 3일 간 진행되었고, 병윤은 그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기초적인 농학, 그리고 키바오니 선생에게서 따로 불려 단독으로 무술들을 배울 수 있었다. 키바오니 선생이 병윤을 보고 따로 재능이 있다느니 뭐라 하느니 넌 무술을 완성할 기재라든지 그렇게 말을 해놓고선 키바오니 선생은 야학에서 가르쳐준 기본기들을 한층 발전시킨 것들을 가르쳤다.

병윤은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숨소리를 멈춘 듯이 집중하면서 배웠고, 이는 키바오니 선생에게 자극이 되었다. 후에 야학이 끝나고 키바오니 선생은 조광한 선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무술의 완성에 도움이 되었다는 당신의 말은 꽤 옳은 것 같습니다. 한 아이의 성장에 제가 자극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고, 아이의 창의력이 저의 무술완성에 한 걸음 다가갈 지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그렇게 총 3일간 진행되었던 야학은 끝마쳤고, 아이들과 선생은 다음 언제 야학을 진행할 지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안한 채 그대로 헤어졌다.

병윤은 야학이 끝나고 집에서 조용히 배웠던 것을 복습했다. 물론 아빠 길남효의 일들을 조금씩 도와가며 말이다. 그렇게 길남효의 일을 돕다가 노동숙달이라는 기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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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노동

[이름] : 노동숙달

[숙련등급] : 최하급

[숙련도] : 89단 44%

[상세] : 모든 노동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노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289% 증가시키고, 노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28.9%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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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윤은 길남효의 일을 도우면서 노동숙달이라는 기술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예를 들어 다음 농사를 위해 땅의 돌들을 고를 때는 길남효보다 훨씬 더 많이 돌들을 골라낼 수 있었다. 그런 성과는 어느새 길남효를 담당하는 마름인 방씨 아저씨의 귀에 들어갔다.

방씨 아저씨는 갑자기 찾아왔다. 간씨 일가의 땅들 중 일정부분을 관리하는 마름이자 소작농에게 어느 정도 권위가 있는 방씨 아저씨가 왜 하필 아빠인 길남효를 찾아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방씨 아저씨가 마당에서 길남효와 대화하는 것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이 길씨. 자네가 소작하던 땅 있지 않은가? 내가 봤는데 돌들이 진짜 없더군. 이거 뭣 때문에 이렇게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나?”

길남효가 소작농인 이상 자신을 관리하는 마름인 방씨 아저씨를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인지 방씨를 대하는 병윤의 아버지 길남효의 말투에는 비굴함과 복종심이 가득했다.

“예예. 마름나리, 제 셋째 아들 병윤의 솜씨입니다. 저 녀석, 꽤나 일을 잘 하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본의 아니게 부쳐진 땅의 돌을 다 골라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방씨 아저씨는 이유를 듣자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어딘가 이해가 안됐는지 길남효에게 다시 물었다.

“자네 셋째 아들 병윤의 나이는 이제 10살이지 않은가? 10살짜리 어린 아이가 일을 그만큼 잘하는가?”

길남효는 방씨 아저씨의 그 의문에 자신도 동감하면서 대답했다.

“저도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제 아들 녀석이지만 그렇게 일을 잘한다는 것에 꽤 뿌듯하죠.”

길남효의 말에 방씨는 이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찾아온 것은 ‘길남효의 삼남인 병윤이 얼마만큼 일을 잘하는 것인가?’를 묻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기에 본론을 꺼낸다.

“그런가? 흐음... 사실 내가 자네를 찾아온 용건이 있네만. 지금 내 부쳐진 땅에도 돌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여유 가진 사람도 없고 하니, 그나마 여유를 가진 자네를 찾아왔네. 혹시 자네가 내 부쳐진 땅들의 돌을 골라준다면 내년 할당된 비료들 중 일부를 자네에게 공짜로 주겠네.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방씨 아저씨의 제안에 땀이 삐질삐질 나는 길남효였다. 마름 방씨 아저씨의 부쳐진 땅은 길남효에게 할당된 땅보다 배는 넓었다. 그런데 그 넓은 땅의 돌들을 다 고르라고? 이거 미친 것 아닌가? 길남효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속으로 방씨 아저씨를 욕했다. 하지만 비료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오히려 혹하는 길남효였다. 그렇기 때문에 길남효는 방씨 아저씨에게 재차 물었다.

“혹시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비료들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을까요? 마름나리.”

