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화 (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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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병윤은 옥수수 하나를 건네받고는 부모님과 그리고 야학에서 배운 대로 방완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옥수수 하나 더 줘서 고마워!”

병윤은 방완서가 하나 더 건네준 옥수수를 받고는 게눈을 감추듯 먹어댔다. 덕분에 어느 정도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배가 채워짐에 따라 바닥에 놓인 자루 하나를 드는 데 더욱 거뜬했다.

“너 왠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다. 전에 그 일본인 선생이 가르쳐준 무술도 열심히 연습하더니.”

“헤헤. 뭐 무술이라는 게 조금 신기하잖아. 전에도 키바오니 선생이 했던 현란한 손놀림을 잊혀 지지가 않으니까 말이야.”

병윤은 자신이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저번에 보여주었던 키바오니 선생의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방완서는 병윤의 손놀림을 보고 마치 키바오니 선생이 한 것처럼 느껴져서 얼굴에 놀람이 가득했다.

“와. 엄청나게 빠르네. 언제 그렇게 연습했데?”

병윤은 놀란 얼굴을 본 방완서의 모습에 기쁜 듯 씩 입고리 한쪽을 위로 올린고는 방완서에게 가슴을 내민다.

“뭐 틈틈이, 심심할 때 가끔 생각나면 해.”

“쳇! 그게 심심하다고 나올만한 솜씨냐?”

“부러우면 너도 그렇게 연습하면 되잖아.”

“너처럼 안 되니까 문제잖아!”

방완서는 병윤의 말에 빽 하고 소리 지른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과 달리 그녀의 내심에는 병윤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아 기집 애가 왜 빽 하고 소리를 질러?”

병윤은 귀찮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방완서의 성난 말투에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내뱉는다.

“흥 몰라!”

방완서는 내심과는 달리 이 말을 하고 토라진다. 병윤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방완서와의 즐거운 얘기를 하였던 병윤도 슬슬 돌들을 비웠고, 어느새 저녁이 돼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이 이상 작업은 내일로 미뤄두자는 길남효의 말에 병재와 병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1935년 10월 25일, 길남효와 병재는 자신이 한 결과물들을 바라보았다. 돌들이 다 빠져나간 비옥하기 그지없는 땅들, 어느새 돌들이 속속 박힌 땅들은 흙으로 가득 찬 토지가 되었다. 길남효는 감격에 젖은 시선으로 땅들을 바라보며 그 감동에 입술이 떨리며 말한다.

“이 이게... 우리가 한 것이냐?”

그리고 길남효의 그 감동은 어느새 병재에게 전해지고, 이내 병재 역시 감격에 젖은 시선으로 땅을 바라보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예, 아버지. 몇 달 걸릴 줄 알았는데 이 넓은 땅이 우리가 한 게 분명한건가요? 허어... 한 겨울철에 일거리가 들어왔다고 내심 귀찮았는데 이렇게 땅이 변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감격스럽네요.”

길남효는 솔직 담백한 감정을 내뱉은 병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 넓은 땅을 우리 세 명이서 일군 것이 자랑스럽다. 이제 오늘 이만큼 했으니 일주일 만에 마름이 정했던 일도 끝마칠 수 있겠지. 몇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러나 병윤은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운 듯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끝마쳤으니 병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름 방씨 아저씨도 작업이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러 왔었다. 그리고 놀란 얼굴로 세 명을 바라보았다.

“이게 자네들이 한 거라고? 어디 사람 쓴 거 아냐?”

몇 달동안 일이 진행되리라 생각되었던 방씨 아저씨도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우리 세 명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최소 세 달은 걸릴 줄 알았는 데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방씨 아저씨로선 이번 일은 자신에게 있어서 손해는 없었다. 오히려 이득이었다. 계속 일이 질질 끌린다면 그만큼 땅이 생기지 못할 것이다. 일단 이대로 계속 일이 진행된다면 지주인 간씨네에게도 혜택을 많이 얻을 것이다. 방씨 아저씨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기쁜 마음은 어느새 일을 끝마친 세 사람에게로 표현되었다.

“너무 수고했네. 아주 잘 했어. 내 석 달은 걸릴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일을 잘할 줄이야. 내 우리 집 마누라에게 술 좀 가져오라고 하겠네. 오늘 고삐 풀리게 마셔보자고!”

