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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6화 (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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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 날로 허락을 받은 병재는 계획대로 산 속 깊이 있는 오두막에 홀로 계신 한의사 심의호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 못 먹기는 했지만 척 보아도 건강해 보이는 소년이 갑자기 찾아오니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자네는 누군가?”

“예. 저는 산 밑 마을에 살고 있는 길병재라고 합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심의호는 병재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며 말한다.

“아! 아! 저번에 일을 할 친구를 보내주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제야 왔구만. 잘 왔네.”

갑작스런 심의호의 반가운 말에 병재는 의아한 얼굴로 생각한다.

‘으응? 소개? 내가 올 때는 그런 말 없었는데?’

사실 병재는 병주가 말한 소문을 듣고 일을 할 수 있냐고 간청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심의호의 반응을 볼 때, 때마침 일을 할 사람을 소개받은 듯 했다. 그 말은 즉 이런 말이다.

‘흐음. 나 말고 누군가 일하러 온다는 사람이 있다는 거구만.’

병재의 추측이 여기까지 도달하자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즉 생각을 바꿔 말하면 이런 거다.

‘그러니까 원래 일하러 오는 사람을 착각하고 있는 건가?’

사실 병재의 계획은 이렇다. 심의호 할아버지를 무조건 찾아뵌 후, 혹시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가? 요즘 일도 시원치 않고 한의학에 관심이 있어 알아봤더니 주변에서 심의호 할아버지의 실력이 굉장하다고 그러니까 한의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궂은일을 다 할 터이니 시켜만 달라. 이런 대사를 준비하고 거절하면 계획 수정하고 다시 뵙고, 계획 수정하고 다시 뵈어서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매달리는 계획이 애초부터 깨졌다.

병재는 예상과는 매우 다른 전개에 얼굴의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리고 인생의 경험을 많이 보유한 심의호 할아버지는 그 것을 알아차렸다. 아까의 반가웠던 기색은 접어두고 실망한 기색을 보인 후 이내 얼굴을 굳힌 심의호 할아버지는 정색하며 말한다.

“자네 반응을 보니 내가 기다렸던 사람은 아닌 것 같군. 자네 몸을 보니 못 먹었어도 건강해보이네만.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을 보니, 확실히 알겠군. 내 한 가지만 묻겠네. 자네 여기에 왜 왔는가?”

그 순간 형의 마음속은 일이 풀리는 듯 오히려 안심을 했다. 물론 처음 맞은 전개가 매우 틀려서 크게 당황했지만 이렇게 정색하며 물으니 오히려 처음 세웠던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어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 해보자!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일단 말해보는 거다.’

오히려 당황했던 여력을 없애고 굳은 심지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그 것들은 형의 눈빛으로 나왔다. 굳건한 의지가 담은 눈빛들, 심의호 할아버지는 이런 눈빛을 잘 안다. 무언가 크게 결심한 사람만이 보유할 수 있는 눈빛이다.

“저는 산 밑에 사는 길병재라고 합니다.”

“그건 아까 들었다만?”

“예. 사실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어르신에게 한의학을 배울려고 찾아 온 것입니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콧웃음을 친다. 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그러나 무언가 배우기 전 남들이 하기 싫은 궂은일부터 시키면 최소 몇 달, 길어야 몇 년이면 다 도망갔다. 더군다나 일제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한의학이지 않은가? 즉 배워서 쓸모가 없다는 것을 예상한 것이다. 다들 그랬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를 그런 사람들과 같이 취급했다. 왜냐하면 다들 그랬으니까.

“이보게. 한의학을 배워서 어디다 써먹을려고? 그리고 자네 이 한의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그러나 병재는 예상이라도 하듯 호기 있게 내뱉었다.