방씨 아저씨는 조금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말한다.

“자네 부쳐진 땅이 2정보(6000평)정도 되지 않나? 그럼 1정보(3000평)에 필요한 비료의 양만큼 주겠네. 그러면 되지 않겠나?”

그 말에 길남효는 혹했다. 방씨 아저씨는 횡포를 부리기는 하지만 약속한 것은 지키기는 한다. 물론 구두약속이라서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길남효에게 있어서 방씨 아저씨는 마름들 중 꽤나 믿을 수 있는 마름이었다.

길남효는 방씨 아저씨의 말에 승낙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맡겨주십시오. 마름나리, 내년 농사 시작할 때쯤 확실하게 돌들을 골라내겠습니다.”

길남효의 확실한 확답에 방씨 아저씨도 기쁜 듯 길남효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들기고는 기쁜 표정으로 길남효에게 장담한다.

“내 확실히 비료는 주겠네. 걱정 말게.”

그렇게 병윤의 가족은 방씨 아저씨네 땅의 돌들을 골라내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머니 김민숙과 큰형 병재는 아버지 길남효의 말에 겨울이 다가오는 데 무슨 일이냐고 타박했지만 길남효는 막무가내로 방씨 아저씨에게 맡은 일을 밀어붙였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병윤은 노동숙련이라는 기술을 올릴 좋은 기회라며 속으로 희희낙락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1935년 10월 18일 아침, 보통 농사일의 수확을 마치게 되면 농한기가 찾아온다. 농한기 중 길남효와 길남효의 친우들은 심심한 나머지 잔치나 도박판을 전전하기 하는데, 날이 갈수록 소작농의 생활이 팍팍해지자 그런 것을 접고는 부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간씨 일가가 벌이는 사업 혹은 일본인 관리가 와서 할당하는 일들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곤 한다. 물론 그 사업이라든지 일들은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 길남효는 은연중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생계에 마음속 여유가 없었던지라 방씨 아저씨의 일을 확실히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길남효와 병재, 그리고 병윤은 방씨 아저씨 네의 땅으로 향했다. 농번기와 반대로 농한기는 한산했다. 논길 주위에 있는 것은 아이들 혹은 일이 없어 들판에 잠시 쉬는 아저씨뿐이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길남효는 땅에 도착하자마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욕을 해댄다.

“이런 니미... 마름새끼가 왜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지 알겠네.”

땅에는 돌 반, 흙 반이었다. 하루종일해도 돌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 큰형 길병재는 크게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아버지 길남효에게 말을 건다.

“아버지, 뭔 땅에 돌들이 많데요? 젠장. 그 개 같은 마름새끼 참말로 욕 나오게 만들어버리는군.”

병재는 암담한 얼굴을 지으며 방씨 아저씨가 맡긴 땅의 상태를 바라본다. 길남효는 어느새 체념이 된 듯 말한다.

“뭐 어쩌겠어. 1정보에 해당되는 비료를 공짜로 준다니까. 그만큼 뼈 빠지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

길남효가 그렇게 말하자 병재는 길남효에게 짜증내며 따진다.

“흥! 마름새끼가 약속을 지키겠어요?”

“마름들 중 방씨네는 약속은 지키는 편이잖아.”

길남효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큰형 병재는 토라진 채 땅을 내다본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정말 주는 것 맞죠? 만약 안주면 에휴...”

병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듯 암담한 듯 한숨을 쉬었다. 병재의 한숨에 병윤도 조금은 긴장한 눈치였다. 그러나 병윤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병윤의 눈길에는 눈앞의 돌들이 왠지 금들처럼 느껴졌다.

‘저 것들만 치워도 노동숙달이 얼마만큼 늘어날까?’

병윤의 생각을 알아차린다면 길남효와 병재는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라며 타박을 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병재와 길남효는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는 병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돌 반, 흙 반으로 이루어진 방씨네 땅들의 돌 골라내는 데 얼 만큼 힘들지 예상만 했다.

길남효는 손바닥으로 작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자. 가만히 서서 밥이 나오는가? 얼른 땅이나 고르자고.”