아빠도 자주 먹지 못한 술 생각에 방씨 아저씨의 기쁜 제안에 얼른 동의했다.

“당연하지요! 내 술만 생각하면 내일도 이만큼 할 것을 기대해주세요!”

“하하! 내 당연하지. 얼른 술이라도 마시자고! 가세나!”

그렇게 길남효와 방씨 아저씨는 술 마시러 방씨 아저씨네로 향했다. 졸지에 병재와 병윤만 남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마름도 기쁜 모양이네. 평소에는 큰 소리만 치던 양반인데 말이야.”

“그러게요 큰 형님.”

“그 것보다 저번에 있었던 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

둘만 남게 되자 병재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리고 뭔가 확신하듯 병재의 질문과 날카로운 시선에 병윤은 내심 뜨끔거렸고, 확신하는 병재의 얼굴에 병윤은 일단 한 번 병재에게 물어본다.

“그 저번의 일이 도대체 뭔가요?”

“저번 돌들을 고를 때, 그 너의 솜씨를 말이지.”

“그건 아까 무술을 배워서...”

병윤이 이렇게 말하면서 말을 흘리자 병재가 버럭 소리 지른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냐?”

“......”

그리고 병재는 이미 확신한 표정으로 병윤을 추궁한다.

“무술을 배웠다고 이런 손놀림을 보일 수는 없어. 그리고 네 녀석 체구를 보면서 일에 차츰차츰 익숙해지는 것 같군. 뭔가 일이 있어? 안 그래?”

“으음. 그게...”

“하아. 병윤아. 이 큰형을 못 믿어. 솔직하게 나에게 이야기 해봐. 무슨 일 있는거지? 응?”

하지만 병윤은 이 말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작년에 있었던 미치광이 거지사건 때문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그 사건 때문에 자신조차 믿기지 않는 사실을 말해보았자 마을사람들이 미친놈 취급하는 것을 절절히 본 병윤에게 이번 일을 숨기고 있었다.

생각해봐라. 가족들에게 어느 날 개천가에서 이상한 돌을 주웠더니 눈앞에 글자들이 연신 떠오른다고 말이다. 아마 가족들은 병윤을 무당에게 데려가 굿이라도 할까 싶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굿한다고 살림 쪼들리게 만든 일은 병윤에게 사양하고 싶었다. 철없는 10살짜리 어린아이도 자기 집 형편을 생각한다.

그러나 병재의 의심은 계속되었고, 무언가 있다는 의혹의 추궁은 강해진다. 병윤은 오히려 이 사실을 유일하게 비밀로 간직하기에는 어렸다. 결국 병윤은 큰형 병재에게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큰 형님, 사실은...”

병윤은 자신의 큰 형 병재에게 저번에 있었던 자신의 누나인 길효순이 집을 떠나는 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일한 누나가 집을 떠나자 심난했던 병윤은 개천가에서 어떤 신기한 돌을 주웠고, 그 직후 정신을 잃었으며 다시 깨어 나보니 눈앞에 글귀들이 떠오른 사실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글들이 어떤 뜻인지도 설명했다. 혼자만 이 비밀을 간직했던 병윤은 그 비밀을 이야기 할 때마다 마음속이 시원해졌다. 이 요상하고 괴이한 일들을 발설하니까 오히려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병재는 병윤의 설명에 이해가 가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병윤의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있고, 자신이 병윤에게 요령을 배우고 일주일 간 있었던 손놀림과 전날보다 덜했던 몸의 피로가 이 사실들을 설득력을 보강했기에 병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하아. 무슨 이 괴이 망측한 일이야. 네 얼굴을 보니까 진심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말로 들으니까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네 말은 사실이겠지. 알았다. 너에게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그리고 미안하다.”

병윤은 병재가 말을 믿어주자 크게 기뻤다. 이렇게 능력을 올리는 것도 좋았지만 내심 이런 것은 굿이라도 해야 되나 싶었던 병윤에게 있어서 병재의 믿음은 병윤의 마음에 크게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병윤은 눈앞에 글들이 떠올랐다. 화술숙달이 크게 오른 것 같았다. 초보였던 화술숙달이 어느새 최하급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리고 글귀들은 그 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술 [화술]설득을 습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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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화술

[이름] : 설득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0단 0%

[상세] : 사람들은 누구나 다르다. 그러나 내 뜻에 동의하게끔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자신과 이득, 가치관, 신념이 맞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적대감을 만들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서 내 뜻에 동조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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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5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과 뜻을 모아 모임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모임에 가입될 수 있는 수는 등급과 기술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병재는 이왕 믿어보자고 마음을 가지고 병윤이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자 내심 호기심이라도 생겨서 묻는다.