“세상 처음에 힘들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사 뭐든 게 쉬웠다면 일하면서 골병든 사람 없겠지요. 한의학도 마찬가지로 힘든 것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고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르신 말대로 일제가 인정해주지 않지요. 그러나 한의학이 사람을 치료하지 못합니까? 물론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은 양학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일제가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한의학을 사장시켜야 합니까? 한의학도 사람 살리는 의술입니다. 저는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사람 살리는 기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유창한 설명을 한 병재의 말에 감동은커녕 심드렁하게 표정을 짓는다. 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세고도 세었다. 말로만 누구나 이렇게 유창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놈들은 약초 구분하는 일, 달이는 일부터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말은 잘 하는군. 그런 녀석일수록 계산이 빠르지. 처음엔 의욕이 다들 넘쳤지. 그러나 몇 달 힘든 일을 하면 할수록 생각을 하는 거야. 이거 왜 하는 건가? 난 이렇게 대답했다네. 한의학은 이렇게 힘든 일을 겪어야 비로소 할 수 있다고. 그러니 그들이 대답했네.”

병재는 크게 부정하며 말했다.

“저는 그런 사람들과 다릅니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예상한 듯이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한의학은 이런 힘든 과정을 몇 년 동안 해야 한다기에 그들은 질려서 도망갔네. 물론 자네가 그들과 다를 수 있지. 하지만 내 경험이 말해주고 있어. 자네는 처음엔 의욕이 넘치다가 힘든 과정을 중간에 겪고는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고는 도망칠 걸세. 내 말이 맞을 걸? 난 내기에 내 집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병재는 이미 크게 결심한지라 심의호 할아버지의 호언장담에 이렇게 말했다.

“그 집! 제가 접수하죠. 저는 애초에 십년을 생각하고 왔습니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기도 차지 않다는 듯 말했다.

“호기는 좋군. 그런데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이런 쭉정이가 오는지 모르겠군. 에휴. 온다는 녀석은 한자를 읽히고 그나마 한의학을 배웠던 녀석이라 들었는데. 그런 녀석은 안 오고...”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에게 기대를 하지 않고, 매번 기다리는 사람을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병재로선 이에 대해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예상했잖아. 이 정도면 잘 한 거야.’

“아 자네? 안 가고 있었나? 뭐 좋아. 잡일이라도 하겠다는 표시인 거 같은데. 잡일이라도 해야지. 벌어먹고 살려면 말이지.”

“뭐부터 시작할까요?”

마치 잡일이라도 시작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진 병재의 음성을 들은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를 질린 듯 쳐다보곤 힘없는 소리로 말한다.

“마당부터 쓸어. 빗자루는 부엌 구석에 있다.”

그 말에 병재는 얼른 부엌에 들어가 빗자루를 잡고는 열심히 마당부터 쓸고 있었다. 심의호 할아버지는 마루에 앉아서는 병재를 보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했지. 어디 저 녀석은 며칠이나 버틸까?’

애초부터 병재를 믿지 못한 심의호 할아버지는 속으로 며칠을 버틸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능숙하게 쓸고 있는 병재를 보고 심의호 할아버지는 속으로 심술이 났다.

‘마당도 능숙하게 쓰네. 젠장. 약초를 캐는 것, 그리고 구분하는 법, 약초정리까지 시키면 딱 일 거 같군.’

밑에 문하들을 다뤄 본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에게 엄청 귀찮고 힘든 일을 떠넘기고 팔자 좋게 늘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절로 내려진다. 그리고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 녀석, 나 노년 편안하게 보내려고 하늘이 저 녀석을 데려온 게 아닐까?’

심의호 할아버지는 왠지 그 생각이 맞았다. 그리고 ‘안 되면 말고’라고 중얼거리며 방 안에 들어갔다. 마당에 홀로 남겨진 병재는 마당을 능숙하게 쓸고 있었다.

병윤은 병주가 가져온 영어교재와 사전을 보고 있었다. 영어는 주어 – 동사 – 목적어 순으로 문장을 만드는 데 비해 병윤이 주로 쓰는 조선어와 일본어는 주어 – 목적어 – 동사 순으로 이어져서 문장구조 파악부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단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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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언어

[이름] : 영어

[숙련등급] : 입문

[숙련도] : 21단 31%

[상세] : 영어가 영향력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언어와 글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서 쓸 수 있는 단어들의 수가 더욱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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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영어를 생성하자마자 영어사전을 마치 솜이 물을 빨아먹듯 영단어를 습득한 병윤은 어느새 기초적인 영어 문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교재에 적힌 회화를 참고하여 영미권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는 지 추측할 수 있었다.