그렇게 길남효와 병재는 땅의 돌들을 치우게 되었다. 돌을 치우기 위해서 두 사람이 돌들을 주워서 자루에 담고, 한 사람이 돌들로 채워진 자루를 가져다 빈 땅에 돌들을 쏟아 붓는 역할을 하였다. 돌들로 채워진 자루는 무게가 무게라, 체격도 크고 젊은 병재가 담당했고, 병윤과 길남효는 돌들을 주워 다 자루에 담게 했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병윤은 마치 기계처럼 돌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돌을 고를수록 노동숙달이 오르는 것을 보았고, 기존의 손재주, 민첩, 근력, 체력이 합해져서 병윤은 그야말로 돌 고르기의 신이라도 된 것 같았다. 길남효는 저번처럼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병윤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병윤은 순식간에 자루에 돌들을 가득 채웠다. 병재와 길남효가 앗! 하는 사이에 돌들로 가득 채워진 자루를 보았다. 병재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돌로 가득 찬 자루를 들고 돌을 쏟아 붓기 위해 빈 땅으로 갔다. 병재가 사라지자 길남효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는 병윤에게 물었다.

“넌 언제부터 돌들을 잘 골랐냐? 신기하네. 내 아들 녀석이지만 참으로 신기해. 저번에도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사람이 변하니 무섭네.”

병윤은 겸연쩍은 듯 뒷머리를 손으로 긁고는 대답한다.

“뭘요. 어쩌다보니 잘 하게 되었네요. 히히.”

“그래? 너 하는 것 보니까 요령이 있어 보이는데, 나한테 가르쳐줄 수 없나?”

“제가 아빠에게 요령을 가르친다니요?”

병윤의 요령을 배우겠다는 길남효의 제안에 병윤은 깜짝 놀랐다. 병윤이 보았을 때, 아저씨들은 농사일에 노련함이 있고, 또 그에 대한 자부심이 극심한 지라 누군가에게 배움을 청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야학에서 배우는 농학을 아이들이 배웠기 때문에 다른 아저씨들은 다 자기 자식한테 농학의 일정부분을 물어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돌 고르는 것까지 자신의 아버지인 길남효가 병윤 자신에게 물어볼 지는 꿈에도 몰랐다.

병윤은 굳이 아빠에게 가르쳐야 하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빠른 일솜씨는 노동숙달과 능력들이 합산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윤의 눈앞에 새로운 글귀들이 떠오른다.

-기술 [교육]교육숙달을 습득하였습니다.-

-기술 [교육]가르치기를 습득하였습니다.-

‘어라. 이런 것도 만들어지나?’

병윤은 새로 습득한 두 개의 기술들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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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교육

[이름] : 교육숙달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0단 0%

[상세] :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본기들이다.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술들의 효과를 0% 증가시켜준다.

[계통] : 교육

[이름] : 가르치기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0단 0%

[상세] :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가르칠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빠르게 이해를 시킬 수 있으며, 가르치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속도도 증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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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 무슨 효과람?!’

병윤이 생각해도 이번에 습득한 기술들의 효과는 대단했다. 즉 자신만 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른 사람에게 습득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건 그야말로 최고의 기술들이었다.

두 가지 기술들을 확인하면서 즐거워하는 병윤의 모습을 보고 길남효는 의아함과 동시에 자신 역시 병윤 따라 기쁜 듯 미소를 짓고 병윤에게 말한다.

“원 녀석, 뭐 그렇게 보고 있어? 요령이라도 알려주라는 말에 그렇게 아깝더냐? 아니면 뭔가 좋은 거라도 생각이 났어?”

길남효의 타박에 글귀들을 확인하던 병윤의 정신은 번쩍 들었고 그대로 아빠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어떻게 그 요령이라는 녀석을 알려줄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 하하 참으로 기특하네. 녀석도 참.”

길남효는 병윤의 답변에 기분이 좋은 듯 하하거리며 웃는다. 병윤은 그 모습에 덩달아 긴장을 감추며 동시에 기분도 좋아진다. 순간에 적절하게 답변했던지라 화제돌리기의 등급이 올랐다고 글이 눈앞에 떠올랐다.

병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 중 돌을 고르는 것과 손의 움직임을 길남효에게 자세하게 설명했고, 그럴수록 교육숙달과 훈련의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교육숙달과 훈련의 결과였는지 길남효의 돌 고르는 속도도 병윤에 비견 할 만큼 빨라졌고, 그 때문에 더욱 고생한 것은 자루를 들고 돌들을 버리고 다시 채우는 큰 형 병재 뿐이었다.

어느 정도 돌을 고르고 있을 때, 방씨 아저씨의 아내인 신정효 아줌마와 어머니 김민숙이 새참을 들고 한창 돌 고르고 있던 세 사람을 찾아왔다.