“네가 말하는 그 글귀들이 떠오른 모양이냐?”

그 물음에 병윤은 멍한 얼굴로 병재에게 대답한다.

“모임이라는 게 생겼어요.”

“그 모임이라는 게 뭔데?”

“모르겠네요. 그냥 모임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한 번 그 모임이란 거 해봐.”

병윤은 병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병윤은 속으로 생각을 하자 곧 병재에게 병윤이 겪었던 그 글귀들이 병재의 눈앞에 펼쳐진다.

-병윤이 모임의 참여를 원합니다. 참여하시겠습니까?-

“우... 우왓! 이게 뭐야!”

병재의 반응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엉덩방아를 찍었다. 내심 병윤의 말에도 의심이 있었고 믿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지만 이런 도깨비놀음이 병재 자신에게도 생기자 듣는 것과 겪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미 병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내심 마음을 다 잡고는 속으로 참여라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되었습니다. 병윤을 주축으로 한 모임이 생성되었습니다.-

큰형 병재는 글자들을 확인했고 자신도 병윤에게 들었던 것처럼 글귀를 떠올릴 수 있는지 얼른 생각했다.

‘개인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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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4

경험치 : 17 / 28

이름 : 길병재

칭호 : 소작농(체력 +10)

생명력 : 410/410

근력 : 19

체력 : 31(21+10)

민첩 : 14

정확 : 13

창의력 : 13

손재주 : 15

[기술란]

[계통] : 노동

[이름] : 노동숙달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85단 64%

[상세] : 모든 노동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노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185% 증가시키고, 노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18.5% 줄여준다.

[계통] : 노동

[이름] : 운반

[숙련등급] : 초보

[숙련도] : 87단 80%

[상세] : 자신이 짊어지는 짐들의 무게를 본능적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짐을 질 때 드는 힘과 몸의 피로증가를 18.7% 감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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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내 동생 병윤이 겪었던 것이 이런 거였네. 하기야 작년에 있었던 그 미치광이 거지사건 때문에 병윤도 봐서 이런 일을 섣불리 내뱉기가 불가능했겠지.’

병재는 왠지 병윤이 대견해 보였다. 자신도 이런 일을 겪으면 귀신이라도 들린 게 아닐까 의심하는데 반해 병윤은 그걸 참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아까 생긴 모임은 몇 명까지 되는 거냐?”

병윤은 큰형 병재의 질문에 병윤의 눈앞에 나오는 글귀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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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이름] : 멋진 모임

[모임 장] : 길병윤

[모임 원] : 길병재

현재까지 모임원은 최대 3명까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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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명이 가능하데.”

“최대 모임원은 3명이라 알았어. 나머지 한 자리에 내 큰 동생 병주를 넣어주면 딱 이겠네.”

병윤은 병재의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앞의 글귀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모임을 결성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기술 [모임]모임숙달을 습득하였습니다.-

-기술 [모임]모임결성을 습득하였습니다.-

-기술 [모임]조직학을 습득하였습니다.-

-새로운 능력 권위를 각성하였습니다.-

-새로운 능력 통솔을 각성하였습니다.-

‘각성? 그리고 능력이 권위, 통솔이라?’

호기심은 참지 못하는 성격인 병윤은 얼른 새로운 능력인 권위와 통솔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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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임 장을 따르는 정도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모임장이 자살하라는 지시도 모임 원들은 신의 말씀을 영접하듯 그 지시를 따를 것이다.

통솔 :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모임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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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권위는 모임 장을 따르게 하는 것 이고, 통솔은 모임을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네.’

새로운 능력인 권위와 통솔을 이해한 병윤은 바로 개인정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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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5

경험치 : 2 / 30

이름 : 길병윤

칭호 : 작은 모임 장(권위, 통솔 + 20)

생명력 : 140/140

근력 : 4

체력 : 5

민첩성 : 6(4+2)

정확 : 5

창의력 : 3

손재주 : 4

권위 : 33(13+20)

통솔 : 35(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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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통솔이라는 능력치가 높네.’

병윤은 새로운 능력인 통솔과 권위에 대해 이해를 하고는 이 능력치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초반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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