병윤은 열심히 영어사전과 교재를 비교하면서 기술 영어를 빠르게 올리고 있었다. 어느새 영어가 입문을 넘고, 초보를 넘어, 최하급에 이르게 될 때, 옆에서 병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 참. 아무리 신기한 일이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녀석은 아마 네가 처음일거다.”

병주는 3시간동안 쉬지 않고 집중한 병윤의 모습을 보고 소름이 끼친 표정이었다. 병주 자신도 병윤의 정치숙달, 조직학에 대한 영향으로 보통학교에 배우는 수업들을 빠르게 얻어내고 있었다. 물론 병주의 갑작스럽게 변한 모습에 선생조차 어디 잘못 먹었냐고 농담 아닌 농담조차 말할 지경이었으니. 그런 병주조차 병윤처럼 공부할 자신은 없었다.

저렇게 목숨처럼 걸고 공부하는 녀석은 병주의 시야에는 처음 본 일일 것이다. 그 때 병주는 무언가 궁금한 게 있는지 병윤에게 한 가지 물었다.

“아 맞다. 너가 습득한 기술들을 남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고 했지?”

머리를 잠시 식히고 있던 병윤은 병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주는 병윤의 긍정적인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럼 막내야. 너가 익힌 기술들 전부 전수시켜줄 수 있어?”

그 말에 병윤은 아까 공부했던 일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힘든 일이 생겼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병주의 제안은 병윤에게 나쁘지 않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간만에 교육숙달과 훈련을 한 번 올려보지. 뭐’

병윤은 그렇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병주와 병윤은 각자 익힌 기술들을 서로 주고받기 시작했다.

병재는 며칠 동안 심의호 할아버지 집에서 마당 쓸기와 창고 한 구석에 쌓여있는 약초정리 등 온갖 잡일 등을 해왔다. 물론 병재는 지치지 않았다. 병재는 은근히 눈앞에 떠오른 글들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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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의학

[이름] : 의학숙달

[숙련등급] : 하급

[숙련도] : 63단 26%

[상세] : 의학 계통에 해당되는 기본 기술이다. 의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363% 증가시키고, 의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36.3% 줄여준다.

[계통] : 의학

[이름] : 약학

[숙련등급] : 하급

[숙련도] : 60단 19%

[상세] : 약초 및 약에 대한 기술이다. 약초를 캐는 법, 약초, 독초를 구분하는 법, 약초를 약으로 만드는 법, 약초에 있는 성분 등을 추출하는 법 등이 이 기술에 해당된다. 숙련도에 따라서 척 봐도 약초인지 잡초, 혹은 독초라도 어떤 약효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계통] : 노동

[이름] : 노동숙달

[숙련등급] : 하급

[숙련도] : 72단 64%

[상세] : 모든 노동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노동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372% 증가시키고, 노동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를 37.2% 줄여준다.

[계통] : 노동

[이름] : 운반

[숙련등급] : 중하급

[숙련도] : 15단 16%

[상세] : 자신이 짊어지는 짐들의 무게를 본능적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짐을 질 때 드는 힘과 몸의 피로증가를 31.5% 감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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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병재의 기술들 중 그나마 높은 것이 네 개였다. 나머지 기술들은 병주, 병윤에게 전수받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초보, 하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동안 심의호 할아버지 집에서 잡일을 하니 이 네 개가 쑥쑥 큰 편이었다. 약초학의 습득은 약초를 정리하다가 습득된 편이다.

약초를 캘 때, 약초를 세세하게 구분하고 관찰할 때, 그리고 심의호 할아버지가 약초를 캐러 시키거나 창고에 있는 약초들을 정리시킬 때 섞이지 않게 주의하라고 약초에 대해 알려줄 때에 약학과 의학숙달이 올라갔다.