“새참 드세요.”

한창 돌 고르고 있던 두 사람을 본 김민숙은 크게 소리쳤다. 그 말에 한창 돌 고르고 있었던 길남효와 병윤은 새참소식에 고개를 돌려 김민숙과 신정효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새참 왔다. 쉬었다 하자구나.”

길남효 역시 병윤 따라 열심히 돌을 골랐는지 얼굴에 땀이 흘렀고, 병윤도 얼굴에 땀이 흘렀다. 그리고 길남효와 병윤은 쭈그려 앉은 것을 펴서 기지개를 일으켰다. 길남효는 평소에 일하는 것에 비해서 지금은 별로 힘들지가 않은 것 같았다. 힘들 때 농땡이를 피운 것처럼 말이다. 길남효는 얼굴에 땀이 흠뻑 났어도 팔의 움직임이 걸리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기에 억지로 일을 연장 할 의지는 없었다.

길남효는 방씨 아저씨의 땅을 보았다. 그리고 작업현황을 확인하였을 때 깜짝 놀랐다.

“벌써 이만큼이나 돌을 골랐다니.”

지금 큰형 병재는 새참자리에서 퍼져서 논길 돗자리에 대뜸 누워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돌로 가득 찬 자루들을 옮겨 버리고 왔다갔다 가장 힘든 일을 담당하는 병재로선 자신의 아버지 길남효와 병윤의 돌 고르는 속도에 억지로 따라붙다가 퍼진 것이 틀림없었다.

길남효는 속으로 이대로라면 방씨네 땅의 돌들도 금방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1달 걸릴 것을 5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일에 지대한 공을 세운 병윤을 따스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병윤은 길남효의 눈길에 기쁜지 가슴을 내민다.

“녀석 장난은!”

아버지 길효남은 병윤에게 꿀밤을 먹이려다가 말았다.

새참을 맛있게 먹은 병윤과 큰형 병재, 아버지 길남효는 오후에 다시 돌을 치우기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병재와 아버지 길남효의 역할이 바꿨는데, 그 이유는 병재가 오전에 돌들을 너무 옮겼던 지라 돌을 옮기는데 너무 힘든 표정이어서였다. 그래서 길남효는 이번에 돌들을 담은 자루를 옮기고, 병재는 병윤과 같이 돌들을 치우기로 하였다.

병재는 오전에 돌을 옮기는 와중에도 곁눈질로 힐끗힐끗 병윤의 돌 고르는 솜씨를 봤던지라 오후에 같이 돌을 고르게 되자 병윤에게 물었다.

“병윤아. 너는 뭐를 먹었기에 이렇게 손을 빠르게 움직이냐?”

병윤이 병재와 길남효를 도우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병재는 병윤의 일처리솜씨를 잘 알고 있었다. 병윤은 저렇게 돌을 빠르게 치울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병윤은 그 병재의 의문에 무심하듯 말했다.

“뭐 요령이라도 붙였어요. 야학에서 일본인 선생 온 것은 알고 있어요? 그 일본인 선생이 무술선생이에요. 그 일본인 선생이 무술의 기본기를 가르쳐 줬는데 거기서 손쓰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 가르쳐준 것 덕분인지 손 쓰는 것이 조금 빠를 지도 모르겠네요.”

병재는 조금 미심쩍기는 했지만 병윤의 말은 반 이상이 사실이었다. 야학에 일본인 선생이 왔다는 것과 그 선생이 정권을 가르쳤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다 퉁명스런 병윤의 태도에 병재는 자그마한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거참 우리를 가축 취급하는 왜놈들 중에서 그런 사람이 있긴 있었구나. 그건 그렇고 아버지가 뭔 일로 빨리 돌을 고르는 가 했더니 네가 요령을 가르쳤다고 했는데 나도 가르쳐줄 수 없나?”

병윤은 그 말에 두 기술을 향상시킬 생각에 내심 좋은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작은 형 병주를 포함해서 세 형제는 서로 간에 배웠던 것을 공유하는 편이 강했다. 특히 보통학교를 다니는 병주가 배웠던 것을 병윤에게 가르쳤다. 병윤은 먼저 흠흠 거리며 자세를 잡고 병재에게 말한다.

“먼저 이렇게 손목을 잡고하면 손목부담이 덜해요.”

병재는 병윤의 말에 유난히 집중하고는 손목자세와 쭈그려 앉은 자세를 편하게 바꿨다. 그리고 병윤의 말처럼 요령을 익히니 아빠처럼 돌을 쉽게 편하게 고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병윤은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훈련의 스킬을 통해 노동숙달을 가족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거구나.’

그 생각을 깨닫자마자 병윤의 눈앞의 글자들이 확 떠올랐다.

-[교육]훈련에 대한 효과 중 한 가지를 크게 깨달았습니다. [교육]교육숙달과 [교육]훈련의 숙련등급이 크게 상승합니다.-

병윤은 글자들을 확인하자마자 기술 교육숙달과 훈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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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교육

[이름] : 교육숙달

[숙련등급] : 하급

[숙련도] : 37단 29%

[상세] :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본기들이다.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술들의 효과를 387% 증가시켜준다.

[계통] : 교육

[이름] : 훈련

[숙련등급] : 하급

[숙련도] : 23단 66%

[상세] :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빠르게 이해를 시킬 수 있으며, 몸에 익히는 속도도 증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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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윤은 내용을 확인하자 황당할 지경이었다. 무언가 깨닫는 글들이 떠오르자 어느새 초보에서 하급으로 껑충 뛰어오르지 않은가? 더군다나 창의력이 2씩이나 대폭 확 증가했다.

병윤은 글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살짝 돌려 큰형 병재를 확인했다. 병재는 병윤이 아까 알려준 요령들을 크게 집중하면서 돌을 빨리 골라내고 있었다. 아빠는 돌들로 가득 채운 자루를 처리하고는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다.

병윤은 그 모습에 아까의 효과는 아까 요령을 가르쳐준 병재에게만 보인 것을 확인했다. 병윤은 한 가지 바랬다.

‘내 생각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어. 내 노동숙달이 형에게 적용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내 개인정보창이 나오는 것처럼 형의 능력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병윤은 그 생각을 하자마자 다시 글들이 떠오른다.

-기술 [관찰]관찰을 습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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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관찰

[이름] : 관찰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0단 0%

[상세] : 사람 및 풍경들을 자세하게 관찰한다. 숙련도에 따라서 사람의 경우 더욱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고, 풍경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더욱 빠르고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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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할 때 딱 나왔네!’

병윤은 재빨리 습득한 관찰을 자신의 큰형 병재에게 사용하였다.

‘관찰’

속으로 기술 이름을 되뇌면서 병윤의 눈앞에 떠오른 글귀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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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3

경험치 : 10 / 26

이름 : 길병재

칭호 : 소작농(체력 +10)

생명력 : 380/380

근력 : 17

체력 : 28(18+10)

민첩 : 12

정확 : 10

창의력 : 10

손재주 : 13

[기술란]

[계통] : 노동

[이름] : 노동숙달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55단 64%

[상세] : 모든 노동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노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155% 증가시키고, 노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15.5%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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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상당히 다르구나.’

병윤은 자신의 개인정보창과 병재의 개인정보창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병윤이 생각할 때 습득하는 기술은 오로지 자신만 익힐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습득할 수 없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습득하기 위해선 자신이 습득한 기술은 오로지 기술 [교육]훈련을 통해야 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병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알자 몇 가지를 더 실험할 생각에 빠졌다. 단 병윤의 손은 그런 생각과는 달리 빠르게 돌을 골라내고 있었다. 어느새 돌을 비우고 온 아빠는 병윤의 손놀림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자신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편안하게 돌을 고르고 있는 병윤을 보자 괜한 심술이 났다.

“병윤아. 이제 너도 슬슬 돌을 그만 골라내고, 돌들을 좀 비워라.”

병윤은 아빠의 말에 고개를 돌려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서 아빠의 부탁은 아직 어린 병윤에게 거절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병윤에게는 아까 생각한 것처럼 실험해볼 것이 있었고 말이다. 병윤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서서 아빠에게 자루를 건네받았다.

“니 체격이 체격인 만큼, 네 체격이 체격인 만큼 네가 힘들지 않을 정도로 돌들을 옮겨. 그 이상 옮기면 다칠 거 같으니까 말이야.”

“예. 알았어요.”