일 할 때, 처음에 미숙한 건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시기를 빨리 보내 적응하는 것은 다르다. 병재도 공통점에 맞아 들었다. 무슨 약초인지 구분하지 못할 때, 심의호 할아버지에게 혼났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병윤의 정치숙달과 조직학이 빛을 발했다. 병재의 익히는 속도는 놀라웠다.

잡일에 능숙하기에 최소 1년은 걸린다고 여겼던 심의호 할아버지가 그 걸 며칠 만에 그 일들을 끝내고 일 없다고 그늘에 쉬는 병재를 볼 때,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를 괴물처럼 보았다.

어제는 심의호 할아버지가 병재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 어릴 때,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병재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릴 때, 건강하라고 보양식 하나 먹은 것을 제외하면 약은 아플 때만 먹었어요.”

심의호 할아버지는 보양식이라는 이야기에 다시 말해보라는 눈치였다.

“어릴 때, 몇 살인지는 모르고 엄마가 개 하나 잡아서 먹으라고 줬어요. 엄마는 그게 몸 건강히 만들어 주는 거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심의호 할아버지는 기껏 보양식이 보신탕이라는 이야기에 허탈하면서 말했다.

“허참 어릴 때, 개고기 하나 먹으면 약초에 대한 잡일들을 며칠 만에 처리할 수 있겠군.”

병재는 그 중얼거림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 날은 심의호 할아버지는 일찍 병재를 집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병재는 심의호 할아버지가 캐라고 한 약초들을 캐고 나서 그 것들을 조심히 흙을 털고 열심히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집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심의호 어르신 계십니까?”

의당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병재는 정리하는 걸마저 끝내고 창고에서 나갔다. 병재가 창고 밖을 나가 심의호 할아버지를 찾는 손님의 모습을 보았다. 손님은 머리를 가지런히 땋은 몸집이 조그마한 소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병재는 소녀를 보고 ‘손님이겠지’라고 생각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심의호 어르신은 잠시 주무시고 계십니다. 누구십니까?”

갑작스레 병재의 등장에 소녀는 당황한 것 같았다. 소녀 자신이 듣기에 심의호 할아버지는 집에서 혼자 산다고 들었다. 그런데 창고로 쓸 법한 건물에서 나온 병재의 모습에 소녀로선 예상과 틀려 잠시 당황했지만 얼굴을 금세 고쳐먹고 차분히 병재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제가 듣기론 어르신께선 혼자 산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심의호 할아버지의 형편을 알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병재는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다른 용건이 있는 건가? 그런데 왜 나에 대해서 캐묻지?’

병재는 그냥 간단히 생각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4일 전에 여기서 일하게 된 길병재라고 합니다.”

“4일전? 어르신께선 금세 사람을 뽑았나?”

소녀는 마치 이 집에 원래 있는 사람처럼 당당히 서 있는 병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녀석에 대해선 깊게 생각할 거 없다.”

집 문이 열리고 잠에서 깬 듯 머리카락이 부스스한 모습의 심의호 할아버지는 병재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소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소녀를 보더니 이내 실망한 기색이었다.

“자네가 조 영감이 보내준다던 사람인가?”

그 말에 소녀는 자신을 알아보는 심의호 할아버지의 말에 깜짝 인사를 올렸다.

“예. 조 필자 훈자 할아버님께서 여기로 오라고 한 조혜신이라고 합니다.”

“조혜신, 조혜신이라... 조영감이 그렇게 극찬한다던데, 그 것보다 계집아이였나?”

심의호 할아버지는 소개받은 사람이 여자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조선시대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심의호 할아버지는 여자가 의학을 배운다는 것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4일 전에는 의학의 의도 모르는 초짜가 나타나서는 잡일부터 시켜달라고 조르지 않나? 오늘은 소개받았던 사람이 한의학을 배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에 심의호 할아버지는 기분이 안 좋았다.

============================ 작품 후기 ============================

문맥과 문법이 안 맞는 부분 수정했습니다. 혹시 그런 부분과 오타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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