병윤은 아빠의 당부에 방금 전 병재와 자신이 골라냈던 돌들을 자루 속에 담았다. 그리고 병윤은 어느 정도 자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돌들로 채운 자루를 집고는 아빠를 보면서 속으로 조용히 되뇐다.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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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4

경험치 : 3 / 28

이름 : 길남효

칭호 : 소작농(체력 +10)

생명력 : 340/340

근력 : 28

체력 : 24(14+10)

민첩 : 17

정확 : 15

창의력 : 10

손재주 : 21

[기술란]

[계통] : 노동

[이름] : 노동숙달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28단 31%

[상세] : 모든 노동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노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128% 증가시키고, 노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12.8%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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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까 깨달은 것의 효과는 나보다 적게 같이 일한 큰 형에게 적용되네. 아빠랑 오전에 3시간 일하고, 큰 형과는 30분간 일했으니 말이야.’

병윤은 생각하고는 아까 놓쳤던 정보들을 확인하며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보강했다.

‘생각보다 아빠의 등급과 큰 형님의 등급이 나랑 비슷하네. 이건 아마도 큰 형과 아빠는 원해 등급이 1로 고정되었다는 것이고, 큰 형의 등급이 아빠보다 높은 것은 아마 아까 내가 깨달은 것 때문에 교육숙달, 훈련 등의 효과가 크게 높아져서 큰 형의 등급상승이 높아진 게 아닐까 싶은데.’

병윤은 정보들을 정리한 자신의 생각이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돌들을 골라내고 있는 큰 형 병재와 아빠를 바라보며 자신도 돌들로 가득 찬 자루를 등에 지고는 돌을 비우러 갔다. 그리고 등에 정확히 자루를 붙일 때 병윤의 눈앞에 글들이 떠오른다.

-기술 [노동]운반을 습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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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노동

[이름] : 운반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0단 0%

[상세] : 자신이 짊어지는 짐들의 무게를 본능적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짐을 질 때 드는 힘과 몸의 피로증가를 0% 감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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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윤이 등에 착 붙은 자루를 든 생각은 이러했다.

‘흐음. 이 정도면 옮길 수 있겠네.’

일단 기술 운반이 오른다는 글귀를 보면서 자신이 돌 비우러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히려 휘파람을 불고 갈까 생각했지만 힘들게 돌을 치우고 온 병재와 아버지 길남효에게 예의가 아니다싶어서 조용히 논길로 올라간다.

그리고 길남효와 병재의 모습이 조그마하게 보일 때쯤 병윤은 논길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어. 여기서 만나네. 그런데 히히. 꽤나 가볍게 가네.”

자루를 든 병윤에게 방실방실 웃는 여자아이, 닳은 흔적은 있지만 방윤의 옷보다는 한결 깨끗한 옷을 입은 여자아이는 바로 지금 일을 시킨 마름 방씨의 셋째이자 유일한 딸인 방완서였다. 여자아이는 물론 남자아이와 꽤나 장난질을 많이 하는 말괄량이였다.

“핫! 내가 이래보아도 힘이 꽤 된다고!”

병윤은 방완서에게 남자의 자존심이라도 부릴 듯 패기 있게 외쳤다. 그리고 힘자랑이라도 하듯 등에 짊어진 자루를 억지로 한 손으로 가볍게 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방완서는 남자의 자존심을 치켜세우는 병윤의 모습이 웃긴지 풋하고 웃는다.

“히히히, 우리 병윤이 힘도 좋네. 돌 던질 때도 그렇게 던져봐라.”

병윤은 여자아이의 웃음에 자존심이라도 상처를 입은 듯 얼굴이 벌게지면서 소리쳤다.

“흥! 저번에 돌 던질 때는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빗나간 거야!”

“그래? 아 맞다. 우리 엄마가 땅 정리해주는 게 고맙다고 옥수수 가져왔는데 하나 먹어라.”

방완서의 바로 뒤에는 천으로 싸인 광주리가 있었고, 방완서는 광주리의 천을 들추고는 삶은 옥수수 하나를 병윤에게 건네준다.

“거 고마워.”

자루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는 방완서에게 옥수수를 건네받은 병윤은 옥수수를 빠르게 먹어대기 시작했다. 언제나 배고픈 어린아이였기에 알들로 가득 찬 옥수수 하나가 옷들이 다 벗겨진 알몸처녀처럼 변신했다.

“히히 많이 배고팠네. 여기! 하나 더 먹어.”

방완서는 옥수수 하나를 빠르게 끝낸 병윤이 마음에 드는 지 광주리에서 옥수수 하나 더 건네주었다. 병윤은 방완서가 건네주는 옥수수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건네받은 옥수수는 아직 따뜻하고,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고맙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방완서는 병윤을 보며 방실방실 웃을 뿐이다. 그 때문인지 병윤은 방완서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와 뺨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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